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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철혈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0.05.22 18:50
최근연재일 :
2010.05.22 18: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07,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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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수 :
52,730

작성
10.04.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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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1 장 약하면 당하는 것이니까 (2)

DUMMY

악무진이 정신을 차린 건 이틀 후였다.

얼굴이 부서지는 듯한 통증. 전신의 뼈마디가 조각조각으로 부러진 것 같은 고통.

아프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가 찌르는 것 같다.

제대로 당한 모양이다.

화날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약하면 당하는 것이니까.

문제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거다.

그렇다고 두려운 건 아니다. 이 정도가 두려웠다면 애초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거다.

정말 두려운 건, 강해지지 못하는 거다.

약한 모습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절대······.


막사 문이 열렸다.

초겨울 찬바람이 들이쳤다.

바닥을 울리는 육중한 걸음.

‘불곰이군.’

악무진의 추측이 맞았다.

척마육조의 불곰, 구웅이었다. 악무진에게 기습적인 공격을 받고 잠시간 넋을 잃었던 그다. 그 때문에 악무진이 깨어나기만을 이를 갈며 기다렸다.

구웅은 악무진의 침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날이 시퍼런 도끼를 머리 위로 번쩍 쳐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내리 찍었다.

퍽!

도끼는 그대로 악무진의 머리 옆 나무침상에 틀어박혔다.

악무진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올려다봤다.

강심장이다.

구웅은 그런 악무진을 잡아먹을 듯이 내려다봤다.

“이제 겨울이다. 겨울이 되면 전투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번 신입들은 운 좋은 놈들이라 배알이 꼴렸다. 하지만 넌 아니다. 넌 겨울이라 지독히도 재수 없는 놈이다. 내가 겨울 내내 괴롭혀줄 테니까.”

그러고는 상체를 숙이더니 악무진의 멱살을 잡아 번쩍 들어올렸다.

“크흡!”

악무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삼켰다.

“특별히 신입들 훈련은 나와 등적이 맡기로 했다. 제대로 가르쳐 줄 테니까 몸서리쳐지도록 고마워해라.”

구웅은 악무진을 땅에 팽개친 다음 고통스러워하는 악무진을 질질 끌고 막사 밖으로 나갔다.


척마단 내에서는 정식 절차를 밟은 비무가 아니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진검대련은 금지사항이었다.

그런 연유로 등적은 단단한 목도로 신입 두 사람을 작신 두들겨 패고 있었다.

수련을 빙자한 구타였다.

다른 조원들은 연무장 곳곳에서 투견장을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구웅이 악무진을 끌고 나오자 등적이 두들겨 패던 것을 멈추었다.

“벌써 일어난 걸 보니 뼈가 제법 야문 모양이군. 이놈들은 글렀어. 장담하건데 길어야 삼 개월이다.”

실전에 투입되면 삼 개월을 버티지 못할 거라는 말이다.

“야물어야지. 나 구웅을 쓰러트린 물건인데.”

차갑게 빈정거리며 악무진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가 땅에 패대기쳤다.

“크으윽!”

시퍼렇다 못해 검게 멍들고, 원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잔뜩 부은 얼굴.

거기다 눈을 뜨자마자 강제로 끌려나와 땅에 패대기쳐지는 충격을 받아 앓는 신음을 흘렸다.

척마육조원들 중에는 악무진이 등적에게 얼마나 모질게 두들겨 맞았는지 잘 알기에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자들도 극소수이지만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구웅과 등적의 눈치를 보느라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악무진은 정신이 다 혼미해졌다.

그 와중에도 동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피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시나무 떨 듯하는 두 사람의 모습만으로도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으로 인해 저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런 것이 틀림없다. 따라 하라고 시킨 건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이 저들에게 영향을 준 건 사실이다.

그리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악무진은 고개를 돌려 등적과 구웅을 돌아봤다.

저들에게 자신들은 동료가 아니다. 동료라면 이렇게 대하지 않을 거다.

“조장은?”

“늦을 거야.”

구웅의 물음에 등적이 흰 이를 드러내 웃으며 대답했다.

구웅 역시 유사한 미소를 지으며 악무진을 돌아봤다.

“일어나라.”

“······.”

“독하게 지랄하면 아무도 건들지 않을 거라고 배웠냐? 뭐,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물러터진 놈들만 있을 때의 이야기다. 독기라면 우리도 지지 않거든.”

악무진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더 쉬고 싶은 모양이지? 그럼 더 쉬어라. 어차피 나도 몸 좀 풀어야 하니까. 그때까지 쉬어라.”

구웅은 히죽 중얼거리며 등적에게서 목도를 건네받아 악무진의 동기들에게 다가가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머리고 몸이고 가리지 않고 두들겼다.

무식해도 이토록 무식한 구타가 없다.

비쩍 마른 사내와 둥근 얼굴에 눈만 커다란 사내는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몸을 잔뜩 웅크리기만 했다.

“곰새끼.”

결국 악무진은 욕설을 내뱉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었다. 가슴은 돌덩이가 눌러앉은 듯 답답했고, 호흡이 가빴다. 게다가 속에서 자꾸만 무언가가 넘어오려고 했다.

악무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두 다리로 섰다.

“이놈들이 죽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이라고 지랄이냐? 그러고도 독종 행세냐? 멍청한 놈.”

구웅이 비웃으며 비쩍 마른 사내에게서 목도를 빼앗아 악무진의 앞으로 던졌다.

“집어 들어라. 무기도 없는 놈을 공격할 수는 없다.”

악무진은 구웅의 빈정거림을 들으며 상체를 숙였다. 순간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악무진은 억지로 삼키며 목도를 집어 들었다.

“개나 곰이나 몽둥이가 약이지.”

악무진은 억지로 입을 열어 구웅을 자극했다. 오기가 치밀어 말싸움조차 지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그게 구웅을 제대로 자극해버렸다.

“오냐! 아주 죽여주마!”

큰 체구인 구웅이 날았다.

거대한 불곰이 앞발을 휘두르듯 아찔한 힘으로 목도를 휘둘렀다.

악무진은 눈을 억지로 치뜨며 목도를 들어올렸다.

빠악!

악무진의 목도를 후려친 구웅의 목도가 그 힘 그대로 악무진의 어깨를 가격했다.

악무진이 처음 목도끼리의 충격에 상체를 휘청거린 덕분에 머리통이 아닌 어깨가 맞았다.

악무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주저앉지 않았다.

구웅은 악무진이 받아낸 것으로 오해하여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애새끼, 다시 한 번 받아봐라!”

구웅은 살의를 번뜩이며 다시 목도를 쳐들었다.

그때였다.

“죽일 거 아니면 그만 하지.”

“어떤 새끼야!”

갑작스레 끼어든 목소리에 구웅은 분노를 터트리며 홱 돌아봤다.

그리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언제부터 와 있었을까?

묵빛 장포를 걸친 검은 수염의 중년인이 보였다.

묵빛 장포와 빛이 나지 않는 붉은 구슬이 박힌 묵빛 영웅건.

저 복장은 천하영웅맹 내에서 단 한 곳뿐이다.

“흑풍단(黑風團)!”

등적이 놀라 부르짖었다.

천하영웅맹에는 다섯 개의 무력단이 존재한다.

백룡단(白龍團), 적호단(赤虎團), 철궁단(鐵弓團), 척마단(斥魔團) 그리고 흑풍단이다.

백룡단은 삼대세가를 주축으로, 적호단은 오대문파를 주축으로 하여 각 지방의 군소문파 출신들로 구성되었고, 철궁단은 출신에 상관없이 궁술에 조예가 깊은 이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척마단은 이름 없는 문파에서 보내온 자들이거나 뜨내기 낭인을 비롯하여 온갖 잡종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면 흑풍단은 신분에 상관없이 강자들로만 구성되었다.

정원이 백 명도 되지 않지만, 무력단 중에서는 가장 강한 곳이다.

알려지기로 흑풍단주가 단원들을 직접 차출한다고 했다.

대개 일류 이상의 고수들로 구성된 삼단에서 차출하지만, 간혹 척마단 중에서도 눈에 띄어 흑풍단에 들어간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런 연유로 척마단 무사들에게 있어 흑풍단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중년인은 묵빛 장포를 펄럭이며 구웅을 향해 똑바로 다가왔다.

구웅은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했다.

등적도 마찬가지였다.

연무장 곳곳에 퍼질러 앉아 있던 척마단원들도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경외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누굴까? 이 시간이면 훈련 중일 텐데······ 헉! 흑풍단주?’

구웅은 눈을 부릅떴다.

등적도 마찬가지였다.

‘호, 혹시?’

어쩌면 자신들을 흑풍단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온 건 아닐까?

부푼 상상이 두 사람의 머릿속을 채울 때였다.

중년인은 힘겹게 서 있는 악무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손을 놀렸다.

수십 개의 손이 동시에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쾌속한 손놀림이었다.

“우웩!”

악무진은 상체 곳곳을 찌르는 중년인의 손길이 멈춤과 동시에 허리를 접고 한 사발의 핏물을 게웠다.

시커멓게 죽은피였다.

악무진은 속이 많이 편해졌음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억지로 버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건 자존심이 아니다.”

중년인의 말에 악무진은 허리를 세우고 똑바로 쳐다봤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자존심이라도······.”

“어차피 죽는다?”

중년인은 악무진의 말을 자르며 구웅을 돌아봤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다시 와볼 것이다.”

구웅은 하얗게 질렸다.

등적도 별다르지 않았다.

중년인은 그런 두 사람을 한 차례 번갈아본 후 악무진을 잠깐 살폈다.

‘기침단전? 근골이 나쁘지 않은데, 늦게 시작한 걸까?’

중년인은 악무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그 안의 총기를 놓치지 않았다.

“운기토납은 언제부터 시작했느냐?”

“십 년 되었습니다.”

“십 년?”

“예.”

중년인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십 년이 되었는데도 이제 겨우 기침단전인 수준이라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보았나?’

중년인은 다시 악무진을 살펴보려했다. 한데 바로 그때 묵빛 장포를 펄럭이며 표홀한 움직임으로 장내에 내려선 이가 있었다.

복장으로 보아 흑풍단 소속이 틀림없었다.

“맹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맹주님께서?”

“무당에서 손님이 오신 줄 압니다.”

“알겠다.”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악무진을 돌아봤다.

“한 달은 조섭을 취하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는 묵빛 장포를 펄럭이며 멀어져갔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

악무진은 중년인의 걸음에서 절대강자의 당당함과 여유를 느꼈다.

‘언젠가는······.’

악무진은 중년인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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