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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박남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7
최근연재일 :
2020.05.20 21: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69
추천수 :
90
글자수 :
43,968

작성
20.05.20 21:40
조회
51
추천
5
글자
10쪽

9화

DUMMY

가만히 앉아 그와 지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끙끙 거리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나에게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뇨, 그냥 드린 것도 아니고, 교환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도요. 귀한 물건이잖아요."


물론 거로 윈윈이긴 하는 교환이었긴 했지만, 확실히 의약품들은 매우 귀한 물건이었다. 딱한 사정에 마음이 약해져 손해를 감수한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어떤 이들에게 호구가 되는 이유?


나는, 이 망가진 세상에서 망가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망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미 일부분은 망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제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그 때 도와줘요 그럼. 그리고.. 부모님한테 잘 해주시고."


그러자, 아들분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옆에있는 아내분은 말 없이 나를 조용히 처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은 아내분이 커다란 쥐의 시체를 손질하기 시작하며 깨졌다.


"최근에, 이렇게 큰 쥐들이 자주 나오는 거 같아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하고.. 은인분께선 부디 몸 조심하셨으면 좋겠어요."


"신경써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혹시, 소문이라면 어떤..?"


"괴물들을 잡아먹는 괴물을.. 봤다는 소문이에요. 그런데, 별로 신빙성있는 소문은 아니에요."


"...그 소문을 어디서 들었죠?"


내가 그 소문에 대해 궁금해하자, 아내분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더니, 나에게 소문의 출처를 말해주었다.


"지금 저희 바깥 사람이 부르러 간 그 사람이에요. 그 분은 이 곳과, 수도병원을 오가며 활동하는 해결사인데.. 다른 해결사들에 비해 그다지 지명이 많지는 않은가봐요."


"음.. 그렇군요. 그런데 아내분."


"예?"


"괴물을 잡아먹는 괴물이 있다는 소문.. 그 녀석, 실제로 존재하는 녀석입니다. 바로 어제, 그 녀석을 제가 직접 죽이고 왔습니다. 다른 구역에서 죽인것이긴 하지만."


"정말인가요? 그런데, 괴물이 서로 잡아먹으면 그냥 내버려둬도 괜찮은거 아닌가요?"


끼익-


"그렇지는 않다네, 부인. 녀석들은 점점 성장하거든."


나와 부인의 목소리가 바깥에서도 들렸는듯, 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쪽으로 몸을 돌려보니, 중년 남성과 그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서있었다.


"반갑소, 자네가 내 친구의 아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소."


"뭐.. 그런 셈이죠."


그는 안으로 들어오며 나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권했고, 딱히 피할 이유는 없었기에 손을 맞잡으며 그와 악수를 했다.


"그나저나, 밖에서 얼핏 들었는데, 자네도 그 동족상잔을 하는 괴물을 만났다고 하였소?"


"네. 의뢰를 받게되어서 녀석을 직접 죽였죠. 처음에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반신반의 했지만, 녀석은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나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소. 녀석을 처치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오."


"쉽게 처리하기는 힘든 녀석이긴 하죠. 그나저나 이 구역에도 동족상잔 괴물이 있다는걸 보니, 다른 구역들에도 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렇다고 생각하오. 우리 해결사들 사이에서도 녀석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소."


그러며 그 사람은 그제서야 나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아, 소개가 늦었소, 나는 이 친구의 오랜 친구이자, 이 구역과 수도병원을 오가며 활동하는 해결사라오."


"그렇지 않아도 방금 부인께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해결사 씨. 이 구역 약탈집단 놈들의 정보를 좀 얻을 수 있습니까? 해결사라면 이런 저런 정보가 많을거라 생각합니다만.."


그에게 이 구역의 약탈집단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자 그는 눈을 빛내며 나에게 말했다.


"호오, 자네도 이 쪽 일에 관심이 있나보오?"


"그 '이 쪽 일' 이라는 게 어떤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죠."


"하하! 해결사 일을 하다보면, 약탈집단 놈들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오. 그리고 난 댓가를 받고 그 원한을 풀어준다오."


"이 구역엔 약탈집단 놈들이 얼마나 있죠?"


"한 무리 밖에 없소. 규모도 별로 크지 않고. 일주일 전에 확인했을 땐, 열 명 정도였소."


구역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집단인 것 치고는 상당히 적은 숫자였다. 다른 구역에서 활개치는 약탈집단 놈들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확연히 적은 숫자였다.


"며칠 전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오토바이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이 구역 놈들은 조금 소극적인 편인가봅니다?"


"아무래도 무리가 작아서 그런 것 같소."


"흠.. 그렇군요. 한 번 정찰을 해봐야겠군요."


"허어, 놈들을 소탕하려고 하는거요?"


"네, 아마도 그럴 예정입니다. 같이 가시겠어요?"


내가 그에게 제안을 하자 그는 잠시 눈을 감으며 고민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우선은 정찰을 하고 난 뒤에 결정하도록 하겠소. 정찰까지는 함께하겠소."


뭐어, 아무리 무리가 작아도 놈들이 뭉쳐있는 소굴에 들어가는 거니까 저 사람의 말처럼 정찰을 하고 난 뒤에 결정을 하는 것이 좋겠지.


"좋습니다. 그럼, 우선 같이 정찰을 해보기로 하죠. 아직 해가 지기까지 시간은 널널하니, 지금 당장 움직이는 건 어떱니까?"


"좋소. 식사를 마치고 바로 준비하도록 하세."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동의를 했다.


우리가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아까 손질하고 있던 커다란 쥐는 어느새 맛있게 잘 구워져 있었고, 부인이 식칼로 균등한 크기로 나누어 잘라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처음에 쥐를 잡아먹었을 땐, 굉장히 거부감이 들었다. 이 녀석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몸뚱아리가 비대해진 녀석들을 잡아먹는 건 더더욱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귀중한 단백질 보충원이 되었다.


다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들을 먹을 땐 꼭 조심해줘야하는 일이 있다.


불에 잘 익혀서 먹어야한다는 것이다.


바싹 익힐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느정도 불에 익히지 않은채로 먹으면...


심하게 배탈이 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들의 피로는 사람이 감염될 일은 없지만, 끔찍한 배탈에 한 동안 고생을 하게된다.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는 시국인지라, 감염된 동물을 잘 못 먹는다면 탈수와, 각종 합병증으로 죽기 쉽상일거다.


"잘 먹었습니다. 귀중한 식량을 얻어먹어서 왠지 조금 미안하군요."


"하하! 아닙니다. 아직 식량은 여유로운 편이라 은인에게 한 끼 식사를 배푸는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시다면 뭐.."


식사도 마쳤겠다, 이제 약탈집단 놈들의 소굴을 정찰하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이제 슬슬 가시죠, 해결사님. 저는 지금 바로 출발해도 되는데, 해결사님은 준비가 필요합니까?"


"나는 잠시 집에서 장비를 좀 챙겨와야할 것 같소."


"그럼 다녀오시는 동안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겠습니다."


"알겠소. 금방 다시 오겠소."


해결사는 말을 마치고는 곧장 집에서 나섰고, 나는 벽에 등을 기대서 앉고는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




40분 정도 지났을까, 해결사가 다시 돌아왔다.


"좋소, 이제 출발하도록 하세."


그는 그리 크지 않은 백팩을 메고, 어깨엔 소총을 메고있었다.


나도 가능하면 저렇게 가볍게 해서 정찰을 하러 갔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 많은 짐들을 내 집이 아닌 곳에 두고 가기엔 조금 걱정이 됐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엔 공공장소에 물건을 두고 가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 치안이 좋은 나라였지만, 지금은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똑같겠지만

지금 이 중년 남성처럼 친절한,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도 언제 다시 뒷통수에 칼을 꽂아놓을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커다란 군장을 메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중년 부부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문을 나섰다.


"자네는 짐이 그렇게 큰데, 괜찮겠소?"


"아무래도, 두고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요."


"그건 그렇긴 하오."


해결사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금방 약탈집단 놈들의 소굴에 도착했다.


소굴이라고 해봤자, 작은 빌라에 똘똘 뭉쳐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빌라 주변엔 약탈집단 놈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토바이가 네 대가 세워져 있었다.


놈들의 소굴을 확실히 털기 위해서는 적당히 주변 건물에 숨어서 놈들의 동태를 지켜봐야할 것 같았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놈들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빌라 안에 몇 명이 있는지도 잘 모르니 말이다.


"적당히 주변 건물에 숨어서 조금 지켜보죠. 쌍안경이 있으니, 거리가 조금 떨어져있어도 괜찮습니다."


"좋은 생각이오. 이 무전기를 잠시 빌려줄테니, 서로 다른 위치에서 지켜보는 건 어떻소?"


"좋군요. 그럼 저는 저 앞에 보이는 초록색 건물에서 감시하고 있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조금 둘러보다가 괜찮은 장소를 발견하면 말해주겠소."


뭐, 상관없겠지.


"알겠습니다. 무전기 주파수는 다 맞춰져 있는겁니까?"


"그렇소,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오."


"네, 그럼 전 먼저 이동하겠습니다."


"알겠소. 이따가 먼저 연락 하겠소."


그렇게 나는 아까 지목했던 초록색 건물에 들어가, 약탈집단 놈들이 머물고 있는 빌라 주변이 잘 보이는 위치로 이동했다.


원룸 건물이라 사방이 탁 트여있지도 않아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는 좋아보였다.


쌍안경을 들어 빌라 주변을 확인해 보니, 아직 아까 우리가 있었던 곳에서 해결사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


곧 그는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아까 자네가 말한 건물에 도착했소?]


[방금 막 도착했습니다.]


[알겠소. 나도 방금 막 괜찮은 장소를 찾아서 이동할 생각이었소. 그럼 다시 무전하겠소.]


그럼 어디, 나도 이제 제대로 준비해 볼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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