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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연재수 :
1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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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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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7
글자수 :
1,070,016

작성
24.01.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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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
추천
11
글자
13쪽

마교 (1)

DUMMY

7권. 회귀맹주 (序)




“자네 그 소식 들었는가?”


“뭐.”


“그 왜, 백도의 후기지수 중에 광화신검이라고 있지 않은가.”


“조휘······ 그 친구를 말하는 건가?”


“예끼! 이 사람이. 그분이 자네보다 아랫사람인가? 그렇게 함부로 부르게?!”


“아는 사이다.”


“지랄은.”


사내가 끌끌 웃으며 국을 뒤적였다. 건더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국을 보며 입맛을 다시더니 젓가락을 훽 놔버렸다.


“아무튼 광화신검에게 새로운 별호가 지어졌다고 하더군.”


“뭔데?”


“검패.”


“검패?”


“검 중 제일이라는 별호인 거 같던데. 검제나 검존은 살아 있고, 검왕이란 별호를 붙이기엔 너무 어린 나이니까 그런 별호가 붙여지지 않았나 싶네.”


“검패라······. 그 친구에게 참 잘 어울리는 별호군.”


사내의 큼지막한 눈이 광망을 머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와, 장강의 용왕이 된 지금. 오랜만에 듣는 인연의 이름이 묘한 울림을 선사했다.


“아무튼, 거기서 끝날 소식이 아닐세. 우리 아이들이 워낙 주워 듣는 것이 많지 않던가. 이번에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표사들한테서 들은 소식인데 그분께서 무성십존에 등극하셨다 하더군.”


백연위는 무척 침착하게 술을 한 잔 마셨다. 앞 자리의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자신에게도 술을 달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백연위는 고갯짓을 까딱하는 것으로 답했다.


“긴밀한 관계는 염병. 삥이나 뜯기는 놈들이겠지.”


“아잇. 우리 대별채는 그런 놈들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얼마전에는 피에 미친 마인들까지 잡는 것에 성공했다니까는. 이거 보여줄 수도 없고.”


“죽였어?”


“죽이진 않았고 잘 묶어서 뇌옥에 처박아 뒀는데, 어느날 보니까 정신이 말짱해져 있더군. 스스로를 모산파의 장문인이라 칭하던 사이비 교주놈을 기억하나? 그놈의 수하들이 걸렸던 세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


“호오······.”


“아무튼, 정신 차리고 나서 아비와 남편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좀더 몸을 추스라고 해놓고 여기로 왔지. 검패님의 소식도 전해줄 겸. 수로채와 녹림채는 호영호제하는 사이가 아닌가.”


녹림왕이 껄껄 웃었다. 백연위는 산적 같지 않은 푸근한 중년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넉살은.”


“아, 그리고 당분간 수적짓을 할 거면 무림맹 쪽은 피해서 하는 게 좋겠네. 그쪽으로 천하 각지의 고수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아, 이거는 비밀인데 자네는 입이 무거울 거 같아 말해주는 걸세.”


녹림왕이 입맛을 몇 번 다신다. 천기누설을 하려는 듯, 진중한 표정은 덤이다. 녹림왕이 술로 목을 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팽가의 자금 흐름이 심상치 않네. 그리고 산서의 신흥 세력인 자하상단 역시도. 자하상단에 신의문과 하오문의 금력이 쏠린 상황에서 중원 십대 상단 중 셋이 가세했네. 필히 무림맹 봉공들의 비밀 자금줄이겠지.”


‘강남에서도 강북으로 보내는 자금이 심상치 않던데. 그쪽이랑 연관이 있겠군.’


백연위는 내색하지 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군수 물자가 엄청나게 풀리고 있네. 북경을 중심으로 해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 그러는 와중에 무림맹과 천성맹, 양 맹의 움직임을 알 수가 없네. 개방과 하오문, 두 정보단체가 필사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런 경우가 무림사를 통틀어서 두 번 있었네. 그리고 두 번 다 정사대전과 관련이 있었지.”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산적답지 않은 산적 대장놈도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그러나 백연위는 굳이 그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공짜 정보가 아닌가.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도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뭐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두 도적놈들끼리 힘을 합쳐야 할 시기가 찾아왔단 걸세. 앞으로 종종 왕래를 하자고. 내가 기억하기론 자네의 수적채도 몰리는 정보가 꽤 대단하던데. 수하들끼리 잘 지내는 것은 요원한 일이더라도 수장들끼리는 잘 지내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는 편이 좋겠지.”


녹림왕이 백연위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에게서 병을 건네받은 백연위도 마찬가지였다.


“자, 도적놈들의 창창한 앞날을 위하여, 건배하지.”


짜앙!


동시에 술을 털어 넣고는 녹림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별산에서 남궁세가가 자리한 호북 앞의 장강 중류까지. 꽤 먼거리를 찾아온 녹림왕이었기에 갈 길이 멀었다. 가뜩이나 무림맹과 천성맹의 조짐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혹여나 무림맹 측에 수로채주와 녹림채주가 만났다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들이 무림 공적으로 몰리는 것은 녹림채주만의 망상은 아닐 것이다.


“난 이만 가보겠네. 다음에도 또 봅세.”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녹림채주. 그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백연위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혹여나 흑의 장포를 입고 절색의 미공자가 자네 앞에 나타난다면, 굳이 거스르지 말고 그자의 말을 따르게.”


“음?”


“이 말을 까먹지 마시게.”


녹림채주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충고 고맙네. 자네가 내 목숨을 한 번 살려줬다고 생각하겠네.”


“눈치가 빨라서 좋군.”


“아무래도.”


녹림왕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번의 미소는 이전까지 짓던 사람 좋은 미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미소였다.


섬찟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새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웃는 녹림왕이 백연위에게 포권을 올렸다.


“살펴 가겠네.”


“살펴 가시게.”



* * *




“처엉~ 사안!”


녹림왕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가끔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대별채를 벗어나 강호 유람을 한 번 하는 날에는 산에 들어가기 전에 꼭 부르는 노래였다.


아무 감정 없이 푸른 산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제는 하늘 아래 모든 산에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으므로, 산을 바라볼 때 무수히 많은 만감이 교차하게 되었다.


“어서옵쇼!”


녹림왕은 들고 다니는 병장기도 없는 적수공권의 사내였기에, 얼핏 보면 그냥 인상 좋은 중년인을 보는 듯했다.


좋은 비단옷을 입고 금으로 치장된 혁대를 차고 있으니, 점소이의 시선에는 돈 쓰러 나온 부자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가 일하는 곳은 합비의 명소 중 하나인 청연용왕루가 아니던가. 온갖 고관대작들과 돈 많은 세가에서 나오신 분들로 늘 연전연시를 이루는 기루가 바로 청연용왕루다.


그런 기루에 부자처럼 보이는 사내가 호위무사 하나 없이 홀몸으로 찾아왔다?


‘빼박 무림인이지.’


그 때문에 점소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사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다.


“자, 이것도 받거라. 음식과 술을 빨리 내어 오라고 부탁하는 의미에서 주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예! 어르신!”


점소이가 넙죽 고개를 숙이고는 히죽이죽 웃으며 뛰어갔다.


“그렇게 좋을꼬.”


청연용왕루는 보통의 기루라면 최상층이면서 한적할 오 층에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위로 육 층과 칠 층까지 더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 층에서는 꽤 다양한 인간 군상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저쪽은 돈 많은 세가의 규수들이고. 저쪽은 그 규수들 꼬셔 보겠다고 나온 놈들인가.’


젊고 아름다운 청춘들이 술잔을 기울인다. 그러길 잠시, 옆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들과 시비가 붙었다.


혈기 넘치는 청춘들의 술자리라면 응당 고성이 오가고 주먹다짐도 일어나는 것이 인지상정.


녹림왕은 흐뭇한 얼굴로 그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음식 나왔습니다!”


점소이가 현란한 손짓으로 음식을 깔고 차갑게 식혀둔 술병마저 조심스럽게 올려 둔 뒤 자리를 나서려던 참이었다.


쿠광쾅콰쾅!


갑자기 점소이의 뒤편에서 사내가 굴러오더니 돌아가던 점소이를 덮쳐버렸다.


“꾸에에에엑!”


사내에게 깔린 점소이가 괴성을 질렀지만, 얻어맞은 사내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대로 발아래에 깔린 아이의 정강이를 밟고 일어섰다.


아이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려 눈앞에서 그를 향해 달려오는 다른 놈팡이를 향해 전의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건 좀.’


가만히 그를 지켜보던 녹림왕이 슬쩍 손을 뻗고자 했다.


“끼어드실 겁니까?”


“······?”


별안간 쑥 끼어든 목소리에 그가 멈칫하기도 잠시, 녹림왕은 단전에서 공력을 끌어 올리며 허공섭물을 쓸 준비를 마쳤다.


“저기에 잘못 끼어드시면 귀갓길에 재수가 별로 좋지 않으실 텐데요.”


그런 건 상관없었다. 언제 백도 애송이들의 눈치를 봤다고.


녹림왕이 태어날 때부터 녹림왕은 아니었다. 못난 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앞길 가로 막는 놈들도 모조리 때려 죽이면서 쌓아온 악명이 아니던가.


저 애송이들을 허공섭물로 조금 구겨 두어도 생계엔 지장이 없겠지만, 점소이가 다리가 부러지면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조금 귀찮아지고 마는 게 낫겠지.


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저 백도의 애송이들이 아니라 태연하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 목소리였다.


“녹림왕께서 제게 빚을 하나 지신 겁니다.”


그러더니 목소리는 대답도 듣지 않고 무언가를 던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탄지공이었다.


퍼어어엉!


“끄에에엑!”


“케에에엑!”


명치를 얻어 맞고 혼절한 그들을 뒤로 하고 죽립을 쓴 흑의인이 녹림왕을 바라봤다.


“녹림왕, 후연(後緣). 맞으십니까?”


“누구시오.”


“조휘라고 합니다.”


사내가 죽립을 슬쩍 올렸다.


“아, 검패라고 하시면 더 알기 쉬우실까요.”




* * *



-자, 도적놈들의 창창한 앞날을 위하여, 건배하지.


백연위가 고된 업무의 연속에 피로감이 가득한 눈가를 주물렀다.


‘사흘 전 일인가.’


백연위는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서신 한 통을 읽고 또 읽었다.


녹림채주와 대화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급으로 그의 앞에 도착한 서신의 말미에는 개방 방주의 날인이 찍혀 있었다.


‘물길을 빌려달라라······.’


개방 방주가 보낸 서신은 무림맹이 보낸 서신이라고 봐야 했다.


무림맹이 사용하는 물길은 어디서나 알아차리기 쉬운 중심 길목이었기 때문에, 무림맹 측에서 장강수로채에 물길을 빌려달라 한 말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빠른 샛길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보통의 단체에서 장강의 물길을 이용해서 향하는 목적지는 크게 세 곳이었다. 물류의 중심지인 무한, 중원을 벗어나는 바닷길의 시작인 절강.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가의 보금자리인 사천이다.


‘그런데 수로채에 요청했다.’


사천은 무림맹과 가까이 있으니 굳이 물길을 이용하진 않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외부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샛길을 이용하고자 한 것을 고려해 미루어봤을 때 무한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강으로 향한다는 뜻인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절강이라면 바닷길을 이용한다는 말이다. 현재 무림맹이 바닷길을 이용할 일이 무엇이 있지?’


백연위가 머리를 골똘히 굴리던 찰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목소리가 있었다.


-팽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북경을 중심으로 자금이 움직이고 있어.


‘황실인가!’


반역을 꿈꾸기라도 하는 것인가.


온갖 상념이 머리를 가득 채우지만 백연위는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황실과 연관되어 있으면 무조건 발을 빼는 것이 옳다.’


그는 홀몸이 아니었으니까. 이제 그를 믿고 따르는 수하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중원 각지에 퍼져 있는 수로채의 사람들이 모두 그의 가족일진데, 어찌 함부로 행보를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거절하자.’


백연위가 답장을 쓰고자 붓을 잡은 그 순간이었다.


“거경채주.”


문 밖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목소리에 백연위는 잡던 붓을 놓고 손님을 맞이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오시게.”


“오랜만이오, 거경채주.”


죽립을 푹 눌러쓴 흑의인이 방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아, 이제는 수로채주라고 불러야 하나?”


“광화신검······ 아니. 이제는 무성십존, 검패라고 불러야겠군.”


죽립을 살짝 들춰 올리며 조휘가 씨익 웃었다.


“오랜만이외다.”


“서신은 잘 받으셨소?”


“그렇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


“부디 나를, 아니 무림을 도와주시오.”



.

.

.

.

.



그 시각.


“무림맹과 천성맹, 양맹의 동맹을 선언한다.”


“그와 동시에 양맹은 봉문에 들어갈 것입니다.”


천성맹주 흑제와, 무림맹주 각몽이 봉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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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회귀 맹주 (完結) +1 24.01.31 342 12 16쪽
161 천하제일의 (6) +1 24.01.30 347 9 12쪽
160 천하제일의 (5) 24.01.29 367 13 12쪽
159 천하제일의 (4) +1 24.01.28 380 13 13쪽
158 천하제일의 (3) +1 24.01.28 423 15 12쪽
157 천하제일의 (2) 24.01.26 451 9 12쪽
156 천하제일의 (1) 24.01.26 404 8 15쪽
155 천마 (2) 24.01.26 391 12 13쪽
154 천마 (1) 24.01.23 500 12 12쪽
153 마교 (3) 24.01.22 467 10 13쪽
152 마교 (2) 24.01.21 517 13 13쪽
» 마교 (1) 24.01.19 500 11 13쪽
150 검패 (2) (6권 完) 24.01.17 522 13 23쪽
149 검패 (1) 24.01.16 522 14 13쪽
148 신개 24.01.15 504 14 14쪽
147 천하 (6) +1 24.01.14 544 14 13쪽
146 천하 (5) +1 24.01.09 614 14 12쪽
145 천하 (4) 24.01.08 560 13 14쪽
144 천하 (3) 24.01.07 585 12 13쪽
143 천하 (2) 24.01.05 596 13 13쪽
142 천하 (1) +1 24.01.03 592 13 15쪽
141 핏빛의 연꽃 속에서 (6) +1 24.01.03 533 14 15쪽
140 핏빛의 연꽃 속에서 (5) +1 24.01.02 577 17 16쪽
139 핏빛의 연꽃 속에서 (4) 24.01.02 550 14 15쪽
138 핏빛의 연꽃 속에서 (3) +1 24.01.02 556 15 15쪽
137 핏빛의 연꽃 속에서 (2) +2 23.12.30 647 17 13쪽
136 핏빛의 연꽃 속에서 (1) 23.12.29 609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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