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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리 님의 서재입니다.

K-뱀파이어는 밥심으로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한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04 21:32
최근연재일 :
2021.07.29 19:1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5,614
추천수 :
263
글자수 :
145,837

작성
21.07.23 19:15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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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20. 베이카 트리체님의 전언입니다.

DUMMY

20. 베이카 트리체님의 전언입니다.






이게 정말 뭐지?


일단 몰린 뱀파이어들과 유니아를 두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다들 상태가 이상해진 나를 보고 걱정했지만 괜찮다는 말만 번복하며 상자를 들고 잽싸게 튀었다.


-뭘 그리 겁을 먹는 거야? 그보다 그대, 꽤나 좋은 곳에서 살고 있구나? 흐음, 앞으로 생활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좋네!


물론, 저 돌고래도 같이 말이다.


“너,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까 말했잖아! 나는 운디네야! 이제부터 너를···

“그러니까 운디네가 뭔데?!”


눈앞의 돌고래는 짐짓 고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곤 다시 말을 꺼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는다고 했었는데··· 뭐, 아닐 수도 있으니까! 너를 위해 내가 쉽게 설명해줄게! 나는 정령이야!

“정령?”

-그래, 정령! 어때,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지?


그렇다.

확실히 한 번쯤은 이 거지같은 드라마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였다.


정령.

다른 여러 괴물처럼 인외 존재이기는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인간들에게 배척받지 않는 세력.


그들은 거의 동화 속이나 신화 속에서 등장하고 간혹 마법사들과 함께 한다는 설정이 다인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정령이 내 눈 앞에 있다고?’


아, 잠깐만.

확실히 정령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한 번 만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리고 정령은 마음에 드는 인물과 함께 다니며 그 힘을 빌려주기도 한다는 설정도 있었고.


‘분명 아까 전에 유니아의 방에서 이렇게 말했었지?’


-이제 그대와 나, 서로를 섬길 주인이자 종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들어 돌고래를 향해 말했다.


“혹시 네가 관장하는 힘이 있나?”

-당연하지! 내가 관장하는 힘은 ‘그대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이야! 추상적이지? 그냥 그대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하면 돼.

“···무엇이든?”

-무엇이든.


‘물론 대가도 필요하고 그만큼 그대가 나에게 잘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하는 돌고래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이거 완전 핵이득 아니야?


나는 그저 인벤토리를 얻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걸로 뽕 뽑자고만 생각했는데.

이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거물이었다.


일단 무엇이든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준다는 게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바람을 들어준다는 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능한 일이지?”

-물질적인 걸 들어줄 수 있지. 그대가 얻고자 하는 건 내가 나온 상자에서 똑같이 나올 거야. 다만 추상적인 건 들어주기 어려워. 간혹 세계를 정복해줘! 이런 건 안 된다는 거지.


그럼 ‘날 주인공에게서 살려줘!’ 같은 건 안 통한다는 거구나.


하긴, 그런 게 됐으면 드라마에서 피넛이 주인공 자리를 꿰찼을 거다.

아마 피넛은 이 상자를 가지고 그저 자기 돈을 불리는 데에만 사용했겠지?

잘 활용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말이야.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나는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봤다.

푸른 해석이 전부 떨어져 나가 백옥색의 몸체를 지닌 상자였다.


“그럼 지금 바로 써볼 수 있나? 물질적인 바람으로.”

-응, 그럼 당연하지! 어떤 거? 어떤 거? 뭘 원해?


나는 상자를 다시 품에 넣고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여기서 필요한 건 아니야.”


그리고 주방으로 향했다.



***



-이거 맞아···?

“응, 이거 맞아.”

-정말 이게 맞다고? 거짓말 치지 마! 너! 너 도대체 나한테 뭘 바란다고 한 거야!


말을 왜 그렇게 해.

내가 못 할 짓 시킨 것 같잖아.


나는 운디네에게 부탁해서 꺼낸 도구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봤다.


‘밥솥이 그렇게 이상한가?’


하지만 전기밥솥도 아닌데?

물론, 압력밥솥이라고 해서 그게 제대로 나올 것 같진 않았다.

아무리 짬뽕 드라마라고 해도 미래의 물건을 뿅 가져오는 건 무리겠지.


그래서 대충 압력밥솥의 원리를 말해주면서 이러이러한 냄비가 필요하다는 정도도 말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법 그럴싸한 압력 밥솥이 나와 주었다.


“그렇게까지 경악할 필요는 없잖아.”

-있어! 앞으로 그대가 나한테 이러한 것들을 또 바란다고 말할 게 분명하잖아! 내 지식이 부족해! 나한테 시간을 좀 줘! 공부할 테니까!

“어디서 뭘 공부하겠다는 건데.”


운디네는 혼자서 주방 여기저기를 방방 뛰어다녔다.

아니, 날아다녔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리 신나게 뛰고 있기를 한참, 이내 지친 것인지 내 어깨 위에 앉은 운디네는 가만히 밥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거는 뭐에 쓰는 거야? 아까 보니까 그대가 저기에 하얀 알갱이들을 넣었어.

“곧 보면 알게 될 거야.”


마침 뜸을 들이고 있던 참이었다.

지금쯤이면 다 됐겠지?


나는 밥솥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곤 주방에 굴러다니는 아무 나무 주걱으로 잘 익은 밥을 뒤집기 시작했다.


포슬포슬하게 잘 지어진 밥에서 포근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맡은 것인지 어깨 위 운디네도 신기한 듯 몸을 앞으로 쭉 뺐다.


-뭘 만드는 건가 했더니, 너 신기한 걸 만드는 구나?

“밥은 동양에서 주식으로 먹는 거야. 여기선 빵이 주식인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 그닥 신기한 건 아니···”

-그냥 평범한 음식인 줄 알았더니 마력이 섞여 있어! 굉장해!


엥, 뭐?

마력?


마력은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힘 아닌가?

그게 왜 내 쌀밥에 섞여 있는 건데?


나는 잠자코 운디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너 그냥 인간이 아니네? 하지만 마법사는 아닌 것 같고. 무엇보다 마법사라면 이런 형태의 마력을 사용할 리가 없어. 음, 하지만 분명 들어본 것 같은데··· 아! 그래. 다섯 개의 보물!

“다섯 개의 보물?”


또 저 이야기.

다섯 개의 보물.


-응, 다섯 개의 보물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마력을 띄우고 있어! 하지만 하나하나로는 온전한 힘을 내뿜지 못해서 다섯 가지가 전부 모여야 비로소 제 힘을 발휘하지.


이거 베이카가 예상했던 대로 아닌가?


그보다 한식 하나만으로도 꽤나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모이면 더욱 강해지는 모양이었다.


‘이건 좀 구미가 당기는데.’


“다섯 가지가 전부 모여서 제 힘을 발휘한다는 건 정확히 무슨 말이야? 어떤 힘을 발휘하는 건데?”

-애초에 그 보물들을 누가 만들었는지도 몰라. 그러니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 하지만 전부가 모이면 세상을 뒤엎을 수 있는 힘이라는 건 분명히 알고 있어!


세상을 뒤엎을 수 있는 힘.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신령이 왜 주인공에게 이 보물을 얻어야 한다고 한 건지 좀 알 것도 같았다.

그가 사는 동양은 이미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의 재앙이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여기서 괴물들을 모두 없애고 그 과정에서 얻은 보물을 가지고 돌아가면 손쉽게 괴물들을 죽일 수 있겠지.


‘하지만 드라마를 끝까지 본 나는 알아.’


그렇기에 더욱 더 주인공의 손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재앙은 그놈의 성격이자 정신머리였다.


여튼,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그래서 지금 이건 왜 만든 거야? 어디다가 쓰려고?

“음식을 만들어서 어디다가 쓰긴, 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그동안 반찬만 주구장창 만들고 제대로 된 솥 하나 없어서 얼마나 괴로웠던가.

이제는 그런 거 없이 편히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마침 먹어 줄 사람도 오고 있고.”


집 돌아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그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라이얼 비즈빈터.

바로 그가 말이다.



***



저녁 식사는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여전히 신기한 눈빛으로 우리 집 밥상을 바라보던 왕세자는 밥공기를 싹 비웠다.


그리고 늦은 밤,

나는 내 방과 서재에 연결 되어있는 응접실로 그를 안내했다.

뱀파이어들과 사람을 모두 물리고 차로 입가심을 몇 번 한 후에야 왕세자는 입을 열었다.


“우선 사과 먼저 하지. 미안하네.”


이 사람은 무슨 툭하면 사과부터 해.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자네에게 들은 말이 충격이 아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보물이 겨우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 북이었다는 사실 말이야.”

“저도 그래서 말씀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세상의 악을 멸할 방법으로 아무런 살상도 없이 요리를 만드는 것이라면 난 극구 찬성이라네.”


어라, 이거 왠지 분위기가 안 좋은데.


대충 저놈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예상이 갔다.

보물의 실상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 하지 않을 테니 같이 세상에 도래할 악을 없애자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한식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 줄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왕세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결이 다른 말이었다.


“자네의 힘이 필요하네, 백작.”

“저하. 저희 가문의 보물이 필요하다면 전 언제든지 그것을 왕성에 받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

“아니, 보물도 보물이지만, 자네 말이야. 아이로 힐데스하임 백작.”


네?

···저요?


“자네의 충정은 내 잘 알고 있네. 그러니 내가 그 보물을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자네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주겠지.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되네.”

“···왜요?”

“그 보물에 적혀져 있는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건 자네 뿐이니까.”

“네?”


왕세자는 그날 내가 만든 요리와 그로인한 마법적 효과 같은 것에 대해 내가 떠드는 걸 모두 기억해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왕성으로 돌아가 왕실 주방장들과 함께 본인이 그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보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마법적인 효과는커녕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애초에 그 음식들을 먹고 효과를 보는 건 괴물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인간이 먹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는···


“결국, 자네가 만들어낸 요리법이라고 말하니 자네의 형이 음식을 모두 가져갔어.”

“네? 제 형이요?”

“그래, 왕성에 붙잡혀 있는 자네의 형.”


형이 그 음식들을 모두 가져갔다고?

그렇다는 건 분명 먹었다는 것일 텐데?


그에게서 조차도 아무런 효과나 반응이 없었단 왕세자의 말이 거짓말처럼 들려왔다.


‘이거 정말로 내가 만들어야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건가?’


도대체 무슨 원리야?

나는 왕세자와의 눈을 피했다.

그러자 내가 자신의 부탁을 거북해 한다고 여긴 듯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힐데스하임 백작. 자네가 내 이 부탁을 꺼림칙해 한다는 거 모두 알아. 자네는 그동안 우리에게 무척이나 많은 배척을 받아왔으니까 말이네.”

“······.”

“염치없지만 그럼에도 한 번만 도움을 주었으면 해. 자네의 요리로써 세상을 구해봅세.”


아니, 그러니까 나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애초에 세상을 구하는 건 주인공의 일인데 벌써 몇 번째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야!


무엇보다도 나는 세상을 구하는 쪽보다는 망하라고 하는 쪽과 먼저 손을 잡은 상태였다.

내가 여기서 왕세자와 손을 잡는 건 베이카와 척을 지겠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여기서 왕세자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는 그런 선택을 한 나를 이해해줄지 모르나 안 그래도 좋지 않은 평판이 어떻게든 더 나빠지겠지.


그건 나에게만 안 좋은 일이 아니라 뱀파이어 전체에게 안 좋은 일이었다.


이를 어쩌면 좋지, 머리를 싸맸다.

누군가 좀 내 머릿속에 해답을 끼워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주인님, 전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 이건, 세라?


[지금은 왕세자의 말에 따르도록 하죠! 아이로 백작.]


아니, 아니다.


[···라는 베이카 트리체님의 전언입니다.]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왕세자를 뜯어 먹읍시다!]


이건 베이카.

나와 손잡은 세상 망하라고 하는 쪽의 말이었다.


작가의말

벌써 20화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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