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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연재수 :
1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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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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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7
글자수 :
1,070,016

작성
24.01.2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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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
추천
10
글자
13쪽

마교 (3)

DUMMY

一.





“아니 그렇습니까, 황익루주?”


비열한 미소를 지은 태무열을 보며 향이는 입술을 짓씹었다.


‘태무열!’


태무열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보낸 매파를 그녀가 거절했기 때문이겠지.


정식적으로 청혼한 것은 아니지만, 태호루와 황익루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보낸 서신은 분명 매파가 맞았다.


그러나 향이는 장사를 위해서 자신을 팔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니, 다른 무엇보다 태무열이 너무 못생겼다.


나이차가 열 살도 넘게 나는 아저씨를 남편으로 삼고 싶은 여인은 세상 천지를 뒤져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녀 자신이 능력 넘치는 재인인 이상, 더욱더.


“그리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군요.”


“호오······ 확실히. 태호루주의 말씀이 맞습니다. 황익루주께서 노력해주시면, 저희도 은혜를 아니 잊지 않겠습니까? 분명 좋은 보답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한다. 저열하고 음습한 욕망이 섞인 눈초리. 기실, 상인이라면 철저한 이해득실 속에서 움직여야 하므로, 저들의 저런 태도가 지탄받을 만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향이는 그와의 친분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착하고 생각 깊은 오라버니라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


만악맹과 중재를 부탁하면 그는 웃으면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말씀 중에 죄송하오나, 제가 조휘 오라버니와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사적인 부탁을 할 정도로 친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때문에, 향이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고향을 떠나 강호에 입성한 그날부터, 그녀 역시도 달라지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언제까지 알 속에서 살아갈 수만은 없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지만, 그녀가 성숙해질수록 그 빈도는 줄어들었다.


그녀가 마음에 품었던 사내는 껍질을 깨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았던가. 그녀 역시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서로의 뒷조사를 한다는 것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요. 그러나, 태호루주처럼 대놓고 그것을 티 내지 못해 안달 나신 분은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상인의 기본이 이윤 추구라 하더라도, 상도를 지키는 선에서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황익루주! 말씀이 심하시오!”


“지금 싸우자는 말이 아니잖소!”


바람잡이들이 열심히 그녀에게 신랄한 비난을 쏟아내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닌 것을 그녀 역시도 안다.


철저하게 이득이 향하는 방향으로 연기할 수 있는 족속들이 바로 상인들이다. 결국 태호루주와 황익루주, 양측 모두에게서 미움받지 않기 위해 저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향이가 태호루주보다 더 좋은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그들 역시 태도를 바꿀 것이다.


때문에 향이는 지금보다 더 신랄한 욕설을 태무열의 면전에 대고 쏟아 줄 수 있었다. 얕잡아 보이면 먹히는 곳이 약육강식의 상계가 아니었던가.


‘결국 이 역시도 강호라는 거겠지.’


전전대의 황익루주. 그녀의 아비가 밤마다 술을 마시며 내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쳐 지나간다.


강호가 어쨌고, 상계가 어쨌고. 그때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를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이번 일이 빠르게 해결되면 우리 모두에게 좋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우리 황익루 한 곳에만 부담을 지게 해, 해결하게 된다면, 그것은 제게 손해가 아닙니까. 모두가 이득을 얻는 와중에 저만 부담을 졌으니 말입니다.”


“······.”


“그러니 여러분도 저울질을 더 하셔야 하겠습니다. 저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


협상대에 그녀가 올라가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원한다.


황익루주는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장내가 침묵에 잠겼다. 그렇게 일각여의 시간이 어영부영 흘러갔고. 회의가 끝이 났다.




二.




그 시각, 대별산.


“흠.”


녹림왕과 마주 앉은 홍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만······.”


“개방과 하오문의 합작이라면 그 확률이 구할이 넘어가겠지. 그리고 강호에서 구할의 확률이면 필연이라 봐도 무방하고. 그렇다는 이야기는 만악맹의 뒷배가 마교라는 것인데······.”


녹림왕이 탁자 위에 펼쳐진 문서를 가리켰다.


“여기 내용을 보면 천악종, 암야종, 철악종, 광명종, 혈천종의 다섯 종파가 사라졌고 세 종파가 남았다고 되어 있는데.”


“여덟 종파가 세 종파가 된 것이지요.”


“만악맹의 뒷배는 어디라고 보는가?”


“충왕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벌레랑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고독과도 연관이 깊지요.”


“제길. 하필 걸려도 끔찍한 놈들에게 걸렸군.”


녹림왕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곳의 위치도 파악했다고?”


“소마종은 북해빙궁에. 귀악종은 귀주성으로 확인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지 않나.”


“······.”


“천마. 놈들이 광신하는 마신의 위치는 파악했나? 다른 놈들을 다 죽여도 천마를 죽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마교를 죽였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네.”


“그렇지요.”


“해서?”


“천마의 위치는 찾지 못했습니다.”


“······.”


“그러나 그를 끌어낼 방법은 안다고 하더군요.”


“또 그 친구인가?”


“그렇습니다.”


“아는 것도 많군. 개방 방주도 모르는 것을 어찌 아는가 싶어.”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 있나? 또 노괴들과 칼을 맞대고 있으려나?”


“그렇겠지요. 봉문에 들어간 2년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괴물이군. 경지에 이른지 얼마나 됐다고, 수십년 간 경지에 올라있던 노괴들과 하루종일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


그건 홍무기가 가장 궁금했다. 이러나 저러나, 홍무기는 조휘가 가장 약했을 시절과 가장 강한 시절을 모두 본 사람이었다.


약했을 시절에도 그는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구역질이 치밀 정도로 숨이 가파와도,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도저히 걷지 못하게 되더라도. 악착같이 달리던 사내가 아니던가.


그런 이를 대체 어찌 약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조휘였기에. 홍무기는 그의 비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내심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번에 강소성으로 향하는 것은 창천호검이 되었습니다. 그의 기반 세력이 강소성과 절강성에 걸쳐 있단 것을 생각했을 때, 무주공산의 지역인 강소성을 남궁세가 휘하로 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거든요.”


“기실, 남궁세가 휘하라기보단 창천호검의 독자적인 세력이 아닌가. 그곳은 무림 세가라기 보다는 군부처럼 움직인다고 하던데. 듣기로는 부관의 솜씨가 꽤 대단하다고.”


“맞습니다. 엄청난 수완가이기도 하지요. 재인 곁에는 재인이 꼬이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허허······.”


홍무기가 창밖을 흘긋 바라봤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오늘 안에 다음 목적지로 가려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는가. 밥도 한 끼 대접 못하게 하고.”


홍무기의 얼굴이 천천히 굳었다.


“황궁으로 갑니다.”


“······!”


이번 홍무기의 황궁 행은 남궁진천의 강소행과 혼인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한 무림맹의 날카로운 한 수였다.


군사와 함께 작전을 짜며 대국을 보는 눈을 기른 지금. 현장에서 홍무기보다 상황 판단을 잘할 지휘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급 정보를 다루는 솜씨부터, 정보와 정보 사이의 아주 작은 틈을 찾고 그 흐름을 읽는 능력까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복마전에서 홍무기는 그 역량을 톡톡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갈병건은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황실이라······.”


녹림왕이 볼을 긁적이다가 그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이건······?”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걸세.”


그가 씨익 웃었다.


“내가 대장군이랑 아는 사이라서 말이야.”





三.





“천랑은.”


“북해빙궁으로 떠났다.”


관구위지와 표주천. 그리고 천랑.

세 사람이 함께 북해빙궁으로 길을 나섰다. 천랑의 복수 대상이 소마궁에 있는 이상, 북해빙궁은 그에게 맡겨야 했다.


조금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조휘가 직접 나서서 도와줬을 터나, 지금 상황이 요원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함께 할 수 없었다.


“걱정 돼?”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지금까지 수월하게 상대하는 모습만 보여줬기에 마종(魔宗)이 할 만한 전력처럼 보였던 거지, 기실 그들은 무림의 재앙이나 다름없다. 뛰어난 인재들이 백도와 흑도에 넘쳐나서 망정이지, 재수가 없었으면 이들 모두가 마도에서 나왔을 수도 있었다.”


“끔찍하군.”


“그렇지.”


청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이제 어쩔 셈이야?”


“움직여야지.”


“먼저 향할 곳은?”


“귀주로 갈 거다.”


귀주에는 귀악종이 있다. 회귀 이후, 조휘가 처음으로 마주친 장천의 본종이 바로 귀악종이다.


귀마가 수장으로 있는 귀악종. 지금에 이르러선 귀마가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변수는 항상 제거해두는 것이 옳다는 지론이다.


언제 어디서 적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를 품고 있을 수는 없다.


“귀마를 잡은 뒤, 쉬지 않고 강소성으로 달릴 거다. 거기서 충왕종을 상대하고 황궁으로 향한다. 결국 우리의 최종 종착점은 황궁이다.”


청하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조휘는 그 여정 사이에 천마를 만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도 그를 향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지 않던가. 과거에 천신을 상대하기 직전에 상대했던 강대한 마귀와 비슷한 기질의 시선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요상한 술법 따위를 이용해 멀리서 그를 보고 있는 거겠지.


“언제 떠나려고.”


“오늘 밤. 너도 준비해라.”


“······.”


“이미 용문진인께는 말씀드려 놨다.”


“이걸 고마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말도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한 거에 화를 내야 하는지. 내 허락은 구하지도 않고 사부님께 말씀드린 거냐?”


“어차피 갈 생각이었으면서 뭘.”


“그건 맞아.”


청하가 씨익 웃었다. 그러더니 눈썹을 휘갈기며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남문에서 보자.


.

.

.

.

.



남문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앞에 자리한 객잔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그것은 한적한 새벽 시간대도 마찬가지였다.


서역과 운남에서 중원으로 향하는 물류의 중심지인 사천에서 넘어오는 길일뿐더러, 장강을 이용하기 위한 항구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했다.


새벽녘에는 보통 산짐승이 무서워 가만히 있을 법도 하지만, 보통 무림맹에서 오고 가는 이들은 대부분이 무림인이다. 맷돼지나 범이 무섭다고 산행을 피할 이들은 아니었다.


“주문하신 음식 드리겠습니다.”


조휘는 청하를 기다리며 만두 한 접시와 죽엽청을 한병 시켰다.


꼴꼴꼴꼴.


“크으.”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죽엽청의 뜨거운 주기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알싸한 향기에 더해 입안을 부드럽게 채우는 만두의 기름기.


싸늘한 밤공기와 죽엽청의 창백한 향이 꽤 잘 어울렸다. 만두도 하나 집어 먹으며 창밖에 걸린 달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곳이 극락인 듯했다.


종종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술을 기울이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주로 객잔을 찾는 이들은 불침번을 서는 수문위사들이나, 1차를 끝낸 뒤 2차를 온 이들이었다.


‘늦는 군.’


꾸꾸꾸국.


산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 하며 바람도 불어오고 부엌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리고 어둠을 헤치며 한 사내가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세상의 모든 어둠이 사내를 둘러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밤하늘보다도 어두운 흑의를 둘렀지만, 단순히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밤하늘을 박아 넣기라도 한 듯, 흑색의 곤룡포에선 작은 별빛이 알알이 아롱졌다.


조휘의 시선이 의복에 새겨진 용 문양을 훑고 사내의 목선으로 향한다. 창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새하얀 피부 위로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 위로 향하니 사람을 홀린다는 말이 단박에 이해가 갈 정도로 몽환적인 면상이 있었다.


“······.”


사내가 조휘의 앞에 앉았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


천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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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천하제일의 (6) +1 24.01.30 346 9 12쪽
160 천하제일의 (5) 24.01.29 367 13 12쪽
159 천하제일의 (4) +1 24.01.28 380 13 13쪽
158 천하제일의 (3) +1 24.01.28 423 15 12쪽
157 천하제일의 (2) 24.01.26 451 9 12쪽
156 천하제일의 (1) 24.01.26 404 8 15쪽
155 천마 (2) 24.01.26 391 12 13쪽
154 천마 (1) 24.01.23 500 12 12쪽
» 마교 (3) 24.01.22 467 10 13쪽
152 마교 (2) 24.01.21 517 13 13쪽
151 마교 (1) 24.01.19 499 11 13쪽
150 검패 (2) (6권 完) 24.01.17 522 13 23쪽
149 검패 (1) 24.01.16 522 14 13쪽
148 신개 24.01.15 504 14 14쪽
147 천하 (6) +1 24.01.14 544 14 13쪽
146 천하 (5) +1 24.01.09 614 14 12쪽
145 천하 (4) 24.01.08 559 13 14쪽
144 천하 (3) 24.01.07 585 12 13쪽
143 천하 (2) 24.01.05 596 13 13쪽
142 천하 (1) +1 24.01.03 592 13 15쪽
141 핏빛의 연꽃 속에서 (6) +1 24.01.03 533 14 15쪽
140 핏빛의 연꽃 속에서 (5) +1 24.01.02 577 17 16쪽
139 핏빛의 연꽃 속에서 (4) 24.01.02 549 14 15쪽
138 핏빛의 연꽃 속에서 (3) +1 24.01.02 555 15 15쪽
137 핏빛의 연꽃 속에서 (2) +2 23.12.30 647 17 13쪽
136 핏빛의 연꽃 속에서 (1) 23.12.29 608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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