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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철혈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0.05.22 18:50
최근연재일 :
2010.05.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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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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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마룡(鐵血魔龍) 제 4 장 폭풍신위 (二)

DUMMY

관벽은 척마단으로 돌아가자마자 악무진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흑풍단이 전멸했다는 말을 들었느냐?”

충격을 받은 듯 크게 놀라는 악무진.

관벽은 천하영웅맹을 들쑤신 사상 초유의 사태임에도 악무진이 듣지 못했음을 알았다. 하긴 언제나 정보에서 소외된 척마단인 것을 감안하면 절로 수긍이 갔다.

“만마전의 백귀파천대와 공멸한 걸로 보인다. 좀 더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기도 전에 현장이 만마전에 점거된 모양이야. 그래서 본단이 출정해야 한다.”

“흑풍단주님께서는 어찌 되셨습니까?”

“모른다.”

모를 리가 있겠는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말일 터.

악무진은 정말 당황했다.

흑풍단주는 악무진에게 있어 새로운 삶을 가져다준 은인이나 진배없다. 한데 은혜를 갚기도 전에 죽은 것이다.

정말 뼈를 깎는 마음으로 흑풍단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각오했다.

그런데······.

“전··· 어찌하면 됩니까?”

자리에 없는 흑풍단주에게 물었다.

대답은 관벽이 해주었다.

“일단 척마단에 남아라.”


***


멀리 눈 덮인 기련산이 보였다.

엎어지면 금방일 것 같지만, 꼬박 하루는 가야 닿을 거리다.

생각 같아서는 단숨에 날아가 모조리 베어버리고 싶다.

악무진은 이를 악물어 참으며 주위를 살폈다.

흑석곡은 천하영웅맹이 있는 난주와 기련산 사이에서 북쪽으로 치우친 곳에 위치했다. 원래 벼랑과 벼랑 사이에 깊이 파여진 협곡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평지로 변해 있었다.

뭔가 단서를 찾기에는 매몰된 규모가 너무 컸다.

게다가 워낙 깊은 협곡이다 보니 매몰된 땅을 파내고 시신들을 꺼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폭약이 확실합니다. 벽력뇌화가의 벽력탄으로 치자면 열 개 이상이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 정도 규모라면 어디에든 꼬리를 남겼겠군.”

“벽력탄 같은 화탄은 모두들 경계를 소홀이 하지 않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분명 그럴 것입니다.”

“뭐, 어쨌든 그건 밀천각이 할 일이고, 이쪽의 임무는 따로 있으니······.”

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반대편 능선을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척마단주인 태을검(太乙劍) 종리후였다.

종리후는 관벽과 나란히 서서 반대편 능선에 몰려있는 마졸들을 살폈다.

깃발과 복장으로 보아 틀림없는 마영대와 염왕대였다. 밀천각의 보고로도 그랬다. 그렇다면 어려운 싸움은 아니다. 종리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무진은 멀찍이서 종리후와 관벽의 대화를 들으며 반대편 능선으로 시선을 주었다.

만마전의 마졸들을 처음으로 대하는 순간이었다.

저들과 싸우기 위해 영웅맹으로 왔지만, 악감정 같은 건 없었다. 마인이든 뭐든 남의 일이라 여겼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흑풍단주가 죽었기 때문이다.

“흑풍단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내가 있다.”

진득거리는 살의가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악무진은 손에 든 묵빛 영웅건을 꽉 움켜쥐었다.


- 흑풍단 복장은 곤란하네


관벽의 말에 영웅건을 풀었다. 하지만 장포는 그대로 둘렀다. 장포 정도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관벽도 거기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이때 전의를 불태우는 악무진을 눈여겨보는 자들이 있었다.

백리용추와 모용백 그리고 팽조였다.

“울타리가 사라진 망아지는 이미 죽은 목숨인 법이지.”

“망아지는 무슨, 시커먼 게 딱 쥐새끼구만.”

“저놈은 내 몫이야.”

백리용추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악무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팽조는 한 차례 히죽 웃은 후 누군가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든지. 그 대신 귀수는 우리에게 넘기게.”

귀수는 무척 특이한 놈이었다.

볼 때마다 싸우고 싶어 손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투쟁심이라는 이름의 강렬한 갈증이었다.

“글쎄······.”

“글쎄는 무슨 글쎄인가? 혼자 욕심을 채우는 건 좋지 않네.”

“저놈이 내 기대를 만족시켜주면 그렇게 하지.”

“흑풍단에 차출될 놈이었으니 웬만큼 하겠지.”

“그럴까?”

저놈을 뭉개버리면 백룡단이 흑풍단 아래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격이다.

하니 절대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다.

백리용추는 비릿하게 웃었다.


“척마단으로 저들의 기세를 막고 백룡단과 적호단으로 일시에 쓸어버리면 되겠군.”

종리후의 말이었다.

관벽은 반대편 능선을 살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위기감이 선뜻 대답을 못하게 했다.

‘뭐지? 이 불안감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유를 모르니 신중을 기하자는 말을 못한다.

“허허! 간만의 실전이라 긴장한 겐가?”

사정이 있어 반년 정도 실전에 나가지 않은 관벽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긴장할 리가 없다.

관벽은 가볍게 공수했다.

“단주님의 명을 받습니다.”

이윽고 관벽의 손짓에 출격하라는 깃발이 움직였다.

척마단의 네 개 조가 병기를 꼬나 쥐고 능선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대략 백육십 정도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백룡단과 적호단이 여유 있는 걸음으로 움직였다.

철궁단은 자리에 남았다.

돌격단이 아니라 지원단이기 때문이다.

악무진은 척마단의 맨 뒤쪽에 위치해 있었다.

척마육조가 후위인데다, 조원들과 껄끄러운 사이인지라 뒤쪽에 위치한 탓에 그렇게 되었다.

문제는 그의 바로 뒤가 백룡단이라는 것이었다.

“여어! 이거 유일한 흑풍단 아닌가?”

악무진이 고개만 돌려보니 백리용추와 모용백 그리고 팽조가 보였다.

좀 전의 조롱은 팽조의 것인 모양이었다.

악무진은 눈살을 찌푸렸으나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어! 그럼 일인군단인 셈인가? 이거 참 대단 하구만!”

“일인군단인지, 쥐새끼 한 마리인지. 어떻게 알아? 듣기로 일 초식 뿐인 도법도 간신히 익힌 모양이던데.”

“어, 그 소문은 나도 들었네. 거의 이 년이나 걸렸다면서?”

“이 년 동안 한 초식을 연마했으니, 이제 그 초식에 관한한 무적이겠구만!”

“푸하하하! 거 말 되네.”

“일초무적! 대단한 영웅 나셨군.”

비웃음이 극에 달했다.

악무진은 손에 쥔 영웅건을 꽉 움켜잡았다.

‘일인군단이라고? 그래. 일인군단이 되겠다. 그렇게 되어 주마!’

악무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는 사이 척마단의 선두가 능선을 다 내려가 평지에 발을 디뎠다. 순간 돌격을 알리는 호각이 산중의 허공을 날카롭게 찢었다.

삐이이이이익!

“돌격해라!”

“마졸들을 처단하자!”

척마단이 함성을 지르며 만마전의 마영대와 염왕대가 몰려있는 반대편 비탈을 무서운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어이, 흑풍단, 뛰라고!”

“흑풍처럼 질주하는 일초무적! 멋지다!”

백리용추 등은 적이 마영대와 염왕대이어서인지 전투가 시작되는 시점까지도 악무진을 놀릴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악무진은 기형의 쌍도를 움켜잡으며 눈앞의 동료들의 뒤를 천천히 따랐다.

그때 후위에 남아 있던 철궁단이 강궁을 빠른 속도로 연사했다.

쏴아아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백여 발이 허공을 갈랐다.

그 소리에 백리용추를 비롯한 백룡단원들도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후위에 남은 관벽은 불안감의 정체가 뭔지 알아내고자 눈에 힘을 주고 잔뜩 웅크린 상태로 강전에 대비하는 적들을 살폈다.

이윽고 백여 발의 강전이 적들을 향해 빗발치듯 쏟아졌다.

후두두두둑!

건너편 능선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저, 저런!”

관벽이 놀라 부르짖었다.

빗발치듯 쏟아지는 강전이었지만, 단 한 명도 꿰뚫지 못했다.

관벽은 보았다.

쏟아지는 강전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슬그머니 한 걸음씩 이동하는 마졸들을. 그 간단한 동작으로 빗발치는 강전을 피했다.

“단주님! 저들은 마영대와 염왕대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저들은······ 헛! 혈혼도수대(血魂刀手隊)!”

관벽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친 순간 종리후도 보았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마졸들이 상의자락을 거칠게 벗음과 동시에 핏빛의 무복을 드러내며 일제히 허공으로 도약해 아래에서 달려드는 척마단을 단숨에 덮쳐가는 광경을.

“느, 늦었네!”

종리후가 부르짖었다.

퇴각 명령을 내리면 오히려 혼선만 가중되고, 도주하는 와중에 더 많은 피해를 입을 터, 지금으로서는 백룡단과 적호단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비록 각기 두 개 조만을 차출해 왔지만, 그래도 백룡단과 적호단이다.

혈혼도수대가 강하다 하지만 백룡단과는 백중세다. 수적으로 절반에 불과한 것이 우려가 되지만 예봉을 꺾고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싶다.

그 사이에 척마단을 퇴각시키는 것이다.

척마단이 이쪽 능선까지 퇴각하면 철궁단과 합세하여 지원을 하고, 그때 백룡단과 적호단을 뒤로 물린다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적들이 척마단의 선두를 덮침과 동시에 이쪽에서 명적(鳴鏑)이 쏘아졌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종리후와 관벽이 고개를 돌리니 차가운 얼굴의 중년인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냉혈초혼검(冷血招魂劍) 백리극.

백룡단의 부단주.

“무슨 짓이오?”

관벽이 노해 소리쳤다.

“보면 모르오? 맹의 정예인 백룡단과 적호단을 적들의 함정에서 빼내고 있잖소.”

백리극은 돌아보지도 않고 퉁명스레 말했다.

“척마단을 몰살시킬 참이오? 어서 백룡단과 적호단을 투입시키시오. 당장······!”

“지금 월권을 하겠다는 것이오?”

“뭣이?”

“백룡단과 적호단에 대한 통솔권은 나에게 있소.”

관벽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이만 갈아붙였다.

백리극의 말이 맞다.

작전에 대한 통제권은 척마단주에게 있지만, 백룡단과 적호단은 별개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백룡단과 적호단이 주축이니 작전권은 척마단주에게 있는 게 아닌 셈이다.

모든 작전에 백룡단주나 적호단주가 일일이 나설 수 없다보니 위쪽의 잘나신 작자들이 만들어놓은 작태다.

“이 일은 귀맹하는대로······.”

“애초 적들의 함정인지도 모르고 출격시킨 건 그쪽이오.”

틀린 말은 아니다.

관벽은 이를 갈며 고개를 돌렸다.

백룡단과 적호단이 썰물처럼 물러나고 있었다.

혈혼도수대의 혈도가 칼바람을 일으키며 척마단을 휩쓸고 있었다.

붉은 피의 폭풍!

척마단은 추풍낙엽이었다.

‘함께 움직여야했다.’

관벽은 후회 했다.

상대가 마영대와 염왕대라는 말에 단주가 후위에 남자고 했다.

겨우 마영대와 염왕대를 상대하는 싸움에 선봉에 선다는 건 스스로 격을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위에 남았다. 그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

관벽은 그늘진 얼굴로 전장을 살폈다. 순간 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한줄기 검은 질풍이 척마단을 휩쓸고 있는 혈혼도수대의 진영을 횡으로 초토시키는 광경을.

‘악무진! 그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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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찌되려는지 지진에 화산에...

이번주? 아니면 다음주 목요일 부터인가요? 며칠간 외출을 삼가시는 게 좋다고 합니다. 뉴스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내일 세상이 망해도 작가는 글을 써야겠죠?

그리고 독자님들은 글을 읽어야 하나?

소중한 댓글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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