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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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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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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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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90,361

작성
23.07.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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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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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3화_1_영특한 신입 (3)

DUMMY

내가 가만히 서 있자 그는 다짜고짜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뭐, 뭐하는 거예요!”

“뒤를 봐!”


봤다.


“아.”


단번에 깨달았다. 날 향해 달려오는 사람들. 그들 모두가 가슴팍에 휘장을 달고 있다. 내가 증오하는 휘장이다. 그 대머리의 칙칙한 휘장이었으니.


타다닥!


난 내 손목을 잡아끄는 사내보다 더 빠르게 달렸다. 그러니 사내가 다시 날 추월하면서 따라오라고 한다.


“따라와!”

“어디로 가는데!”

“안전한 곳으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우리쪽으로 쏠린다. 우리를 쫓는 대머리의 패거리와 우리. 사내는 인파 사이를 헤집으며 달려 나갔다. 난 이윽고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렸는데, 그는 로비의 클랜룸 중 하나에 달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날 클랜으로 데려가려는 거야?!”

“적어도 저 새끼들보단 낫잖아!”


그건...맞지. 대머리보다 더 악질적인 놈을 상상하기 어렵다.


타다닥!


두 개의 유리문. 사내가 먼저 오른쪽 것을 열고 몸을 날리고 바로 이어서 내가 왼쪽 것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타이밍 맞게 문 뒤에 있던 남자 하나가 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꽈당탕!


바닥을 굴렀다. 무릎을 좀 세게 박았다.


“으....”


입에서 절로 신음이 나온다. 무릎을 부여잡고 그러고 있으니 사내가 내 등을 툭툭 친다.


“일어나야 해.”

“나 무릎이-”


쿵!


말이 끊겼다. 난 화들짝 유리문을 돌아봤다. 유리문은 이미 굳게 잠겼으나 패거리들이 유리문에 달라붙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쿵, 쿵!


개중 하나가 나에게 소리친다.


“나와, 이 씨발련아! 안 나오면 후회할 줄 알아! 안 나와? 어?! 대장 불러올까?”


억울했다.


“그 대머리는 무슨! 난 제값을 치르고 티켓을 받았어! 니들은 나한테 빚도 지웠잖아! 왜 날 놔주지 않는 거야!”

“닥쳐 쌍년아! 지금 안 나오면-”

“웬 소란이야.”


난 그 목소리를 몰랐으나 다른 사람들은 아는 것만 같았다. 그 목소리가 방에 퍼진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난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잘생겼다. 키가 크다. 옷에 모래를 뿌린 듯한 디자인의 모래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다. 자캣 밑의 티도 모래색이다. 신고 있는 검은 부츠엔 각종 색깔의 페인트가 아무렇게나 묻어 있다. 그도 가슴팍에 휘장을 하나 달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휘장이다. 휘장에 J.D. 라고 적혀 있다.


날 데려온 사내가 유리문 너머의 머저리들을 가리킨다. 모래색 자캣은 단번에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그의 한숨에 대머리의 패거리들은 슬슬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도망쳐 버렸다.


...저 남자는 누굴까?


끙-


난 삐걱거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일어섰다. 모래색 남자는 저 뒤의 문으로 사라지고, 날 데려온 남자가 묻는다.


“멀쩡하지?”

“...응. 근데 지금 와서 묻는 건데.... 날 왜 끌고 온 거야?”

“니 기록을 디가 봤거든.”

“디?”

“우리 대장님. 방금 널 구한 남자.”

“아.”

“일단 안으로 들어와. 어차피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처지잖아.”


난 힐끗 유리문 너머를 봤다. 한바탕 소란으로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진 와중 저기,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이쪽을 째려보는 무리가 하나 보인다. 난 그들이 대머리의 부하들임을 단번에 눈치챘다.


“이쪽.”


망설임없이 사내가 가리키는 문으로 들어갔다. 휴게실이었다. 아무도 없다. 작은 테이블 넷. 의자 열뎃 개. 간단한 요깃거리가 보이는 선반들. 눈치껏 의자 하나에 앉았다. 사내는 선반을 뒤적거리더니 쿠키 몇 개를 내어 온다. 쿠키를 건넨 다른 손에는 휴대용 패널도 들려 있다. 안엔 문서가 하나 떠 있다.


“먹어.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고마워.... 정말로.”


쿠키가 담긴 유리병에서 쿠키를 하나 꺼내 먹었다. 내가 쿠키를 오물거리는 동안 그가 패널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더니 내쪽으로 화면을 민다. 봤다.


패널 안엔 계약서라고 적혀 있다. 계약의 주체에 두 이름이 적혀 있는데 하나는 내 이름, 랴하리, 다른 하나는 J.D.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내 이름을 안 알려줬네. 내 이름은 포멀. 멀이라고 불러도 되고 포라고 불러도 돼. 다 알아들으니깐. 니 이름은 뭐.... 랴하리, 맞지?”

“응.”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는데, 그런 이름은 구름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짓는 이름 아니야? 아닌가? 아님 말고.”


난 침묵했다. 쿠키를 하나 더 꺼내먹었다. 멀은 패널을 눈짓하면서 말을 잇는다.


“여튼, 우리가 널 이 자리까지 앉힌 가장 큰 이유는 니가 마법사여서 그런 거야. 마법사가 탑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지? 아쉽게도 우리 클랜에 마법사가 없거든. 좋은 조율자를 구하고 있던 김에 우연찮게도 니가 시험을 치른 걸 본 거야. 너 릭착애들이랑 같이 시험을 쳤잖아.”


그는 잠시 재밌다는 듯 킥킥 웃는다.


“그 둘, 시험 데이터가 없어서 점수가 0.2로 나온 거 알아? 다같이 보고 있다가 정말 빵 터졌는데. 고소하더라. 아, 우리가 릭착이랑 사이가 안 좋거든. 사연이 있어. 니가 의도한 건 아니지?”

“둘이...처음부터 재수없게 굴더라고.”

“마법사를 화나게 했다 이거네?”


또 킥킥 웃는다.


“하....... 웃겨서 참을 수가 없네. 자, 일단 봐. 탑에 처음 들어왔으니깐 아직 클랜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거야. 클랜이 없으면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거든. 같이 던전에 들어갈 사람을 구하기 어렵긴 물론이고, 아까처럼 누가 널 해치려고 해도 도와줄 사람도 없을 거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좋아. 난 이 계약이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고, 우리한테도 도움이 될 거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 일단은 우리 클랜 소속이 된다는 게 이 계약의 핵심이고, 또 계약금에 관해선.... 원래는 들어오기 위해 계약금을 줘야 하는 거 알지?”


난 몰랐다. 멀은 내가 조용히 있자 패널을 보면서 입을 연다.


“원래 클랜이 받거든. 그런데 이번엔 특별한 경우야. 우리가 계약금을 줄게. 너한테.”

“얼마나...?”

“귀찮게 왔다갔다 할 생각은 없어. 대장은 너한테 500램까지 쓸 수 있다고 하더라. 이 정도면 막 탑에 들어 온 사람치고는 괜찮지 않아?”


500랩. 당장 난 이번 달까지 대머리에게 3000랩을 줘야 한다. 가지고 있는 돈은 없다.


“3000랩은 안 되는 거야...?”

“삼천?”


멀는 약간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삼천은 니가 생각해도 너무 많지 않아? 너 지금 생각 잘해야 해. 이 계약이 결렬되면 우리도 손해를 보겠지만 저 밖에 널 잡아먹으려고 도사리고 있는 괴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당장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끼들은 어떻게 할 거야?”


그의 말은 내 처지를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다. 귀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탑엔 날 먹잇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대머리의 패거리를 이렇게 일찍 조우할 줄도 몰랐고.... 결국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인 내가 살아남으려면 몸을 의탁할 곳을 찾아야 한다.


난 잠시 쿠키가 담긴 유리병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래도 여긴 그 대머리보단 낫잖아.


멀에게 난 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는 훌륭한 선택이라며, 나에게 머물 곳은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말했다. 그는 JD에게 말해서 내가 충분히 돈을 벌어서 정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임시로 여기 머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난 그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비록 이곳이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걸 수도 있지만 당장은.... 그가 내보인 따뜻함이 날 움직이게 했다.


멀은 휴게실에서 나가 이 클랜룸의 구조를 간단하게 알려주았다.


클랜룸은 로비에서 접근이 가능한 다양한 공간 중 하나로 클랜원들이 모여서 일을 할 수 있는 장소다. 본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클랜원들이 씻을 수 있는 공간, 잠시 투숙할 수 있는 공간, 먹을 걸 조리할 수 있는 주방까지. 기본적인 생활공간과 훈련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출 수 있다고 들었다.


그치만 이 클랜, ‘JDM’ 클랜은 그다지 돈이 많지 않은 듯했다. 휴게실은 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주방이나 침실은 공간이 협소했다. 훈련 시설은 없었다. 침실은 남녀가 분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


침실은 성인 남성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캡슐이 4층으로 쌓여 있는 공간이었다. 4층으로 쌓인 침대가 4개. 총 16명이 여기서 잘 수 있는 것이다. 딱히 자리를 정해두고 쓰지는 않지만 내 침대만큼은 지정해주겠다고 했다. 난 고마움을 표했다. 멀은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1층 침대를 쓰라고 했다. 캡슐엔 수납공간까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물건을 넣어놓고 써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난 가지고 있는 것이 재킷 하나였다. 재킷 하나와 그 안주머니에 있는 지갑 하나. 지갑엔 정확히 5랩이 들어있다. 어릴 적에 교통비가 없어서 호된 일을 당한 기억이 있어서, 난 항상 비상금으로 5랩을 들고 다녔다. 이젠 그 5랩이 전부지만....


멀은 나에게 화장실에 씻을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다 구비가 되어 있다면서 쓰고 제자리에 놔두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또 신나는 소식을 하나 들려줬는데 화장실에 세탁기도 있다는 것. 심지어 건조 기능까지!


난 멀이 침실에서 나가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엔 샤워 부스가 있었다.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전부 집어넣고 샤워 부스 하나를 차지하고 샤워를 했다. 기분이 좋았다. 얼마 만에 따뜻한 물로 씻어보는 건지. 한껏 만끽을 하고 나와, 뽀송뽀송하게 건조된 옷을 집어 입었다. 좋은 냄새가 났다.


...근데 이젠 무엇을 해야 하나? 내 통장으로 들어 온 500랩을 확인하고 싶은데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일은 없을까?


침실에서 주방을 거쳐야 내가 유리문을 넘어 몸을 우당탕 굴렸던 클랜룸 로비가 나온다. 난 침실에서 주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아, 왔네?”


주방엔 커다란 원형 탁자가 있다. 스무 명도 앉을 수만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원형 탁자. 이미 열뎃 명의 사람이 탁자에 앉아 있다. 멀 말고는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아닌가? 로비에서 정신이 없을 때 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그 모래색 자캣의 JD에게 한눈이 팔려 못 본 걸 수도 있다.


멀은 앉으라고 그의 옆자리를 손짓한다. 일단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멀은 삭발한 머리를 하고 있는데 앉으면서 그의 정수리 쯤에 흉터가 있는 걸 봤다. 노란 머리카락 사이에 있던 검은 흉터.


“인사해. 사실 오고 가면서 다들 얼굴 한 번씩은 봤지? 이름은 랴하리.”


내 이름을 소개해주는 멀. 그의 말에 내 반대편에 앉아 있는 붉은 머리의 여자가 흥미롭다는 듯 되묻는다.


“랴하리? 구름 위에서나 볼 법한 이름인데. 신기하네. 내 이름은 연이야. 이연. 한국에서 왔어. 성이 이야.”


한국. 잘 모르는 나라지만 들어본 적은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이 자리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자인 내가 봐도 매혹적으로 생겼다. 긴 속눈썹과 커다란 눈이 돋보이는 예쁜 여자다.


“안녕.”


난 그녀에게 멋쩍게 웃어 보였다. 멀이 옆에서 큭큭 웃는다.


“어색하네. 괜찮아, 곧 있으면 둘이 친해질 걸. 연이 우리 클랜의 유일한 조율자였거든.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앞으로 둘이 자주 붙어 다닐걸? 니가 도망쳐도 연이 쫓아다닐 거야.”


난 연에게 한 번 더 눈인사를 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반응해준다. 웃는 것도 예쁘다.


멀은 다른 클랜원들도 소개해줬다. 다들 이 클랜의 주요 인물로 한가닥씩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멀이 일찍이 소개한 대로 모두 수호자이거나 학살자였다. 다들 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멀은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이 일곱 명이라면서 클랜원은 총 21명이라고 했다. 아, 이젠 나까지 포함해서 22명.


자리에 있던 몇 명이 내가 탑에 들어 온 사연을 궁금해했다. 난 그들에게 언젠간 이 탑의 지붕 위를 올라갈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진심이었다. 그들에게 내 출신에 대해 말해줄 순 없었으나 다행이도 이야기가 거기로 흘러가는 타이밍에,


끼익-


문이 열리고 모래색 자캣이 눈에 들어왔다. 부츠에 페인트는 여전히 묻어 있었다.


“다들 여기 있었나?”


JD가 물었다. 멀이 ‘대장님 오셨네.’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그에게 묻는다.


“가려고?”

“시간이 됐어.”

“벌써?”


멀은 내 어깨를 툭 쳤다.


“가자.”

“어딜?”


씨익 웃는다.


“어디긴. 클랜에 왔음 돈을 벌러 가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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