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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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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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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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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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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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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천하제일의 (6)

DUMMY

**





“신의.”


“살릴 수 있습니다.”


당시월이 고개를 저었다.


“그만 보내주시오.”


“······하.”


천통신의가 한숨을 쉬었다. 강호에 출두하여 의술행을 펼친 지도 어연 오십 년. 그간 살리지 못했던 환자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가의 반열에 오른 뒤로, 그러니까 삽십 년 전부터. 그는 죽게 만든 환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천통신의였다.


“······삽십 년만에 환자가 죽었군요.”


“이렇게까지 살린 것도 신의 덕이오. 덕분에, 마지막 몇 마디라도 나눠볼 수 있어서 다행이오.”


“······.”


“장남이라 많이 아꼈던 아이였지만, 강호가 이리도 냉혹하오. 무성십존이라고 혈육의 죽음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니 말이오.”


당시월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두 사람이 도와주었소. 현 천하제일인과 신의. 둘이 없었으면 마지막 대화도 나눌 수 없었을 것이오. 해서 그대에게 감사를 표하오.”


당시월이 백련에게 가문패를 건넸다.


“언제든지 당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이것을 들고 찾아오시오. 나, 사왕 당시월의 가문패를 주는 것이외다.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하오, 신의.”


“죄송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여름날.

당시월은 장남을 떠나보냈다.






**





“고맙소! 고맙소오!”


곽영은 언제나 그렇듯, 병나발을 불며 조휘의 손을 붙잡았다. 불콰하게 취해, 얼굴이 벌게진 사내의 손을 붙잡는 취미는 없었기에 조휘는 애써 손을 떨쳤다.


그저 술잔에 따라주고 술잔을 건네며 대작을 도와줄 뿐이었다.


“가족이 돌아왔소······. 더는, 더는 잃지 않을······. 우웁.”


쿠웅.

두주불사의 신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다행이야.”


조휘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곽영의 부인이 방 안에 들어와 그를 챙겼다.


화산의 근처에 지어진 작은 장원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낙옆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겨울의 시작을 알린 어느 날이었다.





**




다시 삼 년이 지났다. 회귀한 이후, 햇수로는 십 년이 다 되어간 해였다.


조휘는 강호를 떠돌았다. 목적 없이 방랑했다기보단 눈에 담고자 했다. 멸망하지 않은 무림을. 살아 숨 쉬는 강호를.


“후우.”


남문을 눈앞에 둔 조휘가 죽립을 고쳐 썼다. 이제 성문만 넘으면 자주 가던 기루까진 금방이었다.


매 달마다 입맹 동기들끼리 자리를 갖자고 서신이 날아왔다. 그것도 개방과 하오문. 양 정보단체 모두를 통해서.


아무리 조용히 다녀도 강호에서 사는 이들이 몇이던가. 그들 모두의 눈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매번 “가겠다. 가겠다.” 했다. 그래놓고 안 가버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빠지면 녀석들이 이끄는 세력이 천라지망을 펼치고 쫓아올 것 같아 무림맹을 찾아왔다.


타닷.


가볍게 발을 박차기 무섭게 조휘는 성벽의 위에 서 있었다.


“여어.”


그리고 오랜만에 한 사내를 만난다.


“크으. 내가 입맹 시험을 주관한 맹원이 어느새 천하제일인이 되어있을 줄이야. 그때 청강석에 세겼던 문구가 허언이 아니었음을 나는 알아봤네.”


“혁 대협.”


혁운진이 싱긋 웃었다.


“동기들을 보러 가나?”


“그렇습니다.”


“가기 전에 한 사람만 만나고 가라.”


혁운진의 뒤에서 한 사람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조휘는 저 멀리서부터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황보기호.”


“······!”


자신을 기억한다는 증거였다. 이름이 불린 그가 몸을 흠칫 떨었다.


“오랜만······입니다.”


“예전처럼 해. 괜히 입에 붙지도 않는 존대 쓰지 말고.”


“오랜만······이다.”


“오랜만이긴 하지.”


조휘가 그를 바라봤다.


“무슨 용건으로 찾아왔지? 과거의 설욕을 하고 싶나? 얼마든지 받아주마. 천천히 들어와라.”


“······.”


황보기호가 조휘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고는 눈을 질끈 감고 무릎을 꿇었다.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네 덕분에 미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그날로 검대를 나와서 홀로 강호행을 떠났다. 강호를 거닐면 거닐수록, 내 생각이 지독한 오만이었단 것을 깨달았다.”


황보기호가 숨을 골랐다.


“강호는 넓더군.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었다. 황보세가가. 남궁세가가. 무림맹이 아무리 대단해도, 강호는 그들로만 이뤄지지 않는 단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보았다. 네가 이룬 위업을.”


황보기호가 포권을 올렸다.


“그냥 전하고 싶었다. 너가 나를 바꿨다는 것을. 네게 어떠한 의미도, 아무런 쓸모도 없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네게 가르침을 받았기에 언제고 사죄를 올리고 싶었다.”


조휘가 피식 웃었다. 비웃음의 의미인가. 황보기호는 눈을 감았다. 그래도 쌌다. 자신이 했던 생각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던가. 이제와서 이러는 모습이 위선자처럼 보일 것도 감내하고 왔었다. 그러니 비웃음 정도는 참아 넘길 수 있었다.


“일어나라. 황보기호.”


착각이었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그가 조휘를 바라봤다. 활짝 웃고 있는 그는 무척이나 기껍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렇게 생각해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네 덕에 이 모든 것이 의미없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조휘가 황보기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어?”


꿈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휘가 성벽 위에서 사라졌다.






一.




입맹 동기 모임 자리에서 당운비는 조휘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성급한 접근은 아니었다. 그저 천천히 서로를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휘는 그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달이 지났다. 조휘는 고향에 들렀다. 바뀐 황익루를 바라봤다. 그러다 익숙하고 그리운 얼굴을 마주했다.


“향아.”


“······오라버니?”


그녀가 두리번거리길 잠시, 숲길에 덩그러니 떠 있는 조휘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뛰어왔다. 온 힘을 다해 뛰어, 조휘를 향해 몸을 던진다.


조휘는 가볍게 향이를 받아냈다. 그의 품에 안겨서 향이는 눈물을 흘린다. 한없이 울었다. 서러웠던 모든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 자리에 연심은 없었다. 이미 조휘가 강호로 떠났을 때에 털어낸 감정이었으니까. 한 번 떠나보낸 이를 마음에 다시 들일 정도로, 향이는 우유부단한 여인이 아니었다.


인연이 아닌 이에게 얽매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묵묵히 제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의 곁에도 봄날은 찾아올 터였다.


지금은. 단지 지금은 오랜만에 찾아온 ‘가족’에게 안겨 그리움을, 서러움을 눈물로 씻어낼 수 있겠지.


그렇게 조휘는 황익루에서 두 달을 머물다 떠났다.


“벌써 떠나셨다고요.”


“네에.”


향이가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언가의 둘째 딸이라고 한 그녀는 무척이나 기품이 넘쳤다. 향이가 동경해 마지 않던 무림의 여협이었다.


향이는 그녀가 오라버니에게 품은 감정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저······ 주제 넘지만.”


“잘 듣고 있어요.”


“기분 나쁘게 듣지 마셨으면 해요.”


언진아는 황익루를 나섰다. 머리에는 그녀보다 몇 살은 더 어린, 황익루주의 목소리가 맴돈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답니다. 그 시기를 벗어나는 순간 돌이킬 수 없어요. 언니가 스스로에게 물어 그 마음에 거짓 한 점 없다면. 그렇다면 망설이지 않으셨음 해요.’


언진아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건 경험담인가요?


루주는 작은 미소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것으로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아쉽구나.”


언진아가 두뺨을 쳤다. 짜악! 얼굴이 벌게진다.


“참 좋은 사이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외모가 그녀의 취향이기도 했으나, 그녀의 앞에서 주늑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기꺼웠다. 스스로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멋있는 장부가 아니던가.


그런 이는 친우로 두기에도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아비와는 다르게.


“내 짝이 될 사람은 내가 정해야지.”


언진아가 베시시 웃었다. 오늘의 기억은 작은 추억으로 묻어둘 셈이었다. 아주 작은 일탈의 끝을 고했다.






二.






다시 삼 년이 지났다. 당가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던 조휘는 당운비와 더 밀접한 사이가 되었다. 모두가 생각하는 연인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또 연인 같기도 했다.


“운비언니.”


“응.”


“행복하세요.”


“응.”


모용정은 당운비에게 패배를 시인하고 물러났다. 다른 무엇보다 조휘가 빈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가를 이룬 무림인들이 보통 삼부인, 사부인까지 들이는 것을 생각하면, 당운비에게 첫째 자리를 주고 둘째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휘가 그 틈을 주지 않았다.


모용정도 사랑에 눈이 멀어 친우를 잃을 정도로 멍청한 여인이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다 그러던가. 그녀가 조금만 더 빨랐으면, 당운비보다 빨리 조휘를 알게 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을 실제로 경험한 이가 그녀의 눈앞에서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모용정의 한 때의 봄날도 지나갔다.


“휘야.”


“왜?”


“나 달이 갖고 싶어.”


당운비는 어디서 보았던 연애 소설 속 대사를 읊어봤다. 절로 닭살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대사라고 생각했지만, 조휘의 입에서 들려올 대답을 듣고 싶었다.


“달? 갑자기?”


“응. 달이 갖고 싶어. 나를 위해서 달도 따다줄 수 있어?”


조휘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인상을 쓰고 순식간에 사색에 잠기는 그를 보며 당운비가 작게 웃었다.


“생각은 끝났어?”


“달을 따주는 건 힘들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 고민하고 대답하는 과정이 참 좋지 아니한가. 그걸로 충분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래도 노력해볼게. 뛰어서 달에 도달하려면 지금 경지로는 어림도 없겠는데.”


“······!”


“고금제일. 천마를 뛰어넘을 각오로 폐관에 들어야 하나······.”


순식간에 진지한 고민에 빠진 조휘를 보며 당운비가 피식 웃었다.


“됐어.”


“응? 아, 미안. 달······ 따주고 싶긴 한데. 아······ 씁. 하아.”


당운비가 피식 웃으며 조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운비의 봄날은 절정이었다.


“운비.”


“왜?”


“우리······.”


“쉿.”


운비가 조휘의 입을 막았다. 손으로 막은 것은 아니었다. 붉고 부드러운 것이 조휘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건 내가 할게.”


“······!”


“넌 그냥 몸만 와.”


당운비가 베시시 웃었다.







三.





“······.”


조휘가 떨떠름한 얼굴로 사내를 바라봤다. 휘황찬란한 복색의 사내는 어딘가의 왕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천랑아?”


“오랜만이다. 사부.”


“어, 그래. 반갑긴 한데. 너 그 꼴은 뭐니?”


천랑이 씨익 웃었다. 그런 그의 뒤로 무척이나 긴 행렬이 이어진다. 경국지색의 미녀들이 천랑의 뒤로 수백 명이 줄 섰다. 화려한 복색의 천랑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무사가 있다.


“나 궁주됐다.”


“······.”


조휘가 입을 쩌억 벌렸다.


“뭐?”


“북해빙궁.”


천랑이 씨익 웃는다.


“거기 내가 먹었다고.”


조휘가 세운 가문은 아주 단촐했다. 거대한 전각이라던가, 그런 건 없었다. 물론 초라하지도 않았다. 시회조가(時回朝家)로 불리는 가문의 개파조사는 당연, 조휘.


북해빙궁은 조가장과 우애를 다지고는 북해로 돌아갔다. 북해로 돌아가기 전, 천랑은 강호 무림을 상대로 무림행을 떠났다. 경지에 오른 자신의 실력을 알아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반 년이 지났을 때쯤, 천랑이 무성십존에 이르렀단 소문이 들려왔다.


검성과 흑제가 일선에서 물러나 생긴 공백. 그 중 한 자리를 천랑이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천랑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한빙대제(寒氷大帝). 되찾았다.”


“축하한다.”


“이제 옛 친우를 데리고 북해로 돌아가마.”


장원의 대문에서 천랑이 조휘를 바라봤다. 두 사내는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


그리고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포권을 올린다. 거기서 더 나아가 천랑은 조휘에게 큰 절을 한 번 올렸다.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음이랴. 두 사내만이 절에 담긴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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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천마 (1) 24.01.23 500 12 12쪽
153 마교 (3) 24.01.22 467 10 13쪽
152 마교 (2) 24.01.21 517 13 13쪽
151 마교 (1) 24.01.19 499 11 13쪽
150 검패 (2) (6권 完) 24.01.17 522 13 23쪽
149 검패 (1) 24.01.16 522 14 13쪽
148 신개 24.01.15 504 14 14쪽
147 천하 (6) +1 24.01.14 544 14 13쪽
146 천하 (5) +1 24.01.09 614 14 12쪽
145 천하 (4) 24.01.08 559 13 14쪽
144 천하 (3) 24.01.07 585 12 13쪽
143 천하 (2) 24.01.05 596 13 13쪽
142 천하 (1) +1 24.01.03 592 13 15쪽
141 핏빛의 연꽃 속에서 (6) +1 24.01.03 533 1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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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핏빛의 연꽃 속에서 (3) +1 24.01.02 555 15 15쪽
137 핏빛의 연꽃 속에서 (2) +2 23.12.30 647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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