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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철혈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0.05.22 18:50
최근연재일 :
2010.05.22 18: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07,580
추천수 :
128
글자수 :
52,730

작성
10.04.1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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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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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1 장 약하면 당하는 것이니까 (1)

DUMMY

“이름?”

“악무성입니다.”

“그거 말고 본명.”

“······.”

“악무성. 호남 형양 태생. 악가의 소가주. 최근 양기발현(陽氣發現)의 단계에 들어섰음. 개천에서 용난 꼴이지. 그런데 넌 뭐지? 겨우 기침단전(氣沈丹田)이잖아. 다른 이유가 뭘까? 네가 양기발현에서 기침단전으로 퇴보한 걸까? 아니면 이 보고서가 잘못된 걸까?”

검기가 발현되어 검신 주위의 대기가 이글거리는 양기발현과 겨우 단전이 자리 잡고 기가 움직여 내력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단계인 기침단전은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있다.

척마단 부단주 관벽의 예리한 시선이 자신의 이름이 악무성이라고 주장하는 소년의 눈을 찌를 듯 파고들었다.

망설이는 소년.

관벽은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일도 아니다.

“식구들 먹여 살리려고 몇 푼에 팔려온 놈, 가족의 목숨이 위협당해 끌려온 놈, 사고치고 온 놈, 실전을 쌓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멍청한 놈, 가문에서 내놓은 놈 기타 등등. 넌 어느 쪽이냐?”

소년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

“실전입니다.”

“다시 묻겠다. 넌 어느 쪽이냐?”

잠깐의 침묵.

소년은 다시 대답했다.

“동생입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장남을 위해 어린 동생을 사지로 보냈군.”

“제가 선택했습니다.”

“한심한 놈.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아느냐?”

“천하영웅맹(天下英雄盟) 척마단이라고 들었습니다.”

“영웅은 무슨, 말이 좋아 척마단이지 넌 칼받이야.”

“······.”

“무슨 말인지 몰라? 선봉에서 적들의 칼을 몸으로 막아야 한단 말이다. 운이 좋으면 삼 년이고, 대부분 일 년을 버티지 못한다. 게다가 넌 겨우 기침단전이다. 그런 주제에 이곳에서 오 년을 보내야 한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넌 이곳에서 반드시 죽는다는 말이다.”

소년은 입을 다물 뿐 대꾸하지 않았다.

제법 의지가 강해 보인다.

관벽은 소년을 다시 살펴보았다.

두 눈의 흑백이 뚜렷하니 덜 떨어진 놈은 아니다. 탄탄하지는 않으나 약골도 아니다. 하지만 지닌 무공이 너무 형편없다.

기침단전이라니?

길어야 일 년이다.

그 안에 반드시 죽는다.

“네가 원한다면 당장 돌려보내줄 수도 있다.”

“돌아갈 수 없습니다.”

소년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게 고집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알지 못한다.

‘이곳에 사연 없는 놈이 어딨어?’

관벽은 이내 인명부에 붓을 들이대며 물었다.

“이름은?”

“악무진입니다.”

“악무진. 좋은 이름이군. 넌 오늘부로 척마단(斥魔團) 척마육조 소속이다. 궁금한 사항 있나?”

“없습니다.”

“좋아. 밖으로 나가면 복도 끝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다. 가봐.”

생각보다 간단한 절차다.

하긴 무슨 상관인가.

쫓겨나지 않았으니 된 거지.

악무진은 간단히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감숙 난주에 위치한 천하영웅맹.

벌써 삼십 년 째 기련산 만마전(萬魔殿)의 남하를 막아내고 있었다.

피와 죽음을 칼끝에 달고 사는 혈귀들의 전장.

피가 마를 날이 없는 인세지옥.

평화에 젖어있는 중원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이곳 감숙 땅에 펼쳐져 있었다.

핏빛 노을이 영웅맹을 붉게 물들인 시각.

악무진은 척마육조에 소속되었다. 이때 악무진의 나이 열여섯이었다.


***


막사 안은 어둡고 음침했다.

곰팡내와 사내들의 구린 체취가 고약했다. 익숙하지는 않으나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다.

악무진은 동기랄 수 있는 두 사람과 함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사십여 쌍의 시선이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임 육조원들이었다.

악무진은 막사 안을 둘러보았다.

안쪽 깊은 곳에 세 개의 빈자리가 보였다.

가장 어둡고 음습한 자리.

악무진은 양쪽으로 줄지어진 침상들 사이의 통로를 지나쳐 가장 안쪽 침상에 올라 곧바로 돌아누웠다.

다른 두 사람은 얼떨결에 악무진을 따라 각자 빈 침상에 올랐다. 그리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뭐야 이거? 비쩍 마른 놈에 눈만 큰 겁쟁이 그리고 애새끼까지. 뭐, 이런 놈들만 골라서 보내준 거야, 정말 너무하는구만.”

불곰을 연상시키는 덩치의 장한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신고도 없이 빈자리를 넙죽 차지하다니 대단한 배포로군.”

뱀눈의 사내가 악무진을 비롯한 신입 세 사람을 쏘아보며 음산하게 빈정거렸다.

어느 단체든 신입들이 새로 들어오면 으레 통과의례를 치른다.

하다못해 자신을 소개라도 한다.

한데 신입이라는 것들이 그런 것도 없이 대번에 빈자리를 찾아 벌렁 드러누우니 머리꼭지가 돌 수밖에.

“피곤한 모양이다. 오늘은 푹 자게 내버려둬라.”

조장인 듯한 사내의 말에 선임 육조원들은 각자 침상에 드러누웠다.

불곰과 뱀눈의 사내도 이를 갈며 자리에 누웠다.

이윽고 어색한 정적이 막사 안을 채웠다. 그리고 한 식경이 지나기도 전에 코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제야 신입들은 긴장이 풀렸다.

냄새나는 막사지만 제법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도 모르지만,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잠을 이룰 수는 있었으니까.

일 각이 더 지나자 악무진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반 시진이 흘러 자정이 지났다.

코고는 소리가 진동하는 가운데 막사 이곳저곳에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일어났다. 일체의 소음도 없이 침상에서 내려온 그들은 부유하는 유령처럼 천천히 신입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셋씩 나누어 곤히 잠들어있는 신입들을 이불로 와락 덮더니 구타를 시작했다.

퍼퍼퍽퍽! 퍽퍽퍽!

발로 밟고, 미리 준비해온 몽둥이로 후려쳤다.

“으악!”

“살려주세요!”

신입들이 비명을 질렀다.

“입 다물 때까지 조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입들은 덜컥 겁이나 비명을 멈추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구타는 계속 됐다.

그러나 한 곳은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불로 덮고 구타를 한 것까지는 같은데, 비명은커녕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야, 애새끼 이거 어디 잘못 맞고 골로 간 거 아냐?”

불곰 사내가 몽둥이 타작을 멈추었다.

“어떡하지?”

“뭘 어떡해, 벗겨보면 알겠지.”

같이 발길질을 하던 이가 당황하여 묻자 뱀눈의 사내가 냉랭히 소리치며 이불을 확 걷었다.

악무진은 잔뜩 움츠린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곰 사내가 몽둥이로 악무진의 몸을 뒤집었다. 악무진의 몸이 뻣뻣이 굳은 채 뒤집어졌다.

“이 새끼 진짜 죽은 것 같은데······. 조장!”

불곰 사내가 고개를 돌려 조장을 불렀다.

저쪽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키는 이가 있었다.

그때였다.

죽은 줄 알았던 악무진이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침상을 박차고 단숨에 날아올랐다.

“조심해!”

누군가가 소리친 순간 막 고개를 돌리던 불곰 사내의 얼굴을 악무진이 머리로 들이박았다.

빠악!

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불곰 사내가 휘청 물러났다.

하지만 악무진이 그자의 상체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빠악!

악무진이 다시 머리로 들이박았다.

빠악!

그리고 다시 한 번.

불곰 사내가 털썩 주저앉았다.

워낙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뱀 눈의 사내와 또 다른 사내는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손을 쓰지 못했다.

불곰 사내는 축 늘어졌고, 뒤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악무진은 사생결단이라도 하려는 모양인지 멈추지 않았다. 머리를 뒤로 제쳤다가 있는 힘껏 앞으로 찍었다.

그때였다.

시커먼 그림자가 날아와 불곰 사내의 머리통을 다시 한 번 찍어가는 악무진의 머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아찔한 충격과 함께 악무진은 저만큼 날아가 침상에 처박혔다.

“뭐, 뭐야?”

“저런 개새끼!”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뱀눈의 사내는 단숨에 몸을 날려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악무진의 가슴을 팔꿈치로 찍었다.

악무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혼절했다. 뱀눈의 사내는 그런 악무진의 멱살을 와락 잡아 올리더니 얼굴을 가격했다.

그 충격에 악무진이 정신을 차렸다.

“이런 개새끼가 누군 독종 아닌 줄 아냐? 이렇게 하면 함부로 건들지 않을 줄 알았냐? 죽어라 새끼야! 죽어!”

정말 죽일 심산인지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

“그만해라.”

조장이 만류했다.

하나 뱀눈의 사내는 듣지 못한 모양인지 피투성이인 악무진의 얼굴을 계속 가격했다.

“등적! 그만하라고 했다!”

조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뱀눈의 사내, 등적은 흠칫 주먹질을 멈췄다.

조장이 진짜 화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는 등적으로서는 주먹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때 축 늘어져 있던 악무진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피범벅인 얼굴로 등적을 쳐다보았다.

등적은 싸늘히 으르렁거렸다.

“여기는 놀이터가 아니다. 까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 절대 잊지 마라.”

뭐라 할 말이 있는 모양인지 악무진의 입술이 벌어졌다.

등적이 잠깐 기다리니 악무진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등적. 좆 까라고 했다.”

비웃음이다.

등적의 눈이 돌아갔다.

“으아아아! 이런 개자식!”

콰직!

어딜 어떻게 맞았는지 고통조차 없다.

악무진은 그대로 어둠속으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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