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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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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80
글자수 :
658,694

작성
21.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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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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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8. 낯선 방문 (1)

DUMMY

비서실장이 나간 뒤 창밖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눈에는 지난 6개월간의 일이 지나가는 듯했다.


해방 이후 66년간 유지되던 한미동맹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작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군부독재 정부를 제외하고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압력을 행사한 경우는 아직 없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화되고 미국의 이상대로 설계된 대한민국이란 국가에, 2019년 여름부터 휘몰아친 처음 겪어보는 압력과 광풍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어 우리 앞에 넘어야 할 과제임을 대통령은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일본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미국은 어디까지 알고 있기에 이런 스텐스를 취하는 걸까?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 사람들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듣기로 마음을 굳혔다.



“대통령님 윤 고문님 일행 지금 도착했다고 합니다.”


”네. 모셔주세요.“



비서실 직원의 안내로 윤 고문과 김형민이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통령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윤 고문과 형민은 대통령과 함께 접견실 우측에 앉았다.


대통령은 이미 커피를 들고 있어서 직원에게 두 분을 위한 커피를 부탁했고

윤 고문과 김형민 앞에 커피잔이 놓였다.


머뭇거리며 어색해하는 형민에게 대통령이 차를 권했다.


”커피 드세요. 다 식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커피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조금 정신이 드는 듯했다.



”제가 갑자기 형민씨를 보자고 해서 놀라지는 않으셨는지요?“


”아, 네. 놀랐지만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이고 좋습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형민씨.“


”네. 감사합니다.“


”하하하“



대통령의 농담에 윤 고문이 같이 웃자, 형민도 조금 긴장이 풀어지는 듯했다.



”제가 왜 만나보고 싶어 했는지 얘기는 좀 들으셨나요?“


”아, 네. 윤 고문님을 작년 초 처음 만났을 때 요즘 주식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물어보셔서 올해는 바이오 쪽을 주의해서 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윤 고문님이 대통령님께 올리신 신년 보고 때 제 사견을 넣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이 그 일을 어떻게 기억하시죠?“



윤 고문이 대통령을 향해 물었다.


”음. 정부부서 경제보고에는 바이오산업 관련 아무 말이 없었는데, 작년에 바이오 관련 일들이 터지는 거 보니 그때 윤 고문님 보고가 생각났어요.“


”네. 그러셨군요.“



형민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민씨는 어떻게 하다 애널리스트일을 하게 된 건가요?“


”아... 저는 평소에 제 주도적으로 투자 포트롤리오를 분석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애널리스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윤 고문이 팔꿈치로 형민의 옆구리를 찔렀다.



”형민씨 회사에서 싸우고 사표 쓴 거 대통령님께 다 말씀드렸어.“


”컥“



커피를 들던 형민은 윤 고문의 말에 사레 걸린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셔츠에 커피를 흘리고 당황하는 형민을 향해 윤 고문은 티슈를 뽑아주며 말했다.



”대통령님 앞이라고 당황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돼.“



두 사람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대통령을 향해 형민은 한숨을 쉰 뒤 얘기를 시작했다.



”사실은 IMF 때 동네 증권회사 직원이 제 아버지께 투자 권유를 잘못하는 바람에 저희 집안이 힘들어졌습니다.

여름이면 복국도 사주고 아버님이 아꼈던 젊은 직원인데 IMF 앞두고 자동차, 중공업 주식에 투자하라고 아버지께 권해서 누님 시집보낼 밑천까지 투자했다가...

뭐, 그 뒷얘기는 안 들으셔도 대충 짐작되실 겁니다.


아버님은 충격에 반신불수가 오셨고 어린 저와 아버지만 두고 시집가기를 포기한 누님은 재작년까지 아버지 수발을 맡다가 혼기를 놓쳤죠.

아버님은 직장생활 30년 저축과 딸자식 시집 밑천까지 날린 자신을 원망하시다가 재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뒤 제 누님도 상처하고 혼자된 매형 만나서 늦게 가정을 꾸렸지만, 지난 20여 년간 시간을 돌아보면 자산투자 권유를 한다는 것이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인데, 요즘 회사들은 그냥 수익성 극대화 외에는 관심이 없는듯해요.


신입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투자 운영 교육도 다 배우지 못한 채로 판매를 위한 영업 매뉴얼만 달달 외우게 해서 창구에 투입해 고객들 돈 유치하기 바쁜 게 우리나라 금융권의 현실입니다.

회사에서 나이 지긋하신 고객 어르신들에게 포트폴리오 종목 선택도 부실한 펀드를 판매하고 실적에 따라 사업비를 주겠다는 회사 방침에 제 아버님 생각나서 도무지 못 하겠더군요.


오래 거래한 단골 어르신일수록 더 안전한 상품을 추천해야 하는데 믿어주는 고객들 뒤통수치는 것 같아 뭐 그래서 사표 내고 나온 뒤 담당했던 고객분들이 여기저기 소개로 투자 분석 의뢰하시는 분들 모아주셔서 투자카페 운영하며 애널리스트로 입에 풀칠은 하고 있습니다.”


“수익성은 어떤가요?”


“네? 뭐, 제 나름대로 발행하는 투자 분석을 구독하시는 개념이라 고객분들도 만족하시고 지금까지는 큰 손해 없이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그래도 투자 분석 감각은 있어서 회사 밖에서도 굶지는 않는듯합니다.”


“그래요? 그런 조건이면 나도 가입해야겠네요.”


“네? 컥”



대통령의 농담에 커피를 마시던 형석은 또 사레에 걸렸다.


윤 고문이 형민의 등을 두드려 줬다.


“농담하시는 거야 진정해요. 대통령님이 진짜 투자하신다면 큰 회사들 두고 형민씨에게 투자 분석을 맡기겠어.”


“농담 아닌데요. 나도 퇴직이 몇 년 안 남았으니 전 재산을 투자해 볼 가 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눈이 동그래진 윤 고문과 형민은 대통령을 보다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통령의 미소에 장난임을 눈치챈 형민과 윤 고문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경직되었던 형민의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커피잔을 다 비운 후 대통령은 본론을 꺼냈다.



“형민씨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이요?”


“네. 형민씨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글쎄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다만 일반 국민 시선에서 보면 작년 7월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분쟁과 지소미아 종료를 막는듯한 미국의 태도에서 사람들이 요즘 많이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혼란스럽게 생각한다?”


“네.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 아시아의 전통적인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이 이렇게 대놓고 한국을 압박한 적은 제가 살아온 기억에는 없네요.

정치권의 윗선에서 이루어지는 일반 국민은 모르던 미국, 일본과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비사에서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밝혀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일본이 공식적으로 사실상 무역 전쟁을 걸어오고 이에 대응하려는 지소미아 종료를 미국이 막는듯한 태도는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우리 국민에겐 적잖게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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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오랫만의 재회 (2) +4 21.05.23 357 11 8쪽
12 12. 오랫만의 재회 (1) +2 21.05.22 359 9 7쪽
11 11. 혼돈의 시기 (2) +2 21.05.21 376 9 8쪽
10 10. 혼돈의 시기 (1) +2 21.05.20 408 13 9쪽
9 9. 낯선 방문 (2) +2 21.05.19 437 11 7쪽
» 8. 낯선 방문 (1) +2 21.05.18 439 9 7쪽
7 7. 술자리의 인연 (2) +2 21.05.17 470 9 8쪽
6 6. 술자리의 인연 (1) +4 21.05.16 533 12 8쪽
5 5. 암울한 예감 (2) +2 21.05.15 575 11 8쪽
4 4. 암울한 예감 (1) +2 21.05.14 649 12 7쪽
3 3. 싹트는 음모 (2) +3 21.05.13 714 13 8쪽
2 2. 싹트는 음모 (1) +4 21.05.12 829 14 7쪽
1 1. 비밀 조사 +4 21.05.12 1,219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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