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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뮨 님의 서재입니다.

42번 환생한 백작가의 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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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뮨
작품등록일 :
2019.05.30 11:36
최근연재일 :
2019.06.08 13:47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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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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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글자수 :
7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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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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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 제스페르 가(家)

DUMMY

<< 38번 째 삶, 안타라스 차원. 고블린들의 지하 성지 고도푸스 력 772년. 시드 52살 >>


“ 이게 진짜 된다고?? ”


시드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고블린 역사상 가장 천재라고 불리는 공학박사, 아케마이트를 향해 물었다.


“ 그렇다니까!! ”


흥분해서 잔뜩 침을 튀긴 아케마이트가 걸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여기에 이렇게 넣기만 하면!! ”


- 치익!!


아케마이트가 자신이 만들어낸 동그란 구체안으로 마지막 재료인 화염초를 구겨 넣었다. 그러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 치이익!!


“ 야.. 야.. 이거 괜찮은 거야..? ”

“ 그.. 럴걸..? ”


그러나 아케마이트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버렸다.


- 펑!!!


작은 폭발과 함께 사과만한 구체가 터져버리자, 그 안에서 보라색 연기가 흘러나왔다.


“ 숨 쉬지 마!! ”


아케마이트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보라색 연기를 한 모금 들이키기가 무섭게 의식이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절대 거부 할 수 없는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나의 온 몸이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

.

.


아주 오래전 기억이었지만, 너무나도 생생했다. 잊어버릴 법도 한데 수십 번의 인생을 통해서 나의 기억력, 즉 지능이 월등하게 상승한 상태라 처음 몇 번의 인생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삶이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죽이지 않고.. 재운다. 이게 내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 재료는 대충 될 것 같은데.. ’


애초에 지하 깊은 곳에서 쳐 박혀 사는 고블린들이 재료들을 수집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케마이트가 고블린들에게 그렇게 추앙 받는 이유였다. 사실 고블린 뿐만 아니라 수많은 종족의 공학박사들이 그를 존경했다. 주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재료들로 이루어 말 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진 무기들을 뚝딱 만들어냈으니까.. 그래서 안타라스 차원에서 가장 최하급 종족이라 칭해지는 고블린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여타 다른 종족들이 아케마이트의 제자가 되기 위해 지하도시인 고도푸스를 찾아오곤 했다. 그러나 아케마이트는 단 한 명의 제자도 두지 않았다.


“ 넌 대체 왜 제자를 두지 않는 거냐? ”

“ 귀찮거든. ”

“ 뭐? ”

“ 귀찮아.. ”

“ 그래도 아깝지 않냐? 이 수많은 공학 무기들을 미래로 전수 할 수 없다는 게.. 사실상 제대로 사용도 못 해봤잖아. ”

“ 어차피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것들이니까.. 애초에 이런 무지막지한 것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봐야.. 좋을 일이 있겠어? ”


하기야 맞는 말이었다. 웬만한 6~7랭크 마법으로는 발끝도 못 따라갈 만 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들이었다. 만약 수천 년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인간들의 손에 넘어가는 날에는 세상의 균형이 무너질 게 분명했다.


그런 아케마이트의 기계공학의 비전 전부를 유일하게 전수받은 이가 있었다.


“ 그래도.. 아깝긴 하네.. 평생을 일구어 낸 건데.. 너라도 배울래? 시드? ”


그 단순한 한 마디. 그 이후로 난 고블린으로써 삶을 다 할 때까지 아케마이트에게 기계공학의 비전. 그 모든 것을 배웠다.


‘ 화염초가 문제로군.. ’


다른 재료들이야 들판에 널려있는 것들이었으니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화염초였다. 화산 정상에서만 피는 꽃으로 여기는 너무나도 평온한 숲속이라 화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 중급 정령 중에 하나가 있었는데.. ’


꼬리가 화염초로 이루어진 정령. 기억이 났다.


“ 내 부름에 응하라. ”


시드가 한 손을 들어올리기가 무섭게 일순간 엄청난 열기가 불어 닥쳤다. 그 열기는 일순간 불로 변화 했다가 이어서 하나의 형체를 만들었다.

중급정령 페이닉스. 또 다른 이름으로.. 불독수리로 칭해진다. 마법과 달리 정령을 다루는 인간은 숫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추적당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내 어깨에 내려앉은 페이닉스의 꼬리에서 깃털 하나를 뽑았다.


‘ 기억이 맞았군. ’


확실했다. 화염초가 분명했다. 다시금 페이닉스를 역소환 시킨 후에, 아케마이트가 알려준 수면탄의 남은 재료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

.

.


내 이름은 젠드. 베란헬이 대장으로 있는 노예상의 용병이다. 우리에게 떨어진 임무는 레그멘타를 습격하여 천민 아이들을 납치해 어느 귀족에게 데려가는 것. 어차피 천민들만 사는 곳인 알파네스이기에, 추격대가 붙을 일도 없었으니 잠시 쉬고 있는 중이었다.


- 데구르르..


그런데 내 앞으로 떨어진 이건 뭘까? 크기는 사과정도의 구체로 표면에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그 표면 사이로 보라색 연기가 조금씩 세어 나오고 있었다. 보라색 연기는 난생 처음 보는 거였기에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천천히 다가가 그 구체를 들어올렸다.


그 순간.


- 펑!!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 다음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의식을 잃었으니까..


아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는 말이 맞으려나..?

.

.

.


역시나 효과가 있었다. 수면탄이 터지기가 무섭게 주위에 있던 모든 노예상들이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납치당한 아이들까지 잠이 들었다는 거였다.


‘ 이걸 어떻게 옮긴다지.. ’


막막했다. 제 아무리 내가 수십 번의 인생을 통해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 내 나이는 고작 열 넷이었다. 이 어린 육체로 이 많은 아이들을 다 옮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 어쩔 수 없겠군.. ’


또 다시 정령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녀석을 고를까 고민이 들었다. 불은 온 몸에 열기가 가득해 아이들이 다칠 것이고, 바람은 실체가 없어 들지를 못 한다. 물 또 한 마찬가지.


‘ 남은 건.. 땅인데.. ’


그렇다고 이 무식한 땅의 정령들을 대충 소환했다가는 제대로 옮기지도 못 할 게 분명했다.


‘ 에라.. 모르겠다. ’


귀찮았다. 오랜만에 너무 많은 일들을 해버렸기에, 더 이상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정령은..


땅의 정령왕. 노에아넨.


“ 내 부름에 응하라. ”


일순간 지면이 뒤흔들렸다. 마치 강한 지진이라도 난 듯, 지면이 뒤틀렸고, 주위에 있던 암석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난장판에도 깊은 잠에 빠져든 아이들은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 확실히 효과가 좋단 말이지.. ’


4랭크 마법인 슬립스보다 수면탄이 훨씬 더 깊은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진동은 이윽고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고, 완전히 사라지기가 무섭게 하나의 형체가 앞으로 만들어졌다. 인간과 비슷한 형체. 그러나 온 몸이 흙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키는 나와 엇비슷한 게 작은 꼬마아이 같았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눈만큼은 그 어떤 몬스터들보다 더 맹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 오랜만이네? 』


정령왕이 인간을 알아본다. 매우 극히 드문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인간이 정령왕을 소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 어. 그러네. ”

『 이번에도 인간으로 태어난 건가? 복장을 보아하니.. 좋은 인생은 아닌 것 같군. 』

“ 그래.. 아주 피곤한 인생이 될 것 같아. ”

『 하.. 좋아. 해야 할 일은? 네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만, 난 정령왕이거든. 그래서 매우 바빠. 』

“ 거의 20년 만에 만난 것 치고는 너무 쌀쌀 맞은 거 아냐? ”

『 보나마나 시덥지도 않은 일을 시키려고 부른 게 분명 할 텐데.. 그리고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지도 몇 백 년인데.. 만날 때마다 잡담이나 할 순 없잖아?』

“ 그럼 제타 잡을 때 불러줘? ”『 아.. 그건 사양할 게. 』

“ 요즘 늙어서 그 무지막지한 괴물을 혼자 잡기엔 무리가 있다고.. ”


나의 말에 내 짧은 몸을 위아래로 훑은 노에아넨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 늙기는 개뿔.. 』

“ 아 됐어. 입씨름은 그만하자. 저 아이들을 좀 옮겨줘. ”

『 뭐..? 』

“ 저기 자고 있는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옮겨달라고.. ”


나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린 노에아넨이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 고작.. 그 딴 일을 시키려고 정.령.왕인 날 불러 낸 거냐..? 』

“ 어. ”

『 하.. 뭐가 그렇게 당당해? 저 정도면 중급 아이들 몇이면.. 』

“ 아 자꾸 찡찡대면 제타 잡을 때 부른다? ”

『 하.. 』


어차피 노에아넨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적어도 아이들을 옮기는 일이 ‘제타’와 싸우는 일보다 훨씬 더 편했으니까..


『 어디로 옮기면 되는데..? 』


빙고.

역시나 들어 줄줄 알았다.

.

.

.


<< 제스페르 가(家)의 영지, 카라나트 홀. 듀라튼 백작의 대저택 >>


방금 막 보고를 받은 듀라튼 백작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한 번의 실패로 파라칸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게 분명했다.


‘ 젠장 맞을.. ’


대체 알파네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수십 명의 용병들을 이끌고 간 노예상들이 고작 천민 꼬마 몇 명 납치하는 데 실패를 한단 말인가..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됐다. 또 다시 파라칸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했다.


“ 아무도 없느냐!?"


듀라튼이 소리치자 그의 방문이 열리고 집사 한 명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 지금 당장 기사들을 모으거라!! ”

“ 명 받들겠습니다!! ”


나부랭이 용병들은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지만, 기사들은 다르다.


‘ 방해하는 놈들이 누군 진 모르겠지만, 모두 잡아 죽여주마.. ’

.

.

.


<< 천민들의 거주지. 알파네스 >>


역시 정령왕은 정령왕이었다. 이 짧은 시간 내에 이 많은 아이들을 옮기다니.. 게다가 아무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옮겼는지,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모든 아이들이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 다음엔 나 말고 다른 정령왕 녀석들을 불러줬음 하는 군. 』

“ 좋아. 약속하지. ”


노에아넨은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금 지면으로 스며들었다.


“ 으~ ”


온 몸이 찌뿌둥했다. 빨리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실 뒷수습이나 뒷정리가 필요한 사건이긴 했지만, 나 또한, 고작 학생에 불과했기에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럴 땐..


줄행랑이 산책이었다.


‘ 어떻게든 되겠지.. ’


애초에 이런 귀찮은 일들은 딱 질색이었다. 빨리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피곤한 몸을 치유하기엔 명상만한 게 없었으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지면을 강하게 박차 깊은 숲속으로 내달렸다.

.

.

.


<< 제스페르 가(家)의 영지, 카라나트 홀. 파라칸 백작의 대저택 >>


‘ 이렇게나 기다리게 하다니.. ’


항상 인자한 미소를 유지하던 알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제 아무리 알렌이 준남작에 불과했지만, 이건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자신이 직접 소환 명령을 내려놓고는 2시간 째 얼굴조차 보지 못 했다.


‘ 역시 제스페르는 제스페르로군.. ’


제스페르 가문의 가훈.


【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 】


말이 뿌리지 사실은 태생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 태생 자체가 귀족이 아닌 알렌을 귀족의 대우를 해주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깊은 한숨을 내쉰 알렌이 몸을 일으켜 허리춤에 차여진 검을 뽑아들었다. 그냥 기다리기보다는 굳어진 몸을 푸는 게 시간 적으로 더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 알렌 준남작님. ”


파라칸의 집사가 다가왔다.


“ 응? ”

“ 파라칸 백작님께서 그냥 돌아가셔도 좋다고.. ”


집사조차 자기가 말하기 미안했는지 말 뒤끝을 흐렸다.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2시간을 기다리게 해놓고 얼굴도 보지 못 한 채, 돌아가라니..


“ 그게 정말인가? ”

“ 예.. ”


진짜 제스페르 가(家)의 가주인 가르칸 대공작도 아니고, 그의 넷째인 파라칸 백작이었다. 항간에 소문에 따르면 몸 관리를 하지 못 해, 족히 150kg이 넘고, 제대로 된 검술이나 학술을 배운 것도 아니라 들었다. 가진 거라고는 ‘제스페르’의 이름뿐이란 얘기.


‘ 인성조차 글러먹었군. ’


거기에 인성조차 갖추지 않은 자라면.. 굳이 상대하지 않는 게 나았다. 이렇게 된 바에 늦게라도 학교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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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국왕의 교지 +1 19.05.30 3,235 53 16쪽
7 #7 차원 파괴자 제타(Zeta) +3 19.05.30 3,422 50 13쪽
6 #6 언데드로 살았을 때의 녀석들 +2 19.05.30 3,505 47 14쪽
» #5 제스페르 가(家) +1 19.05.30 3,719 51 13쪽
4 #4 고블린으로 살았을 때 썼던 그것 +3 19.05.30 4,030 55 11쪽
3 #3 정체를 들키다? +6 19.05.30 4,381 56 11쪽
2 #2 전투 기초 수업 +4 19.05.30 4,848 60 13쪽
1 #1 또 태어나다 +12 19.05.30 6,302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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