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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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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8,694

작성
21.05.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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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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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 암울한 예감 (1)

DUMMY

2020. 1. 1



새해 아침이 밝았다.


휴일이라 당직자를 제외한 인적이 드문 청와대 경내는 조용했다.


밤새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던 대통령은 결국 일찍 일어나 머릿속의 고민을 씻으려는 듯 세수를 했다.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않은 거울 속의 얼굴을 보며 마음속에서 짓누르는 불안감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한참을 거울과 마주 보았다.


조용한 아침에 대통령은 홀로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로 향하는 창가 앞에 선 대통령은 창밖의 조용한 새해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두운 겨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해를 알리는 아침의 붉은 기운이 먼 하늘로부터 비쳐오자 새들은 부산히 아침을 깨우는 지저귐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지난 6개월을 회상해보았다.


2019년 7월


지난 6개월 동안 일본의 기습적인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대립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 중국, 러시아까지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정세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오던 동북아 안보 구도를 흔들었던 짧지 않은 격랑의 기간이었다.


일본의 기습적인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중단과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한일간의 긴장은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며 지난 수개월 간 평행선을 달려오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연말까지 비공개 접촉을 여러 차례 모색했지만 특별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새해부터 계속 논의를 해가자는 원칙적 합의만 하고 비공개 접촉도 무기한으로 연기한 상황이었다.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표면에서만 보이는 무역분쟁 외 심연에 감추어진 뭔지 모를 두려움이 대통령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조용한 새해 아침의 창밖을 바라보며 대통령은 작년에 벌어진 일들을 복기해 보았다.



7월 갑작스러웠던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촉발한 한일 양국의 무역분쟁은 사실상 일본의 손해로 귀결되고 있었다.


성삼전자와 탑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정은 일본의 기습적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으며, LY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선 불화수소 등 일본이 실시한 수출규제 품목의 국산화가 실현되어 일본의 자충수로 결론이 나고 있었다.


이제 일제 강점기 징용공 보상금을 지급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일본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어떤 명분을 찾아 퇴로를 찾을 것인지에 대해 수면 아래에서 논의해서 무역분쟁을 일단락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계속 더 한일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 수 있는 파괴적인 다음 단계로 진행될 수 있는 싸움을 고집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일본의 그런 행동이 무슨 이유인지 불안했다.



‘이런 뻔한 결론을 일본이 몰랐을까?‘



’이렇게 일본의 패배가 뻔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그 치밀하다는 일본이 왜 이런 자충수를 두었을까?‘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 정부 투자기관 연구부처의 박사급들이 올리는 보고서에는 한일 무역분쟁은 한국의 일방적 승리로 예상된다는 자화자찬의 글들로 풍성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가슴 한편을 누르고 있는 불안감은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그래 이 불안감은 그때 느꼈던 예감이지.’



대통령은 이제야 생각이 났다.


노현무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 아침의 그 불안한 기분...


‘노현무 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 등으로 세간의 신문들이 1면을 장식하며 자존심 강한 대통령의 목을 심리적으로 옥죄었을 때 그런 비극적인 선택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막았었어야 했는데...’


그때의 후회가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었다.


노 대통령을 가장 잘 알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비극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의 기억 그때의 불안감이 지금 가슴을 억누르는 익숙한 불안감이었음을 기억해 냈다.




대통령은 작년 초 받은 메일을 뒤져 보았다.



대통령에겐 정부나 청와대에 있는 참모 외에 평소 조언을 듣는 2명의 외부 사람이 있었다.



윤기철 고문과 조남인 신부, 대통령에겐 비선 참모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윤기철 고문과 조남인 신부는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한참 전인 40년 전부터 인연을 맺은 사이로 대통령이 인간적 고민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해주는 사이였다.


밖에서 만나거나, 가끔 청와대로 초청해서 공무원 조직에서 올라오는 보고서 외 시민들 민심과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윤기철 고문과는 달리


조남인 신부는 아마도 대통령 임기 내 외부 사람을 만나면 말이 나올 것을 염려해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였으나 대통령은 은근히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여름 휴가철이나 식사나 한번 하면 많이 보는 형편이었다.



윤기철 고문 역시 정식으로 고문이란 직함도 없이 그냥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그런 사이였다.


대통령이 윤 고문님 하며 부르기에 청와대 사람들도 가끔 보는 윤기철을 고문님 하며 칭하는 정도였다.


보수도 없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친구 같은 인간적인 사적 관계였다.


대통령 당선 후 1년에 한 번 보고서도 아닌 보고 같은 A4지 한 장의 의견을 메일로 전해주는 것이 윤기철 고문이 문서로 남기는 일의 전부였다.


2019년 초 윤기철 고문으로부터 받은 메일에는 외부의 여러 사람들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 있었다.



대통령은 윤기철 고문에게 문자를 남겼다.


새해 건강하시란 덕담과 함께 작년 개인적으로 올린 보고서에 바이오산업 위기를 예측했던 윤 고문의 후배를 통해 만난 사람에게 얻은 정보에 대해 궁금해했던 참이었다.


작년 경제부처의 모든 보고서는 물론 청와대 경제수석도 언급이 없었던 바이오산업의 문제를 언급했던 윤 고문의 시정보고서를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대통령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2019년 바이오산업의 주가조작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윤 고문에게 보고서 소스의 출처를 물었더니 아는 대학 후배가 투자 정보를 얻는 애널리스트 를 통한 얘기였다는 대답을 기억했던 대통령이었다.


언젠가는 청와대나 정부의 공무원들 외의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리라 생각했었는데 바쁜 국정 업무에 파묻혀 보내다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고 새해가 온 것이었다.


지난 법무부 장관 임명 시에도 참모진들과 정부 내 의견만 듣고 결정했던 터라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인사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던 대통령은 올해부터는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리라 결심하고 있었다.



‘이대로 일본과 협상을 마무리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일본이 이런 이상한 무역분쟁을 벌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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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오랫만의 재회 (2) +4 21.05.23 357 11 8쪽
12 12. 오랫만의 재회 (1) +2 21.05.22 359 9 7쪽
11 11. 혼돈의 시기 (2) +2 21.05.21 375 9 8쪽
10 10. 혼돈의 시기 (1) +2 21.05.20 408 13 9쪽
9 9. 낯선 방문 (2) +2 21.05.19 437 11 7쪽
8 8. 낯선 방문 (1) +2 21.05.18 438 9 7쪽
7 7. 술자리의 인연 (2) +2 21.05.17 470 9 8쪽
6 6. 술자리의 인연 (1) +4 21.05.16 533 12 8쪽
5 5. 암울한 예감 (2) +2 21.05.15 575 11 8쪽
» 4. 암울한 예감 (1) +2 21.05.14 649 12 7쪽
3 3. 싹트는 음모 (2) +3 21.05.13 713 13 8쪽
2 2. 싹트는 음모 (1) +4 21.05.12 829 14 7쪽
1 1. 비밀 조사 +4 21.05.12 1,218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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