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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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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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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3
글자수 :
702,223

작성
08.02.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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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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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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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베나레스의 총사(70)

DUMMY

벨린은 술잔을 들고 이스타나 후작이 정성을 들여 준비한 초대손님들의 자리를 주시했다.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이 자리는 스폰서를 원하는 사회 각층의 도전적인 개척자들에게 효과적인 어필이 되었다. 분야도 다양했다. 마법, 과학, 공학, 역사학, 건축학은 물론이요, 200일 안에 세계일주를 하는 것 같이 불가능해보이는 모험과 아직도 채 식지 않은 식민지와 대항해시대의 동방무역처럼 불가능해보이는 계획을 발표하고 투자자를 모으려는 치들도 있었다.

이스타나 후작은 유명한 살롱모임을 주관하는 대가로 좋은 구경거리를 한 후견인들에게는 물론, 초대손님들에게도 부의 일부를 나눠먹었다. 그것은 왕년에 신대륙 탐험가로 유명했던 이스타나 후작이 은퇴후 벌어먹고사는 한 방법이었다.

이 자리는 이런 식으로 돌아갔다. 이스타나 후작의 자리에 나오려고 계약을 맺은 초대손님들은 청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히스파니아 동방회사 무역선 선장 모자를 쓴 어떤 이는 자신의 새로운 발견을 증명하기 위해 작고 예쁜 화석들을 한 가득 모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근엄한 작가처럼 옷을 입은 어떤 이는 자기가 이교도 해적들에게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쓴 허무맹랑한 회고록을 소개하고자 멋들어진 대사를 꾸준히 외우고 있었다.

그들을 둘러보던 벨린이 한 사내에게 시선을 흘겼다. 바로 검은 정장에 스카프형의 넥타이와 반듯한 삼각모를 쓴 젊은 사내였다. 그 옷은 법관이나 학자들이 즐겨 입는 차림새로, 그 자는 큰 트렁크를 발치에 놓고, 비단으로 정장이 된 책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 책을 들여다보고 있어 얼굴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는 다른 신사들처럼 가발을 쓰지는 않았고, 검은색 머리칼을 포마드로 잘 넘겨 단정한 차림새를 유지하고 있었다.

슬슬 술에 취한 귀족청년으로 위장하려고 마음먹은 벨린 데 란테는 몸에서 술 냄새가 나도록 술을 여러 잔 마시면서 그 검은 옷 사내를 계속 주시했다. 그가 이 자리에서 의심을 받을 이유는 충분했다. 이처럼 유명한 자리에서 꾸미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저 사내는 무척 수상했다. 그의 복장에서는 히스파니아인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프로테스탄트적인 엄격함이 묻어났다. 이 자리에 있는 히스파니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전쟁에 참전한 바 있는 벨린 데 란테에게는 그의 복장이 여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벨린 데 란테가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겨있던 찰나였다. 그는 의심가는 살롱의 초대손님을 꼼짝 못하게 사로잡을 비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큰 일을 저지르는데는 분명 배후가 있을 터였다. 황녀를 충분히 만족시키려면 그 배후까지 한번에 잡아야 했다.

그때, 잠시 불안한 눈초리로 뒤를 보던 아리엘이 별안간 깜짝 놀란 듯이 말을 걸었다.

"주인님. 저기."

벨린이 그녀를 보았다. 아리엘이 서둘러 무언가를 가리켰다. 벨린이 뒤로 고개를 돌렸다.

삼각모에 망토로 몸을 가린 어떤 자가 군중들을 헤치고 지나가려는 장면이 보였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 자가 군중들 사이를 마구 헤치고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였다. 건너편에서 무대를 주시하던 알레한드로 바레스도 그 자를 발견한 모양인지 시선을 그 자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몸을 밀친 무례에 불쾌감을 표하는 군중들의 불만섞인 아우성과 함께, 그 자가 마침내 단상 주변에 있는 고급 손님들을 위한 테이블까지 나타났다.

"오라를 받아라!"

그 자가 망토를 펼치면서 앳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벨린을 비롯한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대에서 공명약으로 경도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한참 설명하던 무슈 딕비가 놀라서 말을 멈췄다.

그 자는 목소리로 보건데 변성기가 미처 시작되지 않은 소년처럼 보였다. 체격은 보통 성인 남자와 다를 바 없었고 어깨 부분에서 자른 단발머리에 가슴에는 흉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흉갑 기병대의 차림새였다. 그 소년이 검을 빼내어서는 누군가에게 달려들었는데, 그 검이 날이 두텁고, 묵직하게 생긴 2~3세기는 지난 양식의 것이라는 점에서 무기로 쓰기에는 상당히 낡아보였다.

그럼에도 주변인들에게 그 소년의 위세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순간 벨린 데 란테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다가갔다. 곳곳에서 손님들이 웅성거리면서, 검을 뽑은 소년이 겨눈 표적이 누구인지 보기 위해 앞으로 걸어나갔다.

소년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검은 옷 사내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사내는 여전히 책만 바라보고 있을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군중 틈에 사이에서 벨린은 기병대 차림을 한 소년이 무슨 짓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소년이 품 안에서 문서를 꺼내 펼쳐보였다. 그 문서를 본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추기경의 인장이 찍힌 체포영장이었던 것이다.

소년이 검은옷 사내의 목으로 검을 겨누고 소리쳤다.

"나는 교회 친위기사단원이다. 추기경 각하의 명으로 너를 체포하겠다!"

검은 옷사내가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뜻밖에도 그 평범하게 생긴 사내는 가볍게 웃고 있었다. 그가 어색한 억양의 히스파니아어로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세뇨르. 지금 저에게 죄가 있다고 하셨습니까?"

소년이 분을 참아가며 말했다.

"너를 잡으려고 톨레도에서 이곳까지 쫒아왔다. 네가 수로를 통해 도시를 돌아다니며 한 짓을 내가 모를 줄 알고?"

"저는 그저 진실을 전파하러 다녔을 뿐입니다만."

사내가 책을 접으며 대꾸했다. 소년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뻔뻔한 작자 같으니! 그 입을 다시는 놀리지 못하게..."

그때, 이곳 저곳에서 권총의 격철 당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군중들 가운데서 10여 명이 나타나더니, 모두들 검을 들고 있던 금발머리 소년을 향해 권총을 겨눴다. 검은 옷 사내와 한패인 듯했다. 그 가운데 한 사내가 소년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댔다.

웅성거리던 군중들이 침묵했다. 소년이 입술을 깨물며 작게 내뱉었다.

"비겁한 놈..."

"검을 버리시오. 기사단원 나으리."

소년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눈 자가 어색한 억양의 히스파니아어로 충고했다.

벨린 데 란테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그는 군중들 뒤에서 불안에 떨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아리엘에게 자신만만한 눈짓을 보이고서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두 가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그가 찾은 저 범인이 히스파니아인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그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저 자가 소년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육감적인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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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나.

그 오라는 그 오라(aura)가 아닙니다. 말그대로 오랏줄에 꽁꽁 묶여 가자는 의지의 표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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