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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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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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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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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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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화_1_영특한 신입 (6)

DUMMY

거인을 넘어 다음 방으로 갔다. 벽을 따라 세워진 캡슐이 여러 개 있는 방이었다. 방의 중앙엔 지형지물이 없었고 좀비만이 정확히 19마리가 있었다. 처음 봤을 땐 많다고 느꼈다. 좀비들이 모두 자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지나가면 안 되냐고 연에게 물어봤으나 그녀는 또 날 쓰다듬으려고 했다. 내가 싫다니깐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기까질 했다.


억울했다. 내가 연보다 키만 더 컸어도.


어쨌든, 우린 좀비 19마리를 몰살했다. 연이 발사한 탄환이 커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뭉쳐 있던 놈들을 단번에 해치웠기 때문이다. 대단한 광경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시기는 보통 지시기와는 다른 게 틀림없었다.


툭툭.


연이 문을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녀의 얼굴엔 기대감이 잔뜩 서려 있다. 난 지도를 확인했다. 저 문 뒤가 바로 그녀가 아이템이 있으리라 짐작한 곳이다.


“스무 번에 한 번 정도는 틀려.”


그렇게 말하며 연은 문을 열었다. 드르륵, 옆으로 열리는 문. 안쪽을 확인한 연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도 안을 봤다. 상자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본 상자와는 다르다. 은은한 푸른색을 띠고 있다. 이전의 상자들은 모두 칙칙한 검은색이었다.


“뭐가 있으려나.”


진정으로 즐거워 보인다. 연은 앞머리를 정리하면서 상자 앞에 쭈그려 앉는다. 상자를 연다. 철컥, 하며 상자의 뚜껑이 열린다. 상자 속 내용물이 궁금해진 난 그녀가 그것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들여다봤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작은 칩이었다. 그렇다. 칩. 진한 푸른색의 칩. 내 엄지손가락만 한 칩이 상자 안에 덩그러니 하나 놓여 있었다. 연은 칩을 챙기면서 나에게 묻는다.


“이게 뭔지 알아?”


모른다. 고개를 저었다.


“바퍼니움 출신이니깐 그 로봇 알잖아? 바퍼니움에서 쓰는 그 무시무시한 2족 보행 전투로봇. 살상로봇이라고 부르지 아마? 키가 내 두 배는 되는 그거 말이야.”

“아, 맞아, 알아.”

“그래. 이 연구시설에서 그 로봇이 어딘가에 숨어져 있을 거란 말이야. 그 로봇을 우리가 작동시킬 수 있을 거야.”

“그 칩으로 말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난 잠시 우리가 로봇을 조종하는 상상을 했다. 바퍼니움 사람들이 시위가 격화될 때마다 출몰하는 그 로봇은 그 살벌한 고철 몸뚱아리로 사람들은 쉽게 제압하곤 했다. 멋지게 생겼다기 보다는 위협적으로 생긴 그 로봇은 그 생김새만큼이나 강력했다. 대머리가 그 로봇 하나를 멀쩡하게 훔치려다가 로봇이 작동한 탓에 패거리 여덟 명이 첫 십 초 안에 죽은 건 그날 가장 빠른 소식이었다.


연에게 난 로봇을 어디서 찾을 수 있냐고 물었다. 연은 로봇을 찾기 위해선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경비로봇은 주로 보안 등급이 3등급 이상인 곳에서만 나오거든. 여기는 보안 등급 몇이게?”

“...보안 등급 일?”

“찍은 거야?”

“응....”

“맞혔는데?”

“진짜?”

“진짜로.”


연은 바지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하나 꺼내 머리를 묶는다. 묶는 것이 능숙하다. 그녀의 긴 붉은 머리가 포니테일로 바뀌는 것이 제법 성숙한 느낌을 준다. 이게 그녀의 이미지와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의.... 이연의 미모는 이 어두컴컴한 연구실 안에서도 돋보였다. 난 그녀가 옆머리까지 만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나도 머리를 길러볼까. 항상 단발로 하고 끝을 대충 사나워 보이게 곱슬지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탁.


마지막으로 머리끈을 한 번 더 묶으니 완성된다. 연은 머리를 모두 어깨 뒤로 넘긴 다음 방을 나갔다. 거울 한 번 안 보고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하는지. 그녀는 따라 거인이 죽어 있는 방으로 가는 내내 내 시선은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에 꽂혀 있었다.


“보안 등급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려줄게.”


다시 컴퓨터가 있던 처음의 방으로 돌아와 그녀가 설명한다. 그녀는 문을 가리킨다.


“주황색 원이 하나가 그려져 있으면 보안 등급이 둘이야. 여태까지 본 문은 모두 주황색 원이 없었잖아? 그러니 보안 등급이 하나라는 뜻이지. 주황색 원은 보면 알아볼 거야. 원이 커. 몰라볼 수가 없어.”

“그럼 보안 등급 셋은?”

“셋은 주황색 원이 두 개가 겹쳐 있어. 계속 그런 식이야. 주황색 원이 다섯 개면? 보안 등급이 육 등급이라는 소리지.”

“보안 등급이...중요한 거야?”

“중요해. 보안 등급이 높으면 그 뒤에 있는 괴물들도 더 강하고 많아. 보안 등급 하나 정도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정면 돌파할 수 있겠지만은 둘부터는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해. 대신 보안 등급이 높으면 주는 보상도 더 좋지. 점수를 충분히 따야 하잖아? 아직 우린 딴 점수가 없어. 0이야. 그러니깐 이렇게 아이템을 찾으면서 빨리 움직여야 해.”


연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콜솔로 지도를 본다. 잠시 고민하더니 가운데에 있는 문을 선택했다.


드륵-


문이 열렸다. 안은 크기가 거대했다. 3층까지 있는 공간이었다. 공간의 가운데엔 5미터는 되어 보이는 원통형 탱크가 셋이 모여 있다. 그 원통형 탱크를 중심으로 나선형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나선형 계단으로 2층과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2층과 3층의 바닥이 모두 육각형 구멍이 무수히 뚫린 철판으로 되어 있어 1층에서 훤히 3층까지 보인다.


그래서, 2층과 3층에 있는 좀비들이 보인다.


연이 묻는다.


“조용하게 죽일 수 있어?”

“조용하게? 그건 어려운데....”

“3층에 있는 놈, 저기 둘 보이지.”


가리키는 쪽을 봤다. 보인다. 그 두 좀비는 다른 좀비와 무언가 다르다. 일단, 자고 있지 않다. 깨어 있고 돌아다닌다. 아직은 우리의 존재를 모르는 듯하지만.


“저 둘은 빨라. 그리고 우리한테 무작정 달려오는 게 아니야. 상대하기 까다로우니깐 니가 집중을 잘 해서 적당한 타이밍에 붙들어 놔.”

“적당한 타이밍?”

“응. 내가 쏴서 맞히기 적당한 타이밍.”


찰칵, 찰칵.


연은 지시기의 슬라이더를 몇 번 당긴다. 지시기의 옆면에 작은 인터페이스가 하나 있는데 그것도 건드린다. 모두 내가 모르는 것들이다.


“근데, 저 둘을 동시에 잡아둘 수도 있어? 그 거인처럼?”

“할 수 있어. 지금도 할 수 있는걸.”

“지금도?”


놀랍다는 듯, 날 쳐다보는 연. 난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연은 피식 웃는다.


“너, 굉장히 쓸모 있다. 해 봐. 당장”

“당장?”

“해.”


탁!


연은 뛰었다. 돌발적이었다. 난 급히 상상했다. 3층에 있는 두 좀비를 마법으로 그 자리에 구속했다.


“크학!”


묶인 두 좀비가 울부짖는다. 이미 연은 나선형 계단을 반쯤 올라가면서,


탕, 탕!


철판의 밑에서 나간 탄환. 큼지막한 육각형 구멍을 통과해 좀비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한다. 대단한 실력이다. 순식간에 좀비 둘이 쓰러지고 연을 발견한 나머지 좀비가 나선형 계단으로 달려든다.


좀비는 셋이었다. 난 멍하게 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주인공처럼 싸웠다. 좀비의 손을 잡아서 그대로 반대로 내팽개치며 제압하고, 뒤에서 달려오는 놈에게 보지도 않고 쐈다. 탄환은 그것의 머리를 깔끔하게 관통했다. 마지막 좀비는 연에게 주먹을 휘둘렀으나 그것을 밑으로 굴러가며 피했다! 정말 믿기지가 않았지만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 안 믿을 수도 없다.


탕, 탕!


좀비가 모두 쓰러져 죽는다. 남은 건 3층의 유별난 좀비 둘. 연은 침착하게 큰 육각형 구멍을 찾고선, 2층에서 놈들을 저격했다. 두 좀비는 탄환을 맞고 힘없이 쓰러졌다.


난 연이 지시기를 허벅지에 꽂아넣는 것까지 멍하게 지켜봤다. 그녀를 다 알기까진 한참 걸리겠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연은 3층으로 올라가면서 날 부른다.


"올라와 봐! 알려줄 게 있으니깐."

"...응!"


나선형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는 내가 그녀 옆에 서서 3층에 있는, 탱크 윗면에 부착된 대형 인터페이스를 보자 내 손을 잡으려고 했다. 깍지까지 끼려고 했다! 황급히 손을 빼고 거리를 벌리니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싫어?"

"......."


반항의 의미로 침묵을 지켰다. 연은 키득키득, 하곤 앞의 인터페이스를 설명한다.


"이 탱크가 왜 중요한지 알려줄게. 모든 전장엔 이런 텡크가 있어. 괴물을 만들 때 쓰는 기체를 저장하는 탱크거든. 그리고 탱크 윗면엔 이런 인터페이스가 꼭 있단 말이야? 탱크의 기체가 어디로 흐르는지 볼 수 있어."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었다. 난 그녀가 설명한 것을 바로 알아들었다. 인터페이스에 보이는 기체의 흐름도. 한 곳으론 더 많은 기체가 보내지고 있다.


난 그 지점을 가리키며 물었다.


"보안 등급이 높을 것 같아."

"제법인데? 맞아. 기체가 가는 곳엔 더 난이도 높은 괴물들이 많거든. 그럼 보안 등급도 따라서 높아지고. 다 연관되어 있는 셈이지."

"그럼 우리도 저기로 가는 거야?"

"응. 그럴 거야. 그런데 그 전에.... 아까 JD한테 연락이 와서. 잠깐 기다려."

"응."


연은 콜솔을 건드린다. 작은 효과음이 몇 번 나더니 이내 콘솔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해."


딱딱하다. 연은 콘솔을 입에 가까이하고 말한다.


"니가 걱정한 것보다는 훨씬 나아. 운이 나빠서 처음부터 거인과 구울을 만났는데 마법사가 그 이름값은 하더라고."


그녀는 날 보며 말을 한다.


"그래서 자원이 없는 데도 방을 세 개나 뚫었어. 칩도 하나 얻었고 지금은 탱크야. 수호자쪽은 어때?"


치직-


잡음과 함께 섞여 나오는 JD의 답.


"날 의심하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고.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라면 신경 꺼. 문제는 학살자쪽이야."

"거기거 왜? 멀이 또 실수하다가 지뢰라도 밟았나?"

"비슷해. 다른 점이라면 지뢰를 터뜨린 사람이 멀이 아니라 다른 클랜이라는 거지."

"뭐?"

"우릴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클랜이 있어. 자신들의 점수는 무시하고. 아마 다른 클랜 밑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학살자쪽 상황 파악이 잘 안 돼."

"문제가 심각한데...."


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진다.


"니 말대로 보통 문제가 아니야. 최악의 경우....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어."

"배신자?"

"그리고 연, 너도 내가 찍어놓은 사람 중 한 명이야."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일순간 연의 표정이 돌변한다.


"내가 널 배신한다고? 왜? 널 배신하면 내가 어떻게 되는지 너도 뻔히 알잖아."

"내가 뻔히 모를 수도 있지."

"아, 제이, 갑자기 답답하게 왜 그래!"

"일단 알려줄 건 알려줬어. 조심해. 여러 의미로."


뚝.


통화가 끊겼다. 연은 분한 표정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한숨을 내쉬곤 나에게 명령했다.


"손 줘."

"뭐...?"

"손 달라고. 만지고 싶으니깐."


위협적이다. 난 내 손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연은 나에게 성큼, 다가온다.


"자, 잠깐...!"

"내가 말 더듬지 말라고 했지."


뒷걸음질 치는 내 손을, 탁! 낚아챈다. 팔이 힘을 줘 빼내려고 했지만 그렇게 두질 않는다. 연은 내 손을 잡아선...만진다.


"하아...."


편안한 숨을 내쉬면서. 난 어색하게 그녀에게 내 오른손을 준 채로 서 있었다.


"하리야."

"으, 으응...!"

"넌 앞으로 내가 손을 달라고 하면 주는 거야. 알겠지?"

"그치만 이, 이건 내 손인데...."

"알겠냐고."


무섭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이렇게 무섭게 변할 줄은 전혀 몰랐다. 난 그 얼굴에 움츠러들었다. 대머리가 집게를 들 때의 그 공포감이 아니었다. 연은, 날 정말로 잡아먹을 듯이 눈을 부라렸다. 날 작은 동물처럼 취급하더니 이젠 포식자의 피식자처럼 노려본다.


...히끕.


난 딸꾹질을 하고 말았다. 그러자 연이 노려보던 눈을 푼다. 명령한다.


"너, 다시 딸꾹질해 봐."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그치만 딸꾹질은 나왔다.


히끕! 히끕....


“...하리야. 그거 정말 귀여운 거 알아?"

"...?"

"껴안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진짜로 안을 기세다.


난 한 걸음 물러섰다.


히끕!


커지는 딸꾹질. 연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 와 날 와락! 안아버렸다. 난 그녀의 품을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대신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하리는 날 배신하면 안 돼. 하리는 귀여우니깐, 내가 평생 가지고 갈 거야."

"난, 난 그런 게 아니-"


히끕!


"가만히 있어. 부드러워서 딱 좋거든."


꽈악.


연이 두 팔에 힘을 준다. 내가 당해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난 딸꾹질을 멈출 때까지 그녀에게 안겨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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