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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박남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7
최근연재일 :
2020.05.20 21:4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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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
추천수 :
90
글자수 :
43,968

작성
20.05.1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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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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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DUMMY

그래, 저 괴물 녀석들이 나타나서는 이 세상을 망가트려 놓은것이다.


녀석들이 처음 나타난것은 약 6개월 전이었다.


시작은 중국에서부터였다.


처음엔 무슨 신종 폐렴 바이러스니 뭐니 하는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세계는 혼란에 빠져서 각 정부들은 서로의 나라들을 출,입국 금지를 지시했고,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을 권장하며 백신 개발에 힘을 썼다.


신종 바이러스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 쯤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는데, 점점 인터넷 기사와 뉴스에서 세계 단위의 감염 사례들을 보도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의료용품, 식품류, 세정제와 같은 물건들을 모두 사재기 하기 시작했고,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에서는 언론을 통제하여 무섭게 퍼지고 있을 감염 사례들을 숨기기 급급했고, 일본에서는 올해에 열릴 예정인 올림픽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우리 나라에선 사재기도 마스크를 제외하고는 없었고, 감염 사례 또한 매우 적었는데, 정부에서 중국 바이러스의 시작지인 지역에 있는 우리나라 교민들을 한국에 들여오겠다는 결정을 한 뒤로는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격리 처리 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관리가 허술했는지 이탈 사례들도 있었고, 직원간 감염사례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국에도 점점 바이러스는 퍼져갔다.


교민들을 데려와서였는지, 원래 한국에 있던 바이러스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 였는지

중국에서 처음 바이러스 발표가 나왔을 때는

열 명 남짓 했던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나자 수백, 수천에 이르어서는 열흘도 안되어서 수만 명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만 이 정도인데 인구수가 많은 중국, 미국,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는 어떻겠는가?


바이러스가 나오고 일주일만에 세계는 판데믹 선언을 했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나오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에서 무슨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곤 했는데


판데믹 선언이 나오고나서 중국의 주석이 전세계에 대대적인 발표영상을 게시했다.


중국에서 어떤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해서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었다고.


그리고나서 어떤 동영상, 사진 자료들을 보여주더니

세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감염자라고 밝혀진 사람들이 의료진들을 물어뜯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괴력으로 사지를 찢고, 주변 물건들을 부수고 탈출하는 것을 보여주더라.


중국은 이미 손을 쓸 수 없이 전국적으로 퍼져버렸고

바이러스에서 살아남기를 빈다고 한 마디 하고는 그대로 영상이 끝나버렸다.


그 후로는 결국 폭동이 일어나고, 높으신분들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 인류의 절반 이상이 죽거나 괴물로 변해버렸다.


괴물이 나오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인지 우리들은 그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험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대체 얼마나 더 지나야 이 미쳐버린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약탈자 놈의 시체를 처리하고 돌아와 아무 벽에 기대어 앉아서 쉬고 있는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세요?"


문지원이었다.


아까 나누어준 물로 세수를 한 듯 처음 얼굴에 묻어있던 거뭇거뭇한 때가 사라지고 얼굴과 머리카락에 물기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그냥, 별로 쓸데없는 생각."


"맞아요. 가끔씩은 쓸데없는 생각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있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쓸데없이 마실 물로 세수도 해야하고 말이야."


비아냥거리며 귀한 물을 낭비한 문지원에게 말하자 문지원은 "읏.." 하며 움츠러들었다.


그러더니 괜히 변명을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청결이란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더군다나 저 같은 여자한테는..."


애써 중얼거리며 변명하는 문지원을 무시한 채, 침실로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어딘가로 걸어가자 혼자 떠들어대고 있떤 문지원도 나를 졸졸 따라오기 시작했다.


"왜 따라와? 난 자러 갈거니까 너도 적당히 어디 앉아있던가 해라. 아침이 되면 내쫒을거니까."


"아니.. 그냥요. 같은 공간에 두 명이 있는데 혼자 있으려니까 뭔가 조금 뻘쭘하니까..."


허, 참. 원래 저 나이대 애들은 저런가?


아니면 그 사이에 나랑 뭐 정이라도 든건가?

이 척박한 세상에도 순수한 사람이 남아있긴 한가보네.


"하.. 그래 마음대로 하던지. 말해두겠는데, 허튼짓 하면 몸에 바람구멍 나는거니까 얌전히 있어라."


"헙...! 넵.. 그냥 없는사람인셈 치고 편히 주무세요"


허튼짓할 그런 녀석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진심 반 장난 반으로 문지원을 겁주고는 밖에서 주워온 침대 매트리스에 몸을 뉘어 눈을 감고 있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얕은 잠에 빠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다보니, 잘 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아 잠이 들어도 인기척이 느껴지거나 하면 곧장 잠에서 깰 수 있게 되었는데,


저 문지원 녀석은 이 돌아버린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게, 세상 무해하여 보이는 탓인지

오늘은, 평소보다는 긴장이 덜한 것 같았다.



**************



눈을 떠보니 옆에 조용히 기대어 앉아있던 문지원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고, 피에 절어있던 내 손은 옛날처럼 새하얘졌고, 군데군데 얼룩져있던 더러운 옷은 햇살내음 가득하고 깔끔한 잠옷이 되었다.


주변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나는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내 방문을 열며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언제까지 자고있으려고 그래? 알바 갈 시간 다 되었잖아."


"어? 아, 이제 씻어야지. 오늘따라 왠지 피곤하네. 어깨도 조금 뻐근하고."


"그래? 잘 때 자세가 조금 불편했나보다. 얼른 씻고 나와. 알바 늦겠다. 엄만 잠깐 밑에 집에 갔다올게."


비몽사몽한 기분을 떨쳐내려 화장실에 들어가 빠르게 샤워를 하고 나와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애완동물로 기르고 있는 앵무새 '훈이' 가 고개를 까닥까닥 거리며 나를 보며 말했다.


[끼엑! 바보! 일어나!]


훈이가 보기에도 멍하니 있던 내가 조금 바보같았나 보다.


"훈아 바보는 그래도 너무했잖아. 내가 바보면 너도 바보다. 이 자식아."


[아저씨! 일어나!]


"에휴,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훈아, 형 일하고 올게 엄마랑 집 잘 지키고 있어."


훈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집을 나서려 하자 훈이가 같은 자리를 뺑뺑 돌며 놀고 있었다.


자식, 혼자 잘 노는구나.


현관문을 닫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집 안쪽에서 뭔가가 퍽-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문을 너무 세게 닫아서 뭐가 떨어진건가?

에이 뭐 별 일 있겠어


그렇게 찜찜한 기분을 뒤로한 채로 평소와 같이 알바를 하러 전철을 타러 가고 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도로에는 불법주차한 차들이 가득했고, 웬 오토바이들이 잔뜩 지나다녔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서있거나 멍한 얼굴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뭐지? 오늘 무슨 날인가? 다들 무슨 아까 나처럼 멍하니 있네.


기묘한 일이 다 있네 하고 혼자 생각하며 알바 장소인 카페에 왔는데 무슨 일인지 카페 문이 잠겨있었다.


곧장 사장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 메세지가 들려왔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뭔가 이상하네.


에라이, 한 번만 더 전화 해보고 안 받으면 집에 가야겠다.


다시 한 번 전화를 해보았지만 사장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나는 투덜거리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아니, 가게를 쉴거면 쉰다고 문자라도 해주던가 전화도 꺼두고 말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에는 살면서 처음 맡아본 온갖 악취가 풍겨왔다.


"우욱..! 엄마!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냄새에 코를 쥐어잡고 엄마를 찾았는데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집에 없나? 평소에 밑에 집에 놀러갔다고 해도 한 시간 이상 있는걸 본 적이 없는데.


하여튼 어서 빨리 이 악취의 근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신발을 벗고 거실을 둘러보는데 거실 한 가운데엔 몸이 터져버려 사방을 피로 물들인 훈이의 모습이 보였다.


"훈이..? 훈아? 대체.. 이게 무..슨...."


충격에 휩싸여 멍하니 주저앉아 훈이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방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갔더니 방에는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흉부에 끔찍한 구멍이 나있는 엄마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도저히 메스꺼운 속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주저앉은 채 바닥에 위액까지 토해버렸다.


"아..들... 어서.와.."


엄마는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날 부르며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주자앉은 상태로 뒷걸음질 치며 하염없이 엄마를 불렀다.


"아.들.. ㅇ서.."


그러나 돌아오는건 점점 더 기괴해지는 목소리로 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대로 뒷걸음을 치며 현관으로 향했고, 그 와중에도 엄마는 비틀비틀 거리며 주변에 있는 가구들에 부딪히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비명에 가까워져 있었고, 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신발장에 기대어져있는 나무로 된 야구배트를 꺼내어 지팡이처럼 짚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다리는 힘이 빠져 후들거리고 있었지만 억지로 힘을 주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어..엄마.. 더 다가오면 진짜.."


모기만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경고하자 엄마는 그 자리에 멈추더니 날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고는 나에게 점프하며 덮쳐들었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반응할 틈도 없었다.


엄마는 그대로 한 손으로는 나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었고 한 손으로는 나의 얼굴을 짓누르고 있었다.


정말 사람의 힘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머리는 당장이라도 터져버릴듯이 아팠고, 쥐어짜지고 있는 목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 점점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의식이 꺼져가면서 마치 저 멀리 반대편 터널에서 나를 부르듯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저씨?]


그 목소리를 끝으로 나의 의식은 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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