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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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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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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추천수 :
24
글자수 :
90,361

작성
23.07.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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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_1_영특한 신입 (8)

DUMMY

상자에서는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다. 연은 그래서 기분이 좋아 보인다.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은 놀랍게도, 콘솔 안에 저장할 수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연의 오른 손목을 감싸고 있는 저 앏은 인터페이스가 상자 안에 있던 물건을 '흡수'하는 걸 본 난 몇 번이고 말을 더듬어야 했다. 연은 그럴 때마다 키득거리면서 나에게 장난을 쳤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하지 마...!"

"싫은데. 그렇게 귀엽게 반응하는데 멈출 것 같아?"


히익...!


난 기겁을 하며 원판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도망치려고?"


뒤에서 무언가 쓸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봤다. 연이 난간을 타고 미끄럼틀처럼 내려온다. 계단을 뛰어내려가던 내가 붙잡힌 것은 한순간이었다.


텁!


내 옷깃을 잡으며 난간에서 내려온 연. 난 그녀의 팔을 떼어내려고 했으나 그녀가 나에게 달라붙는 게 더 빨랐다. 다른 손으로 내 왼쪽 손목을 감싸 쥐며 제 콘솔을 내 팔찌에 가져간다.


나에게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는다.


"가져간다?"

"싫어, 싫다고...!"


하.......


이 흥분되는 먹잇감을 바라보며 연은 즐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사람이 겨우 이 정도에 눈물을 글썽이는 거지? 내 팔목을 잡은 손도 얼마나 떨리는지.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끝까지 저항을 고집하는 하리는 참 매력적이다. 천성적으로 날 자극하기 위해 태어난 것인가?


...탁.


놔줬다. 놔주니 하리는 울먹이면서 뒤로 넘어지듯 쓰러진다. 계단을 어기적 어기적 넘어진 상태로 몇 계단 올라간다. 날 피하려고.


"가자. 당장이라도 3등급을 공략 할 수 있어."


이연은 머리를 정리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랴하리를 두고 먼저 계단을 내려간다. 랴하리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이연의 뒷모습을 물끄러니 바라봤다.


이렇게 반응하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무서워서 항상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게 속상했다. 잠시 머릿속에 칼이 생각났으나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아니다. 지금은 무너질 때가 아니야.


다리에 힘을 줬다. 난간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



보안 등급 3등급. 이연은 만나는 좀비마다 신이 나서 날뛰었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광기를 느꼈다. 그녀는 유별나다. 어쩌면 위험할 것도 같다.


탕!


긴 일자 복도를 가로막고 있던 좀비가 쓰러졌다. 마지막 좀비였다. 연은 지시기의 슬라이더를 찰칵, 찰칵 당긴다. 슬라이더에서 탄피가 떨어져 나온다. 기이한 장면이었다. 그녀가 여기까지 오는데 쏜 수백발의 탄환은 저런 탄피를 남기지 않았는데. 지시기에서 탄피가 나오는 걸 처음 봤다.


"다 왔네."

"응."


여기까지 오는 데에 내가 맡은 역할은 마법으로 거인이나 구울 따위를 묶어 놓는 것. 그러면 연은 자신의 화려한 사격술로 나머지 잔챙이들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졸개를 잃은 거인과 구울, 그리고 시야를 분산시켜 줄 좀비를 잃은 소름끼치는 벌레 헤르스까지. 연은 그것들을 청소해버렸다.


턱.


주황색 원이 두 개 그려져 있는 문. 연이 문에 손을 올렸다. 이 문은 다른 문들과는 다르게 문의 상단에 문의 건너편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었다. 먼지가 쌓인 창이었으나 연은 까치발을 들어 문 뒤를 살핀다.


"...너도 볼래?"


나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나도 그녀를 따라 까치발을 들어 보려고 했지만.... 작은 키 탓에 안 된다. 무언가 밟을 것이 없나 주변을 살피는데,


탁!


연이 내 허리를 잡아, 그대로 들어 올린다. 난 버둥거렸다.


"갑자기...! 내려줘!"

"잘 보기나 해."

"뭘 보라는...."


힐끗 창을 본 난 말끝을 흐렸다. 반대편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괴물이 있었다.


여러 기계 장치가 있는 방이었다. 방 가운데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인공적으로 파놓은 구멍. 그 원형 구멍에선 바람이 나오는지 구멍을 둘러 만들어 놓은 띠가 펄럭인다. 구멍 안으로 무언갈 나르는지 높이가 7미터는 되는 크레인 하나가 구멍 옆에 설치되어 있다.


구멍과 크레인만으로 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내가 말을 흐린 것은 그 탓이 아니었다.


"저게 뭐게?"


연이 재밌다는 듯 묻는다. 난 저 징그러운 괴물을 보며 표정을 찡그렸다.


벽에 거대한 껌을 뱉은 것처럼 생겼다. 직경이 얼추 4미터. 끈적끈적해 보이는 몸체를 가진 저 정체불명의 괴물은 수십 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다. 촉수가 굵기가 다 다르다. 대부분 작고 짧은 촉수지만 유독 발달한 촉수가 세 개가 있다. 작은 촉수들은 쉬질 않고 꾸물꾸물거리지만 발달한 촉수 셋은 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다. 놈에겐 촉수 말고는 딱히 눈이나 입 같은 게 보이질 않는다.


내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연은 힘이 부치는지 날 내려놓았다. 묻는다.


"엄청나지?"

"...꼭 저걸 죽여야 할까?"

"당연하지! 저건 점수를 주는 괴물이라고!"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간다.


"크라켄이라는 녀석이야. 저 놈은 아직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놈이지. 전에 그 탱크가 괴물을 만드는 기체를 보낸다고 했잖아? 크라켄 포자가 용액을 충분히 받아 먹으면 저렇게 커져. 크라켄은 충분히 강해지면 같은 공간에 다른 괴물이 존재하는 걸 용납하지 못해. 그래서 이런 크라켄 방엔 신경 쓸 게 크라켄 하나지. 저 촉수괴물 하나가 수백 마리 좀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수백 마리...?"

"수백 마리."


또박또박 말해준다.


"그럼 저걸 어떻게 이겨?"


씨익 웃는 연. 그녀는 콘솔을 조작한다. 몇 번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니 상자에 있던 아이템들이 바닥에 소환된다. 서서히 윤곽이 생기다가 완전한 모습을 되찾는 그 뭔지 모를 아이템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연은 개중 하나를 집어든다.


"이게 뭐게?"


하늘빛을 띠는 작은 큐브. 그것은 하늘색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이란 걸 난 기억한다. 그것뿐이다. 뭔지 알 리가 없는 난 고개를 저었다.


"몰라."

"괴물에게 쓰는 아이템. 난 이걸 저 촉수괴물에게 쓸 거야. 이 아이템을 맞은 괴물은 죽였을 때 점수를 두 배로 줘."


두 배가 그렇게 큰 것인가? 난 눈을 끔뻑였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연은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간단한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지금 하는 첫 번째 게임을 무난하게 통과한다는 말이야. 우린 세 번째 게임까지 가야 하잖아? 일단 한숨 돌린다는 거지. 아니면 하리야, 너 이 연구시설에 네 시간 정도 더 있을래? 그러면 점수는 다 모을 수 있을 텐데."

"...그건 싫어."

"나도. 원래라면 저 괴물은 피해가는 게 상책이야. 촉수를 당해낼 수가 없거든. 그런데 내가 왜 여기로 왔는지 알아?"


그 미소를 짓는다. 난 그녀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 아...!"


당황해 소리를 내보았으나 그녀에게 양 손목을 붙잡혔다. 그녀는 한 손으로 내 두 손목을 잡는다. 붙잡은 내 손목을 머리 위로 올린다. 난 무방비하게 그녀에게 노출됐다. 버둥거려 보았다.


"니가 있어서 그런 거야."

"싫어...!"

"난 그 '싫어'가 싫어."


연은 남는 손으로 내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난 그녀의 손길을 피해 고개를 돌렸으나 그렇다고 그녀를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은 즐거운 미소로 내 얼굴을 어루어 만진다.


"넌 그 존재 자체만으로 괴물을 붙잡아 놓을 수 있어. 사실 둘이서 여기까지 온 건 말이 안 돼. 니가 가진 그 능력이 지금까지 세운 탑의 벨런스를 무너뜨리고 있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모두가 널 가져가려고 덤빌 거리는 말이야. 이 토너먼트가 끝났을 때쯤엔 모두가 1층에 마법사가 나타났다는 걸 알고 있겠지."

"하지 마, 제발, 제발...."

"그렇게 글썽이면서 애원하면 멈출 것 같아?"


심장이 쿵쿵 뛴다.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난 팔에 힘을 주었다. 내가 갑자기 힘을 주니 연은 내 손목을 놓치고 말았다.


타닥!


그녀 옆으로 손살같이 달렸다. 이 긴 복도. 끝엔 문이 있다. 일단 저 문을 넘는다면,


탕!


"아."


난 절망적인 소리를 내고 말았다. 문의 배터리가 그녀의 탄환을 맞고 떨어져 나가더니 바닥에 쿵! 떨어졌다. 배터리는 그 빛을 잃었다. 허둥지둥 그것을 주워 문에 도로 끼워 넣었으나 문에 빛이 들어오질 않는다.


달깍, 달깍-


"제발, 제발...!"


손이 덜덜 떨린다. 뒤에서 뚜벅, 뚜벅 연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난 배터리를 뽑았다가, 끼웠다가, 뽑았다가, 끼워-


텁!


내 어깨를 잡았다.


"도망치고 싶어?"


속삭이듯, 연이 뒤에서 말한다. 그 말에 난 바닥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억누르고 있던 공포심이 터져 나왔다.


"히끕, 히끕!"

"울지 마. 울지 마, 하리야. 우린 같은 클랜이잖아. 내가 널 해치겠어? 응?"

"싫다고 했는데, 하지 말라고 했는데에...!"


연은 잠시 구석에 웅크려 훌쩍이는 날 살핀다. 구석구석 살피는 그녀의 눈동자. 언제라도 날 함으로 제압해 괴롭힐 수 있다는 불안이 날 지배한다.


"참.... 하리야. 하나만 약속하자. 그럼 살려줄게."


짐짓 자비로운 말투로, 말을 잇는다.


"절대. 절대로 다른 클랜에 가지 않기. 이거 하나만 지키면 돼. 물론 우리도 너의 가치에 맞게 대우해줄 거야. 널 노예처럼 부려먹거나 하진 않을 건데.... 난 하리가 조금만 무서우면 쉽게 도망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히끕!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안 도망칠게, 안 도망칠 테니깐, 제발...."


스륵-


연은 내 앞에 쭈그려 앉는다. 내 머리에 손을 올려 날 쓰다듬는다. 난 기겁하며 머리를 숙이고 두 팔로 머리를 감쌌으나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그래. 난, 난 하리의 말을 믿어. 제이디가 널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건 니 몫이겠지?"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떨어져 나간다. 난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며시 들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일어나서 크라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또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마음을 추스리면서 일어났다.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쉽게 울어버리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약하기 싫다. 강해지고 싶다. 이연이 나에게 이러는 게 무서워도.... 그것을 이겨내고 나도 탑 안에서 내 몫을 다하고 싶다. 난 대머리에게 당했을 때를 떠올리며 기다리고 있는 연에게 걸어갔다. 그런 모진 일도 다 견디며 살아남았다. 대머리에겐 쉽게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일들을 겼으면서 그것은 단지 그에게 적응해서 그런 것이란 걸 깨달았다.


난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조금만 건드리면 울어 버리는 그런 약해빠진, 그저 조금 운이 좋아 마법사로서의 자질을 가지게 된 뒷골목의 거렁뱅이.


톡톡.


연이 문을 건드린다. 나에게 묻는다.


"준비 됐어?"

"...응."


난 마지막으로 눈물 자국을 닦았다. 결연한 눈빛을 지어 내보였다. 연은 그런 날 보고 쿡쿡 웃는다.


"그거 정말 안 어울려."

"난 강해질 거야."

"강해진다니?"

"누구도 날 함부로 하지 못하게. 강해질 거야. 탑의 정상에 오를 만큼 강해질 거야."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을 봤다. 연은 잠시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손을 뻗었다.


...윽!


곧바로 뒷걸음질 쳤다. 연은 크게 웃는다.


“너! 내가 살짝만 움직여도 바로 겁먹어 버리는 니가.... 하....”


얼마나 크게 웃는지 잠시 숨을 골랐다.


“후.... 하리야. 언니가 보기엔 아직 한참 멀었어.”


나에게 뻗었던 손을 거둔다. 난 마음을 다잡고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연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말한다.


"그래도....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네."

"내가 문을 열 거야."

"니가?"

"내가."


그럼 해보라는 듯이, 연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난 문 앞에 섰다. 큼지막한 두 개의 주황색 원이 눈에 똑똑히 들어온다.


...탁.


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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