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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최근연재일 :
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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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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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회

DUMMY

불타는 검을 든 악마는 아슬론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놈의 검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가 아슬론의 비늘을 뜨겁게 달궜다. 터프한 아슬론이 그와 검을 몇 번 맞대다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크으..."


그의 비늘은 적동룡의 힘을 섭취하고 변이한 것인지라 어지간한 열기로는 꿈쩍도 안 할 텐데... 저 검에 어려있는 것은 단순한 화염이 아닌 모양.


카스트로가 황급히 그에게 가세하려 했으나, 그는 흑색 기사단장을 전담하기도 버거운 상태였다. 기사단장은 그의 눈이 팔려나간 틈을 비집고 들어와 발차기를 먹였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역전의 용사답게 곧장 반격을 날렸다. 상대에게 맞고 밀려나던 그는 실장검법을 구사해 섬광 같은 검격을 뿜어낸다.


테에엥! 하는 소리와 함께 마력의 칼날이 방패의 위쪽을 난타한다. 카스트로는 하는 수 없이 주춤거리는 기사단장을 몰아붙였다. 지금 당장 아슬론을 도우러 가기는 어려우니, 조금이라도 빨리 놈을 끝장내려는 것이다.


보다못한 다르몬드의 전사들이 아슬론을 돕기 위하여 나섰으나... 그들 또한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힐데와 엘리자베스가 그들에게 보호 주문을 겹겹이 걸어줬지만 악마의 화염은 그러한 것들을 모두 관통한다.


"급하게 소환돼서 약화되긴 했지만 마왕은 마왕이군... 서리의 분노."


애버론이 강렬한 빙결 주문을 사용하여 마왕을 강타했다. 하지만 불타는 검의 열기는 얼어붙은 마왕의 몸을 금세 녹여버린다. 엘리자베스가 내 신앙점수를 왕창 소모해가며 아슬론을 치료하려 했으나, 저놈의 불꽃은 치유를 방해하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는 모양.


아슬론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찰나. 그의 허리춤에 메여있던 마법검, 수다쟁이가 부르르 진동하며 그를 불렀다. 아슬론은 어머니의 대검을 땅에 박아서 벽 처럼 세워두곤 그 뒤에서 녀석을 뽑는다.


"이 바쁜 때에 뭐냐!"


"이 돌대가리 용인 자식아! 너야말로 최고의 마법검을 놔두고 뭘 하는거야!


수다쟁이는 주인을 향해 되레 짜증을 내더니 무시무시한 냉기를 내뿜으며 아슬론을 괴롭히던 열기를 중화해줬다. 아슬론이 그것을 보고 놀라자 녀석이 우쭐한다.


"어떻게 이런..."


"저 마검은 내 아버지께서 마지못해 만드신거야. 그러니까 가장 사랑받던 딸인 내가 막지 못할리 없지."


"... 그 검은 마에슬로의 유작! 네놈 따위가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리 내놓아라!"


수다쟁이를 발견한 마왕의 눈이 번뜩였다. 이제껏 불타는 검의 힘에 의지하여 건성건성 아슬론을 상대하던 그의 몸에 힘이 들어간다. 수다쟁이는 더욱 세찬 냉기를 뿜어내며 놈에게 맞섰다.


"악마! 그 더러운 손으로 어딜 감히!"


"이제야 좀 쓸만하구나!"


아슬론이 쾌재를 부르며 한 손에는 수다쟁이를, 다른 손에는 어머니의 대검을 들고 휘둘렀다. 2자루의 대검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초월적인 근력과 기술을 가진 덕분이리라.


그러나 그의 상대는 마왕. 못해도 수백, 수천년 동안 쉬지 않고 싸우며 힘과 기술을 연마한 상대다. 마계에 있을때에 비해서 무척 약해졌다곤 해도 혼자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아슬론에게 난폭하게 달려들던 마왕은 애버론의 시기적절한 저격 때문에 번번이 승기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열이 받은 놈은 전사들을 후려치곤 애버론에게로 냅다 달려들었다.


내가 황급히 화신체로 그를 가로막았으나... 마왕의 돌격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버론은 침착하게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앗차 하는 표정이 그의 표정에 드러났다.


"영감님. 뭐 하십니까? 빨리 도망쳐요!"


아슬론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애버론은 슬프게 웃을 뿐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죽음의 군주가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필시 저 여자가 그의 주문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리라.


아슬론도 뒤늦게 눈치채곤 허리춤의 도끼를 그녀에게 집어던졌으나... 흑기사들의 탄탄한 방어가 그것을 튕겨냈다.


모두의 경악 끝에. 결국 마왕의 검이 애버론의 심장을 찔렀다. 황급히 마왕을 뒤쫓아간 아슬론이 믿기지 않는 괴력을 발휘하여 그를 후려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애버론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손을 써볼 도리도 없이 숨을 거둬버렸다.


아슬론은 자신의 무기조차 내팽개친 채 애버론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명확한 패색이 결사대를 덮친다. 대원들의 구심점이 되어줬던 애버론의 죽음이 가지는 무게는 다른 이들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애버론의 타들어간 가슴 위로 용인의 눈물이 떨어졌다. 그 사이에도, 전세는 급격히 기울고있다. 다르몬드의 신도들이 비명을 지르며 마왕을 막아내며 카스트로가 비명 같은 기합을 내질렀다.


모두가 패배를 예감하던 찰나. 한 명의 신도가 은근슬쩍 몸을 빼기 시작했다. 결사대로서는 드물게도 길드 소속이 아닌 플레이어의 신도였다. 이미 승리는 물건너갔으니 자신의 전력이라도 온전히 보전하려는 것이리라.


첫 사람이 도망을 치면 두 번째 사람도 순식간이다. 이대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결사대는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렵겠지. 다행히도 그의 도주시도는 헛되이 끝나버렸다. 애버론의 시신을 안고있던 아슬론이 단칼에 놈을 베어버린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어딜 도망치려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그가 다시금 무기를 집어들고 악마를 노려봤다. 레니아가 신성 통신으로 외쳤지만, 그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대주교님! 이미 전세가 기울었어요. 지금은 저희도 물러나서 후일을 도모해야..."


"... 알룬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영감님의 원수를 갚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습니다."


그를 걱정스레 지켜보던 나는 다음 행동을 말릴 새도 없었다. 아슬론은 수다쟁이를 원래대로 줄이더니, 그대로 자신의 심장을 찔러버렸다.


분수처럼 치솟는 핏물. 치명적인 상처가 아슬론을 점점 죽음으로 몰고간다. 모두가 난데없는 자해에 경악하던 와중. 나는 뒤늦게 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설마 강제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려는건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변이라는건 원래 용인족이 생명의 위기를 느낄 때 일어나는 것이고, 지금 아슬론은 용의 심장을 섭취한 덕분에 마력 또한 충분하다.


하지만... 이론상으로 가능하다 해도 실천하기 쉽다는 것은 아니다. 변이라는 것의 특성상,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아슬론은 변이를 기다리긴 커녕 자신의 가슴팍을 헤집는다!


수다쟁이는 그의 진한 독기에 질려서 혀를 내둘렀다.


"와, 미친놈..."


다행히 아슬론은 방금 전까지 전투를 치루던 상태였다. 그의 몸 속에 잠재되어 있던 변이 인자가 마력을 흡수하며 육신을 변화시킨다. 평소에는 적잖은 시일이 걸리던 변이였건만. 지금은 눈 깜짝할 새에 상처가 아물어들고있다.


그뿐이랴. 안 그래도 당당하던 몸집은 더욱 커지고, 비늘도 한층 검붉게 변했다. 엘리자베스의 성광에 직격당하던 마왕은 그녀의 신성력조차 무시한 채 아슬론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심상찮은 적의 등장을 직감한 것이리라.


"이런, 돌대가리 용인! 빨리 정신 차려!"


"냉기는 필요없다. 본체를 노려!"


낮게 읊조리듯 명령한 아슬론이 어머니의 대검으로 마왕을 내리찍었다. 마왕은 그것을 받아내며 검의 열기를 한층 강하게 내뿜었으나, 아슬론의 새로운 비늘은 그것을 능히 버텨냈다.


그뿐이랴. 섬세하기 짝이 없던 전투방식도 변했다. 그는 흡사 상대의 검 앞에 자신의 몸을 내던지듯 싸웠다. 나와 레니아는 그 광경에 속으로 비명을 질렀으나, 번번이 치명상은 피할 수 있는 궤도였다.


불타는 검에 베인 상처는 원래 치료가 잘 되지 않았으나... 아슬론이 새로 얻은 초재생 능력은 멀쩡히 작동했다. 긁힌 상처 따위는 눈 깜짝할 새에 낫고, 팔다리가 관통당해도 오래지않아 재생된다.


두 명의 거인 사이에서 거칠기 짝이 없는 난타전이 벌어진다. 아슬론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버텨내며 상대에게 유효타를 쌓아나갔다. 수다쟁이의 마법과 아슬론의 맹공 앞에서 무릎꿇은 마왕이 크게 웃었다.


"하하, 이 맹랑한 놈 같으니라고! 간만에 싸울만한 적수가 나왔구나!"


"닥쳐!"


수다쟁이로 그의 방어를 걷어낸 아슬론이 대검을 휘둘러 그의 몸을 대각선으로 크게 베어냈다. 하지만 하계에 소환당한 마왕은 이곳에서 죽어봤자 마계로 되돌아갈 뿐이었다. 물론 당분간은 운신에 큰 지장을 입긴 하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다.


천천히 가라앉듯 사라지던 마왕은 너무 늦기 전에 아슬론을 향해 외쳤다.


"네놈의 얼굴을 기억했다. 절망의 영역을 관장하는 이몸이 마계에서 기다리겠노라! 나의 이름은 데이자드. 네놈의 방문은 언제든 환영하마!"


"금방 찾아가겠다."


아슬론이 그의 몸을 다시 한 번 베어서 마계로 돌려보내곤 흑기사들을 마주했다. 그새 힘을 다 소비한 죽음의 군주가 분노한 용인을 보고 살짝 몸을 떨었다.


작가의말


새로 쓰던 소설에 대해서 알리지 않았던건, 이걸 연중하고 쓰던거라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홍보하기엔 염치가 좀...


그리고 이 소설을 유료화하려면 적잖게 손을 봐야할겁니다. 그러니 일단 어떤 식으로든 완결을 낸 뒤에 생각하고 싶네요.


매번 응원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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