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리 님의 서재입니다.

K-뱀파이어는 밥심으로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한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04 21:32
최근연재일 :
2021.07.29 19:1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5,611
추천수 :
263
글자수 :
145,837

작성
21.07.07 20:15
조회
350
추천
19
글자
11쪽

4. 배가 왜 고파?

DUMMY

4. 배가 왜 고파?






요리책.

그건 다시 봐도 한식 요리책이었다.


“아냐, 시발. 뭔데, 이럴 리가 없어.”


빠르게 다시 책을 덮었다.

그리곤 먼지가 내려앉은 표지에 입김을 불었다.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먼지 사이로 보이는 건, 너무나도 선명한 글자, 한글이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위대한 한식 요리.」


···진심인가?

작가가 아무리 한국뽕에 취했다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아니, 세상의 해악 중 하나를 없앨 수 있는 비법서라며? 이게 대체 왜?”


요리조리 돌려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다 맨 뒷장을 펼치게 되자 떡하니 쓰인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세상 모든 굶주림이 사라지길 바라며.]


“······.”


그러니까 세상의 해악 중 하나가 굶주림이라는 거지?


“······.”


망했다.


역시나 그냥 쉽게 일이 풀릴 리가 없었다.

그냥 비법서 그거 주인공 줘버리자 생각했던 것이 가차 없이 사라진다.


‘내 목숨과 다른 뱀파이어들의 목숨보다 비쌀 줄 알았더니, 이걸 주인공에게 그냥 줬다간···’


바로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가겠지.

분명 그럴 거야.

응, 확실해.


원작 주인공은 좀 아니, 꽤 과하게 성격이 이상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항시 무표정에 정해진 일만 딱딱 했다.

물론 말도 별로 없었으며, 완벽하게 기분파였다.


무엇보다도 그 신령이라는 것에 껌벅 죽어서 눈 돌아가는 경우도 잦았으니,

융통성이 없고 답답한 놈인 게 틀림없었다.


일단 나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설마 진짜 요리법만 있겠어 싶은 마음에 책상에 앉아 책을 정독해보았다.

하지만 몇몇 찢어진 부분이 존재하는 그냥 요리책이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더 짜증이 나는 건···


‘되게 잘 써져 있어···!’


괜히 사람 만들어보고 싶게!

난 요리가 취미이자 직업이었던 사람이란 말이다!

지금 일주일하고 조금 더, 식칼 못 잡으니 안달이 나는데 누굴 말려 죽이려고!


‘가뜩이나 마늘도 못 먹는 몸뚱아리인데 마늘 과다함량이 기본인 한식을 만들어 뭐에 쓰냐고.’


정말 이만큼 필요 없는 아이템도 어디 없을 것이다.

책을 잡던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살짝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건 개 같은 비법서와 장부뿐이었다.


“···장부? 잠깐만.”


무언가 머리를 탁! 하고 치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장부하면 돈. 돈하면 나에겐···


음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바로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이드가 커다란 소리에 움츠려 든 것이 보였다.


“주, 주인님? 아, 진짜 놀래라. 문을 왜 그리 거세게 여시는 거예요?”

“하이드.”

“네? 왜 그러세요? 뭐 필요하세요?”

“주방.”

“네?”

“주방이 필요해.”


지금 당장 말이다.



***



하이드가 뜯어 말렸지만 나는 기필코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방엔 식재료가 있으니 또 마늘 같은 걸 집어먹고 쓰러질까 봐 그러는 거겠지.


하지만 뱀파이어 성의 주방에 마늘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래, 염병. 마늘 없겠지.’


한국인 하면 마늘이고 마늘하면 한국인이거늘.

소울 푸드랑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작별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


견우와 직녀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걔네들은 1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나는 걸?

나는 이제 영영 못 만나고.


젠장, 둘 다 복에 겨운 줄 알아라.


불시에 찾아간 주방에는 당연하게도 주방식구들이 모여 있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나를 보며 커다랗게 놀란 눈을 떴다.

그 중 가장 높은 이로 추정되는 자가 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주인님,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걸음 하셨습니까?”

“밥 하려고.”

“네? 어, 이미 식사는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주방장은 내 뒤에 어색하게 서있는 하이드와 눈빛을 주고받는 듯했다.

그리곤 이내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바닥에 쿵,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었다.


···뭐야, 왜이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주인님! 제가 감히, 하지만 주인님의 심신이 걱정되는 마음에 아니, 제 주제도 모르고 명을 어겼습니다!”

“뭔, 무슨 소리야. 천천히 똑바로 말해.”


횡설수설 뭐라고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일단 나는 손수 그의 손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요리사가 손을 더러운 땅에 함부로 대고 그러면 안 된다.

하지만 주방장은 필히 감동 받았다는 눈을 하고선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분명히 본인 식단에 단 한 방울의 피도 올리지 말라하셨죠. 하지만··· 이 늙은이, 드디어 노망이 났는지 주인님이 너무나도 걱정되어 무리하게 빨간 음식만 상에 올렸습니다.”


알고는 있었냐?

아니 근데, 뭐?


“그것 때문에 노하셔서 찾아오신 거 압니다. 하지만 세라와 하이드 부집사는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오로지 제 독단적인 판단으로···”

“세라는 왜··· 아니, 잠깐만 일단 그만 말해 봐.”


나는 황급히 주방장의 말을 멈췄다.

그리고 이상하게 여겨지는 사실 하나를 되물었다.


“나, 어··· 피를 먹지 않은지 얼마나 되었지?”

“지금 주인님이 250세가 되시니 약 110년 정도 되셨습니다.”

“······.”

“···주인님?”

“왜?”

“네?”

“왜 안 먹었어?”


드라마를 전부 시청한 건 맞았다.

하지만 내가 아이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당연했다.

이 새끼 방구석 페인이었는걸.

내가 어떻게 이놈새끼 식습관까지 다 아냐고.


내 질문에 조금 당황한 듯 보이는 주방장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거야··· 주인님께서는 늘 피를 역겨워 하셨으니, 드셔도 곧 바로 토해내지 않으셨습니까···?”


마치 아니냐는 듯 고개를 조아리는 주방장이었다.


“어, 그래. 맞아. 잘 기억하고 있나 그냥 물어본 거였어.”


아무래도 진짜 아이로가 피를 먹지 않았다는 건 뱀파이어 성 사람들만이 아는 사실 같았다.

술빵 놈이 내 이빨에 겁을 먹거나 딴죽을 건 게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뱀파이어씩이나 되어서 피를 역겨워한다?

들어보니 선천적인건지 아닌 것 같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구만.


하아,

터지는 한숨을 그대로 내쉬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몸을 움찔 거리며 눈치를 보았다.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기에 나는 얼른 다른 말을 꺼냈다.


“다 나가 봐.”

“예···? 네?”

“주방 식구들, 하이드 전부 나가보라고. 아. 주방장 넌 남아라.”

“주인님, 도대체 무슨···?”

“오자마자 말했잖아.”


밥 할 거라고.

그것도 한식으로다가 말이야.



***



북적거리던 주방에서 뱀파이어들을 전부 내보내고 주방장과 단 둘이 남았다.

나는 긴장한 듯 보이는 주방장을 대충 세워두고 식재료 창고로 들어가 그곳을 훑어보았다.


아이로를 위해서 닥치는 대로 채소나 고기를 구입한 모양이었다.

다만,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말 그대로 그냥 방치되고 있었다.


‘다행이 마도구로 인해 식재료 창고의 온도는 서늘하지만···’


이걸 다 뜯어고쳐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아까운 걸 다 어째.


“응?”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주방장. 이건···”


대충 구석으로 고개를 돌리자 길쭉한 녹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에 손을 뻗어 파묻혀 있던 그것을 끄집어냈다.

아니나 다를까 곧 먼 곳으로 가시려는 애호박이었다.


“뭐야, 이런 건 어디서 났어?”


호박의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이다.

그 외에도 유럽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에 분포해있고.

우리나라엔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 밥상에 올라오면 순식간에 없어지는 놈이 바로 이 애호박이었다.


“주인님의 기력 회복을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 하다가 발견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밍밍하고 그닥 맛이 나지 않는 녀석이죠. 쉽게 무르기도 하고요.”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주방장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곤 근처에 있던 전분가루와 소금을 집어 들고 다시 주방으로 되돌아왔다.

주방장은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님?”

“애호박은 일주일 정도 보관하는 게 좋아. 보관할 때는 신문지나 키친타올로 물기를 없애고 종이에 싸서 선선하고 습하지 않은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네? 키친타올이요?”

“요리를 해봤을 때도 쉽게 무르던가?”

“네? 네···. 그랬습니다. 영 식감이 별로라 주인님껜 드리지 못했죠.”

“그럼 채를 썰면 돼.”


나는 손과 애호박을 씻었다.

그리곤 도마와 식칼을 찾아 꺼내 바로 손질에 들어갔다.

뒤에선 ‘주인님! 주인님이 어찌 이런 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물기를 없앤 애호박을 얇게 채 썰어 깊은 그릇에 옮겨 담는다.

거기에 전분 가루를 네 스푼에서 다섯 스푼 정도 넣어 잘 섞는다.

그 과정에서 소금도 한 두 꼬집을 넣어 간을 맞추고,


‘새우가루 같은 게 있으면 좋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기름을 두른 팬에 적당량씩 소분해서 작게 부치면 끝.


“잘 봐, 전분가루는 열을 가하면 서로 붙는단 말이야. 그러니까 팬 안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튀기듯 부치면 돼.”

“오, 네, 네···”


경악에 서린 목소리를 내던 주방장은 금세 내 행동에 흥미를 보이곤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주방장에게 팬이 잘 보이도록 하며 조리 시 주의할 점을 몇 가지 더 알려주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애호박전은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나는 금방 완성된 전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홍고추 같은 게 있으면 잘라서 올렸을 텐데 그건 좀 아쉽게 됐다.


대충 나뒹구는 포크를 집어 입에 하나 넣었다.

미리 간을 한 덕에 적당히 짭짤하고 고소했다.

음, 역시 애호박전은 대충해도 맛있군.


나는 애호박전을 찍어 주방장에게도 건네주었다.

얼결에 그것을 받아든 주방장은 눈만 굴릴 뿐이었다.


“뭐해, 먹어. 뜨거우니까 잘 불어서.”

“어찌 제가 주인님이 만드신 음식을 먹는단 말입니까?”

“아, 진짜 손 많이 가네. 그래서 내가 주는 건데 안 먹을 거야?”

“···아니오.”


어쩔 수 없이 포크를 받아든 주방장은 애호박전을 하나 콕 집어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조금 물컹거리고 미끈한 식감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는 듯했지만,

이내 미간이 펴지면서 탄성을 자아냈다.


“아니···! 아니, 어떻게 한낱 작물에서 이런 고소한 맛이 날 수가···!”

“맛있지?”

“네! 맛있다마다요!”

“더 먹어. 더.”


그래, 이 맛에 요리하지.

내가 만들어낸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뿌듯함이 배로 올라왔다.


“많이 만들었으니까 이제 애들 불러서 다 같이 먹여보고 맛평가 좀 부탁하자. 나 이걸로 사업 하나 할···”


그때였다.


귀 바깥쪽에서 아니, 시선 바깥쪽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어?”


그것은 옅은 파도처럼, 서로 각기 다른 모양으로 퍼졌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걸 수십 번은 더 반복하고 나서야 따라 시선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게 뭐지?

갑자기 뭐야?


순간, 온몸이 사우나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도 없던 몸이기에 더 잘 알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활기가 차올랐다.

그리고···.


-꼬르륵···.


더욱 허기가 졌다.


작가의말

이번 편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K-뱀파이어는 밥심으로 먼치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연재 중지를 알려드립니다. +2 21.07.30 95 0 -
공지 <공지> 제목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21.07.16 124 0 -
26 26. 처음 있는 일 21.07.29 65 10 12쪽
25 25. 골로 가게 만들어 볼까? 21.07.28 81 8 12쪽
24 24. 요리교실! 21.07.27 103 10 12쪽
23 23. 자그마한 문제 21.07.26 109 6 13쪽
22 22. 제 발로 찾아온 복덩이 21.07.25 115 6 12쪽
21 21. 예상보다 화력이 너무 좋다. 21.07.24 114 6 13쪽
20 20. 베이카 트리체님의 전언입니다. +1 21.07.23 125 7 12쪽
19 19. 드디어 열었다 21.07.22 132 6 11쪽
18 18. 정확히 무슨 상자인 거예요? 21.07.21 132 5 13쪽
17 17. 원래부터 그 인간이 해결하는 일 21.07.20 138 6 11쪽
16 16. 물기어린 목소리 +2 21.07.19 154 6 13쪽
15 15. 참 많은 것을 알게 된 날 21.07.18 149 6 13쪽
14 14. 힐데스하임이 가지고 있는 보물 21.07.17 167 7 13쪽
13 13. 상다리 휘어지게 올리고 배터지게 먹여주마. 21.07.16 166 5 12쪽
12 12. 같이 어떤 사기를 칠지 열심히 생각해 봅시다! 21.07.15 192 7 13쪽
11 11. 세상의 모든 악을 멸한다는 보물 +1 21.07.14 191 9 12쪽
10 10. 바로 불법 도박장 21.07.13 185 10 13쪽
9 9. 주인님, 도착하였습니다. +3 21.07.12 218 8 13쪽
8 8.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1 21.07.11 222 11 12쪽
7 7. 우리 거래를 합시다! 21.07.10 255 12 13쪽
6 6. 오늘의 빅 이벤트 21.07.09 283 16 12쪽
5 5. 식당을 차리자. 21.07.08 345 15 15쪽
» 4. 배가 왜 고파? 21.07.07 350 19 11쪽
3 3.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1.07.06 408 19 12쪽
2 2. 그래도 할 일은 한다. 21.07.05 487 22 12쪽
1 1. 하필 빙의를 해도..! 21.07.05 708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