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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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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2,223

작성
08.02.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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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베나레스의 총사(72)

DUMMY

주변은 여전히 군중들의 웅성거림으로 시끌시끌했다.

벨린은 푸른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금발머리 여 기병, 까트린 데 세비아노를 마주봤다.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에 땀이 흐르는 이마,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붉은 입술. 나이는 갓 스물을 넘긴 듯한 앳된 얼굴. 체격은 보통 사내에 뒤지지 않았고, 하얀 피부에 얼굴도 예쁘장했는데 분명 순수한 히스파니아 계통이 아닌 북방 혈통과 혼혈로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히스파니아인으로써 드믄,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녀의 제복 어깨에는 금술 견장이 달려 있었고, 가슴에 착용한 흉갑은 꼭 맞는 것이었다. 푸른색과 흰색 바탕의 몸에 착 달라붙는 기병대 제복은 그녀의 여성다운 몸매를 단번에 드러냈다. 그러나 망토로 가리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단번에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터였다.

그녀의 기병다운 긍지와 야성미 넘치는 기백에도 불구하고 벨린 데 란테는 그녀를 비웃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기병이었고, 그는 기병을 싫어했으며, 그녀는 이미 그에게 생명을 빚졌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치명적일 뻔했던 그녀의 부상이 사람들에게 드러났다 . 총탄이 흉갑을 관통하면서 그녀의 오른쪽 어깻죽지 부분에 총상을 입힌 것이다. 그 총탄은 가슴을 노렸던 곳이었다. 벨린 데 란테가 그녀를 넘어뜨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목숨을 잃었으리라.


허나 까트린은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부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분노에 떨며 말했다.


"당신 때문에 놈들의 대장을 놓쳤어. 좀만 더 다가서면 그 빌랜드인을 체포할 수 있었는데..."


벨린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가 이죽거렸다.


"어디 그 번쩍거리는 흉갑이나 보고 얘기하시지."

까트린이 이를 깨물며 자신의 상처를 내려봤다. 왼쪽 가슴 끝이 화끈거리는 것을 그제야 눈치챈 듯 싶었다. 그녀가 승마용 장갑을 낀 손으로 상처에 손을 댔다. 흉갑의 끝 부분이 총탄에 관통당하면서 제복을 이미 적셔 흉갑 표면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한 피가 그녀의 장갑까지 적셨다

벨린이 말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총탄이 잘난 네 심장에 맞았겠지. 용감한 기병이 그렇게 멍청한가? 무모하게 까불다가 일을 그르친 대가 치고는 가볍군."

벨린 데 란테의 비아냥이 심기를 건드린 듯, 까트린이 상처부분을 움켜 잡으며 지지 않으려고 소리쳤다.

"쳇, 잘난채 하지마. 내게는 이 따위 총탄 따위는 뚫을 수 없는 신념이 있어!"

"네 신념을 총탄으로 뭉개는 것 따위, 나한테는 아주 간단하지."

"뭐, 뭐라고?"

까트린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벨린이 귀찮은 듯 그렇게 대꾸하며 밖으로 걸어갔다. 뛰쳐나온 군중들로 사방이 너무 소란스러웠다. 알레한드로와 요염한 드레스 차림의 아리엘이 허겁지겁 그를 따랐다. 분한 듯이 상처부위를 쥐고 서 있던 까트린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그들을 따라 뛰어나왔다.

살롱 앞 거리는 총소리가 울려퍼진 살롱을 둘러싼 군중들로 요란법석이었다.

마부 차림의 조안이 머스킷총을 손에 든 채 그들에게 뛰어왔다.

벨린이 대뜸 물었다.

"검은 옷에 총을 든 빌랜드인들을 본 적 없나?"

조안이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니, 총소리만 들리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뛰어나오더라고. 근데 무슨 일이야? 뭔 일이 있었던 거야?"

까트린이 검으로 몸을 유지한 채 그들 뒤에 서 있었다. 그녀가 벨린의 등 뒤에서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그녀의 말에 총사들이 모두들 까트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질문을 답할 자들이 나타났다. 발자국소리와 함께 성 루첸가 부근에서 무리를 이루며 접근하는 자들이었다. 푸른색 근위총사 제복을 차려입은 일련의 사나이들이 도로의 모퉁이를 건너 접근중이었다. 수장이 달린 푸른색 모직 코트에 깃털달린 삼각모를 쓴 그들의 실전적 복장에, 그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얼마나 공을 들여 전투를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총신이 짧은 강선 파인 라이플로 무장하고 백병전에서 그 짧은 총산의 불리함을 만회하고자 길게 만들어진 소드식 총검을 장착하고 있었다.

"소대, 전진."

그들의 지휘관이 사브레를 뽑아들고 앞장서 걸었다. 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깡마른 사내, 주안 스피놀라 중령이었다. 삼각모를 멋드러지게 올려쓴 그 중년 총사는 총신을 어깨에 걸친 총사들을 이끌고 마찻길을 가로지르려던 참이었다.

살롱의 입구에 서 있던 벨린 데 란테와 동료들을 발견한 듯했다.

까트린이 그들의 등장과 벨린 데 란테를 번갈아 보았다.

"당신."

여 기병대원이 날카롭게 말했다.

"총사였군."

바로 그때, 벨린 데 란테에게 다가서려던 총사대가 별안간 정지했다. 반대편에서 새로운 세력이 나타난 거였다. 총사들이 반대편에서 나타난 새로운 세력에게 눈을 고정했다.

그들은 일련의 기병들이었다. 번쩍이는 흉갑에 투구, 기병연대를 의미하는 깃발, 교회 소속의 성 세바스챤 흉갑기병대를 의미하는 제복을 입은 기병대원들이 건너편의 총사들을 발견하고서는 질주를 멈췄다.

순식간에 벨린 데 란테와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양측의 사이에 낀 셈이 됐다.

총사와 기병의 팽팽한 라이벌 관계가 그대로 재현되는 판국이었다. 반짝이는 갑옷과 단정하고 멋진 제복 차림의 기병대가 자존심과 긍지를 무기로 삼고 있다면 주안 스피놀라 중령 휘하의 총사대는 총탄이 발휘할 수 있는 날카로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기병들의 등장에 놀란 주안 스피놀라가 긴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지, 소대 정렬, 선형, 선형 대형으로!"

총사들이 선형 대형으로 이열을 만들어 기병들과 마주보고 섰다. 무릎쏴 자세의 앞 대형과 서서 쏴 자세의 뒷 대형이 기병들에게 총을 겨눴다. 그리고는 그 강선파인 플린트락 머스킷을 바로 격발할 수 있도록 격철을 일제히 올렸다.

연속해서 울려퍼지는 찰칵 하는 소리가 기병들에게 위협적으로 들렸지만, 말발굽소리와 함께 기병들은 총사들을 향해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까트린이 뒤를 흘깃 바라보고서는 벨린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내 편이 도착한 모양인걸. 당신이 총사대의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우리가 이미..."

"저 자의 이름은 벨린 데 란테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 대위."

기병 가운데 하나가 그들에게 가까이 접근해서는 그렇게 말했다. 그 사내가 말에서 내려서는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까트린이 그를 알아보고 절을 했다.

"돈 벨라트리스."

기병대 지휘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정하고 깔끔한 기병대 제복에 흉갑차림이었다. 구리빛 피부와 긴 검은 머리를 묶어내렸고, 면도한 얼굴이 지저분한 차림의 총사들과는 대조를 이뤘다.

그가 말했다.

"전갈을 지금에야 받아보았다. 톨레도에서 여기까지 꽤 긴 시간동안 놈들을 추적한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다 잡을 수 있었는데 저 자들 때문에.."

그녀가 내뱉었다. 기병대의 지휘관이 귀족복장을 하고 있는 벨린 데 란테를 흘겨봤다.

기병대 투구를 쓴 그가 어깨를 쥐고 있는 까트린을 바라보며 나직이 물었다.

"총상을 입었군. 저 자가 한 짓인가?"

그녀가 긴장한 눈초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 자는..."

"진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대위도 잘 알것이다."

기병대 지휘관이 분명히 말했다. 까트린은 잠시 망설이다, 매우 인정하기 싫다는 투로 단번에 내뱉었다.

"저 자가... 제 생명을 구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벨라트리스경."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흉갑을 입은 기병대 지휘관은 말없이 뒤를 돌아섰다. 그가 말했다.

"복귀한다. 우리가 싸울 적은 저들이 아니다."

"옛!"

까트린이 짧게 대답하고서는 기병대 지휘관을 따라 사라졌다. 그녀가 기병대가 끌고 온 갈색 말 한필 위에 오르고서는 능숙하게 말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 있는 벨린 데 란테와 그 총사일당들을 뒤돌아 한번 쳐다보고서는 철수하는 기병대를 따랐다.


지원나온 총사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알레한드로가 물었다.

"벨린, 혹시 추기경의 기병대에 여성이 있다는 소릴 들은 적 있나?"

벨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까칠한 성격이 제법 맛있겠군."

그가 철수하는 기병대를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좀 길을 들여야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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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대가 너무 바빠요. 다음주가 훈련이라. 어유.. 탈고는 시간나면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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