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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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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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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추천수 :
24
글자수 :
90,361

작성
23.07.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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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화_1_영특한 신입 (9)

DUMMY

텅!


문은 시원하게 열렸다. 가장 길다란 촉수 하나가 그 소리에 꿈틀거렸으나 반응하진 않았다. 연은 나에게 충전기 둘을 주었다. 난 팔찌에 충전기기를 모두 사용했다. 마법의 감도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연은 제 지시기에 다른 아이템을 여럿 사용한다.


"전 촉수가 나에게 달라붙지 않기만 해주면 돼."


간단한 작전이었다. 난 끄덕였다. 연은 마지막 아이템을 지시기에 꽂아 넣고선 슬라이더를 찰칵 찰칵 당긴다. 지시기의 인터페이스에서 알 수 없는 문양이 반짝인다. 연은 그것을 확인하곤 지기시로 크라켄의 중심을 겨누었다. 작은 촉수들이 쉼없이 꿈틀거리는 그곳.


"집중해."


연이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하는 말임과 동시에 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인 듯했다.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펑!


총소리가 달랐다. 탄환은 지시기에서 나올 때부터 방 안을 환히 밝히며 날아갔다. 그것은 크라켄의 중심에 퍽! 하고 박혀 그 주변을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크라켄의 모든 작은 촉수가 연을 향해 쭈뼛! 향했다.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었다. 난 뒤로 빠졌다. 연은 지시기의 방아쇠를 또 당긴다.


펑!


같은 종류의 탄환. 연속으로 발포한다. 두 발, 네 발, 다섯 발. 크라켄의 몸체 곳곳이 녹아내린다. 크라켄의 길다란 촉수가 참지 못하고 연에게 날아든다. 그것은 자신을 팽창시킬 수 있었다. 연에게 쭈욱! 뻗어 오는 촉수를 난 마법으로 낚아챘다. 잡아서 반대로 꺾으려고 했다.


꽈악!


괴물은 저항했지만...됐다!


연은 지시기를 조작하면서 크라켄에게 달려간다. 방 한가운데에 있는 구멍에 달려가는데 난 그녀의 의도를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는 구멍 가운데에 있는, 크레인의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철덩어리 위에 올라타려는 것이었다. 구멍을 가로지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쿠르륵!


"...!"


내가 붙잡고 있던 촉수가 갑자기 꿀렁였다. 난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강한 힘이 촉수에서 퍼져 나왔다.


파악!


세 촉수가 연을 향해 날아간다. 연은 타이밍 맞게 뛰었다. 두 손으로 철덩어리를 턱! 잡는다. 그녀의 몸집보다 약간 큰 철덩어리는 그녀가 달라붙자 진자처럼 움직인다.


화악!


촉수는 보기 좋게 그녀를 빗나갔다.


연이 소리 지른다.


"저거 안 잡으면 나 죽는다!"


기우뚱-


연이 매달여 있는 철덩이가 크라켄의 몸체 쪽으로 기운다. 촉수는 그 움직임을 감지했는지 그녀쪽으로 끝을 겨눈다. 난 지체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다. 힘을 두 배, 세 배 더 세게 주었다. 촉수를 으쓰러 뜨리겠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효과가 있었다. 크라켄은 통증이라도 느낀 것인지 촉수를 부르르 떨었다. 연은 그 틈을 타서 철덩이 위로 자신을 끌어올렸다. 철덩이를 달고 있는 크레인의 와이어를 잡는다. 자신의 체중으로 철덩이가 더 크게 왕복하게 한다. 철덩이가 구멍의 중심이 아니라, 크라켄으로부터 멀리 있었기에 그녀가 진자 운동을 하며 기회를 노리기엔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


난 그녀가 정확히 그것을 필요함을 깨닫고 촉수를 더 단단히 붙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러면서 느낄 수 있었다. 촉수의 힘은 시시각각으로 강해진다. 더 강하게 상상해도 촉수는 마치 그것을 느끼는 것처럼 더 강하게 꿀렁인다.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이연!"

"알아!"


부웅-


철덩이가 크라켄 쪽으로 움직인다. 연은 철덩이가 진자 운동의 정점에 다다랐을 때 뛰었다. 실수하면 밑의 구멍으로 떨어지는 걸, 그녀는 용감하게 해냈다.


턱!


구멍의 끝을 잡고 자신을 끌어 올린다. 숨을 가쁘게 들이쉬머 지시기를 딸깍딸깍 조작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이 한 톨 한 톨 지나간다.


팍!


잡고 있던 촉수 하나가 튀어나갔다. 난 급히 상상했으나 그것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퍽!


촉수의 끝이 연의 허리를 쳤다. 연은 덕분에 구멍에서 멀리 날아갔으나 크라켄의 몸체 바로 앞에 떨어졌다. 너무 가까웠다. 작은 촉수들이 그녀를 건드릴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으윽...."


연은 신음을 내면서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시기를 조준한다.


쾅!


방아쇠를 당기자 방을 진동할 만큼의 폭음이 사방을 때린다. 그녀에게 다가오던 촉수들은 그 자리에서 터졌다. 크라켄의 몸에 탄환이 박혔다. 연달아 들리는 폭발음. 크라켄이 끈적이는 몸체가 조각조각으로 찢어져 날아간다.


연은 그때 실수를 했다. 그녀를 쳤던 촉수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힘도 약해지고 있었다.


콱!


촉수가 연의 허리를 순식간에 감쌌다. 그녀가 어찌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내가 놓친 두 번째 촉수가 그 자리를 또 감싼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


"이연!"


난 그녀를 부르며 달려나갔다. 이연은 필사적으로 허리품에 달고 있던 그 하늘색의 큐브를 꺼냈다. 크라켄의 촉수에 그것을 강하게 찔러넣는다.


쿠르륵!


촉수가 발작을 하며 연을 놓쳤다. 바닥에서 이미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그녀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꿈쩍을 못한다. 그녀와 달리 난 구멍을 돌아가며 뛰고 있다. 때문에 거리가 멀다. 다급한 심정으로 촉수 하나에 마법을 썼다. 촉수가 많이 약해져 있다. 난 그것을 힘껏 다른 촉수에 찔러넣었다.


푸욱!


촉수에 찔린 촉수. 크라켄의 촉수들이 화가 난 듯 격렬하게 떤다. 연은 힘없이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완벽했던 머리는 이미 엉망이 되어 있다. 난 제발 그녀가 살기를 바라며 달렸다. 빠르다고 느낀 내 달리기가 한참이 느리게 느껴졌다.


제발, 제발 한 발자국만 더...!


손목이 찌릿찌릿하다. 머리는 지끈거린다. 난 호흡을 가다듬고 정렬하는 촉수를 한번 더 붙들었다. 연은 허벅지를 더듬는다. 난 그녀가 지시기를 뽑는 모습을 처참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두 팔로 크라켄을 조준해, 난사했다.


펑!


첫 폭발음이 끝나기도 전에 두 번째 폭발음이 터져 나온다. 귀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의 폭발음에 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연은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몇 번이고 당긴다. 그녀의 얼굴에서 강렬한 감정이 느껴진다.


퍼버벅!


난 촉수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나가는 걸 보곤 마법 사용을 중지했다. 연에게 뛰어갔다. 찰칵, 찰칵. 남은 탄환이 없는지 그녀가 방아쇠를 당김에도 반응이 없다.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일어난다. 연은 한사코 크라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그녀는 허리춤의 고리에 달고 있던 다른 아이탬을 지시기에 장전한다.


"어차피 끝났어."

“...아.”


크라켄은 그 형체가 알아볼 수 없게 찢겨 있다. 그러나 벽에 남은 부분 부분의 몸체는 벽에 달라붙어 아직도 꾸물거린다. 연은 그것들을 향해 쐈다. 난 크라켄의 남은 것들이 조각이 되어 떨어지는 걸 바라봤다. 가끔 우리에게 뻗어오는 촉수를 마법으로 제압하는 것 외엔 일이 없었다.


...탁.


마지막 크라켄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벽엔 뜨거운 것에 녹아 들어붙은 크라켄 점액이나, 혹은 그와 비슷하게 벽에 눌러찍힌 작은 촉수들이 전부다.


연은 지시기를 허리에 꽂아넣었다. 날 돌아본다.


"하리야."

"응...?"

"설마 내가 걱정되서 여기까지 뛰어 온 거야?"

"당연하지! 저, 저 흉측한 촉수가 널...!"

"고마워."


툭.


내 어깨를 가볍게 쳤다. 난 눈을 끔뻑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연은 따라오라 손짓하며 문으로 걸어간다. 난 그녀를 급히 따라잡았다.



***



클랜룸으로 돌아왔다. 난 침실 앞의 그 부엌 문 앞에 얌전히 서 있는 중이다. 연이 나에게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령했다. 안쪽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데 모두 기뻐 보인다. 나도 안에 들어가서 그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연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명령하면서 또 날 겁주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명령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해볼까 생각도 했으나 그랬다간 더욱 거센 보복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아 포기했다.


그래도...나도 들어가고 싶은데.


문은 반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다. 안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윤곽이 보이는 게 전부. 그 윤곽만 봐도 신이 나서 떠는 게 보인다. 난 그것을 물끄러미 보면서 내가 저런 시간을 보낸 게 마지막으로 언젠지 고민했다.


탑에 들어오기 전엔....


"여기서 뭐하는 거지?"


기습적이었다.


“...아.”


퉁명스러운 말투였으나 그 주인이 누구인지는 듣자마자 알았다. 내가 로비에 쓰러져 있을 때 대머리의 패거리를 몰아냈던 그 목소리. 난 기척도 없이 다가온 JD를 흠칫 돌아봤다.


"그, 그게 연이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서...."


괜히 말을 더듬었다. 그는 날 잠시 응시한다.


"들어가."

"......."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포멀이 옆에 있는 동료의 머리를 붙잡고 흥분해서 말하고 있다.


"너도 이참에 머리 다 밀자, 그럼 되잖아!"


툭툭.


옆에 앉아 있는 연이 멀의 옆구리를 찌른다. 멀은 그제야 나와 제이가 부엌에 들어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곧바로 수그러들면서 자리에 앉는다. 제이는 모두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입을 연다.


그의 목소리에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조율자 둘이서 낸 성과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웃고 떠들 여유도 없었을 거다. 학살자쪽은 박살이 났고 수호자쪽은 그저그런 성과를 내는 게 전부였으니깐."


몇몇 사람들이 머쓱해 한다. 멀도 입을 다물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산을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우리 클랜에 들어온,"


턱.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던 난 깜짝 놀라서 어깨를 떨고 말았다. 멀이 금방 피식 웃었다.


"신입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아까부터 날 지긋이 보고 있던 연. 그녀는 짤막하게 내뱉는다.


"찬성."


그러자 파도처럼 다른 사람들도 동조한다. 마지막으로 멀이 찬성한다는 말을 한 뒤에 제이는 날 빈 의자에 앉혔다. 그의 옆 자리였다. 그는 설명을 했다.


"마법사가 다른 조율자와는 다른 레벨의 특기라는 건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 성과를 낼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덕문에 조율자쪽에서는 특전을 하나도 소모하지 않고 첫 번째 게임을 무사히 통과했다. 단, 둘이서. 기대 이상의 성과야."


동조하는 분위기. 난 어색하게 그의 옆에서 잠자코 앉아 있기만 했다. 연이 거든다.


"쟤가 보기보다 강해. 생긴 건 약하게 생겨도 충전기 몇 개 쥐어줬더니 크라켄을 혼자 막아냈어. 덕분에 난 시원하게 공격만 할 수 있었고."

"정말?"


멀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연은 확실하다는 투로 분명하게 말한다.


"정말로. 지시기의 로그 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뭐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나. 내가 경험한 바로, 하리는 우리 클랜 최고의 인재야."


연의 시선이 제이에게 향한다. 제이는 희미하게 끄덕인다.


"잠깐, 잠깐."


끼어드는 멀.


"하리라고?"

"어. 하리."

"그게 뭔데?"

"내가 붙여준 애칭."


그 말에 몇몇 클랜원들이 키득거린다. 연은 으르렁거린다.


"어쩌라고. 하리는 내꺼야."

"또 저러네. 그러니깐 이 클랜에 여자가 너밖에-"

"닥쳐."


멀은 입을 다물었다. 연이 나머지를 쏘아 보니 다들 마찬가지로 조용해진다. 제이가 모두가 조용해지자 입을 연다.


"어쨌든, 랴하리가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고."


딸깍.


부엌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제이의 왼쪽 손목으로 향했다. 그가 자신의 콘솔을 풀었기 때문이다. 제이는 푼 콘솔을, 내 앞에 내려놨다.


"이건 내 인정. 그리고 환영 선물. 앞으로도 기대하지."


모두가 놀란 티를 숨기질 못한다. 난 어벙벙한 심정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그는 무표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나간다.


...쿵.


그나 나가자마자 사람들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었다.


"너, 밖에서 뭘 한 거야!"

"JD가 이런 적은 처음인데?!"


왁자지껄 떠들면서 내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어지러울 정도로. 난 '어, 어?' 하며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무차별적으로 당하고 말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내 어깨를 잡아 흔들고 날 보며 웃는 그들의 표정, 기쁨은 격한 환영의 표시였다. 난 연이 왜 날 밖에 세워두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일부러 이 시점을 미뤄 둔 것이었다. 먼저 들어가서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내가 클랜에 환영 받을 수 있게.


그날 난 몇 번이고 그들이 권하는 술을 들이마셔야 했다. 작는 파티가 열렸고, 모두가 안 좋았던 일은 잊고 나에게 말을 붙여 주었다. 장난스러운 농담을 했고 나와 춤을 춘 클랜원도 있었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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