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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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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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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361

작성
23.07.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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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_2_인정을 받는 (5)

DUMMY

일부러, 날 소유하겠다는 대머리가 세운 전광판을 한 번 보고 갔다. 가까이서 본 것은 아니다. 가까이 가면 또 사람들의 시선을 끌까 봐 멀리서 연에게 받은 모자를 눌러쓰고 멀찍이서 지켜봤다. 전만큼 떠들썩하진 않았으나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래도 그것을 연료 삼기로 마음먹었다.


토너먼트는 세 개의 게임을 치루는 것이고 아직 두 번의 게임이 남았다. 진다면 탑에 들어왔음에도 예전과도 같은 생활을 할 게 뻔하다. 그렇게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와 연은 그 칸막이 안에 있다. 선이 다섯 개 있는 칸막이 말이다. 연이 벽에 있는 패널을 고갯짓한다.


“저거 안 읽네?”


토너먼트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는 패널. 난 그녀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 다 알거든.”

“어제 종일 안 보이더니 그것 때문이었어? 그거 공부한다고?”

“응.”


연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짓는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진 않았네. 그런데 하리야.”

“왜?”


그녀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번진다. 난 그녀가 또 날 만지려는 것임을 알고 뒤로 물러섰다.


“아직은 배울 게 많네. 언제 게임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터벅-


다가온다. 그녀에게 대꾸하려고 했으나 칸막이가 컴컴해졌다. 일전의 경험으로 이게 날 전장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임을 알았다. 매쓰겁다는 것도 알았다. 눈을 질끈 감으니 곧 그 어지럼증이 머릿속을 뒤집어 놓는다. 참았다. 이동이 완료됐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펑!


고무판을 때리는 소리. 눈을 떴다. 엉거주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옆에 있는 연은 이미 앞에 있는 상자를 살피고 있다.


“.......”


어지럽다. 속이 이상하다. 입술을 깨물고, 난 그녀 옆으로 가 상자 안에 있는 패널을 내 콘솔에 가져다 댔다. 패널의 내용이 콘솔로 전송된다.


“다 죽어가는 얼굴이네.”

“...나도 할 수 있어.”


연은 재밌다는 투로 날 바라본다. 난 그녀의 시선을 받아냈다. 호흡을 고르고, 당장이라도 토를 할 것만 같은 속으로 똑바로 허리를 펴고 섰다.


할 수 있어. 정말로.



***



이번엔 완전한 지도를 받았다. 어떻게 높은 보안 등급으로 갈지 수월하게 길을 미리 짤 수 있었다는 소리다. 연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난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종합해서 길을 만들어 냈다. 연은 심지어 내가 길을 안내하게까지 했다. 그녀에게 옆에서 잠깐 잠깐 어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했지만 길을 선택하는 것은 내 주도였다.


터벅-


굴을 걸으며, 내가 연에게 물었다. 배워야 했다.


“근데, 왜 최대한 빨리 가는 게 좋다는 거야? 아이템이 나올 법한 곳도 무시하고 먼저 가고 있잖아.”

“두 번째 게임부터는 다른 사람들과 직접 경쟁하는 거잖아. 그래서 전장 자체가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저도 지도를 봤으니깐 눈치챘겠지만. 그래서 그쪽에 먼저 집중하는 쪽이 처음에 유리해. 여기서도 잘하면 특전을 또 아낄 수 있겠지.”


난 두 번째 게임의 룰을 떠올렸다.


첫 번째 게임은 단순히 일정 정도의 점수를 모으는 것으로 통과할 수 있으나 두 번째 게임부터는 전적을 쌓아야 한다. 단순히 많은 승을 쌓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전적을 쌓는 게 중요하다. 그 의미의 정도를 측정하는 식이 패널에 소개되어 있는데 그것을 연구하다간 일주일이 걸릴 것만 같아 그 부분에선 연의 감을 믿기로 했다. 연은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저벅-


모퉁이를 돌았다. 저기 앞에 문이 보인다.


“저기다.”


내가 말하며 문에 다가갔다. 배터리가 없으나 아이템을 포기하고 배터리를 다섯 개나 챙겨왔다. 난 콘솔에서 배터리를 소환해서 문의 상단에 꽂았다. 문이 열린다. 양방향 화살표가 그려진 문이다.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난 연과 함께 문을 통과하고 문을 닫았다. 연이 지시기로 배터리를 쐈다. 배터리가 망가졌다.


혹시라도 다른 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게 내가 설명한, ‘필드’야.”


필드. 그녀는 여기까지 오면서 나에게 필드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도 글로 필드를 접해서 모르는 내용은 아니었으나 역시 직접보는 것과 읽는 건 다르다.


필드. 전적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필드에 두 팀이 들어오면 절로 미니게임이 시작된다. 말은 미니게임이지만 그 게임 한 판 한 판이 가진 잠재력을 생각하면 절대로 ‘미니’하다고 할 순 없다.


미니게임의 방식은 특이하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이 정확한 큐브 모양을 한 방은 가운데의 선으로 두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미니게임이 시작되면 양 팀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한다. 두 영역은 정확히 같은 모양으로 생겼다. 어떤 필드는 양쪽 영역이 다르게 생겨서 시작부터 게임이 불평등하기도 하다고 하던데.


연과 난 한쪽 영역으로 이동했다.


영역은 정사각형 모양이다. 영역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길이 있다. 양 팀의 영역을 나누는 선과 평행하게 길이 깔린 이 길로 이 미니게임의 적이 나타나 이동한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길의 끝에서 소환되는 적이 반대편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막는 것. 죽이는 것이다.


적은 우리가 평소 마주하는 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반의 반 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길을 따라 전장이 만들어 내는 허상의 적이 이동한다. 연은 그것들이 크기가 작아 제법 귀엽게 생겼다고 한다. 원래 좀비를 약 서른 배 정도 축소시킨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한 미니 좀비들은 우리가 직접 죽이는 게 아니다. 길에 장애물과 타워, 혹은 아군을 소환해야 한다. 특별한 경우 우리가 직접 괴물을 죽일 수 있으나 아직 연이 거기까지 알려주진 않았다.


“자. 여기 어때.”


연이 길의 끝에 서서 말한다.


“좋아 보여.”

“그치?”


그녀는 콘솔을 조작한다. 어둑어둑하던 방의 조명이 환해졌다. 내 콘솔에도 알림이 떠올랐다. 읽었다.


[[

참가자 등록됩니다.


참가자: 랴하리


이제 콘솔로 미니게임의 메뉴를 접속할 수 있습니다.

]]


미니게임의 메뉴. 메뉴를 접속했다. 이 미니게임의 재화, 코인의 보유 개수와 그 코인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와 연은 이미 살 것을 정해 놓았다. 시작할 때 주는 5코인. 그것으로 살상로봇을 구매했다.


팅!


콘솔에서 튀어나오는 알림음. 콘솔의 인벤토리에 살상로봇이 생겼다. 난 살상로봇을 콘솔에서 꺼냈다.


팅!


알림음이 한 번 더 튀어나왔다. 바닥에 살상로봇이 소환된다. 난 그것을 가만히 살폈다. 조금 크다. 본래 살상로봇이 3미터가 넘었으나 지금은 작다. 너무 작다. 15센치미터도 안 된다. 연이 제 콘솔에서 칩을 소환했다. 살상로봇에게 칩을 보여준다. 살상로봇의 외눈이 칩으로 향한다.


“....작아서 돌려가면서 보여줘야 할 것 같아.”

“그러게.”


연은 내 말대로 칩의 뒷면까지 보여준다. 살상로봇을 그러자 작동을 시작한다. 연은 철컥거리는 기계음을 내는 놈에게 주변을 순찰하며 탑 안의 괴물을 섬멸하라 명령했다. 내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살상로봇이 영역 가운데의 길 안에서 조그만 원을 그리고 돌아다닌다.


첫 게임에서 얻은 칩을 이런 식으로 쓸 줄은 몰랐으나 저 살상로봇을 보니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다. 길의 끝에서 좀비가 수십 마리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길에 걸터앉았다. 길이 바닥에서 위로 솟아올라나 있기 때문에 은근히 편했다. 연이 내 옆에 앉는다. 난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아무도 이 필드로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

“그럴 리는 없어. 애들이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거든. 모두가 전적을 쌓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야. 이렇게 한쪽 팀이 없는 필드는 지도에 강조 표시가 돼.”


난 콘솔을 켜 지도를 확인했다. 정말 우리의 위치가 강조 표시가 되어 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의 콘솔에도 이 표시가 있다는 거야?”

“맞아. 기다리면 올-”


드르륵!


그녀의 말은 끊겼다. 우리가 들어 온 문으로 다른 팀 하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들와 우리는 눈을 맞주쳤다.


“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들이었다. 내가 처음 연과 함께 조율자 훈련장에 갔을 때 연을 사납게 대했던 두 남자. 내가 그들을 알아봤던 것처럼 연도 그들을 알아봤고 그들도 연을 알아봤다.


“너!”


흥분한 남자가 우리 영역으로 넘어오려고 한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지만 연은 차분히 앉아 있다.


“앉아, 하리야.”

“그치만-”


쿵.


“윽!”


넘어오려던 남자가 무언가에 부딪혀 뒤로 넘어졌다. 연이 그를 비웃는다.


“필드가 처음인가?”

“씨발, 뭐야!”


그는 앞을 살핀다. 나도 방금 일어난 일이 이해가 안 된다. 그는 영역을 가르는, 바닥에 그려진 흰색 선을 넘으려고 했다. 근데.... 무슨 눈에 안 보이는 장벽이 있는 것처럼, 그는 튕겨 나갔다. 덕분에 뒤로 제대로 넘어졌는데 많이 아파 보인다. 남자는 욕짓거리를 몇 번 더 지껄이더니 뒤로 물러난다. 두 번 아플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잘 만났다 이 개년아! 씨발, 어떤 꼼수를 써서 고작 크라켄 하나를 잡고 통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이 끝나면 뒤질 줄 알아!”

“시끄럽네.”


연은 귀를 파는 시늉을 한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남자는 더욱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그의 동료가 그를 말린다. 그는 몇 번을 더 고함을 지르곤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연이 그들을 도발했다.


“게임이 끝나야 이쪽으로 건너올 수 있는데. 빨리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설마 어떻게 참가자 등록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나?”

“닥쳐 씨발!”


씩씩거리며, 그가 자신의 콘솔을 조작한다. 내 콘솔에 알림이 하나 떠올랐다.


[[

필드에 두 팀이 모두 도착했습니다. 곧 게임이 시작됩니다.

]]


최초의 전적을 만드는 순간이다. 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상대편을 유심히 관찰한다. 상대는 우리와는 다르게 코인으로 타워를 여러 개 설치했다. 양 팀이 준비가 완료되자 콘솔이 게임이 시작됨을 알렸다.


“물러나.”


연이 나에게 말했다. 우린 길에서 멀리 떨어졌다.


팅팅팅!


길의 양쪽 끝에는 소형 포탈이 있다. 한쪽 포탈에서 좀비 무리가 나온다. 연이 말했던 것처럼 아주 작았다. 내가 손바닥으로 짓누르면 그대로 터져 죽을 것만 같다. 저 괴물 공세를 막아내면 코인을 받고, 코인을 다시 방어에 투자해서 더 강한 공세를 막아내는 식이다.


지잉-


길을 순찰하던 살상로봇이 좀비를 발견했다. 그것의 외눈이 좀비 떼를 향해 붉은빛을 쏘아 보낸다. 적을 스캔하는 것이다. 뒷골목에서 저 빛을 마주할 때면 온몸이 덜덜 떨렸는데 이렇게 보니 또 느낌이 다르다.


웅-


살상로봇의 양팔에 달린 연사포가 예열된다. 잠시 뒤, 발포한다.


드르륵!


몸집은 작은데 총소리가 크다. 건너편의 두 남자조차 이쪽을 볼 정도였다. 첫 연사에 좀비 열뎃 마리가 길에 쓰러졌다. 두 번재 연사에 남은 좀비가 몰살당했다. 그 가공할 만한 화력에 나도 모르게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살상로봇은 시뻘건 외눈으로 죽은 좀비 사체 무더기를 다시 확인하더니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연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난 그제야 반대편 팀에서 문제가 터졌다는 걸 알아챘다.


내 엄지 손가락만 한 포탑 다섯 개. 좀비 두 마리가 그 포탑의 화력을 뚫고 반대편으로 뛰어나간다. 두 사내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결국 도망친 좀비는 반대편 포탈로 통과해버렸다.


띵!


콘솔의 알림.


[[

상대 팀이 첫 번째 웨이브를 클리어하지 못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 1코인

]]


같은 알림을 상대도 받았나 보다. 분노하는 사내. 연은 나에게 속삭였다.


“우린 저렇게 한심하게 살지 말자고. 알겠지?”

“응.......”


아무리 내가 미니게임을 안 해봤다고 하지만, 난 벌써부터 이 게임의 승자를 알 것만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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