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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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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06
추천수 :
24
글자수 :
90,361

작성
23.07.31 11:00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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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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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_2_인정을 받는 (7)

DUMMY

깔려도 살아남았던 괴물은 연의 지시기가 몰살해버렸다. 그 후 연이 신이 나서 하늘색 상자를 뒤지는 동안에도 내 심장은 도무지 진정되질 않았다.


해냈다는 흥분감이 날 지배한다.


난 주황색 원이 세 개가 그려진 문 앞에서 지도를 확인했다. 여기서 다시 필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또 미리 길을 생각해 둬야 한다. 시간이 소중한 지금 행여 길을 찾는다고 시간을 허비해 버린다면 그만큼 허무한 일도 없다.


“먹어.”


연이 나에게 작은 바를 하나 내밀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딸기와 바나나맛이 섞여서 나는 바.


“고마워.”

“오히려 내가 고맙지.”

“...?”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먹어. 편하게 먹어.”


또 그 미소를 띈 채 날 바라본다. 그래도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진 않아 난 바의 껍질을 벗기고 베어 물었다. 세 번 깨작이니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입 안에 퍼져 있는 맛있는 과일 맛에 전혀 후회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느꼈다.


...연은 내가 먹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지켜본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 정도는 내가 대가를 치른 거라고 생각하겠다. 흥. 그렇다고 마음에 들었던 절대 아니다.


“열게.”


끄덕이는 연. 난 문을 열었다. 문이 드륵- 하며 열린다.


“?”


의외의 광경이었다. 나타난 방엔 있는 게 없었다. 아무것도 없다. 괴물도, 가구도, 컴퓨터도.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방. 그 흔한 파이프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방은 또한 지금까지 본 방과는 다르게 정확한 정육면체의 형태를 하고 있다. 뭔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하리, 하리야!”

“.......”


걸어들어갔다. 방의 중앙에 서서 위를 올려다 봤다. 보이는 거라곤 새하얀 천장이 전부. 왠지 모르게 거기를 바라보게 된다. 연이 급히 나에게 달려온다.


“뭔가 이상해, 나가자, 당장.”

“아니야, 여긴.... 여긴 뭔가 달라.”

“뭐가 다르다고! 당장 나가자니깐!”


그녀에 내 팔을 붙잡았다. 잡아당겼다. 본래라면 그녀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는 나다.


난 마법을 사용했다.


“어, 어어?”


연이 그렇게 크게 당황하는 걸 처음 봤다. 연의 몸이 얕게 두둥실 떠올랐다.


“난 여기 있을 거야.”

“하리! 지금 뭐하는 거야! 그만해!”

“.......”


연은 모른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거다.


난 그녀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왜 그러는 거냐고! 정신 좀 차려! 하리! 랴하리!”

“조용히 해 봐. 뭔가 들리지 않아?”

“도대체 뭐가 들린다는 건데!”

“...니 뒤에.”


연은 급히 뒤를 돌아봤다. 기겁했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내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검은 코트의 사내는 연의 귀에 뭐라고 속삭였다. 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난 정신을 잃은 연을 방 밖으로 빼냈다. 마법으로 문을 닫았다.


“랴하리 빅책. 반갑네. 난 콜이야.”

“콜.... 안녕하세요 콜님?”


콜은 입꼬리를 끌어 올린다. 그는 부드럽게 바닥에 안착한다. 난 공손하게 손을 모았다. 그에게 미소 지었다. 콜은 키가 크다. 그는 나에게 걸어왔다. 내 코앞까지 와서 내 머리카락을 짚는다. 머리카락을 짚어 냄새를 맡는다.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향이 나는구나.”

“감사해요 콜님.”

“그래. 빅책의 삶은 어떠니. 얼굴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구나.”

“빅책....”


랴하리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으나, 이내 밝아진다.


“행복하진 않아요. 아직 배울 것고 많고 참아야 할 것, 이겨내야 할 것도 많아요. 할 게 정말 산더미지만.... 해낼 거예요. 아까 있던 3등급 방도 해냈잖아요. 보셨죠?”

“봤지. 인상적이더구나.”


그의 손엔 아직도 랴하리의 머리카락이 들려 있다. 그는 그 냄새를 다시 맡는다. 그의 콧구멍이 커져 그녀의 모든 것을 느끼겠다는 듯, 머리카락 사이사이의 공기를 빨아들인다.


쓰읍.... 하아....


랴하리는 매순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콜은 잠시 그녀에게서 한걸음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찬찬히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이 참 예쁘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내의 정욕을 자극하는 그녀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게 생겼다. 그것은 평균보다 살짝 왜소한 그녀의 체격과 겹쳐서,


쓰읍-


콜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정말, 이 아이는 마치 그 존재 이유가 처음부터 있던 것처럼 존재한다. 아이의 몸에서 느껴지는 그 순수하고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마력조차도 남자를 홀리는 분위기를 풍긴다. 자신은 모르고 있겠지. 자신이 그렇게 매력적인 존재라는 걸. 저렇게 관능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정작 자신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저 순수한 표정. 물론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있는 커다란 상처를 외면할 순-


띵!


“음...?”


갑자기 랴하리의 손목에서 들린 알림음에, 콜의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콘솔이었다. 콘솔에서 웬 홀로그램이 튀어나왔다. 나이가 있으나 그 얼굴을 모르는 마법사가 있을 리가 없다. 마법사의 길을 걷는 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미타한 빅책이 콘솔에서 튀어나왔다.


“지금 뭐하는 겐가?”


미타한이 물었다. 콜은 당황해서 대꾸도 하지 못했다. 랴하리의 콘솔을 봤다가, 미타한의 얼굴을 봤다가, 다시 랴하리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미소짓고 있다.


“난 자네에게 무엇을 하냐고 물었네.”

“큼, 크흠!”


콜은 목을 가다듬었다. 이것은 고작 홀로그램. 하긴, 랴하리도 빅책이 아닌가. 빅책의 콘솔에 빅책의 홀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는 거지.


“좆같은 거.”


저 멍청한 홀로그램 떼문에 흐름만 망쳤다. 콜은 홀로그램을 무시하고 다시 랴하리에서 손을 뻗었-


텁!


콜은 놀랐다. 홀로그램이, 고작 상호작용형 홀로그램일 뿐인 것이 내 팔을 잡았다.


잡았다고.


“마법사인가, 콜?”


미타한이 묻는다. 그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가는 노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콜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 앉는다.


“미, 미타한....!”

“날 알아보는군. 책을 읽는 것을 게을리하진 않았다는 게겠지. 허나,”


미타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손에 잡혀 있던 콜의 팔뚝이 으적! 뭉개졌다.


콜은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목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바닥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끅끅거리는 콜을 보고 혀를 차는 미타한.


“그 추잡하고 더러운 심정만큼은 버려도 됐을 것인데. 아니, 차라리 다른 마법사를 노렸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빅책을 건드리고도 자네가 무사할 줄 알았는가?”


퍽!


다른 팔마저 뭉개졌다. 가만히 뒷짐만 지고 있는 미타한에게 당한 콜은, 양팔을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소리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자네의 실력으론 빅책을 찾을 수 없었을 텐데. 누가 자네에게 이런 의뢰를 했지?”


읍, 으으읍!


소리를 질러댄다. 콜은 자신의 목구멍이 점점 조여온다는 걸 느꼈다.


죽는다. 이대론 죽는다. 목이 졸려 죽는다!


죽는다는 공포가 엄습하니 떨어져 나간 팔은 신경도 쓰이질 않았다. 바닥을 미친 듯이 굴렀다. 허리를 굽혔다가 펴고, 두 다리로 바닥을 탕탕탕 내리친다. 미타한은 그의 목구멍이 막히기 직전에 마법을 풀어주었다.


콜은 급히 숨을 들이쉬었다. 먹먹해졌던 정신이 돌아오니 엄습하는 것은 뭉개진 팔에서 나오는 고통.


“으아아아악!”


목구멍이 터져 나가라 비명을 지른다. 미타한은 그에게 물었다.


“다시 묻겠네. 누가 감히 이런 대담한 일을 벌였는지 답하게나. 어차피 빅책을 건드린 이는 멀쩡히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자네도 알걸세.”

“씨발, 씨발!”


욕을 내뱉는다. 미타한은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답을 하기 싫다면, 다시 숨통을 조여줄 수도 있어.”

“씨발, 하, 할게, 한다고 개씨발!”


쓰읍, 쓰읍!


숨을 필사적으로 들이마시며, 마법으로 양팔을 지혈하는 콜. 그는 이를 악물면서 몇 초 간 고통을 참더니, 입을 연다.


“빅책! 이건 당신네들이 꾸민 일이잖아! 왜 이제 와서 날, 날 이렇게 씨발! 내가 가져도 된다면서! 원하는 대로, 씨발! 존나 아프네! 원하는 대로 가져가라면서!”

“빅책이라?”

“그래 씨발! 미타한, 너도 빅책이잖아, 미타한 빅책!”

“좋아.... 그러나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겠어.”


꽈악!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콜. 눈이 반쯤 뒤집어질 때까지, 천천히, 고통스럽게. 두 팔의 뭉개진 부분까지 건드려니 그는 그것을 참지 못하고 발작하듯 바닥을 구른다. 먼지 하나 없던, 깔끔한 백색을 자랑하던 바닥은 이미 콜의 진득한 피로 더렵혀져 있다. 미타한은 마법을 풀어주었다.


“내가 자네보다 얼마나 경험이 풍부한지 가늠을 못하는 듯한데, 두 번 가르칠 이유는 없겠지?”

“씨-”


욕을 하려던 콜은 입을 다물었다. 잠시 이를 악물면서 팔에 다시 마법을 사용하고, 억지로 억누르는 목소리를 낸다.


“없어요! 없다고요!”

“아까 빅책이라고 했나? 더 자세하게 말해주게나.”

“빅책 가문에서, 큭! 알잖아요, 이런 더러운 일을 하는 마법사가 있다는 거! 샤프란으로 의뢰가 들어왔어요, 하, 빅책의 이름으로.”


끙-


눈을 질끈 감으며 고통을 인내한다. 미타한은 자신의 수염을 쓸어내렸다.


“의뢰의 샤프란이 받은 것은?”

“받은 거, 하아...! 받은 건, 그 대가로 에데르를 죽였어! 죽였다고요!”

“에데르를?”

“그래, 그 좆같은 할망구의 사지를 하나하나 뽑아서 우리한테, 끄윽...! 하, 하아...! 우리한테 줬다고...!”


수염을 쓸던 미타한의 왼쪽 눈이 빛이 났다. 그의 눈동자에서 나온 빛을 본 콜은 그 광명에 얼굴을 한껏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거짓말을 하진 않았군.”

“당연하죠...! 다 죽어가는 마당에...!”


미타한은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의 오른손엔 작은 가시가 들려 있었다. 사람의 손가락만 한, 뾰족한 가시. 미타한은 바닥에 있는 콜을 마법으로 들어 올렸다.


“당분간은, 자네가 내 눈이 되어줘야겠군.”

“그게 무, 무슨-”


그의 벌린 입으로 미타한의 손이 들어갔다. 그는 가시를 그의 입천장에 꽂았다. 콜은 가시가 자신의 살과 근육을 가르고 뇌까지 건드리는 것을 그 자리에서 생생히 느꼈다.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공포스러웠다.


미타한은 가시를 단단히 박고 나서야 그를 놓아주었다. 바닥으로 무너지는 콜. 컥컥거린다. 그러나 힘없는 마른 기침일 뿐이다. 미타한은 그에게 명령했다.


“랴하리에게 건 암시는 풀어주고, 지금 벌어진 일은 없던 일로 하게나.”


필사적으로,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콜은 습관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려다가 제 팔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곤, 겨우 혀를 내밀어 랴하리를 혀로 가리킨다. 그러자 랴하리의 미소가 뜨문뜨문 사라진다. 그것을 확인한 미타한은 랴하리가 멍하게 방에서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문이 열리고, 랴하리가 통과한 다음 닫힌다.


노인은 마지막으로 콜에게 요구했다.


“아이템은?”

“아이템...여기....”


그 꼴을 한 채로도 마법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참 고통스러웠으나, 미타한에게 거스를 경우 대면해야 할 분노가 더 공포스러웠다. 콜은 겨우 바지 주머니에 있던 아이템을 꺼냈다. 아이템은 허공을 둥실- 떠 미타한의 손에 안착했다.


“고맙네.”


미타한도 방을 떠났다.


방을 떠나니 연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랴하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그녀를 제 품에 부드럽게 안아 속삭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노인은 랴하리의 눈에서 눈물 자국을 발견했다. 연의 뒤로 가서 보니 그것은 더욱 선명했다. 안타까운 한숨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콜이 암시를 풀면서 가장 강한 감정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녀가 가진 가장 강한 감정이라면야.... 역시 그녀의 아픈 과거밖에 더 있겠는가.


그는 가만히 서서 연이 끝까지 랴하리를 위로해 주는 것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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