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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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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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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2,223

작성
08.02.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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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베나레스의 총사(71)

DUMMY

검은 옷 사내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너무 평범하게 생겨서 별다른 인상이 남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 사내가 불의의 일격을 받고 검을 내린 채 서 있는 큐레시어(흉갑기병)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가 검은 비단으로 표지를 싼 책을 들어올렸다.

검은 옷 사내가 빙긋 웃으며 추기경의 체포영장을 지니고 있던 소년을 바라보았다. 한 녀석이 소년이 들고 있던 묵직한 검을 빼앗음과 동시에, 검은 옷 사내가 소년의 모자를 벗겼다. 소년의 단발머리와, 그림자에 숨겨져 있던 본래의 얼굴모습, 더불어 망토에 반쯤 가려져 있던 히스파니아 교회기사단 소속 흉갑기병의 타이트한 제복의 자태까지 분명히 드러났다. 몸매가 드러나는 파란 바탕에 빛나는 흉갑, 금술이 달린 기병대 제복과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승마용 장화 차림이었다. 검은 옷 사내가 기병대원의 얼굴을 잠시 동안 보더니 파안대소했다.

"이런, 내가 실수했군. 히스파니아인들은 참 재미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 처녀에게 기병대원의 옷을 입히다니."

파란눈을 한 큐레시어 처녀가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까트린 데 세비아노다. 곧 있으면 내 동료들이 너희들을 응징하러 올 거야."

"그렇다면 우리도 계획을 바꿔야겠군."

검은 옷 사내가 별안간 말했는데 그 말은 히스파니아 말이 아니었다. 그 말이 멀리서 기회를 노리던 벨린 데 란테의 확신을 분명히 했다. 그 말은 빌랜드어였던 것이다.

벨린이 알아들은 바에 따르면 그 빌랜드인은 자기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스터 포크스, 가톨릭 추기경의 체포영장을 들고 온 세뇨라 캐서린을 빌랜드까지 모셔야겠소. 우리 성전 기사단의 마지막 기념품으로 삼도록 하지."

"예스, 마이 로드."

권총으로 까트린의 머리를 겨누던 빌랜드인이 딱딱한 빌랜드어 악센트로 대답했다. 그가 간단한 히스파니아어로 그녀를 살롱의 밖으로 이끌었다. 그들이 천천히 소녀를 이끌고가는 동안, 검은 옷을 입은 빌랜드인들의 대장이 경악한 히스파니아 청중들에게 한마디했다.

"미안합니다. 스페냐드 사람들. 이곳에서도 여러분의 황실이 성전기사단에게 저지른 죄값을 물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엉뚱한 일이 터졌지 뭡니까. 다들 심려치 마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아디오스."

군중들은 권총으로 무장한 이 불청객들에게 함부로 덤빌 수가 없었다. 그들은 추기경의 명으로 법을 집행하려한 히스파니아 기병대원을 인질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빌랜드 침입자들도 그것을 잘 알았으므로 그들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자가 그들의 앞을 막았다.

"이 나라에서는 모임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면 큰 실례지."

귀족으로 변장했던 벨린 데 란테였다. 그가 까트린 데 세비아노를 위협하며 군중을 헤치고 나가려는 빌랜드인들의 길을 막아섰다. 빌랜드인들이 벨린에게 권총을 겨눴다.

"너는 누구냐."

기병대 제복차림의 금발머리 소녀를 위협하던 빌랜드인이 내뱉었다. 벨린이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빌랜드인의 권총 따위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가 대꾸했다.

"히스파니아 총사."

위협을 느낀 빌랜드인 가운데 하나가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려는 찰나였다. 별안간 총성이 울려퍼졌다. 검을 뽑아든 빌랜드인이 뒤로 나가 떨어졌다. 허리춤에 숨겨둔 수발식권총을 빼어든 벨린 데 란테가 검을 빼어든 자에게 재빨리 발포한 거였다.

총탄을 맞은 빌랜드인이 피를 뿌리면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총소리를 들은 군중들이 이곳저곳으로 도망쳤다. 빌랜드인이 놀란 틈을 타서 금발머리 소녀가 자신의 위협하던 빌랜드인의 권총을 있는 힘껏 팔로 쳤다. 그녀를 겨누고 발사된 총탄은 엉뚱한 곳에 맞았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총격이 벌어졌다.

행인들 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알레한드로 바레스가 뛰어나왔다. 그가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나 벨린을 겨누던 빌랜드인 한명을 저격했다. 총탄에 어깨를 맞은 빌랜드인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그가 검을 뽑고는 뛰어들어갔다.

벨린이 지팡이에 숨겨둔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알레한드로, 퇴로를 막아!"

그가 빌랜드인의 대장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한 명이 권총을 겨눈 채 그를 막아서려고 했으나, 제대로 조준하기 전에 히스파니아 총사가 그의 어깨를 검으로 찔러 쓰러뜨렸다.

저만치에서 흉갑차림의 처녀가 권총으로 자신을 위협하던 빌랜드인을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그녀가 쓰러진 빌랜드인에게 몇 차례 발길질을 하는데 공격을 받은 빌랜드인은 고통스러워하며 벌러덩 나자빠지고 말았다.

추기경의 여 기병대원이 빌랜드인 압수해간 그녀의 검을 빼앗아 재빨린 격전 자세를 취하고는 적들에게 뛰어들었다. 그녀의 푸른색 기병대 망토가 펄럭거림과 동시에 빌랜드인 하나가 검을 뽑아들고 막아섰다. 하지만 그 빌랜드인이 한발 늦었다.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내지르는 그녀의 일격에 빌랜드인은 견갑골 부분을 가격당하고서는 피를 뿌리며 옆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녀의 기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검을 뽑아든 채 검은 옷 사내에게 접근하려던 벨린 데 란테도 잠시 시선을 돌릴 정도였다. 그의 눈에 망토를 휘날리며 빌랜드인에게 돌격하는 교회기사단의 여기사가 포착되었다. 그녀가 분기탱청하여 대장을 호위하던 빌랜드인 한명을 몸으로 쳐서 쓰러뜨릴 찰나, 바로 옆에서 그녀를 향해 권총을 뽑아 쏘려고 하는 빌랜드인이 포착되었다. 도망치는 검은 옷 사내를 추적하려던 벨린은 망설이지 않고 그녀를 향해 신속히 움직였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무거운 검을 쥐고 주춤하던 까트린에게 뛰어올라 그녀를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타앙.

언뜻 보기에 한발 늦은 듯 싶었다. 총탄이 흉갑을 관통하면서 쇳소리가 났다. 여 기사단원이 외마디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벨린 데 란테가 그녀를 안고 쓰러진 채 뒤를 살폈다. 알레한드로가 권총을 쏜 빌랜드인을 주먹으로 쓰러뜨리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빌랜드인들 서너명이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었다. 벨린이 고함소리가 나는 구석을 살폈다. 나머지 대 여섯 명 정도 되는 나머지 빌랜드인들이 자신들의 대장을 이끌고 군중을 헤치며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은 듯 싶었다. 밖에서 미리 대기중인 총사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벨린이 추기경의 여 기사단원의 상태를 살폈다. 벨린 데 란테의 몸에 짓눌린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아연실색한 듯 푸른 눈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그녀는 벨린의 우려대로 심하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공황상태에 빠진 모양이었다.

허나 그녀의 공황상태는 오래 가지 않았다.

까트린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는, 자신을 덮친 사내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흰색 승마용 장갑을 낀 손으로 총사의 가슴을 밀치며 쏘아붙였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이 멍청이 같으니!"

벨린 데 란테가 무표정한 얼굴로 교회 기사단원의 손을 잡아 끌었다. 금발머리 처녀가 검을 질질 끈 채 바닥에 섰다. 그녀가 잔뜩 흥분한 듯, 머리칼을 쓸어올리고서는 히스파니아 총사를 노려보았다.

---------


까트린 양. 초고적 글에서 꽤 인상적인 캐릭터였는데, 이 분을 어떻게 등장시킬까 고민하다. 기병 vs 총사의 구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견원지간이니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일종의 경쟁자죠.


한가지 양해를 구하자면. 까트린의 이름은, 사실 에스파냐 식이 아닌 프랑스식이랍니다.. 에스파냐식으로 하면 카탈리나, 영어식으로 하면 캐서린이 되는데 왜 저 이름으로 했냐면, 저 이름이 세 글자인데다 더 어감도 좋았거든요. 암튼 실제 역사를 다룬 소설이 아니니 이런면에서는 '판타지잖아요.'하면서 웃어넘길 수 있다는 게 좋네요.


큐레시어의 경우에는... 17세기 이후부터 기사의 후예들로 계속 존재하던 타이트한 제복에 흉갑을 착용하고 다니던 흉갑기병들을 말하는 거랍니다. (저는 실은 그녀를 묘사하며 나폴레옹의 큐레시어가 생각나서 약간 반칙을 저지른 감이 있지요..허허;)


p.s: 비평글 구합니다.. 리플 좀 더 많이 달렸으면..(리플 보는 낙에 군생활중인데.ㅜㅜ)


(어색한 부분을 한차례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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