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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최근연재일 :
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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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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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9회

DUMMY

불편한 명절을 보내던 나는 아린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회의에 참석해야했다. 그녀는 저택 관리인과 함께 들어온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이 양반은 어째 명절에도 일거리를 물어온대? 아주 모범적인 길드원이야."


"그만 놀려요... 저도 뭐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요?"


가디언 소울에서 기본적인 설명을 마쳐둔지라 회의를 진행하기는 편했다. 내 사촌의 다음 상납일까지 남은 시간은 10일 남짓. 그리 넉넉하다고는 볼 수 없는 시간이다. 아린은 먼저 단정하듯 말했다.


"일단 뭘 어떻게 하든 그쪽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내가 조사해봤는데, 알룬의 사촌이 증언한 범죄행위들도 모두 사실인 것 같아."


위험한 초대장이란 특성은 악용이 무척이나 쉬운데다, 그 길드는 아직 작아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대로 놈들을 방치해두면 계속해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강적이 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다행히 놈들의 본거지는 북부쪽이었고, 북부쪽에는 이미 누굴 조지는데 특화된 전문가들이 파견되어 있다.


요즘들어 북부에서 일이 많이 터지는 것 같긴 하지만... 만약 놈들이 남부의 근처에 있었다면 옛날 옛적에 아린에게 들켰겠지. 뭔가 좀 켕기는게 있다 싶은 놈들은 북부 근처에서 활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루그레스의 사도를 쫓는 것도 중요한 일인 만큼 새싹을 짓밟는데 전력을 다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린은 원정대를 둘로 나누기로 했다.


"다행히 그쪽은 아직 그리 강하지 않아. 그러니까 애버론이 이끄는 본대에는 사냥꾼들을 비롯해서 추격에 필요한 전력을 놔두고... 실제 전투에 필요한 인원들을 잠깐 빼서 놈들을 조진다."


"저도 그쪽에 참가할게요."


그간 사촌의 처우에 대해서 고민해본 내가 어렵사리 손을 들었다. 녀석이 내게 몹쓸 짓을 하려고 하긴 했지만, 그건 전적으로 녀석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아린은 보기보다 냉정한 면이 있어서 내가 동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어렵지 않게 내 요청을 받아들인 아린이 즉석에서 별동대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 중 하나가 푸념한다.


"게임 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라... 왜 갑자기 그런게 튀어나온거지?"


"알룬에게 이야기를 듣고 조사해봤는데, 해당 길드 마스터는 외국인 기자야. 놈은 가디언 소울을 접하자마자 이곳저곳에 가디언 소울에 대하여 알리려고 한 것 같아."


그러나 놈의 시도는 알 수 없는 외력에 의하여 무산됐다. 그 게임의 관리자들은 은행 계좌의 거래내역 같은 것도 말끔히 조작하는 이들이니 루머를 막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아린은 놈의 그런 행적이 위험한 초대장 특성의 습득에 도움이 됐으리라 추측했다.


"현실에서의 행적도 고유 특성 개방에 도움이 되는건가?"


"잠깐. 놈의 신분을 알고있다면 좀 더 온화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거 아니에요?"


내가 질문하자 길드의 간부들이 실소를 머금었다. 마치 신입사원이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내놓았을 때 같은데... 악의는 없는지라 그리 미워 보이진 않았다. 아린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내게 물었다.


"지구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경찰 신고야 뭐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놈을 납치해서 협박하기라도 해? 놈도 이제 한 길드의 마스터니까 이런저런 일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을걸."


"돈이나 이권으로 회유한다든지..."


"내가 100억원 줄게. 그거 받고 신도랑 신앙점수 나한테 몽땅 넘길 사람 있어?"


아린이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하자 이내 침묵이 감돌았다. 100억이면 평생 놀고먹기에 충분한 돈이다. 아린의 능력을 감안해보면 그걸 정말로 지불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겠지. 당장 나만 해도 금싸라기 땅 위의 빌딩을 하나 받아먹었다.


그러나 이 회의실 안에 그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반 길드원이라면 또 몰라, 길드의 간부 정도 되면 일정 수준의 인성과 능력을 입증받은 사람이다. 그런 그들에게는 상당한 규모의 신도들이 모여있고... 그런 신도들을 책임지고 다스리는게 바로 우리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런 의무를 저버리고 게임을 접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가디언 소울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게임이다.


방구석에서 알바로 근근이 연명하던 나조차도 이 게임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있다. 이놈의 게임은 의지박약 프리랜서조차 목숨을 걸게 만들고, 또한 그만큼의 성과를 얻게 해준다.


일반 길드원 정도라면 또 몰라. 이제 막 길드 마스터의 지위에 올라 권력에 취해있는 놈을 회유하는건 극히 힘들겠지. 게다가 놈들은 자기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범죄 행위도 태연히 저질렀으니, 결국 우리는 놈들과 싸울 수 밖에 없다.


아슬론은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의욕을 불태웠다. 아무래도 재미없는 추적작업에 싫증이 난데다 내 친척이 연루되어 있어서 이러는 모양인데... 나는 그가 너무 날뛰지 않도록 찬물을 조금 끼얹었다.


"사촌이라고해도 그렇게 친하진 않아. 그리고 그놈이 나 엿먹이려고 했어."


"그럼 놈의 신도들을 처참하게 죽여버리겠습니다."


이 양반은 언제나 극단적이다. 나는 아슬론이 정도를 지키도록 애쓰며 별동대가 출발하는 것을 지켜봤다. 우리는 마침 북서로 이동하고 있었는지라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다. 루그레스의 사도는 북서부의 혼란에 숨어들어 우리의 눈을 피할 의도인 모양.


별동대를 보내고 나서는 저택 관리인의 허락을 얻어 사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관리인이 설치해둔 해킹 앱에 따르면 아직 배신의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잠깐 시간 좀 돼?"


"아, 문제 없어. 지금 집이라."


사촌은 미리 의논해둔대로 감시당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다. 만약 길드 마스터가 녀석의 폰을 도청하거나 하면 무척 골때리겠지만, 아무래도 외국인이라 거기까지 하는건 힘든 것 같다. 한국의 통신사에는 아린의 입김이 닿기도 하고.


어차피 녀석의 폰은 저번에 관리인이 검사를 마쳤다. 나는 그 사실에 안심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날짜가 잡혔어. 며칠 있다가 우리 길드의 타격대가 너희 본거지를 습격할거야."


"뭐? 진짜로?"


사촌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나는 회의에서 의논해놓은대로 녀석이 준비해놓을 것을 주문했다.


당연하지만, 일반 길드원들에게 반란을 일으켜달라는 것 따위는 아니다. 그렇게 일을 거창하게 벌였다간 내부 고발자가 생길 우려가 있는데다 애시당초 거기까지 할 필요도 없다.


작전 당일, 나는 사촌의 안내에 따라 놈들의 비공개 사이트에 가입했다. 희생양들을 속여넘기기 위하여 만들어진 사이트는 무척 건전하고 모범적으로 보였다. 그대로 길드의 간부라는 작자와 상담한 나는 어렵지 않게 길드 가입을 결정했다.


"제가 아직 주교가 한 명 밖에 없는데, 길드 본부에 거의 다 오긴 했어요."


"아, 이미 2단계까지 진행하신 분이시구나. 주교는 스타팅 캐릭터죠? 종족은요?"


나를 담당하게 된 길드의 간부가 여러가지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채팅을 해댔다. 먹음직스러운 떡밥을 눈앞에 둬서 주체가 안 되는 모양. 나는 태연스레 내 주교의 종족을 밝혔다.


"용인이요."


"오... 그거 되게 좋다던데. 스타팅을 잘 뽑으셨네요."


아슬론의 활약상은 이 먼 북부까지 전해진 듯 하다. 지금껏 아슬론 외에 다른 용인 신도는 목격된 바가 없으니 그들의 입장에선 땡 잡은 것 처럼 보이겠지. 나는 그대로 놈과 약속을 잡고 가디언 소울에 접속했다.


별동대의 멤버들이 이곳저곳에 잠복해있는 동안, 아슬론은 위장의 망토를 둘러서 자신의 힘을 숨겼다. 내가 직접 만든 망토는 그의 마력과 신성력을 거의 완벽하게 숨겨준다.


그는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신출내기 모험가... 즉, 본인의 옛날 모습을 연기하며 길드의 본부가 있는 성채로 접근했다. 그러자 나와 연락했던 간부가 문을 열어 신도들을 보내며 그를 반겼다.


이 위장 가입 작전이 이번 토벌전의 핵심이다. 여기엔 성역선포 특성이 걸려있기 때문에 공성전을 펼치게되면 상당히 골때린다. 안쪽에는 인질이나 마찬가지인 신도들도 있는지라 카르낙 일당을 습격했을 때 처럼 성채를 무너뜨리지도 못한다.


참을성이 부족한 아슬론은 그대로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참룡검을 뽑아들고 주변의 경비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그리곤 성문의 잠금장치를 부숴서 완전 개방 상태로 만들어놓는다.


이 성채는 상당히 정석적인 형태로 지어진 것인지라 커다란 해자와 도개교가 있었다. 아슬론이 도개교를 끌어올리는 사슬을 부쉈으니 뒤쪽의 동료들이 쉽게 통과할 수 있으리라.


성채는 외성과 내성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원래 하나였던 것을 비교적 최근에 나눠둔 흔적이 보였다. 아마 내성쪽에서 인질들을 가둬두는 것을 비롯하여 으슥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함이겠지.


작지만 성장중인 길드답게, 적습을 감지한 병사들이 후닥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내성쪽에서 상당한 정도의 축복을 보유한 이들이 아슬론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아슬론의 동료들은 먼 곳에서 매복하고 있었는지라 그들이 도착할 때 까지는 홀몸이나 다름없다.


아슬론은 성벽을 방패삼아 측면을 막곤 차례차례 덤벼드는 놈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내성벽의 위쪽에서 무척 강력해보이는 주문이 날아왔으나, 그간 변이의 씨앗을 먹으며 마법 저항력을 키워둔 아슬론인지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루그레스의 사도가 주로 사용하던게 신성력과 마법이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를 최우선으로 해놓은 것이다. 원체 마법 저항력이 강한 용인족인지라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제는 애버론조차도 아슬론을 상처입히려면 애 좀 먹는다.


그에게 마법을 쏘아낸 여성은 상처 하나 없는 아슬론을 보고 경악하다가 그가 던져낸 도끼에 머리를 맞고 절명해버렸다. 반사적으로 마법장벽을 펼치긴 했으나 아슬론의 근력과 마력이 그것을 가뿐히 꿰뚫어버린 탓이다.


그새 내성에서 추가적인 인원들이 쏟아져나오긴 했으나, 그들은 일찍 튀어나온 인원들에 비하여 무척 소극적인 대처를 보였다. 아마 저들이 인질로 잡혀있던 이들이리라. 길드 간부의 신도들이 그들의 열의를 이끌어내려 애썼으나 내 사촌의 신도들이 그것을 막았다.


"야야, 너희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다 죽는다니까! 저놈들이 너희를 내버려 둘 것 같아?"


"괜찮다. 저들은 레테른님의 가족분이 보내주신 구원대!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하여 방문한 전사들이다!"


"이 새끼들이!"


길드 간부의 신도들이 그들을 징벌하려 했으나... 이미 전투를 위하여 족쇄를 풀고 장비를 나눠준 상태인지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론 전력차가 있는지라 영원히 버틸 수는 없겠지만 한동안은 괜찮겠지. 아슬론은 쏟아지는 화살과 마법을 받아내며 내성쪽으로 전진했다.


작가의말


곧 100회네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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