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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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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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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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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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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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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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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3쪽

천마 (2)

DUMMY

一.





“더 빠르게 뛸 수 있겠나?”


어조가 달라졌다. 한없이 허허롭던 목소리에 조금의 불꽃이 붙었다. 화약고로 향하는 도화선에 이제야 아주 티끌만한 불꽃이 지펴진 것이다.


조휘의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오른다. 마치 등용문을 오르는 잉어처럼.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는 전율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발을 움직였다.


“좋은 대답이군.”


천마의 미소가 짙어진다. 미소가 아닌 웃음이다. 만개한 꽃잎처럼, 천마의 표정이 다채로워진다.


처음에는 다 죽은 시체처럼 창백한 표정을 하고 있던 그가, 지금 이토록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다. 꼭 살아 숨 쉬는 인간처럼.


조휘의 신형이 점차 가속한다. 몸이 나아갈 때마다 조휘는 많은 것을 잊었다. 걸음에 담는 것은 그 행위로 바라는 결과.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넘고 싶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자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만 천하에 군림하는 존재이지만, 지금 그에게 붙는 수식 따위는 말 그대로 ‘따위’로 치부할 정도로.


조휘는 천마를 넘어서고 싶었다.


‘넘는다.’


그러나 아득하다.


‘그렇다고 넘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넘는다.

넘을 수 있다.


[역천칠륜경(逆天漆輪境)]


심장에 아로새겨진 흑색의 고리가 회전한다. 무한히 흐르는 궤적은 그 자체로 자연을 상징하는 순환.


역설적이게도 역천의 마기에서 순천의 편린을 붙잡는다. 그리고 조휘는 아주 자그마한 틈을 억지로 벌릴 줄 아는 사내였다.


하단전에서부터 치솟은 백색의 순후한 진기가 중단전을 휘감는다. 상단전에서 내려온 초월적인 영성이 중단전에서 울림을 맺는다.


상단전이 하늘을. 하단전이 땅을 표방한다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중단전은 하늘과 땅 사이에 끼어 있는 인간이겠지.


하늘과 땅을 이으며 인간은 완전해진다. 둘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가 바로 인간이다. 하늘은 인간을 통해 땅으로 기를 공급하고, 땅은 인간을 통해 하늘로 기를 되돌린다.


그러한 순간을 머리에 새긴다.


모순적인 순간이다. 마의 극치인 천마를 보며 선을 깨닫는다.


‘능히 넘어설 수 있음이라.’


무(武)의 경지를 아득히 벗어난 인외의 존재를! 하늘마저 희롱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신을!


흑색의 칠륜(漆輪) 위에 새겨지는 것은 별빛을 머금은 백륜(白輪).


[성광백륜경(星光白輪境)]


심원공에서부터 시작해, 성광만천공을 넘어 드디어 도달한 현경의 경지.


흑색의 고리와 백색의 고리가 ‘乂’자를 그리며 심장 위에서 회전을 거듭하고, 그곳에서 발생한 가공할 인력이 기운을 끌어 모은다.


륜을 만들기 위해 소모한 하단전의 공력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땅에서 몸을 밀어내주는 발바닥의 용천혈에 맺히는 공력 흐름이 이전보다 완벽해진다.


따르는 것은 앞선 절대자가 보여줬던 걸음.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뒤처지던 조휘의 신형이 천마의 곁에 나란히 섰다.


“그래. 걸음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천마가 광소를 터트렸다.






二.





“더 빠르게 뛸 수 있소?”


천마가 옅은 웃음을 흘린다.


“한 방 먹었군.”


“곧잘 배워서 말이지.”


“완벽한 것은 모든 것 위에 군림할 수밖에 없지. 천하 아래, 완벽한 것은 존재할 수 없기에. 천마군림보를 완성한 지금 너는 역천의 존재가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역천성이 된 것이지.”


“역천이고 순천이고. 말장난이라고 한 것은 당신이 아니었소?”


“천마군림보는 절대자의 발걸음을 의도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라고 많이들 착각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의 걸음걸이를 기록한 것일 뿐이다. 날 때부터 할 수 있었던 것이지. 완전함 위에 완전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완전. 너의 걸음은 나를 따라한 것이 아니다. 완전해진 것이다.”


“······!”


“살면서 이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지만, 너에겐 이 말을 꼭 해주고 싶군.”


천마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로서도 처음 지어보는 표정이었다.


“나는 너를 경외한다.”


“······!”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음이다. 무림사 전체를 뒤져도 나에 비견될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동빈이 검의 영역에서 나를 넘어섰다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이다.”


천마가 허공에 우뚝 멈췄다. 반동도 없었다. 관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허공에서 움직임을 자유로이 바꿨다. 인간에겐 허락되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조휘도 그것이 가능했다. 천마가 멈췄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조휘 역시도 허공에서 우뚝 멈출 수 있었다.


“존재한다는 것은 완전을 향해가는 여정이라. 처음부터 완전하게 태어난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라고 여겼거늘.”


“······.”


“너는 증명해냈구나.”


몸을 돌린 천마가 조휘를 바라봤다.


“네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이 몸을 이끌고 존재해선 안 되는 녀석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천하를 좀 더 둘러보다가 다시 떠날 생각이었지. 이 몸에게 허락된 시간이 끝난다면.”


“이제는 아니오?”


“너를 보았으니 되었다. 너는 나의 예상을 넘어섰다. 나만의 예상을 넘어선 것이 아니겠지. 이 세상에 네가 존재하는 것이야 말로 네 가능성의 증명이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를 소리였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조휘의 감각에서 천마가 흐려지고 있었다.


“가시오?”


“다만 가기 전에 하나 정도는 더 묻고 가도 되겠지.”


“······.”


“오를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무척이나 닮은 눈이 서로를 바라봤다.


“능히.”


조휘가 말했다. 덤덤하게.


“오만한지고.”


천마는 그것을 듣고 씨익 웃는다.


[허나, 훌륭하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 천마의 목소리가 신호가 되어 조휘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와 함께 거닐었던 발 아래의 천하는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진다.


아직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아직 보내줄 수 없었다. 조휘는 손을 뻗어 천마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천마는 숨 쉬듯이 펼칠 수 있는 호신강기의 한 자락이 조휘의 검지와 엄지에 붙잡힌다. 마치 비단이 주욱 늘어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천마에게 갈 수 없는 길은 없다. 그러니······.]


천마와 마주쳤던 객잔의 밤으로 돌아온 조휘가 눈을 꿈뻑였다.


[지금부터, 네가 천마다.]


흐릿한 목소리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간밤에 꾼 꿈을 기억하고자 노력하면 떠오르지 않는 듯이.


천마의 마지막 목소리가 그러했다. 그러나 이 흐릿한 기억마저도 추후에 더 높은 경지에 오른다면 떠올릴 수 있게 되겠지.


능히 그런 길이니 말이다.


조휘는 심장에 아로새겨진 두 고리를 하나로 합칠 것을 상정했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단전의 반쪽이 마기로 물들었을 때부터 마기를 품을 절세의 기공을 익히고 경지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조휘는 두 고리를 하나로 합칠 의념을 떠올렸다.


[극월능천(極越能天)]


무의 산맥, 그곳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넘어.

능히 하늘에 도달하리라.







三.





“일찍부터 와있었네. 청승맞게 혼술이 뭐냐, 혼술이. 부를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늦었네.”


“네가 일찍 온 거지. 하늘을 봐라. 이제 달이 뜨기 시작했다.”


천마와 마주쳤던 그때의 시간이 마치 꿈이라는 듯, 하늘에 휘영청 떠오른 달빛이 눈가를 희롱했다.


과연 그것은 꿈이었을까.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망상하며, 깨달음을 얻은 그 광경을 단순히 꿈이라고 치부하고 넘길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조휘는 그럴 수 없었다. 손끝에 남은 호신강기의 감각이 이리도 명징하게 남아있지 않던가.


당장에라도 걸음을 뻗으면 천마와 함께 펼쳤던 보보를 펼칠 수 있다. 그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완전’의 편린을 쥐었다.


지금은 걸음만 완전하겠지만, 조금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단순히 주먹을 휘두르는 동작, 검을 휘두르는 동작, 육체로 행하는 모든 동작이 완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기공술의 영역 역시 마찬가지겠지.


“가자.”


“어?”


청하는 귀신을 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도 깜빡하지 않고 조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는 입구를 등지고 서 있었다.


“뭐, 뭐야.”


“깨달음이 있었거든.”


“······!”


“이제야 제대로 걷는 기분이야.”


청하가 입을 떠억 벌렸다.


“늦지 않게 쫓아와라.”


조휘가 걸음을 뗐다.


“늦으면 버린다.”


사내가 사라진 자리에서 기묘한 공력 파동만이 감돌았다. 청하의 초월적인 기감이 그것을 포착했다. 공력 파동을 역산해 그 흐름을 살핀 청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도무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완벽함이었다. 사부가 펼치던 암향표도 이럴 순 없었다.


만일 경공술의 영역에서 천하제일을 논하는 대회가 있다면, 응당 그 자리는 조휘가 차지할 것 같았다.


청하는 한 번도 이런 완전함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오성은 뇌리에 박히는 충격을 곧바로 깨달음으로 이어줄 정도로 뛰어났다.


청하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공력 파동의 자취를 따라 그가 몸을 움직인다.


향하는 곳은 귀주.


마교의 팔대 종파 중 하나, 귀마의 귀악종이 숨어 있는 곳이다.






四.




별안간 강호의 하늘에 선연한 궤적이 남는다. 세로로 길게. 남쪽으로 나아가는 별빛의 궤적은 사내를 아는 이라면 모두 사내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제 한몸 불사르며 별빛을 흉내내는 혜성처럼, 밤하늘에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며 날아가는 궤적.


“신개······.”


거지 대장이 떠오르는 궤적이었다. 거지답지 않게 그가 펼치는 경공술은 무척 화려했다. 터무니 없이 빠르게 움직이며 밀려나는 공기가 하늘에 직선의 자수를 놓고, 거지의 용천혈에서 뿜어지는 가공할 진기가 알알이 흔적을 남겨, 그 모습이 꼭 별 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천하제일쾌였던 거지 대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제자인 어린 거지가 거지 대장을 맡아 사부에게 근접해가고 있을 뿐.


신개가 아니라면 저것을 무어라 설명해야할 것인가. 만일 그들이 무림맹의 무사가 아니었다면, 천성맹의 무사가 아니었다면 설명할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조휘가 떠났구나.”


“그런가 봅니다.”


“우리도 슬슬 황궁으로 떠날 채비를 해야겠군.”


“허허허. 최후의 결전이라······.”


“그나저나, 벌써 저만큼······. 경공은 나를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애초부터 전대 방주님과 비견될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세대의 천하제일쾌는 조휘 녀석이 차지했군요.”


“속도는 눈을 속이지 않는다. 더 빠른 녀석이 더 먼저 도착할 뿐이지. 그렇기에 가장 확실하고 선명하지. 녀석이 천하제일쾌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놈팡이는 없을 것이다.”


“하나가 천하제일의 영역에 도달했으면, 나머지도 금세 천하제일의 영역에 도달하겠군요. 극한에 달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류귀종이라는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녀석이 무림맹에 찾아왔을 때, 어떤 식으로든 제갈세가와 엮어둘 걸 그랬습니다.”


“군사답지 않은 말을 하는군. 관심도 없는 사람이 말이야. 내가 볼땐, 군사가 미래를 알고 있었어도 지금과 똑같이 조휘를 대했을 걸세. 이유인즉, 자네는 사람과 사람으로 맺어지는 유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세. 나도 그것을 조휘 녀석을 만나고 배웠지.”


“그렇습니까?”


“허허. 빈도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숭산을 올라서 사조님을 뵈었을 때보다도 더 놀랍더군요. 도우가 제게 준 첫인상이 말입니다.”


“권신, 무허대사······.”


“사조님께서도 하산하시겠다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많은 악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겠다 말씀하셨지요. 조만간 황궁에서 모두가 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허대사께서도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으신지 꽤 오래 되셨지요. 이번에 무성십존이 모조리 모인다면,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두고 다툼이 나도 이상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대사님?”


“허허. 빈도는 아직 사조님 발톱의 때만도 못한 놈인지라······.”


“흑제께선 어떠십니까?”


제갈병건이 후후 웃었다.


“글쎄.”


혁련무강이 껄껄 웃었다. 그의 손아귀 위로 군림만야기가 작은 불꽃을 피워올렸다. 그 불꽃이 남쪽으로 치우쳐진다. 애타게 손을 뻗어 남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 꼴이 마치 어미를 찾는 아이의 모습이다.


“이미 천하제일은 녀석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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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천하제일의 (5) 24.01.29 367 13 12쪽
159 천하제일의 (4) +1 24.01.28 380 13 13쪽
158 천하제일의 (3) +1 24.01.28 423 15 12쪽
157 천하제일의 (2) 24.01.26 451 9 12쪽
156 천하제일의 (1) 24.01.26 404 8 15쪽
» 천마 (2) 24.01.26 392 12 13쪽
154 천마 (1) 24.01.23 500 12 12쪽
153 마교 (3) 24.01.22 467 10 13쪽
152 마교 (2) 24.01.21 517 13 13쪽
151 마교 (1) 24.01.19 500 11 13쪽
150 검패 (2) (6권 完) 24.01.17 522 13 23쪽
149 검패 (1) 24.01.16 522 14 13쪽
148 신개 24.01.15 504 14 14쪽
147 천하 (6) +1 24.01.14 544 14 13쪽
146 천하 (5) +1 24.01.09 614 14 12쪽
145 천하 (4) 24.01.08 560 13 14쪽
144 천하 (3) 24.01.07 585 12 13쪽
143 천하 (2) 24.01.05 596 13 13쪽
142 천하 (1) +1 24.01.03 592 13 15쪽
141 핏빛의 연꽃 속에서 (6) +1 24.01.03 533 14 15쪽
140 핏빛의 연꽃 속에서 (5) +1 24.01.02 577 17 16쪽
139 핏빛의 연꽃 속에서 (4) 24.01.02 550 14 15쪽
138 핏빛의 연꽃 속에서 (3) +1 24.01.02 556 15 15쪽
137 핏빛의 연꽃 속에서 (2) +2 23.12.30 647 17 13쪽
136 핏빛의 연꽃 속에서 (1) 23.12.29 609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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