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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박남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7
최근연재일 :
2020.05.20 21: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66
추천수 :
90
글자수 :
43,968

작성
20.05.17 21:45
조회
55
추천
6
글자
9쪽

6화

DUMMY

그렇게 나와 중년 남성은 계약을 하게 됐고, 나는 선금으로 소독용 알코올을 건네주었고, 그 남성의 집으로 동행하여 집에서 아들을 간호하던 남성의 아내가 응급처치를 하는걸 기다린 뒤, 같이 수도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앞에선 중년 남성이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이동시키고 있었고, 나는 뒤에 있는 안장에 편히 앉아 권총을 들고 사주경계를 하고 있었다.


"허벅지 힘이 꽤나 강하시군요. 두 시간째 쉬지도 않고 달리시네."


"허억.. 허억... 한시라도 빨리 아들을 치료하려면 인내해야죠. 후욱.."


나와 중년 남성의 거래는 서로에게 몹시 윈윈인 거래였다.


나는 빠르고 편하게 목적지로 이동한다는 이득과, 저 동네의 약탈집단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사람의 소개를 얻었고, 중년 남성은 계약금으로 아들의 상처를 소독했고, 수도병원에 도착하면 추가로 알코올과 붕대를 지급하기로 했기에 아주 이득적인 거래였다.


내가 뒤에서 경호 하고있으니, 안전도 보장이 됐고 수도병원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할 수도 있으니 서로에게 이렇게 마음이 맞는 거래는 아마 앞으로도 찾기 힘들지 않을까?


중간중간 괴물 녀석들을 만나기도 했고, 뒤에 짐을 가득 들고있는 내가 앉아있어서 그런지 중년 남성이 말한 시간에서 한 시간 정도 더 지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빠르게 올 수 있었군요. 여기 약속한 붕대와 알코올입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도록 하죠."


중년 남성은 정말 고생한 몰골이었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었고, 피곤에 절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건네주는 물건들을 받으며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덕분에 아들을 치료할 수 있겠어요! 겸사겸사 물물거래도 하고요. 다음에 저희 집에 오시면 어떻게든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음.. 보답을 하겠다고 한다면 사양하진 않겠지만, 저도 도움을 받아서 딱히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만."


그럼에도 중년 남성은 끝까지 그건 도리가 아니라며, 꼭 보답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나야 뭐 아무렴 상관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고 말하고는 병원 안쪽으로 이동했다.


슬쩍 뒤를 바라보니 중년 남성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나를 배웅하고 있었다.


괜스레 가슴이 뭉클해졌다.


요즘은 뭔가, 정을 주고 받는 일이 많은 것 같네.

세상이 이 지경이 되고 부터는 이제 '정' 이란건 볼 수 없을줄 알았는데.


그렇게 병원 안쪽으로 이동하니 군인들이 문 앞을 지키고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물물거래라면 병원 밖에서 이루어집니다."


문을 지키고있던 군인 중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내가 메고있는 산처럼 커다란 짐을 보더니 거래장터가 있는 방향을 가르킨다.


"총상을 입어서 상처를 좀 치료 받으려고 왔어요."


"아, 그렇다면 안쪽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총이나 칼 같은 무기들은 저희한테 맡기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몸이랑, 짐 수색도 한 번 받으셔야 합니다."


나는 별 수 없이 군인들에게 짐을 건네주어 짐 수색을 맡겼고, 나에게 안내를 해주던 군인은 금속 탐지기를 꺼내 나의 몸을 탐색했다.


삑-!


응? 갖고있던 총이랑 칼은 모두 건네줬는데 저게 왜 울리지? 아, 벨트겠구나.


"어.. 아마 벨트인 것 같은데 한 번만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아, 예. 그러시죠"


나는 윗옷을 살짝 올려 벨트를 보여줬고 군인은 그제서야 '아, 확인은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저 짐만 다 검사하면 됩니다.' 하고 안내해줬다.


"짐이 좀 많죠? 괜히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게 저희 일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니 뭐..


곧 짐 수색이 모두 끝난듯 나를 안내해주던 군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짐도 모두 확인됐습니다. 안에있는 총기만 빼시면 가지고 들어가셔도 되고, 저희에게 맡기셔도 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이미 내 생명줄과도 같은 무기들마저 맡겼는데 저걸 빼먹기라도 하겠어?


들고다녀봤자 나만 힘드니까 그냥 맡기고 가기로 결정했다.


"아, 그럼 맡기고 갈게요."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 종이를 받아주십시오. 짐 안에 들어있는 목록들입니다. 나중에 다시 가져가실 때 제출하시면 됩니다. 잃어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총상환자 한 명 들어갑니다.]


안내를 해주던 군인은 어딘가로 무전을 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저 쪽으로 가시면 상처를 치료해줄 의사와 간호사분들이 계실겁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하고 마지막으로 안내를 해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물욕이 가득한 의사를 만나게 됐다.


"아이고, 총에 맞으셨구나? 소독하고.. 약도 타고.. 바늘로 꿰매야할텐데. 낄낄."


안내를 받은 곳으로 이동하자 의사를 만나게 됐는데, 그 의사는 나를 보자마자 내 상처의 견적을 내는 듯 하더니 비열한 웃음소리를 내고는 나에게 제안을 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어요?"


저게 양아치지. 의사인가?


"글쎄, 뭐 특별히 원하는 물건이라도 있으신지?"


"흐음.. 원하는 물건이라?"


그에게 어떤 물건을 원하냐 물어보자 그는 깊게 고민하더니 무언가 생각이 난듯 나에게 말했다.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긴한데.. 마침 담배가 다 떨어졌네. 너, 담배 좀 가지고 있나?"


담배.. 씨익-


"국산, 말보로, 향 담배 말만 하시죠. 바로 가져다 줄테니."


"좋아! 그럼 말보로 한 갑으로 거래하자고."


하.. 한 갑이라. 이거 치료비가 상당히 많이 나가네.

말보로 한 갑이면 이틀치 식량과 물을 살 수 있는데.


"치료비가 이렇게 비쌀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뭐.. 별 수 없으니 거래하도록 합시다."


"잘 생각했어 친구. 치료할 준비를 하고있을테니, 넌 가서 담배를 갖고 와."


없는 놈은 아주 아프면 죽어야겠어. 정말 슬픈 일이군.


힘이 없는 놈도 죽고, 돈이 없는 놈도 죽고, 무지한 놈도 죽고. 하긴, 이미 이 세상의 반이 넘게 죽어있는데, 모자란 놈이 죽는건 당연한 일이지.


나도, 생각이 모자라서 죽을 뻔했고 말이야.


며칠 전 보급물품을 얻기도 했고. 문지원과 반띵하긴 했지만.. 또, 약탈집단 놈들을 세 놈이나 털어먹었기에, 물자가 풍부한 편이라 이 정도 지출은 그리 타격이 큰 편이 아니었기에 상처를 치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대로 짐을 지키던 군인들에게 돌아가 말보로 담배 한 갑을 꺼낸 뒤, 의사에게 건네주었다.


"아주 좋아! 보통은 외상을 많이 해가는데 넌 바로 가져오네. 그럼, 바로 치료할테니 상처를 보여달라고."


나는 바지춤을 내려 허벅지를 꺼내 보였고, 붕대를 풀어 상처를 보여줬다.


"소독한 뒤 총알은 뺐습니다. 바늘로 꿰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 정도 일은, 일도 아니지! 낄낄. 자- 꽤 아플거니까 이 인형이라도 안고있으라고."


그는 솜에 빨간 소독약을 적셔 허벅지를 소독하고는 저런 말을 하며 작은 분홍색 곰인형을 나에게 건네주는데, 처음엔 이딴걸 나에게 건네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바늘이 거침없이 나의 허벅지를 뚫고 들어올 때 나도 모르게 인형의 멱살을 꽉 쥐어버렸고, 그 의미를 깨달았다.


"크윽... 아윽.. 억...!"


몇 번 바늘이 내 허벅지를 왕복 하고서야 그 고통은 끝이났고, 주섬주섬 바지를 고쳐 입었다.


"깔깔. 난 치료비를 받을때랑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단 말이지."


역시 제정상은 아니었어. 이 변태같은 의사 놈.


"썩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군요. 남의 고통을 즐기는 의사라니.. 거 참."


그는 나의 비아냥 거림을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치료비로 받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옆에있는 서랍을 뒤적이더니 알약을 몇 개 꺼내 작은 종이봉투에 담아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항생제니까 하루에 한개씩 먹어. 곪아 터져서 다리를 자르고싶다면 안먹어도 되지만. 낄낄- 이제 끝났으니 가봐!"


그는 이제 볼일은 다 봤으니 귀찮다는 듯 나에게 손을 휘적이더니 담배에 불을 붙히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휴식을 취하고있었다.


나도 그대로 뒤돌아서 짐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에게 향했다.


"용무는 다 마치셨습니까?"


"그렇죠 뭐. 근데 다른 의사들도 다 저럽니까? 정상은 아닌거같던데."


"하하.. 저 분만 조금 유별난 것 같습니다. 아까 드린 종이는 가지고 계십니까?"


"여기요."


"아, 예. 확인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짐 내용물을 한 번 확인해주십시오."


나는 가방 내용물을 세세히 확인해보았고, 딱히 사라진 물건은 없었다. 그대로 짐을 메고 무기들을 넘겨받아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터로 이동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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