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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철혈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0.05.22 18:50
최근연재일 :
2010.05.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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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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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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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30

작성
10.04.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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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2 장 지옥동 (2)

DUMMY

의식이 고통과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그대로 가버리는 것도 괜찮으련만, 어려서 몸에 좋다는 것들을 많이 먹은 때문인지 잘도 회복한다.

시커먼 천장.

악무진은 낯선 곳임을 깨닫고 누운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암벽? 동굴인가?’

고개를 들고 살펴보니 사방이 암벽인 석실이다.

언제 이곳으로 왔을까?

아니 누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을까?

왜?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름이 뭔가?”

석실을 울리는 목소리.

깜짝 놀라 돌아보니 꾀죄죄한 몰골의 노인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악무진입니다.”

“흠, 악무진이라······ 아, 여깄군. 자넨······ 흑풍단주로군.”

노인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번뜩이는 눈빛으로 악무진의 위아래를 살폈다.

마치 악무진의 모든 걸 알아내겠다는 듯 샅샅이 훑어본 노인은 이윽고 시선을 떼고는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나?”

“모릅니다.”

“여긴 지옥동이네.”

“지옥동이요?”

“처음 듣나?”

“예.”

“흠,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곳은 흑풍단을 키우는 곳이라 할 수 있네.”

놀라 눈을 치뜨는 악무진.

하지만 그건 잠깐에 불과했다.

살환도조차 익히지 못하는 자신이 아니던가.

흑풍단은 무슨,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착오가 있는 모양입니다.”

“착오?”

“예. 제가 이곳에 올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 여기 기록엔 흑풍단주가 자네를 이곳으로 보냈다고 되어있는데? 그리고 자네가 받아들이면 혈곽을 내주라고 했네. 자넨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가?”

“모릅니다.”

“그렇겠지.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니 무얼 알까? 거참, 흑풍단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노인은 의아했다.

악무진의 표정으로 보아 흑풍단주를 모르는 눈치다.

그런데 왜?

‘혈곽을 준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흑풍단주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

노인은 궁금하지만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기에 애써 고개를 저었다.

노인의 추측대로 악무진은 흑풍단주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쩌면 석 달 전에 보았던 묵빛 장포를 두른 중년인이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그가 왜?

정말 흑풍단으로 차출한 걸까?

악무진이 그런 의문을 떠올릴 때 노인이 무언가를 만지자 뒤쪽 벽이 갈라졌다.

노인은 놀라는 악무진을 두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몇 번의 기관이 작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악무진은 가만히 기다렸고, 오래지 않아 노인이 커다란 붉은색 목곽을 가져왔다.

“이곳엔 금곽, 묵곽, 백곽, 혈곽, 그리고 청곽이 있다네. 이게 자네에게 주라고 한 혈곽이네.”

악무진은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뭐가 들었는지 제법 묵직했다.

당연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게 뭡니까?”

“모르네.”

“예?”

“내가 아는 거라곤 다섯 개의 목곽들은 대대로 흑풍단주로 예정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다는 거네. 그리고 혈곽은 자네가 처음이라네.”

“예에?”

악무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

흑풍단주로 예정되었다니? 착오도 이런 착오가 없다.

“물론 이걸 받는다고 당장 흑풍단주가 된다는 건 아니네. 그리고 묵곽과 백곽을 받아 이곳에서 수련한 후 흑풍단에서 조장으로 있는 사람들도 있네. 그들과 경쟁해야 할 거네. 게다가 현 흑풍단주가 건재하니 새로 흑풍단주를 뽑는 건 아주 먼 훗날의 일이 될 거네.”

훗날이든 뭐든 이건 아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 되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알아봐 주시겠습니까. 정말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노인은 문서를 들여다봤다.

“악무진. 호남 형양 태생. 악가의 차남으로 열여섯에 척마단에 입단. 무공수위는 기침단전. 자네 아닌가?”

맞다.

무공수위까지 정확하다.

“맞, 맞습니다.”

악무진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거기 적힌 대로 전 이제야 기침단전인 수준입니다.”

“흑풍단주는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세. 반대로 뛰어난 사람이네. 그런 사람이 자네에게 이걸 주라고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받기 싫으면 돌려줘도 무방하네. 그리하면 다시 척마단으로 돌려보내줌세.”

고민할 것도 없다.

거부할 이유도 없다.

착오가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니, 흑풍단주가 자신을 지목한 이유야 혈곽을 열어보면 알 일이다.

“아닙니다. 받겠습니다.”

“좋네. 따라오게.”

노인은 뒤쪽의 벽면을 다시 열고 그 안으로 악무진을 안내했다.


“흑풍단주 예정자는 일반 단원들하고는 달리 이곳에서 홀로 수련하네. 일반 단원들에게는 일 년이 주어지지만, 자네는 삼 년이네. 그 안에만 나오면 되네. 그리고 먹을 것은 하루에 한 번 이 구멍을 통해 내가 넣어줄 것이네. 달리 필요한 게 있으면 그때 말하면 되네. 궁금한 게 있는가?”

“아, 아뇨. 없습니다.”

없지는 않으나 지금은 혈곽을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알았네. 그럼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겠네.”

“감사합니다.”

노인은 연공실 문을 닫고 돌아갔다.

노인의 말을 따르자면 안에서 자신이 열기 전에는 절대 열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악무진은 들고 있는 혈곽을 한쪽에 마련되어있는 돌침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부적처럼 보이는 황지를 뜯어내고 뚜껑을 열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두 자루의 칼이다. 도신이 절반쯤 부러진 것처럼 보이는 기형의 도다.

악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한 자루를 집었다. 크기에 비해서는 제법 묵직했다. 열 근 정도는 될 것 같다. 칼집은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데, 아무런 문양도 없이 칙칙한 묵빛이었다.

손잡이를 움켜잡으니 손바닥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기분이 묘하다.

손잡이를 통해 뜨거운 기운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세상을 갈라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악무진은 흥분을 감추지 않은 채 천천히 칼을 뽑았다.

칼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뽑혔다.

묵빛의 도신.

칼날조차 묵빛이다.

‘범상치 않은 칼이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칼을 뽑아든 것만으로도 이토록 기분이 달라지니 마병이 아니라면 절세신병이 틀림없다.

악무진은 칼을 집어넣었다.

다시 혈곽 안을 살펴보니 한권의 붉은 책자가 있었다.

겉표지의 세 글자가 악무진의 눈을 찔렀다.

혈왕기(血王氣)!

악무진은 소름끼치는 세 글자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살기가 풀풀 흘러넘치는 이름.

마공이다.

마공이 아니라면 이렇게 이름 짓지 않았을 것이다.

께름칙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마인들을 죽이기 위해 왔다. 그런데 눈앞에 마공이 있다. 흑풍단주가 남겼다고 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흑풍단주도 마인인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왜?

혼란스럽다.

책을 펼쳐서는 안 될 것 같다.

망설여진다. 하지만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겨우 기침단전인 주제에 무얼 망설인단 말인가.

책을 덥석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붉은 글씨로 써내려간 책의 주인이 남긴 글이 보였다.


<html><font><b>수라참룡도(修羅斬龍刀).

피를 탐하는 도법이다. 하지만 난 피에 취하지 않았다.

언제나 정심함을 유지시켜주는 심공을 함께 익혔기 때문이다.</b></font></html>


그렇게 시작한 장문의 글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후로는 시커먼 먹물로 줄이 그어져 원래의 문장을 읽을 수 없도록 해놓았다. 어쩌면 이 비급서를 얻은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니 먹물로 줄을 긋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html><font><b>천마혈맥은 무공을 익히는 무인에게 있어 천형이다.

집중이 극에 달하면 정신이 둘로 분열해버리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무아지경에 들 수 없다. 그러니 상승의 경지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게 일반적인 정론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천마혈맥이 무아지경에 들 수 없는 이유는 임독양맥이 태어날 때부터 뚫려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자신의 안을 관조하는 의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이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집중하면 할수록 두 개의 의식이 한 자리로 모여 상충하니 집중이 흐트러질 수밖에.

그걸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은 정신이 둘로 분열된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균형이 깨졌을 때의 이야기다.

물론 임독양맥이 완전히 뚫린 건 아니다. 겨우 의식이 통할정도에 불과 할뿐 기는 통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입신의 경지에 든 이가 아니라면 알아차릴 수가 없다.

천마혈맥이 무공을 익히려면 임독양맥을 완전히 뚫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내기의 형성과 동시에 임독양맥을 뚫는 것을 병행해야한다.

혈왕기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천마혈맥이 아닌 자는 익힐 수가 없다.

자신의 안을 관조하는 의식을 이면의 자아라고 하는데, 그 이면의 자아로 하여금 끊임없이 소통을 하도록 하여 단을 이루도록 하는 게 혈왕기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강해지지만, 그 때문에 천마혈맥이 아닌 자가 혈왕기를 익히려 든다면 정신이 분열해 미치광이가 되어버린다.</b></font></html>


이후로는 먹물로 줄이 그어져 있었다.

악무진은 읽는 것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흑풍단주가 자신에게 혈왕기를 준 이유를 알았다. 자신은 천마혈맥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흑풍단주가 알아차린 것이 틀림없다.

가전무공을 제대로 익힐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악무진은 비급으로 다시 시선을 주었다.

자신이 익힐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무공이 수록된 비급서였다.


<html><font><b>균형을 깨트리지 마라. 균형이 깨지면 진짜 정신이 분열되어버릴 것이다.


칼에는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잘못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는 법이다.</b></font></html>


줄이 그어지지 않은 대목은 그게 다였다.

악무진은 균형이 깨지면 정신이 분열될 거라는 대목이 신경 쓰였다.

하나 곧 고개를 저었다.

‘뭐가 어떻게 되든 지금보다는 나을 거다.’

악무진은 책장을 넘겼다.

혈왕기를 익히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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