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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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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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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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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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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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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천하 (5)

DUMMY

一.





“문곡이 왔구려.”


“이름만 들으면 칠성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맞소이다.”


“이름만 들어보면 저울질을 참 잘할 것 같다. 천권(天權)이라······ 하늘의 저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강대한 힘이 아닌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저울질 할 수 있는 저울이라······.”


대화를 나누는 내내 두 사람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내딛는 걸음마다 의미가 담긴다. 좌수로 허공을 두들기며 서로의 사각을 점하고, 진각으로 발생한 진동마저 서로의 간합을 재기 위해 이용한다.


쏜살같이 휘둘러진 검면을 튕겨내려 손을 뻗음과 동시에 검의 각도가 기이하게 틀어져 손등이 베인다.


거의 동시에 차올린 각법이 아슬아슬하게 턱을 스쳐지나간다. 피잇! 발 끝에 맺힌 공력의 여파로 턱에 상처가 남는다.


핏방울이 맺히기 무섭게 쏘아지는 신형에 방울이 허공에서 으스러진다. 눈 깜빡하는 순간에 열 번도 넘는 공방이 오고 가며 서로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때 봤을 때보다 더 정교해지고 빨라졌군. 비밀을 물어봐도 되겠소, 나으리?”


“매일매일 노력하면 된다.”


어기충소의 수법으로 하늘로 치솟는다. 굳이 허공답보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직선의 움직임에선 단순히 충격파를 발생해서 위로 폭발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아래를 향해 장력을 찍어 누른다. 마치 도장을 찍어버리는 듯한 심상으로. 만압금광장의 가공할 장력이 우수에 압축됨과 동시에 조휘가 손가락을 튕겼다.


장법이 아닌 탄지공.


수단이 정해진 무공을 다른 수단을 통해 펼쳐내는 것은 조휘의 깨달음이 무공을 창안한 종사에 버금간다는 방증이었다.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하단전의 균열에서 군림만야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며 탄지공에 힘을 더한다.


장력은 범위를 점하는 만큼 탄지공에 비해 일점의 파괴력이 약했다. 장력으로 기운을 빼느니 차라리 탄지공으로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겠단 심보였다.


탐랑도 그것을 읽은 것인지, 줄기차게 휘두르던 손으로 검결지를 만들어 자격(刺擊)을 펼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서로의 초식이 만나 사라지고, 서로가 만들어낸 무형검이 하늘 위에서 누가 우위인지를 겨룬다.


이 모든 과정이 서로의 심상에 틈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견고한 심상에 생긴 틈을 억지로 벌려 자신의 의지를 상대에게 관철하기 위함.


그것이 성공하면 상대의 심상을 단박에 파괴시킬 수 있겠지.


절세 고수의 싸움이란 이런 것이었다. 심상이란 것은 단순히 뇌의 작용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기에.


더 신경 쓸 것이 많아지고 더 보호해야할 것이 많아진다.


그러는 와중에 승기를 잡기 위해선 최적의 순간을 노련하게 노릴 줄 알아야 했으니.


이 부분에 있어선 조휘를 따라갈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검어령(魔劍馭令)]


광명검이 진동하며 수백 개의 영혼을 토해낸다. 그것이 귀곡성을 일으키며 탐랑을 향해 돌진했다.


귀신으로 이뤄진 검을 붙잡은 그림자 검마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며 하나의 유기체 같은 흐름을 보인다.


그 순간 모든 검격이 하나로 합쳐지며 조휘의 머리에 잔상이 스쳐 지나간다.


-검(劍) 월(越) 마(魔).


작게 웃고 있는 사내가 검을 휘두르고, 그림자 검마들이 그 위로 내려앉는다. 사내가 휘두른 단 한 번의 검격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모든 순간이 그림자 검마들을 통해 보여진다.


그 고난의 순간들이 조휘의 위에 겹치면서, 조휘의 검이 검마와 똑같은 궤적을 그린다.


모든 그림자 검마들이 휘두른 검이 조휘의 검 위로 합쳐지고, 검마가 되기 위해 견뎠던 인고의 시간이 그 주인에게 인정받는 그 순간.


[검마(劍魔)]


상단전의 영성이 초월적인 울림을 발하며 세상에 어떠한 의지가 세겨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딱 하나였다.


너울지는 어둠 속, 가는 검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검신, 검병, 손잡이. 손잡이를 부여잡은 창백한 손아귀 위로 핏줄이 도드라진다.


어둠을 가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마검 속의 절대자가 공기를 음미한다.






二.





[여기는.]


검마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조휘는 떨리는 눈동자를 숨길 틈도 없이 그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받은 충격이 너무나도 컸기에.


인간의 몸으로 쌓아 올린 무(武)가 한계에 도달하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인가.


정상에 도달한 강호인이라면 늘 간직하고 사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존재를 처음 맞이한 탓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조휘 역시 스스로의 끝을 보고 돌아왔기 때문이리라.


죽음이라는 끝에서 다시 시작한 조휘에게 검마의 존재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상단전 영성이 울림을 거듭하고 검마의 상단전과 공명을 시작하며, 새로운 무의 지평을 강제로 열어 젖히기 시작한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미지의 광경. 가히 신선이라고 불려야 할 괴력난신의 깨달음이다.


[눈을 뜨자마자 후예가 나를 닮아가고 있는가.]


검마는 그것마저 좋은 듯했다. 조휘의 상단전이 게걸스럽게 검마의 상단전을 탐하고, 그의 존재감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자신의 무공을 배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검마는 되려 씨익 웃어버린다.


[이번 대의 후예는 자질이 넘치는구나. 마로서 선을 담은 것인가. 선으로서 마를 담은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태극이 네 몸 안에 존재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나를 불러낼 수 있었겠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머리를 자극한다.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발끝을 관통하는 거대한 전율이 조휘를 휘감았다.


천하의 검을 입에 담은 그 순간부터 머리를 가득 매웠던 무의 화두가 모두 해결되는 느낌.


전신을 가득 채우는 고양감에 상단전에서 휘몰아치는 빛무리가 회전을 거듭한다.


키이이이잉─.


하단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곧바로 중단전으로 향한다. 내기(內氣)가 그리는 것은 천하를 담을 수 있는 거대한 그릇. 천하라는 것은 애초에 너무나도 거대한 곳이기에 그것을 담기 위해선 무한의 궤적을 쫓아야만 했다.


심장 위로 원형의 바퀴가 천천히 새겨지고, 그것이 흑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신기한 놈이로고. 두 무학의 끝을 보지도 않았는데, 태극의 영역을 열어버린 것인가. 먼저 깨닫고 후에 통하는 방식으로 그 경지를 끌어올리고 있구나.]


검마를 보고 군림만야기가 변화한다.


그가 깨달은 천하(天下)는 그가 살아 숨 쉬는 세계 그 자체. 여태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며 만난 모든 인연이 공존하는 곳이다.


흑도와 백도.

서로 섞일 수 없는 영역의 사람들이 조휘로 인하여 섞이고 있다. 그들의 중심에 선 조휘는 세상의 중심에서 태극을 그리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조휘가 깨달은 천하경은 태극이다. 그러나 태극을 구성하는 요소는 아직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지금 조휘는 그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검마를 보고서 태극을 이루는 반쪽을 완성했다. 중단전을 휘감은 흑색의 고리가 회전을 거듭하며 굉음을 토해낸다.


키이이잉─


끊이지 않는 회전의 고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뱀처럼 마기가 마기를 잡아먹는다. 회전하는 고리에서 발생한 인력이 근처의 강대한 마기를 끌어들인다. 검마의 마기를 흡수하며 고리가 짙어지는 것도 잠시.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린 검마가 흡수를 막는다.


[고작 타인의 마기를 흡수하기 위해 완성한 륜이 아니다.]


[고매하고 또 고매한 인간의 의지는 타인의 것을 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스스로 가르치고 스스로 도야하라.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참오하고 깨달아라.]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것이 네가 아니었더냐.]


[너는 너로서 완전하다.]


완전무결한 흐름. 흑색의 륜이 생명을 가지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살아 숨 쉬는 동안 흠결하나 없다. 조휘가 짜 맞춘 흑색의 고리는 그토록 완전한 것이었다.


[옳지. 그런 것이다.]


무아지경.

정신을 놓고 무의식 속에 자신을 발견한다.


나를 인정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경지.

마(魔)란 나를 받아들임으로써 완전해지는 것을 뜻한다.


완전은 인간에게 허용된 영역이 아니기에,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역천인 거겠지.


[역천칠륜경(逆天漆輪境)]


검마가 씨익 웃었다.


[좋은 이름이로다.]





三.




무아지경을 수습한 조휘가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는 탐랑으로 보이는 시체가 싸늘한 육편이 되어 처박혀 있었고, 그 위에 걸터 앉은 흑색 의복의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마?”


[선조한테 못하는 말이 없군. 존경을 담아 존칭을 붙이거라.]


“나는 당신의 후손이 아니오.”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당신이 나의 선조라는 것이오?”


[너는 이미 내게서 마(魔)를 얻었다. 네가 걸은 길을 먼저 걸었으니 선조가 맞다.]


“검을 넘어 마에 도달하라니. 너무 어려운 선문답이 아니오?”


[무엇이든 넘으면 그만이다. 나는 마인이기 이전에 검수였기에 넘어야하는 것이 검이었지. 도객이면 도를 넘어야할 것이고, 도사면 도(道)를 넘어야만 함이다.]


“나는 무엇을 넘은 것이오.”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


[이번 대의 무림은 재미난 놈들이 많더군. 멀리서 느껴지는 부처의 기운은 달마 고놈과 닮았고. 삼봉 녀석과 똑같은 기질의 어린 도인도 있더군. 천마 그놈의 흔적도 느껴지긴 하나, 원체 의뭉스러운 놈이라 보이지 않는다.]


여지껏 이런 무림은 없었는데······.

나지막이 중얼거린 검마가 애꿎은 탐랑의 시체를 툭툭 건드렸다.


[어딜 가나 이런 뒤틀린 놈들은 있는 법이기도 하고.]


“······선배는 왜 내게 깨달음을 전해준 것이오. 무아지경 속에서 느낄 수 있었소. 선배가 깨달음을 전해주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나는 선배에게서 아무것도 훔쳐 가지 못했을 것이오.”


[눈치가 빨라. 필히 오래 살 자질이로다.]


“왜 내게 깨달음을 전해주셨소.”


검마가 뺨을 긁적였다. 완전한 기질의 사내에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되려 그렇기에 더 완전하다고 느껴졌다.


[네가 부르지 않았더냐.]


“······?”


[천하를.]


“······!”


[천마가 하늘 위에서 하늘을 희롱하는 이라면, 나는 땅 아래에서 하늘을 베는 검이다. 그렇기에 네 부름에 답했다.]


광명검을 지지대 삼아 천천히 몸을 일으킨 검마가 조휘를 향해 다가왔다.


[무엇을 보았느냐.]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꼈더냐.]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잡았지?]


조휘를 향해 계속해서 걸어오던 검마의 발 끝이 서서히 투명해졌다. 저벅. 저벅. 일보를 걸을 때마다 검마의 신형이 점차 흐려진다.


팔을 활짝 펼쳐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자태는 광오하게까지 느껴진다. 마치 고금제일의 광오함이랄까.


[나를 마주했으니 너는 천하를 마주한 것이다.]


검마와 조휘의 신형이 완전히 겹쳤다. 광명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조휘의 손에 들린 현월 위로 겹친 광명검이 창백한 빛을 뿜으며 현월과 하나가 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절대자의 음성이 서서히 옅어진다. 우수에 쥔 검 한 자루가 오늘따라 유달리 창백한 빛을 발한다. 상단전 영성이 짙어지며 심장의 흑륜에 빛이 거세진다.

[능히 천하를 담을 수 있음이라.]



검마의 나지막한 음성이 뇌리에 아른거린다.


“완전히 제멋대로군. 올 때도 갈 때도.”


[그런 천하가 아니었던가?]



물먹은 듯한 귀가 소리를 담는다. 핑핑 돌던 시야가 제자리를 찾으며 전장의 광경이 눈가를 스쳐 지나간다.


완전히 으스러진 탐랑의 시체를 뒤로하고 조휘가 우수를 쥐었다. 투명한 광체가 손아귀에 잡혔다.


바로 직후, 좌측 후방에서 나타난 거구의 문사가 주먹을 휘둘러온다. 손아귀에 쥔 빛무리를 보자마자 위험을 느낀 문곡이었다.


“미친 괴물이 또 있었군. 방금 전에 전쟁 귀신을 멀리 보내고 온 길인데, 또 한 번 힘쓸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다.”


문곡의 우수가 강한 빛을 발했다. 세상 모든 것을 지워버릴 듯한 기세로 뻗어진 주먹이 궤적에 걸린 모든 것을 밀어낸다.


그것이 코앞에 도달할 때까지 걸린 찰나.


문곡과 시선을 맞춘 조휘가 한 발 앞으로 내 걸은 순간.


어느새 곧게 뻗어진 조휘의 발이 문곡의 품을 파고들어 그의 하단전을 박살내고 있었다.


콰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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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천하제일의 (5) 24.01.29 367 13 12쪽
159 천하제일의 (4) +1 24.01.28 380 13 13쪽
158 천하제일의 (3) +1 24.01.28 423 15 12쪽
157 천하제일의 (2) 24.01.26 451 9 12쪽
156 천하제일의 (1) 24.01.26 404 8 15쪽
155 천마 (2) 24.01.26 392 12 13쪽
154 천마 (1) 24.01.23 500 12 12쪽
153 마교 (3) 24.01.22 467 10 13쪽
152 마교 (2) 24.01.21 517 13 13쪽
151 마교 (1) 24.01.19 500 11 13쪽
150 검패 (2) (6권 完) 24.01.17 522 13 23쪽
149 검패 (1) 24.01.16 522 14 13쪽
148 신개 24.01.15 504 14 14쪽
147 천하 (6) +1 24.01.14 544 14 13쪽
» 천하 (5) +1 24.01.09 615 14 12쪽
145 천하 (4) 24.01.08 560 13 14쪽
144 천하 (3) 24.01.07 585 12 13쪽
143 천하 (2) 24.01.05 596 13 13쪽
142 천하 (1) +1 24.01.03 592 13 15쪽
141 핏빛의 연꽃 속에서 (6) +1 24.01.03 533 14 15쪽
140 핏빛의 연꽃 속에서 (5) +1 24.01.02 577 17 16쪽
139 핏빛의 연꽃 속에서 (4) 24.01.02 550 14 15쪽
138 핏빛의 연꽃 속에서 (3) +1 24.01.02 556 15 15쪽
137 핏빛의 연꽃 속에서 (2) +2 23.12.30 647 17 13쪽
136 핏빛의 연꽃 속에서 (1) 23.12.29 609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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