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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철혈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0.05.22 18:50
최근연재일 :
2010.05.22 18:5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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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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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수 :
52,730

작성
10.04.1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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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9쪽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4 장 폭풍신위 (一)

DUMMY

날카로운 손톱 달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손가락을 세운 듯한 봉우리들이 구름을 뚫고 하늘을 떠받들고 있으며, 깎아지른 벼랑은 병풍을 연상케 한다. 벼랑과 벼랑 사이에 좁다랗게 파여진 계곡은 지옥의 입구처럼 음산하다.

흑석곡.

먹물을 칠해 놓은 듯 새까만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칠흑 같은 진한 어둠이 머물고 있는 곳.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흑석곡 입구에 어둠의 물결이 몰려왔다.

묵빛 장포와 묵빛 영웅건.

흑풍단이 틀림없다.

“귀왕(鬼王) 철극백과 백귀파천대(百鬼破天隊)가 틀림없답니다.”

정찰조의 보고에 흑풍단주는 지옥의 아가리처럼 쩍 벌리고 있는 흑석곡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

죽음의 기운이다.

세상을 피로 물들일 파멸의 기운이다.

정면으로 부딪쳐 본적은 없으나 언제나 그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귀왕 철극백.

만마의 종주인 천잔마종(天殘魔宗)의 제자로 백귀파천대의 대주인 자.

오늘 그를 만난다.

흑풍단주는 묵빛 장포를 펄럭이며 흑석곡 안으로 미끄러져갔다. 그 뒤를 흑풍단이 어둠을 몰고 물결처럼 밀려갔다.

그리고 일각 후.

콰콰콰쾅! 쿠르르르르릉!

천붕지음과 함께 흑석곡이 무너져 내렸다.


***


단혼각 사서는 늘 바빴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지금 필사하고 있는 서책을 끝으로 한동안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서탁에 머리를 박은 채로 흥얼거리며 필사를 할 수 있었다.

“뭣 좀 물어보자.”

마지막 필사를 방해하려는 목소리.

이곳을 찾아온 걸 보면 척마단 소속일 터 사서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무서들은 안쪽에 있소. 이층엔 가지 마시오. 거긴 도가와 불가의 경전들이 몇 권 있을 뿐이오.”

사서는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남은 한쪽을 열심히 써내려갔다.

‘으흐흐! 이제 끝이다. 해방이다!’

하지만 사서의 기대는 굉음과 함께 산산이 조각났다.

쾅!

느닷없이 의자 다리가 부러졌고, 사서는 뒤로 넘어가며 서탁을 뒤엎었다.

“억!”

벌떡 일어난 사서는 돌연한 사태보다는 벼루의 먹물을 잔뜩 뒤집어쓴 필사본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뭐하는 짓이오!”

버럭 소리치며 기세 좋게 돌아선 사서는 이내 넙죽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일이십니까요?”

백룡이 수놓인 순백의 무복.

백룡단이다.

“악무진이란 놈이 한동안 이곳에 머물렀다며?”

‘또 그 사람인가? 어쨌거나 백룡이고 토룡이고 간에 날 물로 보면 곤란하지. 이래봬도 영웅맹의 사서란 말이지. 천하영웅맹.’

사서는 속마음을 감춘 채 빠르게 입을 열었다.

“원래 흑풍단주께서 흑풍단으로 데려가려고 눈여겨보았습죠. 그런데 살환도라는 일 초식뿐인 미완의 도법조차 익히지 못하는 것에 크게 실망하여 지옥동에 보내 살환도를 익히지 못하면 나오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요. 얼마 전에 그러니까 거의 이년 만에 지옥동을 나온 걸로 봐서는 살환도를 익힌 모양입니다요.”

악무진이 강해진 건 사서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말해 줄 생각도, 이유도 없다.

“살환도?”

“안쪽 서각에 보면······.”

냉랭한 눈초리.

사서는 넙죽 고개를 숙였다.

“있는데, 소인이 냉큼 가져오겠습니다요.”

그러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가 벼락처럼 돌아왔다.

“이겁니다요.”

날카로운 눈이 살환도의 구결을 빠르게 읽었다.

그리고 잠시 후.

“푸하하하하!”

모용백은 살환도가 적혀있는 무서를 던져버리고 대소를 터트렸다.


촤아앗!

은빛 호선이 허공을 갈랐다.

쉴 새 없이 떨리는 검신에서 수많은 은빛이 진동했다.

은빛이 은사처럼 갈라져 나온다면 완벽한 은하유성(銀河流星)이다. 하지만 끝내 그러지 못한다.

‘젠장!’

백검을 내려다보는 백리용추의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건들면 터질 것 같다.

될 듯하면서도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짜증이 났다.

모용백이 말을 걸어온 건 바로 그때였다.

“그자에 대해 알아왔네.”

“뭐하는 놈이던가?”

“아주 재밌는 놈이더군.”

신경질 적인 백리용추의 반응에 모용백은 히죽 웃으며 악무진에 대해 알아온 바를 이야기했다.

흑풍단주의 눈에 들었다가 살환도조차 익히지 못하는 둔재라는 게 밝혀져 지옥동에 처박혀 이 년 동안 살환도만 익히고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백리용추는 너무 황당한 이야기인지라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재밌는 이야기로군.”

“어이! 진짜 재밌는 일이 터졌네.”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팽조였다.

백리용추와 모용백은 궁금한 얼굴로 돌아봤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팽조의 얼굴이 적잖이 상기되어 있었다.

“그거 아는가? 흑풍단이 전멸했다고 하네.”

팽조의 충격적인 말에 백리용추와 모용백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나 곧이어 팽조와 마찬가지로 들뜬 기색을 내비쳤다.

눈엣가시 같은 흑풍단이 사라졌으니 이제야 말로 백룡단이 빛을 발할 때였다.


***


천하영웅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났다.

각단의 수뇌들과 첩보를 담당하고 있는 밀천각의 인사들 그리고 호법원의 원로봉공들까지 맹주부로 모여들어 연일 심각한 회의를 가졌다.

흑풍단의 몰살.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천하영웅맹이 조직된 이후 최악의 참사였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백귀파천대(百鬼破天隊)와 양패구상했다는 것이었다.

그 악마 같은 귀왕과 동사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실상은 다행 정도가 아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만큼 백귀파천대와 귀왕은 두려운 존재였다.

물론 모두가 그리 여기는 건 아니었다. 또 그런 속마음을 겉으로 내비치는 자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나 꺼리는 힘겨운 임무를 도맡아서 해낸 흑풍단이기에 그들의 빈자리가 커 보인 것도 사실이다.

“어찌 그런 일이 벌어졌단 말이오?”

천하영웅맹의 맹주.

낙일검제(落日劍帝) 상관조홍이 침중한 얼굴로 묻자 문사차림의 중년인이 허리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군사인 신안 율극기였다.

“천잔마종(天殘魔宗)의 독녀인 백안마녀(白眼魔女)가 백귀파천대와 암행 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된 모양입니다.”

“백안마녀를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소만, 상대는 백귀파천대가 아니오? 지금껏 흑풍단으로 하여금 그들과의 전면전을 피하도록 한 건 귀왕과 그들의 무서움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니냔 말이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물러날 거라고 보고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흑풍단과 백귀파천대가 아닌 제삼의 세력이 끼어든 모양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흑풍단주와 귀왕이 강하긴 하나 두 사람의 격돌만으로 무너질 정도로 흑석곡의 지반이 약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자세한 건 알아보아야겠습니다만, 폭약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폭약?”

“벽력뇌화가의 벽력탄과 우문진천가의 진천뢰라면 흑석곡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하여 그쪽에 수하들을 급파해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음모가 있단 말이오?”

“배제할 수 없다 사료됩니다.”

“끄응!”

상관조홍은 머리를 짚으며 앓는 소리를 했다.

흑풍단은 천하영웅맹의 자존심이다.

적어도 하급의 무사들은 그렇게 여긴다.

다시 말해 흑풍단의 전멸은 하급무사들의 사기저하를 불러올 것이었다.

“살아남은 자가 단 한 명도 없단 말이오?”

“역시 알아보아야 합니다만, 현재로써는 그런 줄 압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척마부단주 관벽은 악무진을 떠올렸다.

어떻게 보면 유일한 흑풍단이질 않은가.

물론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기에 아직은 척마단 소속이지만.

‘불운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어쨌거나 단주님께 아뢰어 본단에 붙잡아 두어야겠다.’

관벽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회의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밀천각의 요원이었다.

원래는 맹주까지 참석한 대회의이니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하나 긴급 상황이었기에 흑풍단 사태와 관련한 보고는 지체하지 말라고 해두었다.

“마졸들이 흑석곡을 점거했다고 합니다.”

“뭣이?”

소리치는 상관조홍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수뇌들의 얼굴에 분기가 서렸다.

최강의 무력단인 흑풍단원들의 시신을 회수하기도 전에 흑석곡을 내준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고인이 된 흑풍단원들의 넋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그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전에 마졸들의 더러운 발에 짓밟히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당장 삼단을 파견하여 적들을 몰아내도록 하시오.”

맹주의 명이 떨어졌다.

하나 이미 끝난 일에 전력을 투입할 수는 없는 일.

맹의 수뇌진들은 백룡단과 적호단 그리고 철궁단에서 각기 두 개조씩을 차출하여 척마단의 네 개 조와 함께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흑석곡을 점거한 게 만마전의 하급부대인 마영대(魔影隊)와 염왕대(閻王隊)라고 하니 저들만으로도 충분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책임자로는 척마단주 종리후를 선임했다.

그때 척마부단주인 관벽은 악무진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를 데려가야겠다.’

악무진은 아직까지는 척마단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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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인터넷이 끊겨 간신히 올렸네요. ㅡㅡ;

댓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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