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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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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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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361

작성
23.07.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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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_2_인정을 받는 (3)

DUMMY

잠시 침묵했다. 노인은 인자한 미소로 날 내려다보고 있고, 난 눈을 간혈적으로 끔뻑이면서 그를 보고 있다.


“...괜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아는 것을 이야기할 뿐이라네.”


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갑자기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생각이 들어서 그렇기도 하다. 내가 이렇게 아등바등 발버둥쳐도 할 수 있을까? 상대는 빅책 가문이다. 이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영향력 있고 힘 있는 가문. 내가 혼자 힘으로 이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내가 내 자리를 되찾아 낼 수 있을까?


한 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은 절제하기 어려웠다. 난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잠시만 앉아서 울고 싶기도 했다.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어.”


노인이 부드럽게 말한다. 난 뜨거워 지는 눈시울을 숨기려고 눈에 힘을 줬다. 그래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


미타한은 자신의 흰 홀로그램 손이 내 어깨 위에 올린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허상일 뿐이었지만 왠지.... 그가 진정으로 날 위로하려는 것만 같았다.


고작 데이터일 뿐인데. 겨우 데이터일 뿐인데.......


스륵-


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릎을 가슴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훌쩍.


왜. 도대체 왜. 그냥 행복하게 살아도 됐잖아. 그냥 같이 살면.... 왜 날.... 나만....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



***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결국 울었다. 크게 울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용히 운 것도 아니었다. 이 노인이 빅책 가문에 대해 떠들면서 의도적으로 내 상처를 건드린 것은 아니겠으나, 일단 상처가 욱씬거리기 시작한 이상 그 고통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다짐했다. 해낼 거라고. 이겨낼 거라고. 단 한 번만 해내면, 한 번만 해내면 된다고.


수없이 반복한 자기 위로와 자기 암시를 지팡이 삼아 일어난 난 노인에게 물었다. 미타한은 날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도와줄 것이냐.


노인은 흔쾌히 응했다. 그는 내가 뛰어난 재능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지금까지 그 잠재력이 낭비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이종일관 내가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떠들었고 자신이 이 재능을 직접 지도할 생각에 들떠 있다고 말했다. 고작 데이터 주제에 참 생생하게 반응한다고 난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데이터가 무쓸모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난 전장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을 빠르게 학습했다. 노인이 옆에서 설명해주고 가르쳐 주는 것이 내가 혼자 콘솔을 보면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빠르게 배웠다. 그날 하루 종일 배운 결과 난 전장에 대한 감각을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었다. 아이템을 몇 가지 얻은 것은 덤이고 말이다.


노인은 내가 마력의 효율과 그 총량에 있어서 다른 마법사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내가 구현하는 기술들이 너무 원시적인 것들이라 기초적인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찍이 전장에서 좋은 경험이 있던 난 이번에도 그를 믿고 따르기로 했다.


난 노인 앞에서 마법으로 좀비를 움직여 보았고, 고정시켜 보았고, 죽여 봤다. 노인은 혀를 끌끌 찼다. 내가 무식하게 힘만 세니깐 이렇게 마력을 운용하는 것이라며, 내 재능이 부족했더라면 통하지 않았을 방법이라는 거다.


노인은 데이터에 불과했기에 직접 마법을 선보일 순 없었으나 나에게 상상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그가 말하는 상상은 확실히 달랐다. 내가 하던 상상들은 그가 말하는 상상에 비하면 정말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노인은 마법사라면 무릇 상상하기에 따라 산을 움직일 수도 있고 바다를 빨아들일 수도 있다면서 나에게 여러 개의 상상을 동시에 하는 법을 알려줬다.


...알려준다고 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다시.”


노인이 명령했다.


쓰읍-


숨을 들이마셨다. 머릿속에 있던 잡생각을 치운다. 처음부터 다시 상상한다.


“먼저, 상상을 증폭하는 프리즘.”


노인의 말대로.


이 프리짐이라는 것은 내가 상상하기 나름이다. 난 아무것도 없는 복도를 노려보면서 상상을 거듭했다. 그 형태는 상관이 없다. 단지 내가 역할을 부여할 수 있는 무언가 이기만 하면 된다.


상상을 계속하자 작은 구 하나가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다.


좋아. 여기까진 된다.


“이제 해보게나.”


노인이 말한다. 난 구에게 구가 해야할 것을 알려주었다. 넌 내가 하는 마법을 똑같이 따라 한다. 똑같이 따라 하며 그 세기를 키운다.


“.......”


구는 아무 답도 돌려주질 않는다. 마음속에서 조바심이 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난 저 구를 길게 유지하지 못한다. 구에게 다시 일렀다. 넌 내가 통제하는 프리즘이다. 내 마법을 따라한다. 내 마법을 증폭시킨다.


...둥.


구는 비로소 반응한다. 그 미세한 울림이 나에게 똑똑히 전해져 온다. 됐어.


난 복도에 있는 잡동사니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근데 구가 내 마법을 따라하지 않는다.


명백한 실패. 난 마법 쓰기를 멈추었다. 잡동사니가 그대로 바닥에 철그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후....”


오래 집중한 탓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난 잠시 지끈거리는 이마 위에 손을 올리며 벽에 기댔다.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안다고 그 과정이 유쾌한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것은 언제가 힘이 든다.


“당장 내일 토너먼트에 참가해야 한다고 했나?”

“...네.”

“그럼 다른 방법을 써야겠어.”


띡.


콘솔의 알림음. 그에게 콘솔의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한 지 한참이 지났기 때문에, 절로 알림음이 나온다고 해서 놀라거나 하진 않았다. 난 콘솔을 들여다봤다.


[[

추천 아이템: 나하스람의 반지

]]


이름표와 그림. 콘솔은 나하스람의 반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반지다. 색이 검은색이다. 특이한 문양이나 글씨 같은 것은 없다. 때문에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반지는 그 색만으로 무언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준다. 평범한 검은색이 아니라서.


“이게 뭐죠?”

“이게 있다면 프리즘를 다루기 쉽겠지. 당장은 못하는 게 당연해. 나도 처음 프리즘을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 몇 달이 걸렸어. 프리즘에 내 말을 이해시키는 데에 또 몇 달이 더 걸렸고. 자네는 프리즘이라는 개념을 지금 처음 알았으니 못하는 게 당연해. 그러나.... 이 정도 아이템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이 반지가 있으면 프리즘을 다룰 수 있다는 거예요?”

“정확해. 전에 크라켄 이야기했지? 하마터면 자네의 실력이 부족했던 탓에 동료가 죽을 뻔했다고. 그 동료의 뛰어난 강인함이 아니었더라면 자네까지 그 자리에서 잡아 먹혔겠어. 쨌든, 프리즘만 있다면 그런 겨우 3등급까지 크라켄 정도야 쉽게 제압할 수 있지.”


그 크라켄은 내가 억지로 마력을 쥐어 짜내면서 상대했던 괴물이다. 그런데 그 크라켄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니? 겨우 아이템 하나 얻는다고?


노인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줬지만 이 말만큼은 믿기 힘들었다. 과장하는 거 아니야?


“밑져야 본전 아닌가. 상황이 급하다면 잠시 전략을 수정할 때도 필요한 법이야.”

“......어떻게 얻는데요.”

“콘솔에 지도를 띄워주지.”


그는 정말로 지도를 띄워주었다. 데이터가 지도라는 또 다른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게 짐짓 신기했으나 그것엔 나중에 신경 써도 문제없었다. 난 전장을 나가 그가 알려준 장소로 이동했다.


그가 알려준 장소는 로비에서 가장 발걸음이 뜸한, ‘숲’이라는 곳이었다. 이름만 숲이고 나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모순된 장소였으나 돌덩이는 많았다. 탑의 대부분의 장소가 거대한 동굴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만들었다는 걸 고려하면 이 장소는 나름의 특징이 있었다.


난 기어가야 하는 좁은 틈을 슬쩍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노인은 더 이상 홀로그램으로 나타나지는 않았고 대신 콘솔을 통해 나와 상호작용했다.


“반대편엔 아무것도 없어요. 빛도 없고....”


콘솔을 손전등 삼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콘솔에서 나오는 음성.


“일단 통과하면, 패턴이 보일 걸세.”

“패턴이요?”


띵.


알림음. 콘솔에 그림 하나가 나온다. 패턴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확히 같은 모양의.... 곡선들이 늘어서 있는 패턴.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보일 걸세.”


끙-


난 몸을 비좁은 틈으로 집어넣었다. 이 칙칙한 동굴을 지도 하나 의지해서 돌아다녔으니, 이 정도야 못할 것이 되지 않는다.


까끌까끌한 표면이 팔꿈치를 할퀸다. 긴팔을 입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긴바지를 입어서 다행이다. 침실에 있는 내 자캣을 입고 올 걸 그랬나. 조금 추운 것 같기도 하다.


길지는 않았다. 꾸물꾸물 기어가니 반대편에 닿았고, 반대편 공간에 도착하니 정말 천장에 노인이 말한 패턴이 있었다.


“이게 보여요?”


콘솔에 대고 말했다. 노인의 홀로그램이 내 옆에 나타났다.


“날 기억할지 모르겠군.”


그가 작게 웅얼거렸다.


“누가요?”

“.......”


노인은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고개를 천장의 패턴으로 향한 채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난 노인이 가만히 그러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사락.


분명 이 작은 굴엔 나와 노인 둘만이 있음에도,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흐익!


깜짝 놀란 난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다.


“바, 방금, 어?”


두리번.


노인의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난 떨리는 마음으로 콘솔로 노인을 불렀다.


“저기요, 할아버지. 저기요!”


답이 없다. 난 콘솔을 두드렸다. 톡톡. 콘솔이 반응을 안 한다. 깜빡이더니 전원까지 꺼져버렸다.


난 삽시간에 홀로 남게 되었다. 콘솔에서 나오던 빛이 사라지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저기요....”


왠지 모르게 목소리를 작게 내게 된다. 나가야 하나? 아까 그 틈이 어디였지? 뭐가 보여-


사락.


분명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또 뒤에서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히익!


심장이 쿵쿵 뛴다. 무서운 마음에 무작정 뒷걸음질 쳤다.


터벅, 터벅!


내 발걸음에 맞춰 무언가 소리를 낸다.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뭔가 있다. 뭔가 나와 함께 있다!


“오지 마...!”


턱!


등 뒤로 벽이 닿았다. 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혹시나 했지만 구멍 같은 것은 없다.


터벅!


바로 앞에서 들린 발소리. 그러나 빛이 없어 보이는 건 없다.


...사락.


머릿결을 만진다. 난 몸을 벌벌 떨며 그것의 손길을 견뎌냈다.


“하지 마, 하지 마.... 제발....”

“......너. 마법사구나?”


사람의, 부드러운 말소리. 그 말과 동시에 위에서 밝은 빛이 화악! 주변을 밝혔다.


난 그 빛이 천장의 패턴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고,


“...!”


내 코앞엔 웬 여인이 한 명 있었다. 내가 입을 열어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그 여인의 손이 내 입을 틀어막는다.


“쉿. 난 시끄러운 게 싫어.”


온몸이 반투명한 여인. 유령인가? 혼령? 몰라, 그치만 무섭다!


난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벽에 몸을 붙이고 서서, 제발 이 유령이 날 헤치지 않기를 빌었다.


“널 다치게 할 생각은 없어.”


반투명한 여인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거둔다. 난 작게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게 귀를 울릴 정도다.


“날 불러낸 게 너니?”

“.......”


꼴깍.


여인은 아름답다. 긴 은빛 머릿결이 허리까지 내려간다. 사뭇 따뜻한 인상을 하고 있다. 나에게 미소 짓는다. 웃는 얼굴이....


떨리던 심장이 가라앉는다.


띵!


“나하스람!”


흐익!


갑자기 콘솔에서 노인의 홀로그램이 튀어나왔다. 놀라서 바닥에 내려앉고 말았다.


“...놀랐잖아요!”

“아, 미안하게 됐네 꼬마 아가씨. 날 보면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아서, 허허허!”


노인은 사람 좋게 웃는다. 반면, 유령 언니는 그를 무섭게 째려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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