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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퐁퐁 후 재벌집 기둥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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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3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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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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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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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퐁퐁남 연합(3)

DUMMY

나는 지구 퐁퐁남 연합이 하이테크 기업이거나 혹은 공익재단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니었다.

틀렸다.

이들은 진짜로 퐁퐁남들의 모임이었다.


알프레드 노벨이 말했다.


“지구 퐁퐁남 연합은 전세계 퐁퐁남의 연합체예요. 마치 UN처럼요. UN이 세계 평화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퐁퐁남의 정신적 평화를 추구하죠.”


내가 크게 끄덕였다.


“그렇군요.”

“나는 여자에게 이용당한 원한을 잊지 못하고 죽어서도 이승을 떠돌다가 우연히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도 나처럼 이성에게 상처를 받아 괴로워하고 있었죠. 우리는 상처받은 영혼이었던 거예요.”

“저런.”


수염 기른 남자가 기억을 더듬었다.


“그 친구는 독일 사람이에요. 나는 스웨덴 출신이고. 그런데도 우리는 똑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어요. 나는 깨달았죠. 퐁퐁남은 국경이 없구나. 세계 어디서든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구나. 나만큼 아픈 남자가 독일에도 있고, 덴마크에도 있고, 영국에도 있고, 이탈리아에도 있구나. 참으로 큰 깨달음이었어요.”


나는 공감했다. 퐁퐁남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남자들이 못된 여자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


“씁쓸하네요.”

“그래서 나와 그 친구는 힘을 합쳐 퐁퐁남 단체를 설립했어요. 그것이 지구 퐁퐁남 연합이에요. 만국의 퐁퐁남이 단결한 거죠. 기쁨을 나누면 두 배,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니까요.”


내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힘든 길을 택하셨어요.”


노벨이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살아있을 때도 자선사업을 여럿 벌였어요. 죽기 직전에는 재산을 다 털어서 노벨상을 만들었죠. 선행은 어렵지 않아요. 의지와 노력, 그리고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해요.”


알프레드 노벨은 당대의 부자였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며, 형제들과 함께 석유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사망할 당시에는 재산이 현재 가치로 약 2천억 원에 달했다. 아마 그가 돈 욕심을 부렸다면 재산을 더 많이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벨은 그 막대한 재산을 모조리 공익사업에 투자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배고픈 아이에게 빵을 먹이고,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학자에게 상금을 수여했다. 노벨상은 불후의 유산이다.


나는 이러한 정보를 초등학생 때 위인전에서 읽었다.


노벨은 진정 위인이다. 평범한 사람은 노벨처럼 돈 많이 벌면 술 마시고 클럽 다니고 비싼 자동차 끌고 인스타 모델이랑 요트 파티 벌이느라 재산을 탕진한다. 우리나라 코인 부자들 중에 그런 사람 많다.

졸부와 참부의 차이.

진짜 부자는 마음의 상처를 선행으로 푼다.


수염 난 북유럽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창식 씨는 돈이 필요하다고요?”


내가 인정했다.


“그렇습니다. 제 와이프를 빼앗은 놈에게 복수하고 싶습니다.”

“그 놈이 부자인가요?”

“엄청난 부자입니다. 저보다 재산이 10만 배는 많습니다. 그 놈만 부자가 아니라 집안 전체가 부유합니다. 재벌이거든요.”

“재벌?”


나는 재벌에 대해 설명했다. 대기업을 소유한 가문 집단. 아버지가 회장이라서 자식도 회장. 능력과 관계없이 혈통에 따라 주어지는 신분.

현대판 귀족.

노벨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재벌이라. 내가 살던 시대의 귀족과 느낌이 비슷하네요.”


내가 격하게 동조했다.


“맞습니다. 재벌은 돈과 권력을 모두 가졌습니다. 아무도 그들을 못 건드립니다.”

“그런 재벌이 창식 씨의 아내를 빼앗았고요?”

“황제 그룹의 후계자 황근철입니다. 놈은 유부남입니다. 그런데도 남의 와이프를 건드렸습니다. 아주 파렴치한 새끼입니다.”


알프레드가 길게 탄식했다.


“창식 씨의 마음을 이해해요. 정말 화가 나죠. 사실 나도 예전에 사랑하는 여자를 귀족에게 빼앗긴 적이 있어요. 그 여자는 나랑 결혼할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더니 남작부인이 되어서 돌아왔어요. 나 같은 평민보다 귀족이 좋았던 거죠.”


내가 물었다.


“선생님은 부자 아니었습니까? 그 여자가 아무리 귀족 신분을 좋아해도 선생님 같은 부자를 버리다니 이해가 안 갑니다.”


상처입은 북유럽 남자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아무리 부자라도 귀족은 못 이겨요. 신분은 혈통으로 결정되니까. 마치 재벌처럼.”


시부럴.

진짜 개같다.


퐁퐁남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퐁퐁남이구나. 여자들은 자수성가 사업가보다 금수저 재벌을 더 좋아하는구나.

더러운 세상.

비참한 남성이여!


노벨이 자조했다.


“나는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했지만 여자의 마음은 개발하지 못했네요.”

“크흑···”

“하지만 괜찮아요. 그 대신 동지들을 얻었으니까.”


나는 가슴이 먹먹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알프레드 노벨은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본인이 독신을 원한 게 아니라 여자들에게 매번 차여서 그렇게 되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가난하다는 이유로 여자에게 차였고, 부유해진 뒤에는 귀족이 아니라서 차였다. 노벨은 퐁퐁남으로 살다 죽을 운명이었다. 심지어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돈을 뜯긴 적도 있었다.

부자의 비참.

결국 그는 마음의 평화를 친구에게서 찾았다.


나는 노벨을 위로했다.


“선생님은 인류 역사에 위대한 이름을 남기셨습니다. 선생님의 썸녀를 빼앗은 그 귀족 놈보다 선생님이 훨씬 대단하십니다.”


노벨이 사람 좋게 웃었다.


“하하, 고마워요. 나는 평화를 사랑해요.”

“노벨상 최고.”

“하지만 동지의 마음에 평화를 줄 수 있다면 가끔은 힘을 사용해야겠죠.”


내가 숨을 들이켰다.


“설마··· 황근철에게 폭탄을 던지실 생각이십니까?”


노벨이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그건 불가능해요. 폭탄 테러는 불법이에요.”

“그러면···”


위대한 발명가가 계획을 밝혔다.


“발명이죠. 내가 제일 잘하는 것.”


-


알프레드 노벨은 끈기의 화신이다.

그는 화약 생산 공장에서 사고가 터져 막냇동생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결국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다이너마이트는 기존에 사용하던 니트로글리세린보다 압도적으로 안전하다.

꺾이지 않는 마음.

포기를 모르는 남자.

그렇기 때문에 노벨은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구애의 편지를 1년에 216통이나 보냈던 것이다.


물론 여자는 그를 깠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216번 찍어도 안 넘어간다.


노벨이 말했다.


“하지만 화학물질은 다르죠. 열 번, 백 번, 천 번을 찍으면 언젠가는 넘어가요. 끈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예요. 어머니는 자식을 낳고 발명가는 혁신을 낳죠.”


나는 노벨이 알려준 대로 집안 싱크대에서 화학물질을 합성했다. 실험용 비커 안에 끈적한 액체가 형성되었다.

내가 의심을 표했다.


“주방세제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나는 재벌3세와 싸워야 한다. 황근철은 황제 그룹의 지분을 100조 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실적에 따라 시가총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나는 100조 이상을 벌어야 한다.

노벨이 긍정의 기운을 뿜었다.


“큰 돈은 못 벌어도 시드 머니는 충분히 모으죠. 봐요. 창식 씨의 주방에도 세제가 놓여 있잖아요. 주방세제는 가정의 필수품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집에서 밥을 안 해먹습니다. 대부분 혼자 살거든요.”


결혼이 사치가 된 세상. 4인 가족은 과거의 유물이다. 어머니는 더 이상 주방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결혼율이 폭락하니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비율도 훨씬 줄어들었다.

노벨이 희망을 거두지 않았다.


“혼자 살아도 밥은 먹어야죠.”

“주로 배달을 시킵니다. 아니면 간편식을 먹어요.”

“배달 음식도 누군가 만들어야죠.”


아하.

집에서는 요리를 안 해도 식당에서는 요리를 하는구나.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고, 밥을 먹으려면 기름을 붓고 고기를 다듬고 생선 비늘을 벗겨야 한다. 기름진 식재료를 끓이고 굽고 튀겨야 한다. 설거지 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아직 식기 없이 요리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주방세제는 식당에서 많이 사용한다.


노벨이 알려주었다.


“세제는 가정뿐만 아니라 식당, 공장, 산업 현장에서도 써요. 용도가 엄청 다양해요. 세척력이 우수한 세제는 시장에서 환영받게 되어 있어요.”


그는 발명가이자 사업가다. 시장의 요구를 예민하게 감지한다.

내가 수긍했다.


“선생님의 위대한 뜻을 무지한 제가 몰라봤습니다.”


노벨이 민망해했다.


“선생님 말고 동지라고 불러요. 사람은 모두 평등하니까요.”

“아아···”


훌륭한 성품.

뛰어난 능력.

이런 분마저 퐁퐁을 당하다니. 세상이 어찌 이토록 불합리하단 말인가!


노벨이 말했다.


“완성됐네요. 실험해볼까요?”

“좋습니다.”


나는 찬장에서 참치캔을 꺼냈다.

참치 통조림 안에 기름이 잔뜩 들어있다. 식용유다. 참치를 담았던 그릇은 설거지하기가 까다롭다. 몇 번을 닦아도 미끈거린다. 특히 플라스틱 그릇이 심각하다.

내가 참치를 땄다.


- 딸깍


나는 즉석밥을 데운 뒤 그 위에 참치 통조림을 국물까지 부어서 싹싹 비벼먹었다. 익숙한 식사 방법이다. 나는 끼니를 이런 식으로 자주 때웠다. 결혼을 했지만 식생활은 혼자 살 때와 다름이 없었다.

와이프는 밖에서 친구와 외식.

나는 집에서 혼밥.

그것이 나의 결혼생활이었다.


“아이, 맛있다.”


내가 정신승리를 외친 뒤 즉석밥 용기를 물로 헹구었다. 플라스틱 그릇에 기름과 참치 찌꺼기가 덕지덕지 남았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


나는 노벨산 세제를 수세미에 묻혀 그릇을 닦았다.

기름때가 물에 녹았다.

음식물 찌꺼기가 씻겨나갔다.

나는 설거지를 마친 뒤 플라스틱 그릇을 손가락으로 비볐다.


- 뽀드득


완벽한 세척.

기름때 박살.

내가 감탄했다.


“와우.”


-


나는 노민지를 고깃집으로 불러냈다.

서울 번화가의 대박 음식점.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쉴 틈이 없다. 드넓은 매장에 테이블이 가득하다. 삼겹살이 철판 위에서 익어간다.


- 지글지글


기름이 튄다.

노민지가 식탁 맞은편에서 인상을 찡그린다. 그녀가 마른 휴지로 본인 앞자리를 마구 닦는다. 아무리 닦아도 식탁 표면은 기름을 코팅한 것처럼 미끄럽다.

그녀가 불평했다.


“굳이 여기서 만나야 돼요? 조용한 식당 많은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불판 위의 고기를 뒤집었다.


“오늘 만남의 목적은 대화가 아닙니다.”

“그러면?”

“신제품 쇼케이스입니다.”


고깃집은 내부가 온통 미끄럽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일수록 증상이 더욱 심각하다.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사방으로 튄다. 바닥, 벽면, 천장, 테이블, 의자까지 기름투성이다. 아무리 열심히 청소해도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는다.


마침 손님이 들어온다.

젊은 커플이다.


“자기야, 조심해. 여기 바닥 엄청 미끄럽다.”

“걱정 마. 나 운동화 신었··· 으악!”


- 쿠당탕


남자가 미끄러져 넘어진다. 기름막 위에서는 운동화 밑창도 소용이 없다. 한여름에 아이스링크가 펼쳐진다.

식당 주인이 놀라서 달려온다.


“손님! 괜찮으세··· 어이쿠!”


- 철푸덕


사장도 넘어진다. 그는 고무 슬리퍼를 신었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돼지 기름은 마찰력을 0에 가깝게 감소시켰다.

두 남자가 바닥에 누워 신음한다.


“으으으···”

“아야야···”


노민지가 그 광경을 보며 몸서리를 친다.


“저거 봐요. 위험하잖아. 고깃집은 기름때가 많아서 싫다니까요.”


나는 가방에서 세제통을 꺼냈다. 반투명한 용기 안에 신형 주방세제가 담겨 있다.

노벨의 발명품.

메이드 프롬 스웨덴.


내가 물티슈에 세제를 살짝 묻혀 고깃집 테이블을 닦았다.


- 슥슥


그리고 닦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 뽀드득


상쾌한 사운드가 발생했다.

노민지가 흠칫했다.


“그거 뭐예요? 방금 그걸로 기름때 닦은 거예요?”

“만져보십시오.”


나는 노민지의 손가락을 잡아 식탁 표면에 가져다 댔다. 내가 닦은 부분이 뽀드득거리고 닦지 않은 부분은 미끌거렸다.

놀라운 효능.

압도적인 세쳑력.

계면활성제의 혁명.

그러면서도 피부에 해를 입히지 않는 무독성 세제.


노민지가 신음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물건이···”


내가 신제품을 소개했다.


“신개념 초강력 주방세제, 미스터 퐁퐁입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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