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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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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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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361

작성
23.07.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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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_2_인정을 받는 (2)

DUMMY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첫 토너먼트 경험은 모두 연이 알려주는 대로 한 것이 고작이었다. 나의 자의적 판단이란 고작 마법을 어떻게 쓸까- 정도가 전부였다. 연이 생각한 것들에 비하면 작고 초라해지는.... 별로 규모가 있지도 않은 정도의 판단. 따라서 연이 이 얼마 되지 않은 틈을 이용해서 기본기를 쌓으라고 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율자 훈련장을 처음으로 혼자 가봤다. 가서 힐끗힐끗 주변을 살피니 연이 말한 전장을 찾을 수 있었고 별 어려움 없이 전장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머리가 아파지는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게 맞나.”


난 콘솔 안에 적힌 글을 다시 한번 읽었다. 전장의 생성 방식과 괴물들의 생성 규칙, 그리고 괴물들의 행동 패턴을 알려주는 글이다. 실상 내가 이걸 읽기만 한다고 되는 게 없다는 걸 방금의 15분 동안 느꼈다. 직접 부딪혀 보면서 감을 조금이라도 기르는 게 더 효율적이다.


드륵-


문이 열린다. 한산한 복도에 좀비가 두 마리 있다. 마법을 사용했다. 복도에 튀어나온 철근에 좀비 두 마리가 동시에 퍽! 하고 관통된다. 놈들은 날 부라려 보다가 이내 목숨을 잃는다.


둥근 복도다. 거대한 원형 파이프로 된 미로를 돌아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복도의 벽에는 여러 녹이 슨 배관들이 벽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배관과 벨브. 간간이 보이는 오래된 인터페이스까지. 난 모든 전장이 이렇게 낡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벅-


발걸음을 옮겼다. 방금 콘솔에 다운 받은 가이드에 적힌 대로 좀비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콘솔을 조작해 아이템 스폰 가이드로 넘어갔다. 아이템은 어느 위치에 존재할 수 있는가. 위치에 따라 나오는 아이템의 종류는 어떻게 되는가. 질문할 거리도 많고 따라서 찾아야 할 답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저 문 뒤에 내가 예측한 것이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하다.


복도를 별로 길지 않았다. 문 앞에 도착한 난 문을 열었다. 이미 배터리를 하나 찾아 놓았기 때문에 문에 배터리가 없었음에도 문제없이 문을 개방했다.


드륵-


“아!”


반가웠다. 내 예측이 틀어 맞았다. 밸브가 여러 개 벽에 나열된 작은 방. 방의 가운데에 상자가 있다. 비록 하늘색이나 푸른색의 상자는 아니었으나 배운 것을 적용해 상자를 찾아 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난 상자를 열었다. 잠금 장치만 톡 건드려 주면 열리는 이 상자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무게는 50킬로그램도 족히 넘을 것 같기는 하다만.


상자는 쉬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엔 디스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정말이다. 그 구형 원형 디스크. 디스크를 집었다. 겉엔 내가 모르는 언어가 적혀 있다. 검은색으로. 콘솔에 데이터 수집 기능이 있다는 걸 기억해낸 난 콘솔을 디스크에 가져다 댔다.


띠리릭-


콘솔이 데이터 수집이 진행 중임을 알린다. 역시 제이가 허접한 콘솔을 들고 다닐 리가 없다. 이건 도대체 얼마나 하는 콘솔이려나? 괜히 제이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움직여 갚아야겠다.


땅.


간결한 알림음. 콘솔은 디스크에 있던 것을 성공적으로 해독하여, 사용자가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한다는 알림을 내보낸다. 난 콘솔을 조작해서 디스크의 내용물을 열람했다.


우웅!


갑자기 콘솔에서 나오는 홀로그램.


읏!


“깜짝이야....”


난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민망하다. 누가 있었으면 부끄러웠을 것이 틀림없다.


“안녕하시오.”


콘솔이 만들어 낸 것은 사람의 홀로그램. 그 홀로그램이 날 보고 인사를 한다. 아, 상호작용형 데이턴가? 그래, 그런 것을 접한 적이 있다. 예전에 한 번. 그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이 홀로그램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난 흰색의 홀로그램 노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젊은 아가씨, 내가 마법사를 만나리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건만 이 정도 혈통의 재목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노인은 널널한 티를 입고 있다. 수염이 길다. 머리도 길다. 나보다 두 배는 길다. 티도 길어선 무릎까지 내려간다. 바지는.... 저게 무슨 바지야? 비록 홀로그램이지만 바지가 굉장히 낡아 보인다.


“자네, 설마 빅책 가문의 일원인가?”

“!”


난 급히 문을 닫았다. 문이 드르륵- 하고 닫힌다.


“저기요, 방금 뭐라고...!”

“맞네, 맞아! 빅책이야!”


으하핫!


노인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한참을 웃는다. 기쁜, 뿌듯해 보이는 웃음이다. 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콘솔을 쳐다봤다.


데이터 주제에 내가 빅책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이가 쓰는 콘솔이 그렇게 좋은 콘솔인가? 아닌데! 그런 콘솔이 있을 리가 없잖아! 확 그냥 홀로그램을 꺼버릴까?


난 데이터 상영을 종료할 심정으로 콘솔을 건드렸다. 그러자 노인이 황급하게 날 저지한다. 그의 손이 내 손을 건드린다. 물론 실제로 건드리지는 못한다. 그는 고작해야 홀로그램. 그치만 날 놀래키기엔 충분했다.


“왜, 왜요!”

“잠깐, 잠깐! 내가 몇 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가씨는 왜 날 꺼버리려고 하는 것인가!”

“절 보고 빅책이라고 하셨잖아요!”

“자네는 빅책이 맞지 않은가! 진정하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세. 자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노인은 간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간절함을 넘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는 눈빛이다. 난 일단 콘솔에서 손을 뗐다. 노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에게 왜 날 빅책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되지 않는가?


“할아버지.”


눈에 힘을 줬다. 그에게 답을 꼭 받아내야겠다.


“째려보진 말게나. 그래, 일단 끄진 않는 것이지? 참 다행이야....”


진정으로 안심이 되는지 작은 한숨을 내뱉는 노인.


“할아버지는 도대체 뭐죠?”

“나? 내가 이래 봬도 한때 빅책의 왕립 마법사로 있었던 몸이야.”


엣헴. 하며 그가 폼을 잡는다.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상자에서 나온 데이터가 이럴 수가 있나? 누군가 먼저 이 방에다가 장난을 쳐 놓은 거 아니야?


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느꼈는지 노인이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정말이라니깐. 믿지 않는 눈치군. 그렇다면 먼저 자네의 이름을 맞춰 보겠네. 음.... 랴하리. 랴하리 빅책이군? 문장을 받은 것은 3번째 생일날이고, 두 번째 문장은.... 음?”


그는 이상하다는 듯 눈을 끔뻑인다.


“자네, 두 번째 문장을 받지 못했나?”

“.......”


노인의 얼굴이 심각해 진다. 날 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무언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군.... 빅책이 자신의 혈육을 이렇게 내버릴 리가 없는데. 하긴, 그러니 이 상황이 이해가 돼. 진실한 빅책이 이런 하수구에서 날 찾아냈을 리 없지. 가문에게 버려진 건가?”

“...할아버지는 누구죠?”

“말했잖나.”


adber, wiginness


그가 속삭였다.


“어, 어떻게...!”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하고 말았다. 그가 말한 것은 빅책 가문의 마법사만이 외울 수 있는 언어. 가문의 마법사만이 표현할 수 있고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언어. 그는 그것을 말했다. 가문의 사람들 사이에서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기록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언어. 상자 안에 있던 데이터가 그 말을 내뱉었다.


노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이제 믿는 모양이야.”

“왜, 왜 이런 데이터가 여기에,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도대체 뭐에요...!”

“자네가 말한 대로, 데이터가 맞다네. 조금 특별한 데이터야. 내 마법이 담긴 데이터거든. 내 영혼이 담긴 데이터라고 하면 설명이 쉬울 듯하군.”

“영혼...?”

“영혼. 영혼이 뭔지 모르는가? 나중에 가르쳐 줘야겠군.”


난 잠시 문을 열었다.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복도엔 내가 방금 죽였던 두 좀비의 사체만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난 문을 도로 닫았다. 몇 번 심호흡을 했다.


이 데이터가, 이 데이터가 빅책 가문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 게다가 ‘그’ 언어까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볼 수밖에 없었다. 노인은 아직도 그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데이터는 비밀로 해야겠다. 후에 내가 가문에 되돌아 갈 때 중요한 도움이 될 것이라.


“내 이름은 미타한이라네. 미타한 빅책이지.”


미타한은 날 훑는다. 절대 그 미소를 잃지 않는다.


“자네는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군?”

“.......”

“영혼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네. 자네의 영혼에선....”


얼굴을 찡그린다.


“...상처가 느껴지는군. 강렬한 욕망도 느껴져. 너무 밝게 빛나는 나머지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야. 그래도 도울 순 있네.”

“할아버지가 절 돕는다고요?”

“그럼!”


당연하다는 투로 반응한다.


“모처럼 만난 마법산데, 심지어 빅책의 마법사! 그럼에도 내가 외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지. 이것은 이 데이터를 남긴 이유이기도 해. 후에 빅책에서 마법사를 양성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제작되었지.”

“그럼...그런 데이터가 왜 이런 곳에 뒹굴고 있어요?”

“그건 나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내가 디스크를 옮기진 않았어. 난 홀로그램에 불과하다고.”


하긴. 콘솔이 이렇게 생생히 데이터를 상영하고 있을 뿐 이것은 본질적으로 데이터다. 그것도 구식 디스크 안에 있었던 데이터. 난 고개를 끄덕였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에야 이 데이터가 평범한 데이터가 아니란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정도의 상호작용이 되는 데이터라니. 게다가 그 출처가 빅책 가문인 것도 명확해 보인다.


“잠깐 나에게 콘솔을 내어줄 수 있겠나?”


미타한이 말한다. 난 되물었다.


“콘솔이요?”

“자네도 알겠지만 콘솔로 그 마법사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네. 자네를 돕기 위해선 자네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알아야겠지?”


띵.


콘솔에서 알림음이 나온다. 디스크의 데이터에게 콘솔의 통제 권한의 일부를 넘겨도 되냐는 알림. 난 노인을 한 번 힐끗한 다음 그것을 수락했다. 데이터 주제에 이런 것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흐음....”


노인을 눈을 찡그리며 날 살핀다. 내 얼굴을 뜯어보다가 내 팔찌를 본다. 내 콘솔을 보기도 한다. 나와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굳이 홀로그램 따위에게 눈싸움을 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난 노인이 마침내 놀라운 표정을 지을 떄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확실히 빅책 가문의 마법사가 맞아. 그 자질도.... 허허, 허헛!”


노인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그를 쳐다보니 그가 겨우 웃음을 멈추고 겨우 말을 꺼낸다.


“자네, 두 번째 문장을 받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어.”

“...?”


두 번쨰 문장을 받지 못한 것은 내가 가문에게 버려졌다는 걸 뜻했다. 날 지금까지 아프게 한 것을, 그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왜? 그도 문장을 받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를 리가 없다. 마법사의 말을 하기까지 하는 데이터가 빅책 가문의 그 신성한 의식을 모를 수가 없다.


“오해하지 말게. 곧장 그런 눈빛으로 날 보는 것을 보아하니 자네도 어지간히 그것이 상처로 남아있는가 보군. 하지만 난 진심이야! 자네는 두 번째 문장을 받았으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야.”

“즉사...?”

“두 번째 문장은 다섯 살이 되면 그 자격이 부여되는 걸 자네도 알고 있을 터. 그런데 자네는 이미 다섯 살에 그 경지를 넘어섰어. 콘솔로 보니 명확하게 알겠어.”

“...?”


영문을 모르겠다.


“쉽게 말해주겠네. 자네의 재능이 너무 출중한 나머지 문장을 하나 더 받았으면 몸이 그 마력을 견딜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라는 것이야. 두 번째 문장을 다섯 살에 받지 않은 빅책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잠시 뜸을 들인다.


“......결국 자네가 온 시대의 빅책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으로 결론이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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