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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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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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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361

작성
23.07.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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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_2_인정을 받는 (6)

DUMMY

둘은 보기 좋게 패배했다. 처음부터 벌어진 격차를 좁힐 만한 실력이 없었고, 애초에 연은 그들보다 이 게임을 더 잘했다. 연은 나에게 첫 전적을 쌓았으니 다음 필드로 이동하자고 했다. 어떤 필드는 참가하기 위한 자격 조건이 있는데, 자격 조건이 더 엄격할수록 더 ‘의미있는’ 전적을 쌓을 수 있다.


우리는 괴물을 죽이며 다음 필드로 향했다. 크라켄 같은 무지막지한 괴물은 없었다. 사람들끼리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방과 복도 마다 몇 마리의 좀비가 있는 것이 전부였다.


다만 가는 길에 미타한에 콘솔로 나에게 지도의 맨 끝에 있는 필드의 보상에 좋은 아이템이 있다고 귀띰 해줬다. 지금 가지고 있는 반지와 비슷하지만, 그 효과는 다소 떨어지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내가 그 필드에 대해 연에게 물어보니 현실적으로 거기까지 가는 건 무리라고 말한다. 이유를 물으니 거긴 특전을 쓰는 팀이 보통 가는 필드라고 한다. 특전을 안 쓰고선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그러나 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약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이란 말인가. 게다가 노인이 그 아이템을 얻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웬만하면 꼭 얻으라고.


연에게 물었다.


“우린 특전을 못 쓰는 거야? 다섯 개나 있잖아?”

“제이의 지시야. 거스를 순 없어.”

“제이가 그랬다고....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어.”

“나도 같은 심정이야. 근데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아. 괜히 특전 하나에 옥을 하나씩 지불하는 게 아니거든.”

“자세한 방법을 알려주면 안 될까? 넌 아는 게 많잖아.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닐 거야.”

“방법이 있기야 하지.”


연이 걸음을 멈춘다. 나도 멈췄다. 우린 잠시 복도 벽에 튀어나온 파이프에 엉덩이를 걸치고 기대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 말한 그 필드. 내가 조건을 외우고 있어.”

“참가 조건이 어떻게 되는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말 것.”


이어서 쭈욱 조건들을 나열하는 연. 조건들은 하나같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녀는 대부분의 조건은 조금만 신경쓰면 된다고 하나 특히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고 했다.


패배하지 않기. 최소 300코인 보유하기. 필드에 3시간 내로 도착하기.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과 최소 300코인을 사전에 보유해야 한다는 건 명시된 필드 참가 자격 요건이지만, 마지막 조건은 필드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서 자체적으로 설정한 기준이다. 연이 말하길 보통 토너먼트가 열리면 이런 필드는 보통 4시간 안에 참가 인원 두 팀이 다 찬다고 한다. 그래서 한 시간 정도의 여유를 두고 미리 도착하는 편이 안전하다 주장했다.


난 그녀의 주장에 동의했다.


다음에 나눈 이야기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 그녀는 간단한 전략을 제시했다. 필드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임과 동시에 시간도 가장 덜 소모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우린 그렇게 움직이기로 했다.


다만, 연은 그러기 위해선 아이템 한 가지를 미리 얻어야 한다고 했다.


“무슨 아이템인데?”

“미니게임이 진행되고 있을 때 평상시라면 우리가 그 길과 괴물에 간섭하지 못하잖아.”

“맞아.”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아이템이야.”

“그런 게 있다고?”

“얻기 힘들지만, 분명히 이 전장 어딘가에 존재해. 어차피 다른 놈들이 특전을 사용하는 이상 우리가 단순히 코인을 효율적으로 쓴다고 이길 수 있을 리는 없어. 특전은 게임의 룰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거든.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작아져서 그 길에서 좀비와 싸우는 수밖에.”


설득력 있는 말이다. 그들이 특전으로 게임의 룰을 깬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미니게임에 영향을 주면 된다.


“그럼 그 아이템은 어디에 있을 것 같아?”


난 콘솔로 그녀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물었다. 그녀는 내 콘솔로 자신이 즉석에서 수정한 지도를 보내주었다. 지도엔 노란 별로 강조되어 있는 장소가 있었다. 척 보기에도 외딴 곳에 있는, 보안 등급이 4가 넘어갈 듯한 장소. 모두가 필드에 집중하는 지금 저기로 가는 길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치만 이게 이걸로 노인이 말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내가 강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강해져서 내가 내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된다면.


강해져서 탑의 정상을 바라볼 정도가 될 수 있다면.


분명 이 전략에는 커다란 단점이 있었다. 기존의 전략을 고집한다면 무난하게 세 번째 게임으로 넘어간다. 그것은 연이 확신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그 안전성을 져버리는 선택이다. 게다가 난 특히 대머리의 부채공학자들 덕에 더 큰 부담을 지고 있지만....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난 빠르게 연이 말한 장소로 가는 길을 탐색했고,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연은 군말하지 않고 날 따라 주었다. 그녀에게 고마웠다. 이번에 크게 실패하면 분명 자신에게도 책임이 돌아올 텐데 말이다. 최악의 상황에는 제이의 지시를 거스르고 특전을 사용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



“시간이 벌써 30분이나 지났어.”


연에게 말했다. 그녀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복도를 걷는다. 저기, 앞에 주황색 원이 세 개가 그려진 문이 있다. 저 방만 통과하면 바로 뒤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방이다.


“300코인은 크게 세 번 크게 승리하면 얻을 수 있어. 그 세 번이 긴 게임이 되겠지만. 그래도 저 아이템만 있다면 말이 아주 안 되는 일도 아니겠지.”


그녀는 잠시 쿡쿡 웃는다.


“왜 웃어?”

“제이가 우리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깜짝 놀라서 자빠질 걸.”

“제이는 근데 항상 이런 식이라고 했잖아. 오히려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건 제이 본인이 가진 실력을 믿어서 그런 거고. JD가 저번 일로 널 인정해주긴 했지만, 이 일로 알 수 있는 거지. 제이가 널 믿었더라면 진작에 이 전략을 처음부터 고집했을 걸?”


결국, 내 실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 제이도 알고 나도 안다.


턱.


연이 주황색 원이 두 개가 그려진 문에 손을 올렸다. 문을 연다. 문은 드륵- 열렸다.


난 문 뒤로 나타난 광경에 숨을 죽였다.


많이 본 종류의 방이다. 여러 개의 층. 가운데의 커다란 탱크. 다만 다른 점이라면, 보안 등급 3등급답게 거인이 우글우글거린다. 탱크를 중심으로 나선형 계단이 각 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마련되어 있다. 각 층의 바닥은 크기가 제각각인 육각형 구멍이 뚫린 철판.


“5층이네.”


연이 말했다. 난 맨 꼭대기 층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 밑에 너무 층이 많은 나머지 맨 위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거인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연에게 물었다. 연은 잠시 고민한다. 그 순간에도 시간이 가는 건 매한가지. 잠시 침묵하던 연은 계단을 가리킨다.


“너, 저거 무너뜨릴 수 있어?”

“계단을?”

“잘 봐. 각 층을 유일하게 받쳐주고 있는 건 계단 하나야. 저 계단의 밑부분을 무너뜨리면 다섯 개의 층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라고.”


...맞는 말이다. 된다면 공짜로 이 방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보자.”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나선형 계단을 지탱하는 세 개의 철근을 가리켰다. 바닥에서부터 솟아나서 맨 위의 5층까지 전부 잇고 있는 철근. 계단과 이어져 있어 저것을 약화시키는 게 우선임은 한 눈에 보인다.


연은 작전을 설명했다.


자신이 가진 탄환 중 몇 개가 저런 금속 재질에 강하다. 단, 가까이 가서 발사해야 한다. 그때 크라켄에게 그랬던 것처럼. 소리도 크게 날 것이라 괴물을 안 깨울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지시기로 철근을 녹이는 동안 내가 마법으로 괴물을 저지한다.


“쉽지?”

“...쉬운지는 모르겠는데.......”


연은 쿡쿡 웃는다. 먼저 발걸음을 뗀다. 나도 덩달아 발걸음을 놀렸다.


1층엔 괴물이 없다. 다만 2층부터 헤르스가 보이고 좀비는 물론이고 거인까지 드문드문 있다. 난 어쩌면 차라리 크라켄을 상대하는 데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수에서 비롯되는 압박감은 무시할 게 못 됐다.


...탁탁.


연이 자리를 잡고 철근은 가볍게 친다. 시작한다는 뜻. 난 총소리가 들리길 기다리면서 나선형 계단 밑에서 대기했다.


이윽고,


탕!


조용한 공간을 쩌렁쩌렁 울린 총소리. 괴물들은 곧바로 반응한다.


“크르륵!”

“캬하아악!”


수십 마리 괴물의 울림이 마구잡이로 귀를 울린다. 이미 프리즘을 만들어 놨다. 프리즘에게 계단으로 내려오는 괴물은 무조건 위로 날려버리라고 했다. 첫 번째로 계단을 밟은 좀비가 위로 튕겨나가는 걸 확인하며, 난 구멍으로 툭툭 떨어지는 데여섯 마리의 헤르스를 마법으로 붙잡았다.


그것들을 짓눌렀다. 마법으로.


퍼버벅!


헤르스 수마리가 동시에 터졌다. 양쪽에서 힘으로 압축시켜 터지게 했다. 그것의 끈적한 무언가가 사방으로 튀긴다.


탕!


좀비의 울음이 잠시 먹먹해졌다. 총소리가 전보다 더 커졌다. 난 5층부터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징그러운 벌레들을 제거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것들은 몸집이 작은 탓에 구멍으로 제 마음대로 자유낙하했다. 그것들이 접근하게 놔두면 내가 반응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난 헤르스가 보이는 족족 우선적으로 터뜨렸다.


퍼벅!


터진다. 심장이 덩달아 쿵쿵 뛴다. 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와중에 약간이나마 짜릿한 기분이 머리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퍽!


한 마리 더. 손을 뻗어 상상하는 게, 내 팔찌와 공명하는 게 게임을 하는 것만 같다. 손을 대는 족족 터져 나가는 헤르스. 마법을 사용하는 게 너무 쉽다. 프리즘은 방금 거인을 튕겨 보냈다. 거인의 머리가 철판에 부딪히며 깨진다.


탕!


총소리. 머리 위의 수많은 괴물에 집중하느라 사실 뭘 듣고 있는지도 구분이 안 간다. 계단은 포화 상태다. 좀비와 거인이 서로 뒤엉켜 내려오려고 한다. 너무 많이 쌓인 탓에 프리즘이 놈들을 저지하지 못한다. 그쪽을 본다. 집중한다. 상상한다.


둥실-


가장 밑에 깔려 있던 거인이 들어올려진다. 놈에게 엉켜 있던 놈들이 허공에서 떨어지며 2층 철판에 쿵쿵! 부딪힌다. 놈을 허공에 붙들어 놓으면서, 다른 놈까지. 그렇게 거인을 두 마리, 세 마리. 들어서 내리찍었다. 계단으로.


쾅!


계단이 막혔다. 그 아래에 있던 좀비들이 짓눌려 터졌다.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피. 덕분에 꼴이 엉망이 됐으나, 개의치 않았다. 해내고 있다. 내가, 내가 정말 혼자 계단을 막고 있다. 감정이 고양된다. 해낸다. 내가 해낼 수 있다!


탕, 탕!


들었던 총소리. 옆에서 연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무시하고 계단에 집중하고 있는데, 내 손목을 잡아 끈다.


“됐어, 도망쳐!”

“...아!”


철근이 거의 녹아내렸다. 이미 한참을 휘었다. 하나는 끊어졌다. 거기에다가, 계단에 괴물이 몰려든 탓에 찌그러진다. 아래로.


사태를 파악한 난 전력으로 질주했다. 연의 꽁무니를 쫓아서 최대한 빨리 발을 놀렸다. 본능에 따라 복도로 몸을 날림과 동시에,


쿠르릉!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다. 땅이 흔들렸고, 내가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쾅!


계단의 한 군데가 힘을 이기지 못해 떨어져 나갔다. 나머지는 순식간이었다. 5층 구조물 전체가 만화처럼 통째로 떨어지더니,


“닫아!”


연이 소리 지르며 문을 닫았다.


드륵!


문이 닫혔고,


꽝!


끔찍한 괴음이 문 너머로 들렸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드륵.


연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


“...대단하네.”


웅얼거린다. 수십 마리의 살아있던 괴물이, 폭싹 내려앉아 버린 네 개의 철판에 깔려 죽어 있다.


가장 위엔 하늘색 상자 수 개가 널브러져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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