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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퐁퐁 후 재벌집 기둥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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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31 12:55
최근연재일 :
2024.08.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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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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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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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퐁퐁집 기둥서방(1)

DUMMY

미스터 퐁퐁.

상남자의 파워로 기름때를 박살낸다.

고깃집의 묵은 기름도 퐁퐁남의 분노 앞에서는 한낱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 슥슥


닦인다.


- 뽀득뽀득


깨끗하다.


“너무 상쾌해. 멈출 수가 없어.”


노민지가 감탄한다. 그녀는 아까부터 테이블을 닦고 있다. 닦고 또 닦는다. 청소를 멈출 수가 없다. 본능적 쾌감이 밀려온다.


“피부도 안 아파.”


모든 약품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찌든때를 제거하는 세제가 시중에 이미 나와 있다.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을 때 이러한 약품을 사용한다.

초강력 기름때 클리너.


다만 초강력 세제는 인체에 해롭다. 피부에 닿으면 물집이 생기고 눈에 튀면 시력을 손상시킨다. 거의 유독성 물질이다. 초강력 세제의 용기에는 주의 문구가 예외 없이 삽입되어 있다.


[세제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장갑,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하세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때는 반드시 환기를 시키세요.]

[눈에 들어갔을 경우 신속하게 씻어내고 의사와 상의하세요.]


무시무시하다. 꺼려진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 이런 물건을 두기 힘들다. 어른이 못 보는 사이에 어린아이가 초강력 세제를 뒤집어쓰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위험물질.

취급주의.

냄새 고약.

손님 떠남.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기름때 클리너는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미스터 퐁퐁은 다르다. 안전하다. 깔끔하다. 인체 친화적이다. 맨손으로 사용해도 피부에 무리가 안 간다.

혁명적 세제.

평화주의자의 역작.

온갖 곳에서 환영할 것이다.


노민지가 드디어 흥분을 가라앉혔다. 더 이상 닦을 곳이 없다. 우리 테이블은 완벽하게 뽀득뽀득하다.

그녀가 세제 용기를 바라보며 감탄한다.


“놀라워요. 정말 잘 닦여요. 냄새도 안 나고 눈도 안 따가워요. 집에서 쓰는 주방세제 같아요.”


내가 지적했다.


“세척력은 차원이 다릅니다.”


노민지가 고개를 연달아 끄덕였다.


“맞아요. 산업용 세척제 수준이에요. 안전한데 강력해요.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었어요? 창식 씨 정체가 뭐예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 능력이 아닙니다. 동지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는 단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탔을 뿐입니다.”


노민지가 헛웃음을 뱉었다.


“다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고 싶어해요. 거기까지 못 올라가서 문제지.”

“끈기와 의지, 그리고 복수심. 그것이 나의 힘입니다.”


노민지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신제품 세제를 가방에 넣었다.


“이걸로 돈 벌어서 황제 그룹의 지분을 매입하라는 거죠? 알겠어요. 당장 실행할게요. 우리 회사는 주방세제 시장점유율 1위예요. 문제없어요. 수익을 금방 낼 수 있어요. 세제는 의약품이 아니니까 10년이나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잠깐.”


내가 태클을 걸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로만 약속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노민지가 움찔했다.


“무슨 뜻이에요?”


나는 종업원을 불러 숯불을 뺐다. 열기가 사라지고 연기가 멈추었다. 나는 연통을 위로 올린 뒤 얼굴을 노민지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당신이 이 발명품으로 돈만 먹고 입을 씻으면 나는 호구 됩니다.”


노민지는 협력자다. 적의 적이다. 그녀의 남편이 내 아내와 바람을 피웠다. 우리는 황제 그룹을 무너뜨리고 가정 파괴범 커플을 몰락시키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았다.

복수 연합.


다만 동맹은 부서지기 쉽다. 노민지는 나와의 약속을 안 지켜도 인생에 별 문제가 없다. 마치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뮌헨 협정 같다.


만약 그녀가 내 도움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도 복수에 올인하지 않고 그 돈으로 자기 이익만 챙긴다면? 명품 사고 슈퍼카 타고 10살 연하 남자 연예인과 밀회를 즐긴다면?

나는 망한다.

복수에 실패하고 기회도 날려먹는다.

1인생 2퐁퐁을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 노민지도 나처럼 복수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동맹 협정을 어겼을 경우 감당하기 힘든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나의 의견이다.


노민지가 불편함을 드러냈다.


“나를 못 믿어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 와이프도 그렇게 말했죠. 어떻게 아내를 못 믿냐고. 하지만 결과는 배신이었습니다.”


그녀가 항변했다.


“나는 당신 전처와 달라요.”

“사람이 달라도 결과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마치 내 예전 여친처럼.”

“전 여친한테도 당했어요?”

“전전 여친에게도 당했습니다.”


인생이 호구.

반복되는 퐁퐁.

이제는 탈출하고 싶다.


노민지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래요? 계약서를 쓸 수도 없는데. 복수 계약이 법적으로 성립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요구했다.


“당신에게 치명타를 입힐 무언가를 나한테 넘겨요.”

“그런 게 뭔데요?”

“글쎄. 그건 당신이 알겠죠. 예를 들어 국회의원에게 제공한 뇌물 장부라든가 핸드폰 대화방 내역이라든가. 세상에 드러나면 좋지 않을 비밀.”


노민지가 콧잔등에 주름을 잡았다.


“나는 그런 거 없는데. 바디프로필 사진이라도 보내줄까요?”

“누드입니까?”

“비키니요.”


내가 실망스러움을 표현했다.


“필요 없습니다. 차라리 쌩얼 사진이 낫습니다. 그래야 당신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 테니까.”

“쌩얼은 안돼요.”


노민지가 강하게 거부했다.

나도 강하게 주장했다.


“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원합니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동맹은 파기입니다.”

“그럴 수가.”

“인간은 나약합니다. 나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말은 공허합니다. 민지 씨도 비즈니스맨이니까 세상의 이치를 알 거라고 봅니다.”


나는 주장을 끝냈다. 공은 노민지에게 넘어갔다. 선택은 그녀의 몫이다. 목줄을 스스로 감든지 아니면 복수를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다.

노민지가 투덜댔다.


“너무해.”


어쩔 수 없다. 나는 와이프에게 배신당한 후로 사람을 믿지 못한다. 특히 예쁜 여자는 더욱 의심한다.

노민지는 예쁘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마침내 그녀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후··· 어쩔 수 없네. 알았어요. 확실히 할게요. 계약을 어기면 내 인생이 힘들어질 만큼 치명적인 조건을 걸게요.”


나는 손바닥을 비볐다.


“당신은 재벌입니다. 대체 어떤 조건이 당신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대신 나도 창식 씨한테 하나 제안할게요.”

“그러시죠.”


노민지가 요구했다.


“지금 와이프에게 건 위자료 청구 소송, 취하해요. 이혼조정으로 최대한 빨리 끝내요. 나도 그렇게 할게요. 당신이랑 나, 둘 다 싱글로 돌아가야 해요.”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노민지의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어째서? 상간남 상간녀를 재판으로 최대한 괴롭히는 게 당신의 계획 아니었습니까?”

“계획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흠···”


이번에는 내가 고민했다.

우리는 각자의 배우자에게 이혼 소송을 걸었다. 나는 와이프에게, 노민지는 남편에게. 우리는 법정에서 이혼의 책임이 배우자에게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당연히 상대방도 변호사를 선임해 반박에 나설 것이므로 소송이 끝날 때까지 최소 1년은 걸린다.

회색 기간.

나는 그 동안 바람난 와이프와 법적으로 부부사이를 유지해야 한다.


반면 조정이혼은 소송이혼보다 훨씬 빨리 끝난다. 남편과 아내가 조정기일에 합의를 이루면 이혼이 즉시 성립된다. 법적 다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서 좋고, 이혼 당사자들이 법정에 변호사만 대신 보내도 된다.


나는 와이프와 합의할 사항이 거의 없다.

우리는 자식을 안 낳았고, 집은 모조리 내 돈으로 마련했다. 가전제품과 가구도 내가 샀다. 전처는 신혼집에 몸만 들어왔다. 그러니 그녀는 몸만 나가면 된다.


사실 몸도 이미 나갔다.

이혼 소송이 들어오자 와이프는 짐을 싸서 어디론가 떠났다. 아마 황근철이 그녀에게 거처를 마련해주었을 것이다.

동탄신도시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곳으로.


씨발.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이 망할 결혼생활을 얼른 끝내고 싶다. 위자료 따위 안 받아도 된다. 나는 그보다 더 큰 형벌을 그들에게 내릴 것이다.

몰락 작전.


나는 노민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위자료 안 받겠습니다. 조정이혼으로 끝내겠습니다. 합의는 쉬울 겁니다. 나와 와이프는 경제적으로 엮인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노민지가 만족했다.


“좋아요. 잘 됐어요. 당장 이혼해요.”


내가 물었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남편이랑 조정할 것이 많습니까?”


노민지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우리는 처음부터 쇼윈도 부부였어요.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침실은 따로 썼어요. 한 달 내내 얼굴을 못 마주친 적도 있어요.”

“저런. 그렇게 살 거면 왜 결혼했습니까?”

“부모님께서 원해서요.”


정략결혼.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안끼리 결정한 혼인.

결국 파탄으로 끝났다.


노민지가 가방을 챙겼다.


“준비되면 연락할게요. 멘탈 관리 잘하고 있어요.”


나는 자신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내 멘탈은 인생을 통틀어 지금이 가장 날카롭습니다.”


-


노민지가 스스로에게 걸 목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신혼집을 뺐다.

집주인이 물었다.


“왜 이렇게 금방 나가요? 동네가 별로야?”


내가 대답했다.


“이혼했습니다.”

“아···”


집주인이 보증금을 군말없이 돌려주었다.


나는 거처를 수도권 외곽의 단독주택으로 옮겼다. 시골 동네라서 집집마다 거리가 멀찍이 떨어져 있고, 임대료도 저렴했다. 동탄에 살 때보다 지출이 줄었다.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사생활은 더욱 보장된다.


이유가 있다.

노벨이 밤낮으로 실험한다.

화학약품 냄새와 폭발 소리. 아파트에서는 이런 짓 못한다. 층간소음으로 칼 맞는다.


내가 정체불명의 기계를 만지고 있는 알프레드 노벨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뭘 만드십니까?”


수염 난 스웨덴 남자가 빙긋 웃었다.


“초전도체.”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 그게 됩니까?”


노벨이 웃었다.


“안 되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발명은 천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으로 완성되니까요.”


그가 다시금 실험에 몰두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스마트폰으로 초전도체 관련 영상을 빠짐없이 찾아보았다. 19세기 스웨덴 사람이 21세기의 문물을 익숙하게 활용했다. 그는 영혼이 되어서도 탐구정신을 잃지 않았다. 알프레드 노벨은 타고난 발명가다.

끝없는 배움.

나이를 먹어도 뒤쳐지지 않는다.


나는 노민지의 연락을 기다렸다.

집에서 밥이나 해먹었다.

가끔 노벨이 신을 내며 각종 실험 결과를 주절거릴 때 맞장구나 쳤다. 나는 문과 출신이라서 화학식이니 분자 구조니 하는 말들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하지만 비위는 잘 맞춘다. 전처 덕분에 훈련이 잘 되어 있다.


한 달을 채우기 전에 드디어 노민지가 메시지를 보냈다.


[준비 끝났어요. 이혼했어요. 나도 이제 싱글이에요. 용산구청에서 만나요.]


내가 답장했다.


[용산구청?]

[와보면 알아요.]


나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용산구청으로 향했다.

용산구는 서울 한가운데에 있다.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이곳에 차를 몰고 오는 것은 자살행위다. 노민지같은 갑부나 주차비를 턱턱 낸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노민지가 구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요.”


그녀는 나를 민원 창구로 데려갔다.


[가족관계등록 : 출생, 사망, 혼인, 입양]


내가 물었다.


“가족관계등록? 누구를 등록하시려고?”

“그쪽이요.”


그녀가 서류를 내밀었다.


“우리 결혼해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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