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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철혈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0.05.22 18:50
최근연재일 :
2010.05.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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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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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30

작성
10.04.1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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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2 장 지옥동 (3)

DUMMY

“애새끼는 어디에 있느냐?”

악무진이 보이지 않자 구웅과 등적은 사서에게 물었다.

하나 사서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충 대답했다.

“어제부터 보이지 않소.”

“이 새끼 도망친 거 아냐?”

구웅이 분한 듯 소리쳤다.

등적은 싸늘한 눈길로 사서를 노려보고 있었다.

“못 봤다고?”

“그렇소.”

팍!

등적은 손에 낀 철조를 사서가 앉아 있는 서탁에 박았다.

사서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못 봤다고?”

“그, 그렇······.”

“목을 찢어줄까?”

“저, 그러니까······.”

망설이는 사서.

등적은 뱀눈을 더욱 무섭게 뜨며 철조로 서탁을 긁었다.

사서는 흠칫 놀라 곧바로 대답했다.

“지, 지옥동에 있습니다.”

“지옥동?”

“······!”

지옥동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두 사람.

바짝 긴장한 구웅과는 달리 등적은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살환도조차 익히지 못하는 놈이 지옥동에 있다고?”

등적의 고함에 사서는 눈을 찔끔하며 대답했다.

“살환도를 익히지 못하면 절대 나오지 말라는 엄명이 계셨습니다.”

순간 구웅과 등적이 일순 멍청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대소를 터트렸다.

“풋! 푸하하하하!”

“크하하하하!”

두 사람은 그런 명을 내린 흑풍단주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기대를 했더니 살환도조차 익히지 못하는 병신이니 얼마나 실망했겠는가?

두 사람은 대소를 멈추지 않으며 돌아갔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지자 사서는 코웃음 쳤다.

“흥! 그 정도 협박에 굴할 내가 아니다.”

지옥동에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살환도를 익히고 있는 건 아니다.

폭력과 협박에 대한 사서의 반발심이 두 사람을 안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둠의 손길은 마음을 놓고 있을 때 다가오는 법이다. 두 사람은 그걸 알지 못한 채 돌아갔다.


***


펑!

머릿속을 울리는 굉음.

임독양맥이 타통하는 소리다.

기세를 탄 혈왕기는 임맥과 독맥을 휩쓸며 무섭게 질주했다.

거침없는 질주.

광폭한 놈의 기세에 버티는 게 없었다. 막히면 뚫고, 비좁으면 넓혔다. 갑갑한 건 싫다는 듯 자신의 길을 뻥 뚫어놓았다.

임독양맥이 자리를 잡자 사지팔맥(四肢八脈)의 경맥(經脈)이 모두 열려 의념이 고루 닿았다.

이것이야 말로 절정의 경지.

그럼에도 혈왕기는 만족을 몰랐다.

오장육부를 관장하는 십이경(十二經)과 십사정경(十四正經), 그리고 삼백육십오락맥(三百六十五絡脈)과 기경팔맥(奇經八脈)까지 단숨에 치달았다.

소주천을 대주천으로 변화시켜 백맥을 내달렸다.

소주천은 힘이 약하여 연못의 음기를 다 제거할 수 없으나 대주천은 강한 힘으로 연못의 음기를 소멸하여 용(龍)이 모습을 드러내게 만든다.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용은 아직 어리다.

하나 혈왕기의 용은 어리나 광폭한 놈이다.

성질이 급하여 단숨에 천중으로 치솟으려 한다. 하나 힘이 채 미치지 못해 맥없이 연못으로 떨어진다.

성질이 폭발한 놈이 연못이 좁다고 패악을 부린다.

연못의 물이 넘치니 이는 주화입마의 전조다. 결국 연못이 터지면 세상은 붉게 변할 것이다.

어린 용의 주인인 악무진은 연못을 공고히 하고 어린 용을 압박하려 했다. 하나 폭주의 기세를 탄 놈을 다스리기엔 힘이 모자랐다.

그때다.

천중에서 의념이 쏟아졌다.

이면의 자아다.

생각지도 못한 이면의 자아가 때를 기다리라고 어린 용을 다독인다.

끊임없이 대주천의 기를 받아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생기면 연못에서 진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라 임독양맥을 돌아 천중에 닿으니 그 기세를 빌어 승천하라고 알려준다.

그 속삭임에 어린 용이 성질을 죽인다.

광폭한 기세를 죽이고 얌전해졌다.

혈왕기를 운공한지 백일 만의 일이다.


악무진은 눈을 번쩍 떴다.

화-악!

그의 눈에서 폭발한 노을빛 광채가 어두운 석실을 밝혔다가 사라졌다.

신광현신(神光現身)!

절정을 넘어선 신광의 경지.

겨우 기침단전이었던 무경이 백일 만에 신광을 발현했다.

경이적인 변화다.

태어날 때부터 임독양맥이 소통되어 있는 천마혈맥이었고, 또 천마혈맥만이 익힐 수 있는 혈왕기라는 경세절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내력을 알지 못한 사람이 들었다면 절대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신광의 경지.

손에서 병장기를 놓아도 무방한 무경이다.

물론 악무진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내가공부만 신광의 경지에 올라선 기형적인 상태다. 그릇을 만들고, 그 안에 내력을 충만하게 채운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혈왕인과 수라참룡도가 준비되어 있으니까.

악무진은 미소 지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미소다.

하나 나타남과 동시에 사라졌다.

“아직이다. 혈왕인과 수라참룡도를 익힌 후에야 웃을 자격이 있다.”

악무진은 벅찬 희열을 억누르며 혈왕기가 기록된 무서를 집어 들었다.


***


기련산의 눈이 녹자 만마전이 움직였다.

그들의 규모를 파악한 영웅맹은 적당한 규모를 출정시켜 가벼운 탐색전을 벌였다.

하지만 그건 후위에서 뒷짐이나 지고 있던 상부 인사들의 말이다. 최전방에서 만마전의 지옥전대(地獄戰隊)와 격돌한 척마단은 처절했다.

겨울 내내 웅크렸던 마기를 한꺼번에 쏟아내려는 듯 광기어린 지옥전대의 맹공은 척마단에 큰 피해를 입혔다.

천 명 정도가 투입되었는데 그 중 삼백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옥전대도 일백 가량의 사상자가 났지만, 승기는 확실히 만마전이 잡았다.

하나 싸움은 거기에서 그쳤다.

무슨 일인지 만마전은 더 이상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 듯 보였고, 영웅맹도 마찬가지였다.

혈전의 서막이 올랐음을 서로 간에 포고한 것 같았다.

이제 당분간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질 것이고, 서로의 빈틈을 발견한 순간 사납게 달려들 터였다.


척마단은 영웅맹으로 복귀했다.

구웅과 등적은 살아남았다는 것에 기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육조원 일곱 명이 가슴이 갈라져 죽은 것에 화가 났다.

“염병할 저런 신입들도 살아남았는데, 병신 같은 놈들.”

구웅이 악무진의 동기인 두 사람을 쏘아보며 투덜거렸다.

임평과 왕유는 얼빠진 사람들처럼 자신들의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비쩍 마른 사내가 임평이었고, 둥근 얼굴에 두 눈이 큼지막한 사내가 왕유였다.

“그 새끼는 지옥동에서 나왔는지 모르겠군.”

임평과 왕유를 보니 악무진이 생각이 난 등적이었다.

구웅이 등적을 돌아보며 씩 미소 지었다.

“가볼까?”

“지옥동엔 아무나 갈 수 없다는 걸 알잖아.”

“그럼··· 아, 그 사서놈에게 물어볼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서는 늘 바쁘다.

단혼각 내의 모든 서책들의 상태를 매일 같이 살펴야하고, 또 오래된 것들부터 일일이 필사를 해두어야 한다.

그래서 늘 자신의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쾅!

서탁이 부서질 듯 요란했다.

깜짝 놀란 사서가 기겁하여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구웅이 커다란 도끼를 들고 씩 웃고 있었다. 옆에는 등적이 뱀눈을 싸늘히 뜨고 있었다.

“놀라긴, 누가 잡아먹는대?”

“무, 무슨 일이오?”

“그놈.”

“예?”

“악무진.”

“악무진이라면······ 아, 지옥동!”

“그래, 그놈 나왔냐?”

“아직이오. 아직 나오지 않았소.”

“왜?”

“그야······.”

잠깐 망설인 사서는 내심 욕설을 내뱉었다.

‘그걸 물으려고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만드냐?’

물론 그걸 겉으로 드러낼 정도로 강심장은 아니다.

“아직 익히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소.”

“아직도?”

“그렇소.”

“그 새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놈이 병신도 그런 병신이 없구만. 벌써 몇 달인데 그깟 살환도를 못 익히고 지랄이냐!”

구웅이 통쾌하다는 듯 웃었다.

그에 사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잖소.”

“그래. 그 말이 맞다. 겉모습이 멀쩡하다고 속까지 멀쩡할까? 크크큭!”

대놓고 한 말은 아니지만, 분명 흑풍단주를 비웃는 게 틀림없었다.

“나오는 대로 척마단으로 복귀하라고 해라.”

등적이 싸늘히 말했다.

물론 그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은 없다.

아직 척마단 소속이니 지옥동에서 나오는 대로 소속인 척마단으로 복귀하라는 말일 뿐이다.

“알겠소. 그렇게 전하겠소.”

두 사람은 차가운 비웃음을 남긴 후 밖으로 사라졌다.

“염병! 만마전의 마졸들은 뭐하는 거야. 저런 악종들 안 잡아가고!”

사서는 괜히 마졸들의 무능력을 욕했다.


***


팟팟팟!

어지럽게 움직이는 손 그림자.

피처럼 붉은 기운을 머금은 장영을 따라서 공기가 요동쳤다.

우-웅!

석실 전체를 으스러트릴 것 같은 거대한 기세를 뿜으며 파동 치는 공기를 터트린 장영이 붉은 기운을 일시에 폭발시켰다.

회오리치듯 맹렬한 기세로 폭사한 핏빛 기운이 석실의 한쪽 벽면을 때렸다.

쿠와왕!

석실 전체가 무너질 듯 우르릉거렸다.

사방 벽에는 충격을 흐트러트리는 기진이 펼쳐져있어 석실이 무너질 염려는 없었다.

악무진은 자세를 바로하고 숨을 골랐다.

석실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벽을 살펴보니 장인이 뚜렷했다. 하나 깊이가 반치에 불과했다. 이성의 경지다.

악무진의 얼굴에 실망이 떠올랐다.

혈왕인은 아무래도 자신과 맞지 않은 모양이다. 수라참룡도에 비해 진전이 더뎠다. 사성의 경지에 오른 수라참룡도는 벌써 오성을 넘볼 정도로 그 진전이 굉장히 빨랐다.

악무진은 칼을 뽑아들었다.

기형의 쌍도.

기세가 달려졌다.

진한 핏빛 기운이 악무진의 전신에서 뿜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수련, 수련 또 수련.

먹는 시간과 싸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수련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았는지 모른다. 자는 시간도 아까워 한 식경의 운기조식으로 대체했다.

나중에는 먹는 시간도 아까워 끼니를 넘기기 일쑤였다.

화악!

도신에 이글거리는 핏빛의 기운.

도신에 응축된 혈왕기다.

광폭한 놈이라 흉측한 살기를 날름거렸다.

호흡을 가다듬은 악무진은 일순간 폭풍이 되어 석실 안을 휩쓸었다.

수라폭풍보(修羅暴風步)!

수라마귀가 혈풍을 일으키는 걸음이다. 걸음만으로도 가히 혈세천하할 기세다.

그 안에 핏빛 혈왕기를 머금은 쌍도가 허공을 어지럽게 가르니 그야말로 개세적인 혈폭풍이다.

초식이 많을 필요는 없다.

하찮은 상대를 쪼개고, 한꺼번에 몰려드는 개떼를 일거에 휩쓸어 버리고, 하늘마저 난도질해버릴 세 개의 초식이면 충분하다.

수라혈참(修羅血斬)!

수라폭풍참(修羅爆風斬)!

수라도천폭(修羅刀天暴)!


콰콰콰콰!

두 자루의 기형도에서 무수한 혈광이 줄기차게 쏟아졌다.

세상을 무수히 갈라버릴 섬뜩한 기세가 한쪽 벽면을 강타했다.

악무진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두 자루의 기형도를 갈무리하고 벽면을 살폈다. 지옥혈수라의 발톱 자국 같은 수 줄기 흔적이 벽면에 가득했다.

깊이와 길이가 한결 같았다. 어느 것 하나 도드라지거나 묻힌 것이 없었다.

악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냈다. 드디어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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