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192 회
조회수 :
44,291
추천수 :
980
글자수 :
658,694

작성
21.05.13 10:00
조회
713
추천
13
글자
8쪽

3. 싹트는 음모 (2)

DUMMY

떨리는듯한 목소리에 의장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자민당 내 총리 자리에 앉아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그들에게는 가문의 영광일지 몰라도 우리 삼각위원회 아태지부에서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총리 자리에 앉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 난제를 해결할 더 나은 인재가 있다면 그 사람을 지지할 테니,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네.“


”네, 알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오늘의 논의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우리 외에는 대외비입니다.“


”네. 의장 각하“


마에다 박사가 말문을 열었다.


”의장님,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연구 결과를 즉시 총리실에 보고해야 합니다.

내각은 물론 삼각위원회 미국 본부와도 상의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의장은 눈을 감고 시선도 주지 않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냉랭한 태도였지만 의장이 동의하자, 박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청을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연구 결과들을 발표한 서류뭉치를 가방에 대충 쑤셔 넣은 채 나가는 박사의 뒷모습을 향해 의장은 시선을 돌렸다.


의장의 눈빛을 보며 곁에 서 있던 비서 미나모토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미나모토는 억센 팔로 나가려는 마에다 박사의 목을 뒤에서 감싸 안았다.


"허어 헉! 컥컥컥"


모두 미간을 찌푸렸으나,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만류하는 사람도 없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박사의 비명도 잠시 후 잠잠해져 갔다.



"이 사실을 총리에게 알려봤자, 대대로 정치를 세습 받아온 집안의 도련님에 불과한 총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에 달려가 살려달라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애원이나 할 것이 뻔하네."


침묵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미국은 우리 일본인을 운이 다했다고 여기며 난민 취급할 것이며, 돈 있는 부자들 외엔 중국에 몇백만, 한국에 몇십만 명을 강제로 할당하고 나머지 일본인들은 남태평양의 섬들에 버리다시피 유배하는 걸로 해결하고 말걸세."



모두 말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이 국제사회의 냉정한 현실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 일본 스스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내야 하네. 2천 년을 넘게 지속해 온 우리 대화 민족이 앞으로도 또 다른 수천 년을 살아갈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내야 해!


일본열도가 오염되고 위험하다면 미래의 우리 후손 일본인들이 살아갈 새로운 땅을 구하면 되는 것이야!"


"맞습니다. 의장님"


의장의 강한 독려에 회의실의 사람들은 모두 위기를 돌파할 각오를 다지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모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네. 오늘이요? 글쎄요?“


회의실의 사람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427년 전 조선 정벌을 시작한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날이야.“



1592년 4월 13일! 그러고 보니 427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 그렇구나."



스마트폰을 펴 날짜를 보며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어쩌면 일본의 위기를 돌파할 길을 400여 년 전에 선조들이 보여준 듯한 느낌이었다.


”대화 민족의 조상님들이 옳았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대화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서쪽이야.“


창가 넘어, 의장이 바다를 가르치자, 모두의 시선이 서쪽으로 향했다.



"427년 전에도, 백여 년 전 조선을 합방했을 때도, 역시 우리의 나아갈 길은 한반도를 통한 대륙으로의 진출이야."


회의실 사람들의 표정에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한 줄기 희망을 본 듯 희미한 미소가 번져갔다.



의장의 시선은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한반도를 향해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차갑고 냉혹하게 서쪽 하늘을 응시했다.



의장은 손짓으로 가까이에 있던 히나타 부장을 불렀다.


"히나타 부장, 우리가 다시 한반도를 향해 진격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네 의장님 무엇보다 1945년 전후 전쟁과는 거리가 먼 사회 분위기를 다잡고 지금의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전환할 수 있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력을 약화해야만 합니다."


"한국의 경제력을 약화해야 한다?"


"네 의장님, 현대의 전쟁은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한 달도 버틸 수 없습니다.

한국 경제의 캐시 카우는 바로 반도체입니다.


한국이 내수경제가 안 좋음에도 지금까지 경제가 버틸 수 있는 건 반도체 수출 경제가 호황이기 때문이며, 그 중심은 전 세계 IT산업에서 돈을 쓸어 담는 반도체 산업이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의장님"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타격을 준다면 그쪽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


"당연히 무역 보복이 있을 것입니다."


"무역 보복을 감수하고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한다?"


"그렇습니다. 뼈를 취하기 위해선 살을 내주는 손실은 감수해야 합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이라...”



의장의 입가에서 미소가 번져갔다.



‘육참골단 (肉斬骨斷)‘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그의 저서 ’오륜서‘ 에 인용한 말이기도 했다.


“그래 우리가 전쟁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니, 그동안 한국이 경제력으로 우리를 따라올 수 없도록 희생을 각오하더라도 타격을 줄 필요가 있겠지.”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규제를 가해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겠지만, 우리의 목표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좋아! 히나타 부장이 방법을 한번 찾아보게.”


“곧 내각의 사람들과 접촉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줄 방안들을 수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박사가 보고한 내용은 아직은 총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게. 지금 내각에는 이런 중대한 사실을 입이 무겁게 비밀로 보안을 지킬만한 인재들이 없어.“


”네 알겠습니다. 의장 각하.“


총리실을 담당하고 있던 갈색 피부의 얼굴을 한 사내 미나모토는 고개를 숙여 의장의 지시를 숙지했음을 확인했다.


”모두 나가보게.“


”그럼 의장님 다음 회의 때 뵙겠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사람들을 내보낸 뒤 혼자 남은 의장의 표정은 허탈했다.



미나미알프스의 고산지대에서 맑은 물로 자라던 카와네 차를 즐겨 마시던 의장이었다.



후지산의 5개 호수를 매년 여름이면 찾아가던 그였다.



가와구치(河口), 사이(西), 쇼지(精進), 모토스(本栖), 야마나카(山中) 모두 그가 사랑하던 호수였다.



‘이제 이런 아름다운 호수와 맑은 물은 더 이상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인가?’



침통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던 의장은 다시 눈을 부릅떴다.



‘이대로 대화 민족의 멸망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다.

태초에 남신 이자나기와 여신인 이자나미의 결합으로 태어난 혼슈가 아닌가!


혼슈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오염되었다면 우리 1억 3천만 대화 민족이 살 새로운 땅을 구하면 된다. 구할 수 없다면 빼앗으면 된다!


설사 삼각위원회 미국본부에서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우리 대화 민족의 멸망은 허락할 수 없다.’



주먹을 움켜쥔 채 굳게 결심한 의장의 시선은 창가 넘어 바다의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은 한반도의 동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032 임자왜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3. 오랫만의 재회 (2) +4 21.05.23 357 11 8쪽
12 12. 오랫만의 재회 (1) +2 21.05.22 359 9 7쪽
11 11. 혼돈의 시기 (2) +2 21.05.21 376 9 8쪽
10 10. 혼돈의 시기 (1) +2 21.05.20 408 13 9쪽
9 9. 낯선 방문 (2) +2 21.05.19 437 11 7쪽
8 8. 낯선 방문 (1) +2 21.05.18 438 9 7쪽
7 7. 술자리의 인연 (2) +2 21.05.17 470 9 8쪽
6 6. 술자리의 인연 (1) +4 21.05.16 533 12 8쪽
5 5. 암울한 예감 (2) +2 21.05.15 575 11 8쪽
4 4. 암울한 예감 (1) +2 21.05.14 649 12 7쪽
» 3. 싹트는 음모 (2) +3 21.05.13 713 13 8쪽
2 2. 싹트는 음모 (1) +4 21.05.12 829 14 7쪽
1 1. 비밀 조사 +4 21.05.12 1,219 1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