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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박남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7
최근연재일 :
2020.05.20 21: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67
추천수 :
90
글자수 :
43,968

작성
20.05.14 22:15
조회
66
추천
6
글자
10쪽

5화

DUMMY

그렇게 문지원과 헤어지고, 약탈집단 놈들에게서 도망갈 장소를 생각하던 중 욱신거리는 허벅지가 신경이 쓰였고, 결국 나는 하는 수 없이 다리를 치료할만한 곳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에겐 거래를 할만한 물건들이 많았기에 군인들이 지키는 수도병원으로 향하기로 했다.


지도를 꺼내 펼쳐보며 수도병원으로 향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오토바이 배기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벌써 아지트 수색을 마친 것 같다.

물론, 저 놈들은 내가 자기들을 건드린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놈들에게 눈에 띄지 않는 게 최상의 선택이기에 몸을 사리며 이동하기로 했다.


기회가 된다면, 저번에 약탈집단 막내놈을 아지트로 납치해와 탈탈 털어낸 정보를 십분 이용해 사람을 모아 이 구역 약탈집단 놈들의 씨를 말려버리던, 세력을 줄여서 이 구역에서 활개를 치고있는 녀석들의 기를 죽이던 해야겠다.


"하아, 젠장. 수도병원까지는 어느 세월에 가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지도를 가방에 집어넣고, 수도병원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짚어가며 천천히 걸어가야하는 탓에 오늘 안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오늘 밤을 안전하게 보낼 장소를 찾아야했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괴물 놈들을 피하고, 오토바이 배기음이 들려오면 몸을 숨겨가며 수도병원으로 이동을 하려니 아주 죽을맛이었다.


그 때 방심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길.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


가슴속에 '확인사살'을 새겨두고 살아야겠다고 결정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아직 해가 떨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임시 은신처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안전한 장소가 있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이 컸기에 수도병원으로 이동하는 일을 2순위로 두고, 1순위에 임시 은신처를 찾는 일로 둔 채 이동을 했다.


그러다보니 해가 서서히 저물어갈 즈음 썩 좋은 장소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룻밤 정도는 지낼만한 집을 찾아 그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이 깨져 바람이 솔솔 들어왔지만, 아직은 저녁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이었기에 추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방 안을 가려줄 커튼이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 행운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아쉬운대로 바닥에 군장과 배낭을 내려놓고 주섬주섬 소독용 알코올과 새 붕대를 꺼내 허벅지의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갈아주려 했다.


허벅지에 알코올을 들이 부으려는 순간 그 때의 고통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움찔 해버렸지만,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에 이를 악 물고 소독을 마쳤다.


"염병, 진짜 존나게 서럽군."


몸은 지치고, 아픈데 혼자 이러고 있다는 생각과, 희망을 생각하기 힘든 미래에 괜스레 마음이 울적해졌고, 나는 그 마음을 배라도 채워서 달래자는 생각으로 보존식량을 꺼내 대충 손으로 집어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느껴지는 기척에 주변을 두리번 거려봤으나 보이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편하게 식사를 하기는 힘들것 같았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점점 방 안은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손전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보였기에 권총만 꺼내 손에 들고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타닷- 타다다닷-


그러자 갑자기 무언가 작은 물체가 급하게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위협이 될만한 존재인 사람, 괴물이 아니라 안심이 됐다.


그나저나 아까 이 곳에 처음 들어와서 확인했을때는 버려진 가구들밖에 보이지 않았었는데, 어디서 나타난걸까?


손전등을 꺼내들어 주변을 비춰가며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찾아다녔다.


우선 이 방에는 없는 것 같고...


일반 가정집이었기에 방이 두 개나 있었기에 찾아야할 곳이 많았다.


방 문을 닫으며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타다닷-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그 생명체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나는 방 문을 닫아 녀석이 도망갈 퇴로를 차단했다.


"하하, 녀석 잘 걸렸어! 어떻게 생긴놈인지 얼굴이나 보자."


찍! 찍찍!


들려오는 소리를 보아하니, 범인은 쥐새끼였던 모양이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 손전등을 비춰보니


뭔가.. 꽤나.. 큰 쥐가 입가에 새빨간 무언가를 묻힌 채로 날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먹고 있었는지 손에도 무슨 새빨갛고 작은 찌끄레기가 들려 있었는데, 그건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의 소중한 식사시간을 방해한 녀석에게 분풀이할 기회와, 일용할 양식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이 작은 방 안에서 저 멍청한 쥐가 나에게서 도망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녀석은 금방 나의 지팡이에 목숨을 내어주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뭘 먹고 있었길래 입가가 이렇게 시뻘건가 했더니, 아무래도 녀석은 동족상잔을 하고있었던 모양이다.


마치 괴물이 된 인간들이 평범한 인간들을 잡아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동물들에게서는 괴물 바이러스의 영향이 인간만큼 끼치지는 않아서 식용이 가능했다.


괴물이 된 인간을 먹으면.. 자신도 괴물이 되어버릴 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체가 되어버린 쥐의 꼬리를 잡은 채 원래 있던 방으로 들어가 식사를 마저 한 뒤 쥐를 손질한 후,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


긴장을 놓치지 않은 채 잠을 자서 그리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나름 나쁘진 않은 잠자리였던 것 같다.


시계를 보니 6시 20분 정도였고, 창 밖은 은은한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으하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 뒤, 짐들을 챙겨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그나저나 지난 밤에 약탈집단 놈들의 오토바이 배기음을 듣지 못 했는데, 그 놈들과 충분히 거리가 멀어진걸까?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그렇게 또 수도병원을 향해서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저, 저기요!"


골목에서 갑자기 양 손을 올려보인 채 어떤 중년 남성이 뛰쳐나오며 나를 불렀다.


딱히 무기를 숨길만한 주머니도 없어보였지만, 저 골목 안에 무기를 들고있는 동료들이 있을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저 사람이 일정 이상 다가오거나, 수상한 기색이 보인다면 어깨에 멘 소총으로 위협할 생각이었다.


"무슨일입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부탁입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자신을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남의 온정을 기대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우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유가 없었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선 사정이나 들어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내겐 그 정도의 여유는 있었으니까.


"뭘 도와달라는 겁니까? 우선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그러자 그 남성은 얼굴이 밝아지며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아, 미안하지만 그 이상은 다가오지 마시죠."


이 정도의 경계는 당연지사 인지라 그 쪽도 딱히 신경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약 5미터 정도 거리를 벌린 채 그 남성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틀 전, 이 근처에 보급물품이 떨어져서 저와 아들이 그걸 가지러 이동했죠. 다행히 그 보급물품을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멀리서부터 오토바이 배기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의 얼굴이 침울해지더니 고개를 숙이고, 분통한 듯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힘을주며 말을 이어갔다.


"놈들은 두 명 밖에 없었지만, 놈들 중 한 놈이 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제 그 보급물품을 차지하지 않으면 언제 굶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굶었기에 목숨을 걸고 놈들에게 저항했습니다."


그는 소매를 걷어 팔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총알이 팔을 스쳤지만, 제 아들은 배에 맞아버렸습니다.. 그 후 가까스로 놈들을 처치했지만 아들은 의식을 잃고 말았죠. 지금은 다행히 의식이 돌아오긴 했지만, 마땅한 의약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군요. 딱한 사정이군요. 그래서,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됩니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에게 희망을 보았는지 남성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고,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냐는 나의 말에 대답을 했다.


"의약품을 조금 얻을 수 있겠습니까? 소독용 알코올이나 깨끗한 붕대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흐음.. 제가 그걸 드리면 뭘 해줄겁니까?"


"아! 보급물품에 들어있던 통조림을 조금 드리겠습니다."


통조림이라.. 음식이 귀한것은 사실이지만, 의약품 또한 귀한 물건이고, 나에겐 아직 물과 음식이 충분히 있는데..


"통조림이라.. 별로 저에게 와닿지는 않는군요. 그거 말고 다른건 없습니까? 정보라던가, 뭐 귀중품이라던가."


"정보라면 어떤..?"


"이 구역 약탈집단의 정보라던가, 국군수도병원에 관한 정보.. 뭐 이런 거면 될 것 같군요."


"저는 약탈집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잘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드릴 수는 있습니다. 수도병원에 대해서는 어떤걸 알려드리면 될까요?"


"여기서 수도병원까지 얼마나 가면 됩니까? 그리고, 치료 대가로는 어떤걸 받고있는지 아십니까?"


"여기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간다면 6~7시간 정도 걸릴겁니다."


젠장, 그렇다면 지금 내 걸음속도로는 오늘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이잖아.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에도 계속 걸어다녀서 그런지, 허벅지의 상처가 덧나 다시 피가 흐르고, 부어서 간지럽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빨리 수도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자전거로 가면 세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이동하는 중간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말이죠.. 아, 치료 대가로는 금은품이나 의료품들을 기부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자전거로 세 시간이라..


"혹시 아르바이트 하나 해볼 생각 없습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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