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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박남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7
최근연재일 :
2020.05.20 21: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84
추천수 :
90
글자수 :
43,968

작성
20.05.13 20:58
조회
73
추천
10
글자
13쪽

4화

DUMMY

깜빡-


"어? 아저씨 눈 떴다!"


깜빡-


"와- 저 진짜, 아저씨 죽은줄 알았어요"


힘겹게 눈을 뜨자 옆에서 나불나불 거리는 지원이가 있었고, 타오르는 갈증과 자신이 총을 맞았음을 자기주장 하는 듯 아려오는 허벅지의 통증이 있었다.


"아.. 죽는줄 알았네."


"그러니까요. 아저씨 진짜로 죽은줄 알았어요."


"내가 얼마나 기절해있었지?"


"음.. 이제 두 시간 정도만 지나면 딱 하루하고 반나절이요."


오래도 기절해있었구나. 하긴, 피를 그렇게 흘렸으니 별 수 없지.


그나저나, 문지원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건 그 동안 날 지켜주고 있었다는건가?


"내가 쓰러져있는동안 날 봐주고 있었던건가?"


그러자 의기양양한 표정과 몸짓을 하고는 나에게 말했다.


"사람이 쓰러져있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그리고.."


"그리고 아저씨도 저 살려줬잖아요. 이걸로 쌤쌤이에요!"


피식-


쌤쌤이라..


"문지원."


"네? 뭐 필요한거라도 있어요?"


"고맙다."


"네~? 뭐라고요?"


이 자식, 분명 들었으면서 괜히 저러는군.


"나 기절한 동안 돌봐주고 있던거 고맙다고! 이 녀석아."


상체를 일으켜세우며 말하고는 지원이의 머리에 손을 툭 얹어서는 머리를 잔뜩 헝클어줬다.


그러자 지원이 녀석은 '아! 여자의 머리는 함부로 건드리는거 아니라구요!' 하며 짜증을 부렸다.


"네가 여자냐? 꼬멩이지."


"아니, 이렇게 키 큰 꼬멩이가 어디있다고 그래요?"


앙탈부리는 꼴이 아니꼬와서 가볍게 놀려줬더니 발끈하며 꼬멩이가 아니라 부정하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민증도 없는 미짜가 꼬멩이지 그럼."


"앗.. 그래도 겉모습은 어른이잖아요. 키도 아저씨랑 거의 차이 안나고. 아니, 근데 아저씨는 몇 살이길래 그래요?"


이 참에 내가 아저씨가 아니라는걸 알려줘야하나?

계속 아저씨 소리를 듣고있자니 괜히 내가 진짜로 아저씨가 된 기분이다.


... 에휴, 곧 헤어질 놈이랑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갑자기 회의감이 들어 그냥 계속 나이를 밝히지 않기로 생각했다.


"비밀이다, 이 녀석아.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는 아니다."


그러자 지원이 녀석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게 말했다.


"나이 숨기려고 하는 거 보면 아저씨죠. 군대는 다녀오셨을 거 아니에요?"


"뭐.. 다녀오긴 했지. 그런데, 군대 다녀왔다고 아저씨 취급하는건 너무하는거 아닌가?"


지원이에게 발끈하며 군인들에게 사과를 하라 말하자 지원이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에이, 저희 오빠가 그랬어요. 남자들은 군대 갔다오면 다 아저씨라고."


... 차마 부정하기 힘든 말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자 지원이는 실실거리며 나에게 사과를 해왔다.


"아, 푸흡!.. 미안해요. 장난인거 알죠? 이제 아저씨라고 안 놀릴게요.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네 마음대로 불러라. 어차피 넌 이제 다시 너희 은신처로 갈거니까."


"아.. 그랬죠. 네, 이제 가야겠죠?"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거지? 너도 네 동료들이 있을 거 아니야, 벌써 이틀째 소식이 없는데 걱정하지 않겠나?"


그러자 문지원의 얼굴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저 혼자에요. 같이 있었는데, 이젠 나 밖에 없어요."


아. 아무래도 좋지 않은 부분을 건드린 것 같다.

이거 미안해지는걸..


"그, 미안하다.."


아무래도 내가 괜한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아, 빠르게 사과했다.


그러자 지원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이런 세상에서 슬픈건 저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익숙해져야죠."


세상이 이 지경이 되지 않았더라면 이제 막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어린 녀석이 슬픔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을 하니 괜히 마음이 아파왔다.


"야, 너 술 마셔본 적 있나?"


그러자 녀석은 질색을 하며 말했다.


"네? 아저씨, 저 열 일곱 살이거든요? 마셔봤을리가 없죠!"


"흠.. 이렇게 기분이 다운 됐을 땐 한 잔 해서 잊어버리는 건데."


그런 내 말에 지원이 녀석은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서는 나에게 말했다.


"아저씨는 지금 환자인 사람이 술을 마실 생각을 해요? 무슨 숨겨놓은 목숨이 몇 개 있나보죠?"


풋-


자기 몸 생각은 안 하고 술이 마시고 싶다는 나에게 잔소리를 해대는 지원이를 보자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지원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나에게 물어본다.


"왜 웃어요? 설마 진짜 숨겨놓은 목숨 있어요? 아저씨가 무슨 마리오에요?"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하긴.. 콧수염을 저렇게 기른걸 보면 진짜 마리오가 맞을지도..' 하는 지원이 녀석을 보니 어이가 없어졌다.


"너는 헛소리를 하는 것에 재주가 있는 것 같군."


"아니, 그럼 왜 웃은건데요?"


"그냥. 그냥 웃었다. 이렇게 아무생각 없이 대화를 나눈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순간 세상이 망하기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지원이와 이야기를 하며 지난 평화로웠던 일상들을 그리운듯 회상했더니, 지금 이따위 삶에 비교해보니 정말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행복했다는 걸 느꼈다.


대중교통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 카페에서 진상을 부리던 손놈들, 그리고 반찬투정을 하며 애써 먹었던 집밥. 그리고 따뜻한 집안의 온기.


"그러게요. 저도 얼마만에 이렇게 이야기 해본지 모르겠어요."


[지직- 지지직-...리나?]


문지원도, 나도. 한참 평화로웠던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을 때 갑자기 아까 챙겨둔 약탈집단 리더의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잡음과 그 뒤에 들려오는 말소리에, 서둘러 말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어-이 김상욱이 들리나? 왜 이틀 째 소식이 없어 그려 응? 너 찾으러 내가 여까지 왔잖아! 젠장, 귀찮게시리..]


약탈집단의 동료로 추정되는 사람의 무전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우리는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시덥잖은 대화를 하며 추억에 잠겨있을 여유가 없어졌다는 걸 상기할 수 있었다.


남자의 무전이 끝난 뒤, 나와 지원이는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문지원. 아무래도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진 것 같다. 넌 서둘러서 너희 은신처로 돌아가."


그러자, 지원이는 떠나기를 머뭇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그, 아저씨..."


"안 돼."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같이 다니자고 하려고한거 아닌가?"


"네.. 맞긴 한데.."


"그러니까. 안 된다는거다."


예상한 대로 같이 이동하자고 제안을 하는 문지원이었고, 나는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물론 나로써도 지원이와 같이 다니는 게 혼자 지내는 것 보다는 심적으로 안정되기도 했고,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보살펴준 보답을 해주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에 기대고, 정에 약해지면 살아남기 쉽지 않은 세상이기에.


나는 단호하게 거절 했다.


같이 데리고 다닐수는 없지만, 적절히 보답은 해야겠지.


"이거 받아라."


침대 옆에 뉘어진 가방을 열어 뒤적거리다가 물건을 찾아 꺼내어 지원이에게 건네줬다.


그러자 지원이는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초.. 총이잖아요! 저 이거 쏴본적도 없단 말이에요!"


"줄 때 받아라. 어떻게 쏴야하는지는 알 거 아니야."


"그.. 그렇지만 너무 위험한 물건인거 같은데.."


"너 처럼 아무 무기도 없이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훨씬 안전하다. 그 총을 사용할 일이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리고 이거 귀한거잖아요.. 이 귀한걸 받아도 되는거에요?"


"그 총이 내 목숨보다 귀하진 않아. 넌 내 목숨을 구해줬고. 그 총으로 네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군."


물론, 지원이가 저 물건으로 힘 없는 사람들을 협박해서 이득을 취할 수도 있지만, 지원이는 그럴 사람이 아닐거라 생각을 하기도 했고, 설령 그런다고 해도 이제는. 더 이상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기에 그 일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기로 했다.


"평상시에 사용할 일이 없을때는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서 안전장치를 잠궈두고, 사용할 일이 있을때는 다시 이렇게 밀어서 안전장치를 해제하면 된다."


지원이에게 권총의 사용방법을 대충 알려주고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배낭에서 물건을 하나 더 꺼내어 건네줬다.


"이거도 받아라."


"무전기네요? 아, 알았다. 아저씨도 내 목소리가 그리울꺼같아서 그렇구나?"


기껏 생각해서 줬더니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지원이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무시하고 말했다.


"나중에 급한 일 생기면 불러. 무전기 거리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는거니까."


그러면서 약탈집단 녀석들이 사용하던 주파수에서 우리 둘이 사용할 주파수를 정해 녀석에게 말했다.


"주파수는 이거로 하지. 잘 기억해둬라, 기억 못하겠으면 적어두던가 절대로 건드리지 말던가."


그렇게 지원이에게 이것저것 전해주고는

침대에서 서서히 일어나며 배낭을 메고, 구석에 두었던 보급용 군장에 쓸만한 물건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어디로 갈거에요?"


군장을 싸던 나를 묵묵히 바라보더니,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보는 지원이에게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할까 고민이 됐다.


나 조차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위험 요소가 없는 곳으로, 최대한 적은 곳을 찾아서 이동할 뿐. 어디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약탈 집단 놈들이 없는 곳, 그리고 괴물 녀석들이 없는 안전한 장소. 그리고 물과 음식이 가득한 곳으로 가고싶군."


"아저씨는 타임머신이라도 발명할 생각인가보네요."


"흠,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지. 또 바이러스가 터졌을땐, 그 땐 마주치지 말자고."


그러더니 지원이 녀석이 익살맞은 얼굴로 '음.. 생각해 보고요!' 하길래 가볍게 딱밤을 때려줬다.


"아! 아프잖아요!"


문지원이 억울한 표정으로 나에게 투덜거리던 그 때였다.


철컥- 철컥-

쾅쾅쾅!


"이보쇼! 아무도 없어? 있어도 들어갈거다 이 자식아! 우리들을 건드리고도 무사할거라 생각했나? 앙?"


아까 무전기에서 들었던 목소리였다.


벌써 녀석들의 시체를 발견한 것 같다.

거기에 피를 흘리며 그대로 아지트로 왔으니 발견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무래도 지원이와 잡담을 하던 시간이 너무 길었나 보다.


하지만 다행히도 평소에 중요한 물건들은 모두 몸에 지니고 다니는 편이라 정리가 쉬웠고, 언제든 도망을 가기 쉽게 웬만한 물건들은 군장 안에 담아넣고 있었기에 지원이와 떠들면서도 떠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문지원, 아무래도 이제 가야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러게요.. 아쉽네요. 지난 이틀 동안 아저씨한테 정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나처럼 친절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거다."


지원이 녀석에게 조언을 하며 소총을 오른쪽 어깨에 멘 뒤, 권총을 장전한 뒤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지팡이로 쓸만한 우산을 하나 찾은 뒤 다리를 절뚝거리며 뒷문으로 향했다.


뒷문이라고 해봤자 조금 뚱뚱한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만한 크기의 환풍기 구멍이었지만 말이다.


비장한 얼굴을 한 채, 지원이에게 손짓을 하며

"따라 와, 이제 이 앞에서 부터는 말 하면 안 된다. 녀석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니까."

라고 말하자, 녀석은 한껏 겁을 먹어 긴장한 얼굴을 하며 '네, 넵!' 하고 말했다.


환풍기가 있는 곳으로 조용히 이동을 하기 시작했고, 지원이는 입을 꾹 다문채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곧 도착했고, 다행히 별 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지하 아지트에는 전기가 공급이 되지 않아 환풍기가 돌아가고있지 않았기에 손쉽게 환풍기를 떼어내 밖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아지트의 입구 쪽에서 총성이 몇 발 울렸다.


아무래도 자물쇠를 잠뜩 잠궈놓아서 총으로 부숴버린듯 했다.


안쪽에서 크게 소리를 치는 게 들려왔다.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본 뒤, 목소리를 낮춰 지원이에게 말을 걸었다.


"서두르자. 너네 은신처 방향이 어디지? 근처까지만 가주마."


"처음 만난 그 장소까지만 가주세요. 거기서 금방이에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피가 멎기는 했지만 완전히 아물지 않은 채 움직여서 그런지 상처가 덧난듯, 이동하는 중간중간 다친 허벅지가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적어도 지원이 녀석을 데려다줄 때 까지는 참기로 했다.


다행히 낮이었기에 멀리서부터 피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괴물 녀석들이 없었지만, 가까이에 있는 녀석들은 멍청한 얼굴로 두리번 거리며 피냄새를 찾고 있기에 피해서 가야했다.


나이프로 처리하기엔 다리가 이 모양이었고, 총을 사용하기엔 아지트에 들이닥친 녀석들이 듣고 달려올테니까 정말이지 쉽지않은 도망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에 도착했다.


"가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자고."


"... 조심히 가세요. 다치지 말고요. 다음에 또 봐요 아저씨!"


끝까지 아저씨인가..


지원이 녀석은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뒤돌아 자기 은신처로 돌아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는걸 바라보며 느껴지는 묘한 감정에,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 정이 뭐라고."


작가의말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회수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굉장한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헤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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