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 입니다.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두고
28세의 나이에 후쿠오카 감옥에서 숨진 청년 윤동주...
저항 시인이면서도 순수문학의 정서를 잃지 않은
그의 정신을 기리며 다시 한번 감옥의 작은 창문을 통해
그가 바라 봤을 하늘을 같은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001. 흑천청월
13.04.27 04:33
감동적입니다.
002. Lv.7 루미닉
13.04.27 23:29
흑천청월님 감사합니다.
저도 윤동주님의 시를 외울 때 마다
감동과 울분이 늘 함께 합니다.
시대의 정신이 가슴을 울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