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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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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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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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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9장 7화

DUMMY

주신전이 무너졌다. 그렇게 견고한 빗장을 걸어 잠그던 주신전이 마침내 무너진 것이다. 위기는 많았어도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는 주신전이다. 오히려 저 먼 용의 바다가 무너졌다는 것보다 더 큰 파도가 서(西)를 강타하였다.


서(西)의 판도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주신전, 대신전, 신전 등에서 백방 노력했지만 주신전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에스텔의 탈출, 뇌룡왕 퀘아리브의 출현 그리고 공식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는 선언.


신앙심이 깊은 일부 사람들은 애써 주신전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일부에서는 폭동이 일어났고 지식인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가하면, 일부에서는 자살자가 속출했다.


이 상황을 위기로 느끼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대부분이 군주들이나 정치가들이나 그들에겐 위에 군림하는 주신전이 마왕정규군으로 바뀔 뿐이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물결이 들어설 때, 그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러한 혼란의 도가니에서 홀로 냉정을 유지하는 자가 있었다. 바로 ‘아스베인’이다. ‘그’에겐 주신전이 무너지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물론 자신이 주신전을 무너뜨리긴 했지만 그것이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힘을 들여 돌멩이를 옮겼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주신전이 무너지면서 사상 최초로 대륙을 통일 시켰다. 이 점은 ‘그’도 약간의 희열을 느꼈다. 그동안 많진 않아도 ‘이페란스로포스’들이 등장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해내지 못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최초’로 그 일을 해낸 일이다.


하지만 대륙을 통일시켰던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일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누구든 그의 계획을 듣는다면 아무리 ‘그’라도 불가능하다가 혀를 내두를 것이다. 물론 못한다고 진짜로 혀를 내두르다간 사룡(邪龍) ‘카’처럼 더 이상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없게 되겠지만.


주신전을 굴복시키면서 ‘아스베인’은 드디어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앞으로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예상 밖에 모든 가능성을 차단시켜야 한다. 그 일은 대륙을 정복했던 일처럼 무자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때론, 섬세하게, 때론, 과감하게 해야 한다.


이 세상에 ‘아스베인’이 예상할 수 없는 세상에 단 한 명이 있으니 바로 에스텔이다. 이번에는 직접 자신이 에스텔을 제거하러 갈 생각이다. 두 ‘이페란스로포스’가 격돌하게 된다면 두 발을 딛는 대지가 무사하진 않겠지만 ‘아스베인’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건 대지의 여신이 신경 쓸 일이니까.


‘아스베인’은 에스텔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나서려 했다. 그때, ‘아스베인’은 아주 멀리 있는 공간이 왜곡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왜곡된 공간은 점점 자신의 군대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공간이 왜곡되면, 공간을 왜곡시킨 시전자의 힘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느끼지 않아도 공간을 왜곡시킬만한 존재는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하늘 아래 ‘아스베인’보다 강한 자는 에스텔 외에는 없다. 이 자가 누구든지 간에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왜곡된 공간이 자신의 머리 위를 스쳐지나갔다. 폭음이 들리며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있던 건물은 무사했지만 그건 자신이 미리 마법을 걸어두었기 때문이다.


건물 밖으로 나선 ‘아스베인’은 일부 중대가 초토화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아스베인’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군대는 다시 소집하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자신과 자신의 군대를 공격한 간 큰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공간이 왜곡된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자가 있었다.


“비룡왕 ‘미스타리우스’?”


비룡왕 ‘미스타리우스’. 모든 드래곤들 중에서도, 아니, 모든 생물체 중에서 가장 이상한 존재이다.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고 업적도 별로 없었다. 그저 저 높은 하늘을 끝없이 날 뿐이었다.


‘미스타리우스’가 어떻게 일곱 수호자의 지위를 얻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출생도 나이도 알 수 없고 모습도 정확히 묘사한 문헌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1만 2천 년 전에 쓰여 졌다는 엘프의 문헌에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최소 1만 2천 년 이상 나이가 되었다는 것만이 유일한 사실이고 전부이다. 1만 2천 년이면 결코 드래곤에게도 짧은 시간이 아니다.


무엇보다 화려한 업적이 있는 다른 일곱 수호자에 비해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는 이렇다 할 업적이 없었다. 강한지 약한지, 지혜로운지 멍청한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300년 전, 적룡왕과 비룡왕이 대결한 사건이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다.


젊고 혈기 넘칠 뿐 아니라, 막 일곱 수호자가 된 적룡왕 ‘카시우스’는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빙룡왕 ‘이세리우스’와 싸울 순 없었다. 그러기엔 빙룡왕 ‘이세리우스’는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고 이름조차 강해보이지 않는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에게 싸움을 건 것이다. 왜 사람들은 비룡왕 ‘미스타리우스’가 그 싸움을 받아들여줬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의 행동에는 어떠한 이유도 해석도 무의미하다.


최초의 공격은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로 시작되었다. 공격의 마지막 역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로 끝났다. 승부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무승부로 끝났다. 그리고 이것은 적룡왕 ‘카시우스’의 주장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갑작스럽게 공격해오던 비룡왕 ‘미스타리우스’가 다시 갑작스럽게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 싸움은 승자가 누구인지를.


적룡왕 ‘카시우스’는 이 싸움으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5년 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했다. 그만큼 신나게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에게 두들겨 맞았던 것이다. 반면, 적룡왕 ‘카시우스’는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의 꼬리 끝조차도 스치지 못 했다.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의 일방적인 구타에 가까웠다.


아직도 적룡왕 ‘카시우스’는 이 싸움의 결과를,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의 힘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입에 담은 일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그동안 베일에 가려지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의 진정한 힘을 보고 전율하였다.


비록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일곱 수호자 중 하나를 압도적인 실력차로 제압했다는 것은 빙룡왕 ‘이세리우스’라 할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건 후,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용의 바다 일곱 수호자들 중 최고는 바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문제는 비룡왕 ‘미스타리우스’가 자신을 공격할 이유는 전혀 없다. 실제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보는 것도 처음이다. 아니,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에게 이유 따윈 무의미하다. 솔직히 ‘아스베인’조차 비룡왕 ‘미스타리우스’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미스타리우스’에겐 인과율이란 그저 사전에 있는 단어정도로만 치부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모두 뛸 때, 혼자만 걷고, 모두 살려고 발버둥 칠 때, 혼자만 죽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바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도 증거도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정의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정의 내리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제거하는 것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아스베인’에게 있어선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조차도 그저 ‘카’보다 조금 더 강한 날파리에 불과했다.


‘미스타리우스’는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개미보다 더 작아보였다. 아니, 사람정도 크기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높이였다. ‘아스베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베인’의 기운은 저 대지의 기운보다도 강하게 느껴졌다. 마치 구름을 꿰뚫고 솟은 거인처럼.


처음부터 ‘미스타리우스’는 ‘아스베인’을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한 것은 ‘아스베인’의 군대뿐이었다. 예상대로 ‘아스베인’은 임시거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더 이상 ‘미스타리우스’의 힘은 지상에 영향을 끼치지 못 했다.


강하다고 익히 들은 ‘이페란스로포스’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저 넓은 범위를 눈깜짝할 사이에 마법 보호 주문을 건 것이다.


하지만 ‘미스타리우스’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다음 계획으로 넘어갔다. 이제 모든 공격을 ‘아스베인’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페란스로포스’의 마법 방어라도 예리하게 마력을 집중한다면 빈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물며 일곱 수호자의 힘이라면 더 큰 빈틈도 만들 수 있다.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는 저 높은 하늘에서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군대에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아 다행이지만 반격할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공격이 너무 거세고 ‘미스타리우스’가 너무 높이 있기 때문이다.


마법 방어를 자신에게 집중한다면 아무리 ‘미스타리우스’라도 그 방어를 뚫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군대가 위험해진다.


‘아스베인’은 급한대로 손가락을 ‘미스타리우스’를 향했다. 손가락 끝부분에 강한 마력이 몰려들었다. 그것을 느낀 ‘미스타리우스’ 좀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생물체 중 유일무이하게 음속을 돌파하는 속도를.


‘미스타리우스’는 배와 날개 그리고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배와 날개는 괜찮지만 어깨의 부상은 좀 심했다. 하지만 ‘미스타리우스’는 몸의 부상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부상은 예상했었고 무엇보다 관심이 없었다. 날개가 떨어져 나가도 ‘미스타리우스’는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면 자신의 몸이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미스타리우스’가 너무 멀리 있었다. 공간을 왜곡시켜 다가가려 했지만 역시 공간을 다룰 수 있는 ‘미스타리우스’는 멀리 도망치기 일 수였다.


다가가면 도망치고 멀어지면 공격을 하고. ‘아스베인’이 가장 싫어하는 술래잡기 전술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아스베인’은 굴욕적이지만 온 힘을 쏟아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너무 멀리 있는 ‘미스타리우스’와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 중요했다. 자신이 다가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스타리우스’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미스타리우스’를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이다.


‘미스타리우스’는 자신 주변의 공간이 왜곡되는 것을 느꼈다. 공간을 돌파하려 했지만 방금 전 부상으로 찰나의 탈출 시기를 놓쳐버렸다. 하지만 공간을 돌파하더라도 ‘아스베인’이 쳐놓은 이중 공간 왜곡까지는 피할 수 없었다.


‘미스타리우스’는 공간을 이용한 공격을 대비하였다. 하지만 ‘아스베인’은 그런 시시한 짓은 하지 않았다. 더 좋은 방향으로 공간을 왜곡시켰다.


‘미스타리우스’는 분명히 똑바로 나아가고 있지만 점점 지상을 향하고 있었다. ‘아스베인’의 공간 왜곡으로 직선의 방향이 휘어버린 것이다. 이대로 계속 날아가다간 언젠가 대지와 충돌할 것이다.


공간 왜곡을 벗어나려하지만 ‘아스베인’의 공간 왜곡은 자신의 공간 왜곡과는 차원이 달랐다. 멈추어 서서 실타래를 풀듯이 천천히 풀어내야만 한다. 하지만 멈췄다가는 바로 ‘아스베인’ 손가락의 제물이 될 것이다. ‘미스타리우스’는 계속 앞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만족감을 느꼈다.


조금씩 다가오는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보며 ‘아스베인’은 자신의 주무기인 검은 창 ‘마브로 카르피아’를 소환했다. ‘미스타리우스’가 지상에 내려오면 일격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자신의 일격이면 설사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이라 할지라도 무사하기 힘든 위력을 지니고 있다.


‘미스타리우스’는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고 자신은 그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스타리우스’의 존재의의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두려움은 없다. 만족감만 있을 뿐이다.


점점 ‘아스베인’의 모습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미스타리우스’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냈다. 소리가 ‘미스타리우스’를 놓쳐버렸다.


간격은 매순간 좁혀지고 있었다.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아스베인’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완전히 당했다. 이런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이것은 힘에서 밀렸다기보다는 경험의 차이로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공간을 다루는 일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아스베인’은 이런 방법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니, 공간을 왜곡시킬 수 있는 자가 많았다면 ‘아스베인’이 먼저 이런 방법을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공간을 다룰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었고, 공간을 다루는 경험이 ‘아스베인’은 ‘미스타리우스’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아무리 압도적인 힘이라도 함정에 빠져버리면 물속에서 소금검을 쓰는 것처럼 무의미하게 된다.


공간을 다루는 힘은 대상자에게만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시전자나 대상자 쌍방으로 영향을 미친다. 공간이란 언제 어디서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이나 물, 바람, 흙 등은 한 곳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단절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나 공간을 절대 어느 한 곳에만 존재할 수가 없다. 공간이 없이는 대상도 존재할 수 없고 시간이 없이는 원인과 결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시간이나 공간은 쌍방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만, 시간과 공간을 다룰 수 있는 자들이 많지 않고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에 시공에 관련된 주문에 걸린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주문이다. 그래서 ‘아스베인’은 지금껏 공간을 다루는 자와 상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쌍방으로 주문이 작용하는 지 알 수 없었다.


‘미스타리우스’는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높은 곳에서 지상을 계속 공격한다면 ‘아스베인’은 분명 공간 왜곡을 자신에게 사용할 테고 그 공간 왜곡을 역으로 다시 ‘아스베인’에게 걸어버린 것이다. 쉽게 얘기해 자신의 주문에 자신이 걸려버리도록 한 것이다.


지상에 굉음과 함께 검푸른 드래곤이 충돌했다. 거의 운석이 부딪히는 충격이었지만 근처에 사람들이 없어 피해는 없었다. 음속의 속도로 지상에 충돌한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미스타리우스’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주변에 ‘아스베인’의 백만 대군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쓰러진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공격하려는 자들은 없었다. 심지어 드래곤군단 마저 움직이지 않았다.


새로운 드래곤군단의 군단장인 ‘세이퀸토’는 난생 처음 봤지만 저 검푸른 드래곤이 누군지 알았다. 그가 기억하기로 단 한 번도 지상에 내려온 적이 없는 드래곤. 바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이다.


모습은 다른 용의 바다의 일곱 수호자와 달랐다. 거의 성만한 크기의 일곱 수호자와 달리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는 꼬리까지 합쳐도 5m가 되지 않았다. 날개도 활짝 펼쳐도 10m를 간신히 넘길 정도였다.


또한, 일곱 수호자들이 내뿜는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마치 아직 덜 자란 드래곤처럼 보였다. 과연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정말 비룡왕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미스타리우스’가 했던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수백 명의 병사들을 먼지로 만들어 버리고 결코 상대할 자가 없다고 생각하던 자신의 주군인 ‘아스베인’이 마치 그림에 갇힌 듯이 평면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스베인’은 뭐라고 소리치는 듯하지만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스베인’은 자신이 건 공간 왜곡 미로에 갇혀버린 것이다. ‘미스타리우스’가 바라던 대로.


물론 ‘아스베인’의 힘이라면 이 정도 공간 왜곡은 힘으로 박살 낼 수 있다. 문제는 주변에 있는 공간들이 결코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수년 동안 공들여 모은 자신의 군대가 수초 만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군대를 안전 범위까지 이동시킨다 해도 백만 대군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고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다. 게다가 ‘아스베인’도 피해 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예측할 수 없었다.


물론 다른 방법은 있다. 훨씬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공간 왜곡을 하나씩 해체하는 방법이다. 사흘 정도면 해체할 수 있고 별 다른 피해도 없다. 그리고 ‘아스베인’은 당연히 이 방법을 쓸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시간이 걸린다.


‘아스베인’은 드디어 ‘미스타리우스’의 계획이 무엇인지 드디어 깨달았다. 군대에 피해를 입히거나 자신을 해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려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왜 비룡왕 ‘미스타리우스’가 시간을 벌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하루하루가 금보다 값진 ‘아스베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알고 이런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


‘미스타리우스’는 천천히 일어섰다. ‘아스베인’은 한 번 바라보더니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점처럼 작게 보였다.


‘세이퀸토’는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수신호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스베인’은 추격을 금지하고 군단을 정비한 후 펠리노 평원에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세이퀸토’는 혹시라도 ‘아스베인’이 비룡왕 ‘미스타리우스’를 추격해 격멸하라는 명령을 내릴까봐 조마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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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아스타롯 12장 8화 22.09.07 67 0 10쪽
86 아스타롯 12장 7화 22.09.06 60 0 14쪽
85 아스타롯 12장 6화 22.09.05 87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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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아스타롯 12장 4화 22.09.01 52 0 12쪽
82 아스타롯 12장 3화 22.08.31 5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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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아스타롯 11장 7화 22.08.16 53 0 12쪽
76 아스타롯 11장 6화 22.08.15 59 0 10쪽
75 아스타롯 11장 5화 22.08.12 6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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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아스타롯 11장 3화 22.08.10 58 0 10쪽
72 아스타롯 11장 2화 22.08.09 64 0 10쪽
71 아스타롯 11장 1화 22.08.08 61 0 12쪽
70 아스타롯 10장 7화 22.08.05 58 0 13쪽
69 아스타롯 10장 6화 22.08.04 61 0 12쪽
68 아스타롯 10장 5화 22.08.03 60 0 10쪽
67 아스타롯 10장 4화 22.08.02 59 0 13쪽
66 아스타롯 10장 3화 22.08.01 6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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