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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987,541
추천수 :
2,493
글자수 :
702,223

작성
08.03.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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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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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7쪽

베나레스의 총사(79)

DUMMY

까트린은 기가 막혔다. 그녀는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저 멍청한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군 녀석들이 불한당 같은 벨린 데 란테의 말을 고스란히 믿어버린 거였다. 긍지 높은 기병대 장교가 졸지에 반역 죄인이 되어버렸으니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거칠게 포박당한 몸은 밧줄이 속살로 파고들면서 아려들었다. 손목을 등 뒤로 접질려서 너무 꽉 묶어버린 탓에 주먹을 쥘 수 없이 손을 펼치고 있었다. 눈을 가리지는 않았지만 입안에 손수건을 집어넣고 재갈을 물리는 바람에 목이 말라 숨쉬기가 고역이었다.


아무튼 그들이 걷기를 강요했기에, 그녀는 걸을 수밖에 없었다. 동방회사군은 항만구역으로 올라가는 언덕을 오르고 있었고, 벨린은 그녀의 등 뒤에 바짝 따라 걸었으며 금발머리의 앳된 총사가 그녀의 군마를 끌고 맨 뒤에서 따라왔다.


까트린은 걷는 와중에 그녀를 함정에 빠트린 총사대 장교를 돌아보았다. 그녀를 묶은 오랏줄을 팽팽히 잡은 채 벨린 데 란테가 그녀를 보며 비웃었다.


까트린은 그를 노려보았다. 말을 하지 못해 욕을 퍼부울 수는 없었지만, 속으로 저 남자를 저주하고 모욕하는 중이었다.

순간 벨린 데 란테가 그녀의 손목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심하게 오랏줄을 잡아당겼다. 그녀가 찌릿함에 깜짝 놀라서 앞을 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등을 돌아 그를 노려보느라 바로 앞에 있는 계단을 보지 못해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얏!'


까트린은 계단에 무릎을 찧으면서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되었다.

벨린이 의기양양하게 한마디 했다.


"일어나, 이 반역자."


벨린 데 란테가 줄을 심하게 잡아당겼다. 그의 목소리에서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속으로 욕을 뱉었다. '숙녀한테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광장에 매달릴 놈!' 그녀가 굴욕감에 몸서리치며 발을 딛고 일어섰다. 앞으로는 절대 저 자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녀가 속으로 외쳤다.


'어디 두고보자, 재갈만 풀리는대로 동인도회사의 이사들에게 말해서 풀어나면 그만이야. 그러면 결투고 뭐고 기병도로 그냥!'


그러나 그녀의 기병도는 이미 벨린 데 란테의 수중에 들어와 있었다. 일단 기회를 봐서 저 자에게서 기병도를 탈환할 일이었다. 그 검은 데 세비아노 가문의 보검이었다. 저런 천한 자가 계속 가지도록 놔두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계단을 올라가자, 아스티아노 항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갈매기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항구는 아스티아노 만에 건설된 광활한 방파제와 돌로 쌓은 항만의 집합체였다. 거대한 갈레온 함선들과 프리킷 함선들이 각 도크마다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 함선들이 저 멀리 보이는 언덕 위 해군요새까지 도미노처럼 깔려 있었다.

그 배들를 포옹하는 항만구역은 각종 시설들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과 건물들의 집합체였다. 선원들과 부두 노역자들, 그들이 실은 짐과, 그 짐의 주인인 교역 상인들, 선원을 위해 서비스를 배푸는 여관, 교역소, 상관, 드럼통으로 가득 채워진 물자와 진귀한 교역품들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활기에 찬 항구 속으로 동방회사의 순찰대와, 포박당한 여 기병대원, 그녀를 포박하고 간악한 계획을 세우려는 총사 한명과 그의 동료가 파고들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까트린은 저들이 자기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했다. 이렇게 죄수 꼴이 되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자니 창피스럽기도 했지만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꾹 참고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뒤에서 오랏줄을 팽팽히 당기는 벨린 데 란테를 발로 걷어 찰 작정이었다. 헌데 그녀가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하던 그 찰나에, 벨린 데 란테가 그녀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벨린이 까트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죄수가 된 기분이 어때? 세뇨리타."


까트린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읖읖거려봤지만, 그런 그녀가 벨린은 귀엽다는 태도였다.

"필요하면 너를 이 자들에게 팔아넘기고 갈 수도 있어. 그래도 좋아?"

벨린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러운 손 치워!' 까트린이 으르렁거리며 말하려 했지만 그 말은 모두 읖읖거리는 소리로 들릴 따름이었다.


벨린이 그녀를 달래듯이 말했다.


"흥분하지 말고 내 말 들어. 이 자들에게 넘겨지면 정말 끝장이라구. 내가 제안 하나 할게. 내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아직 기억해? 예로 대답하려면 한번 눈을 깜빡이고, 아니오로 대답하려면 두번 깜빡해."


까트린이 눈을 한번 깜빡였다. 어떻게 그 내용을 잊겠는가.


벨린이 말을 이었다.


"나는 너에게 얌전히만 굴면 성전기사단의 범인들을 같이 잡게 해준다고 약속했어. 그런데 넌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 얌전히 있었으면 이럴 일 없었어. 이 자존심만 센 멍청한 아가씨야. 너 같은 년 때문에 기병대가 머리 빈 놈들이 구색 채우려고 들어오는 곳이라고 욕을 먹는 거야. 그것도 우리 경보병들에게 말이야."


그녀가 몸을 떨면서 눈을 두번 깜빡였다.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벨린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군, 까트린 데 세비아노. 저 자들에게 강간당하다 총살당하라지. 아직 저들이 네가 여자인 줄 모르니 다행이지만, 몸수색을 당하면 금방 알아차리겠지."


벨린 데 란테가 그녀의 오랏줄을 끌고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맨 앞의 동방회사군 중위에게 다가섰다. 까트린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저 자가 무슨 속셈일까?


벨린 데 란테가 쾌활한 어조로 중위에게 말했다.


"내가 오늘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를 거요, 중위."


"그러십니까? 세뇨르?"


동방회사군 중위가 대답했다. 벨린이 그에게 웃어보이며 제안했다.


"나를 도와준 댓가로 귀관에게 솔깃한 제안을 하나 해도 되겠소? 내 개인적으로 귀관과 귀관의 부하들에게 술을 사고 싶은데."


"하지만 저희는 동방회사 상관으로 가야합니다. 대위님."


중위가 마지못해 웃으며 설명했다.


"우리 구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자초지종을 들어야지요. 저 반역자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동방회사 상부에 문의도 해야하구요."


"내 말을 잘 듣는다면 말이오. 중위."


벨린 데 란테가 중위의 어깨를 잡고 손아귀에서 은화 주머니를 흔들어보였다.


"귀관에게 아주 큰 행운이 함께할 거요."


그 말이 까트린 데 세비아노에게는 상당히 불길한 느낌으로 들렸다.


--------


탈고는 좀 있다 할게요. 좀 늦었군요. 양해해주세요. 군대가 요즘들어 너무 빡새져서... 암튼 스토리를 많이 고민했는데..


주인공 참 악당이에요. 아무리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건방지다해도, 거침이 없군요.. 암튼 그녀는 무슨 봉변을 당하게 되고, 벨린의 목적은 뭔지는 다음화에서 나옵니다.. (다음화는 금방 나올듯.)


참고삼아 이 소설에는 이름이 아닌 풀 네임. 뭐 까트린 데 세비아노나 이사벨 데 아라고른 처럼 풀네임이 나오는데.. 그건 소설상 문화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장치일까나요. 뭐 그런 거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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