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산검림(刀山劍林)

철혈마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0.05.22 18:50
최근연재일 :
2010.05.22 18: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07,592
추천수 :
128
글자수 :
52,730

작성
10.04.13 21:06
조회
29,725
추천
5
글자
8쪽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1 장 약하면 당하는 것이니까 (3)

DUMMY

막사에서 두 번째 맞는 밤이다. 중간에 정신을 잃은 걸 제외하면 그렇다.

자정이 되었지만 악무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낮에 본 중년인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강해져야한다.

중년인처럼 당당해져야 한다.

그래야 돌아갈 수 있다. 그래야 돌아가서 당당히 외칠 수가 있다.

당신이 외면한 자식이 이렇게 강해져서 돌아왔노라고.

이제 만족하느냐고.

이제 자식으로 받아주겠냐고.

목숨을 버릴 각오로 여기에 왔다.

이렇게 편히 쉴 때가 아니다.

악무진은 결국 몸을 일으켰다.

쉴 만하니까 왜 지랄이냐고 아우성치는 몸을 이끌고 침상에서 내려왔다.

“뒈질거면 유서라도 쓰고 뒈져라.”

구웅이 중얼거린 말이다.

낮에 중년인이 한 말이 신경 쓰이나 보다.

악무진은 모른 척 무시하며 막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잔뜩 부은 얼굴이 아플 정도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둥근 달이 밝았다.

고개를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들고 저 달을 볼 때는 낮의 중년인처럼 강해져 있을 때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달을 보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악무진이 걸음을 멈춘 곳은 단혼각이었다.

단혼각은 무서들이 비치된 서각으로 이름과는 달리 잡술들로만 꽉 채워져 있어 척마단 무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서각이었다.

무공을 수련하는데 밤낮이 따로 있던가? 단혼각은 하루 종일 개방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척마단 무사들은 하루 종일 열손가락도 안 되는 숫자뿐이다.

잡술 중에서도 별 볼일 없는 것들로만 갖추어져 있고, 실전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무진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잡술이라 더 기대가 컸다. 정통무공을 익힐 수 없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무서들은 저 안쪽에 있소. 위층에는 높으신 분들이 와 계시니 기웃거리지 않는 게 좋을 거요.”

문사차림의 사내가 악무진을 힐끔하며 말했다.

악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무서각이라고 기대를 하고 왔던 악무진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서각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무서라고는 삼십여 권에 불과했다.

‘아니다. 어차피 내게 필요한 건 하나이지. 수십, 수백 개가 아니다.’

악무진은 이내 실망을 털고 무서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읽었다.

야왕안(夜王眼).

안법이다.

살수나 밤도둑들이 좋아 할 무공이다.

익혀두어서 나쁠 건 없지만, 지금 당장 악무진에게 필요한 게 아니다.

악무진은 야왕안을 도로 꽂아두고 다음 무서를 뽑아들었다.

만상변환술(萬象變換術).

역용술이다.

이름과는 달리 크게 뛰어나지도 않다.

악무진은 다음 책을 펼쳤다.

오행지둔법(五行地遁法).

은신술이다.

역시 필요한 무공이 아니다.

악무진은 빠르게 무서들을 살폈다.

이십여 권을 보았으나 그가 원하는 건 없었다.

그렇게 스물 몇 번째 권을 뽑아들었다.

살환도(殺環刀).

반드시 죽이겠다는 집념이 있어야 제대로 된 파괴력을 끌어낼 수 있는 단 일 초식으로 이루어진 미완의 도법.

순간 악무진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거다!”

불식간에 튀어나온 탓에 목소리가 컸다.

악무진은 스스로도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입구에 있는 사서가 힐끔 쳐다볼 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악무진은 고개를 돌리고는 살환도의 구결을 읽었다.


이층에서 악무진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묵빛 장포를 두른 중년인으로 낮에 악무진을 구해주었던 사람이다.

“잡술을 찾을 정도로 변변치 않다는 건가?”

중년인은 궁금했다.

잡술에서 무언가를 찾아 환호하는 소년의 내력이.

“누군데 흑풍단주의 관심을 끄는 겁니까?”

뒤에서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검은 도포를 입은 젊은 도인이 다가왔다. 어깨너머로 검자루가 삐죽이 솟아있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도사는 아닌 듯 보인다.

중년인, 흑풍단주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근골이 나쁘지도 않고, 떨어지는 오성도 아니지 싶은데 십년이 지나도 기침단전인 모양일세.”

“저 소년 말입니까?”

“그렇네.”

“하급의 심법을 익힌 모양이지요.”

“아무리 하급이라도 그렇지. 기침단전이 십년이라면 심법이랄 수도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

“하긴 그렇군요.”

그제야 관심이 생긴 모양인지 젊은 도인은 유심히 내려다봤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는 제대로 알아낼 수가 없었다.

“정 궁금하시다면 직접 살펴보시지 그럽니까.”

“글쎄.”

“천하의 흑풍단주가 망설일 때도 있습니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남을 함부로 속박하는 건 좋지 않네.”

“그야 그렇지만, 의도가 나쁘지 않고, 과정 또한 괜찮다면 무슨 문제겠습니까.”

젊은 도인은 그리 말하며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무형의 응축된 기가 날아가 악무진의 뒷목을 점했다.

살환도의 구결을 읽고 있던 악무진은 뻣뻣이 굳은 채로 뒤로 넘어갔다.

순간 거친 경기가 휘몰아쳐 악무진의 몸을 휘감아 올리더니 단숨에 이층까지 끌어왔다.

흑풍단주가 악무진의 몸을 받아 내렸다.

악무진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흑풍단주는 그런 악무진의 아랫배에 손을 대고 내력을 흘려보냈다.

젊은 도인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가운데 악무진의 내부를 살핀 흑풍단주는 잠시 후 손을 떼더니 고개를 저었다.

“단전이 탄탄한 것으로 봐서는 나쁘지 않은 심법이네.”

“그래요?”

“그렇네. 정말 이유를 모르겠군. 어떤가? 무당에서도 의술에 조예가 깊은 자네라면 뭔가 알아낼 수도 있지 싶은데, 한 번 살펴보겠는가?”

“어느 분의 명이라고 거역하겠습니까.”

젊은 도인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악무진 옆에 쪼그려 앉았다.

이름 높은 무당의 모습치고는 자세가 꼴사나웠다. 하나 젊은 도인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많이도 두들겨 맞은 모양입니다.”

“모난 성격인 모양이더군. 그 때문에 동료들의 눈 밖에 났고.”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인 젊은 도인은 이내 악무진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참 후 일어선 도인은 흑풍단주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알 수가 없군요. 이 친구가 게으른 게 아니라면 십년은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게으른 자가 이 시각에 여길 왔겠는가?”

“그렇지요? 잡술을 가지고 환호를 지를 정도로······.”

갑자기 말을 중단한 젊은 도인은 악무진이 손으로 꼭 쥐고 있는 무서를 들여다봤다.

“일 초식뿐인 미완의 도법? 소리를 지를 정도로 반겼던 게 일 초식일까요? 아니면 미완이어서 일까요?”

“미완을 반길 이유는 없겠지.”

“일 초식에 환호를 질렀다? 단순한 게 좋아서?”

젊은 도인은 갑자기 손을 뻗어 악무진의 머리 골격을 만졌다.

그러다 아예 자리를 잡고는 공력을 움직여 악무진의 머릿속을 살폈다.

흑풍단주는 조용히 지켜봤다.

잠시 후 젊은 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원괴혈맥(二元怪血脈)이군요.”

“이원괴혈맥?”

“한마디로 정신분열입니다. 아, 그렇다고 미치광이가 된다는 건 아닙니다. 평상시는 상관없는데, 하나로 몰입하면 둘 중의 하나가 반발해서 무아지경에 들 수 없습니다. 무아지경에 들 수 없으니 뛰어난 오성에도 불구하고 상승의 절기를 익힐 수 없을 테고. 무인에게는 아주 몹쓸 천형이나 마찬가지지요.”

“천마혈맥(天魔血脈)!”

흑풍단주가 놀라 부르짖었다.

과민한 반응이다.

‘천마혈맥이 저토록 놀랄 일이던가? 뭐, 흔한 체질은 아니지만.’

젊은 도인은 의아한 듯 쳐다보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도의 전설이라는 천마가 이원괴혈맥이라는 주장이 있어, 일부에서는 이원괴혈맥을 천마혈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만, 근거 없는 헛소리일 뿐입니다.”

젊은 도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악무진을 내려다보는 흑풍단주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그의 눈이 이채로 반짝였다.

‘혈곽의 주인이 나타난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철혈마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철혈마룡 연재를 종료합니다. +98 10.05.22 13,252 6 1쪽
13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4 장 폭풍신위 (三) +51 10.04.21 28,962 10 9쪽
12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4 장 폭풍신위 (二) +46 10.04.20 27,701 7 11쪽
11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4 장 폭풍신위 (一) +42 10.04.19 28,857 9 9쪽
10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3 장 발악이라도 해봐 (三) +43 10.04.18 28,506 11 9쪽
9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3 장 발악이라도 해봐 (二) +50 10.04.17 28,157 12 8쪽
8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3 장 발악이라도 해봐 (一) +51 10.04.16 28,384 10 13쪽
7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2 장 지옥동 (3) +64 10.04.15 28,639 10 11쪽
6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2 장 지옥동 (2) +35 10.04.14 28,553 10 10쪽
5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2 장 지옥동 (1) +21 10.04.14 29,135 9 7쪽
»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1 장 약하면 당하는 것이니까 (3) +29 10.04.13 29,726 5 8쪽
3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1 장 약하면 당하는 것이니까 (2) +25 10.04.13 30,545 6 10쪽
2 철혈마룡(鐵血魔龍) 제 1 장 약하면 당하는 것이니까 (1) +28 10.04.13 36,023 6 9쪽
1 철혈마룡(鐵血魔龍) 서장 +27 10.04.13 41,153 17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