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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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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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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2,223

작성
08.01.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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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베나레스의 총사(67)

DUMMY

벨린 데 란테는 황궁에서 벗어나 근위 총사대본부로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였다. 서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황제와 황위 승계를 위해 신속히 조치에 들어간 이사벨 황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황위계승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죽음이 그녀에게 상실감을 일으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그녀에게도 혈육의 정이란 게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사벨 데 아라고른은 강한 여인이다. 그녀에게는 단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할 뿐.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벨린은 그저 그녀의 심려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벨린은 총사대 본부에 당도했다. 주안 스피놀라와 알레한드로, 조안이 총사대 본부 내 클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벨린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평상시에는 지니지 않는, 강선파인 머스킷총과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알레한드로가 말했다.

"출동계획이 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무장은 완벽히 해 두었네."

그가 자신의 권총과 사브레를 보여주었다. 조안은 강선 파인 머스킷총을 들고 있었다.

그가 쾌활하게 말했다.

"저격솜씨는 내가 알레한드로보다 나으니까, 맡겨만 줘. 오늘은 푹 쉬어서 그런지 컨디션이 최상인걸."

"대신 나는 백병전에서 직접 돕도록 하지."

알레한드로가 당당히 말했다. 벨린이 충고햇다.

"미리 말하는데, 과격한 자들과 싸우게 될 지도 몰라. 만약 그들이 그 자리에 있다면 말이지."

주안 스피놀라가 삼각모를 반듯하게 쓰면서 그를 보았다.

"어디, 자네의 계획을 들어보지, 어디에서 함정을 팔 예정인가?"

그 말에 벨린은 그들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을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아스티아노의 나른한 오후였다.

아리엘은 드라고니스 여관의 테이블에 앉아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주인의 주문대로 머릿수건으로 감싸고 다니던 자신의 윤기나는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왔다. 복장은 평범한 스커트와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보통 아낙들의 주된 차림새였기에 그녀의 예쁜 외모가 가려지는 느낌이었다.

여관의 남자 손님들이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는 그녀를 향해 곁눈질을 하고 지나갔다. 아리엘은 선량한 갈색 눈을 깜빡거리면서 사내들의 그 눈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어떤 중년 여자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볼품없는 몸매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노련한 눈빛을 지닌 부인이었다.

그녀는 다름아닌 드라고니스 여관의 포주였다.

"네가 세뇨르 데 란테를 주인으로 섬긴다는 그 아이니?"

"네?"

아리엘이 의아스러워서 부인을 올려보았다. 포주가 기분나쁘게 웃어보였다.

"데 란테가 여기에 '아리엘'이라는 아이가 올 거라고 했거든."

"제가 아리엘인데요."

"특이하면서도 예쁜 이름이네."

드라고니스 여관의 뚜쟁이 부인이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리엘은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종종 그런 소리를 들어봤기 때문에 당황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름의 뜻도 잘 알았다. 그녀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메니아 신화에 나오는 '공기의 요정'이라는 뜻이었다. 어머니가 고향의 전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었다.

포주는 그녀의 몸매와 예쁜 얼굴을 탐내는 것이 틀림없었다. 허나 아리엘은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저 눈만 깜빡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뚜쟁이 부인이 물었다.

"너 혹시 우리 여관에서 일할 생각 없니?"

"네? 무슨 일이요?"

"아냐, 됐다. 아무튼 너 나를 따라와야겠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뚜쟁이 부인이 그녀의 가냘픈 손목을 잡아 끌었다. 아리엘은 난처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드라고니스 여관의 창녀들이 요염하게 웃으면서 그녀를 둘러쌌다. 순진한 아이 하나를 골려먹으려고 작정한 듯했다. 아리엘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단골 손님의 특별 부탁인데 거절할 수는 없지."

뚜쟁이 부인이 그렇게 내뱉으면서 아리엘을 2층으로 끌고갔다. 2층에는 손님과 관계를 맺는 여러 방들이 즐비했다. 방을 지나가면서 남녀간의 신음소리와 교성이 적나라하게 새어나왔다. 아리엘은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기에, 눈도 깜빡 못하고 겁에 질렸다.

"괜찮아, 아리엘. 그런 거 하는 거는 아니니까. 몇몇 놈들은 정말 대낮부터 극성이라니까."

드라고니스의 포주가 아리엘을 안심시키려고 한 마디 했으나, 겁에 질린 그녀를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아리엘을 맨 끝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 넓은 방 안은 창녀들이 쉬는 쉼터처럼 보였다.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와 벽난로도 보였고, 한쪽에는 옷이 가득 걸린 옷걸이와 화장대 따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화장은 커녕 제대로 된 숙녀복도 입어본 적 없는 아리엘에게 이 모든 것은 너무도 낯설었다.

"자, 그럼 얘들아."

아리엘을 둘러싸고 온 창녀들에게 그녀들의 '어머니'가 한 마디 했다.

"한번 너희들 취향대로 주물러 보려무나."


잠시후, 어떤 신사가 드라고니스 여관으로 찾아왔다. 그는 아스티아노 내에서도 보기드물게 잘 차려입은 귀족으로 보였다. 그는 최신유행인 하얀 가발을 쓰고 있었으며 비단으로 만든 프록코트 정장을 입었다. 구두는 반짝거렸고, 옷에 달린 레이스와 리본장식들은 우아하고 세련됐다. 그는 보통의 히스파니아 신사들이 착용하는 호신용 검 대신 보석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보는이 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차림새가 세련되고 우아해서 어느 누구라도 그를 히스파니아의 고급 귀족으로 여길 법했다. 그는 검은 삼각모를 쓴 채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모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얼굴 또한 잘 생겼고 날카롭고 샤프한 외모를 지니고 있어 누구라도 그를 제대로 보고 있으면 강한 인상을 남길 법했다.

그가 악명높은 드라고니스 여관의 포주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단골손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딱히 원하는 년이라도..."

포주가 그렇게 물어보려는 찰나에 잘 차려입은 그 신사가 씨익 웃었다. 그제야 포주는 그 단골손님을 알아보았다.

"아, 세뇨르, 벨린 데 란테. 몰라보겠군요."

"아리엘은 어디 있지?"

신사가 모자를 벗고 물었다. 포주가 담배를 끄고서는 어깨를 으쓱 했다.

"내 아이들이 잘 치장시켜놨어요. 혹시 하는 말인데."

그녀가 벨린 데 란테는 2층으로 데리고 가며 말했다.

"그 아이 나한테 팔 생각 없어요? 애가 예쁘장해서 인기 좀 끌 것 같은데."

벨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리엘은 그런 쪽으로는 전혀 재미도 없는 애야. 그쪽은 내가 잘 알지. 그 아이와의 잠자리가 어땠는지 알면 자네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도 않을걸."

"하긴 그런 것 같더군요. 세상 물정 모르는 년으로 보였으니까."

그들은 2층의 맨 끝방으로 들어갔다. 귀족 신사처럼 잘 차려입은 벨린 데 란테가 방 안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드레스차림으로 화장대에 앉아있는 여인이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 무언가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그녀는 인형처럼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화장대의 거울을 보고 있었다.

"아리엘."

벨린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윽고 깜짝 놀라보게 변한 자신의 모습에 취해있던 아리엘이, 주인의 목소리에 흠칫해서 몸을 돌렸다.


------


아, 이거 왜이리 우울하죠...-_-


요즘들어 매사에 의욕이 전혀 없음...


우울증 극복에는 뭐가 좋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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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베나레스의 총사(66) +21 08.01.26 5,198 14 8쪽
67 베나레스의 총사(65) +20 08.01.24 5,394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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