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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최근연재일 :
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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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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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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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7.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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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회

DUMMY

"그래서 얘 누구 아들이에요?"


월화 아침드라마의 대사 같은 소리였지만, 불행히도 꼭 필요한 질문이었다. 아린은 저택으로 돌아온 우리를 마주한 채 쉽게 대답했다.


"너요."


"네?"


"우리 길드원도 아닌데 양육자를 길드원으로 설정해놓으면 꼭 구속해두는 것 같잖아. 그래서 명목상 외부인인 네 이름을 좀 빌렸어."


"..."


아린이 무슨 게임회사도 아니고, 내 개인정보를 너무 막 쓰는거 아닌가? 아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애초에 이 문제를 길드로 끌고들어온 것은 나다. 그러니 내가 책임을 지는게 맞겠지.


내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있던 다르몬드는 내가 상상하고 있던 최악의 농담을 건네려했다.


"아ㅃ..."


"제발. 소름돋으니까 하지마라. 응?"


나는 그대로 저택 관리인을 따라 다르몬드가 방을 배정받는걸 구경했다. 이놈의 저택은 아직도 방이 많이 남아있는 모양. 녀석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직접 마주하는게 생소한 듯, 살짝 들뜬 표정이었다.


나는 드링크바에서 음료를 홀짝이며 새삼스레 다르몬드를 봤다. 이레다를 처음 만났을 때도 어렴풋하게 느꼈던 의문이지만, 도대체 가디언 소울은 무슨 기준으로 플레이어를 선정하는 것일까?


나 같은 사람들은 몰라. 아직 성인도 안 된 놈들에게 목숨을 걸게 하다니. 다르몬드는 내 옆에서 콜라를 홀짝이다 새삼스레 물었다.


"왜 그래요?"


"아니. 그냥..."


대충 둘러대다 그냥 의문을 털어놓았다. 사실 이게 그리 숨길만한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내 의문을 들은 다르몬드가 제법 심각하게 고민하는게 아닌가.


문제는 녀석이 질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색이 아니라는 것이다. 녀석의 표정은 마치 '얘는 왜 그렇게 쉬운걸 모르지?'같은 느낌이다. 나는 그런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추가로 질문했다.


"넌 가디언 소울 앱을 어떻게 얻었는데?"


"저희 부모님들께서 돌아가셨을 때요."


"..."


나는 방바닥 긁다가 앱이 왔는데, 얘는 좀 많이 드라마틱하다. 다르몬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디언 소울 앱은 절박한 사람에게 간다는게 정설이잖아요. 아닌가?"


"뭐라고?"


"형은 언제 앱을 받았는데요?"


"그냥 심심해서 몸비틀고 있으니까 오던데?"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멍청하게 마주보다가 다른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서 자리를 떴다. 우리의 옆자리에서 서류작업을 하던 아린도 내 질문에 살짝 당황한다.


"아니 뭐 그런걸 이제와서 물어봐? 다른 길드원들한테는 함부로 질문하지 마. 그쪽에 대해서 조금 민감한 애들도 있으니까."


"아린님은 언제 앱을 받으셨는데요?"


"내 할아버지한테 뒤통수 맞았을 때. 그 놈이 부모님들 재산을 빼돌린 탓에 이 저택에서 쫓겨난 다음 거리에 나앉게 생겼었지."


아, 이 저택은 아린의 일가가 대대로 써오던 곳이었나? 내가 또다른 사실에 감탄하고 있던 사이 다르몬드가 거 보라는 듯 말했다.


"봐요. 그렇게 어이없이 앱을 습득한 사례는 형 말고 달리 없는데요? 적어도 제가 알기론 그래요."


"알룬은 앱을 어떻게 받았길래?"


다르몬드에게서 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린은 묘한 표정을 보였다. 아마 그녀 또한 다르몬드와 똑같이 알고있던 것 같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 중요한걸 왜 이제야 말해주는데요?"


"아니. 너무 당연해서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줄 알았지. 다른 길드원들도 게임 좀 하다보면 어련히 눈치채니까. 뭐지? 내가 아는 사례들 중에서도 너만큼 예외적인 경우는 없었는데."


아린이 무척 억울해하는 것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다르몬드가 내 옆에서 물었다.


"방바닥 긁을 때 많이 절박했어요?"


"그랬겠냐? 위험한 초대장 특성으로 초대받은 것도 아닌데..."


입문은 또 몰라. 내가 가디언 소울을 플레이하던 과정은 스테레오 타입 그 자체였다. 생활비야 조금 모자랐지만 그 정도로 절박함을 느꼈을 것 같지는 않고. 설마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나는 그 때 당시의 일을 천천히 떠올려봤지만 달리 생각나는게 없었다. 결국 곧장 결론내는 것을 포기한 나는 다르몬드에게 말했다.


"뭐, 이 이야기는 일단 됐고. 빨리 내 영지에서 네 신도들 좀 데려가주라. 지금 우리 애들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을걸?"


"그러죠."


내 옆방에서 가디언 소울에 접속한 다르몬드는 즉시 신도들과 재회했다. 다르몬드의 신도들은 신언이 들려오자마자 손뼉을 치고 절을 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가 오지 않았으면 거대한 교단이 공중분해 될 뻔 했으니 저럴법도 하다.


내 영지에 눌러앉아있던 주교들은 내가 화신체로 강림하자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들은 내 허락도 없이 영지에 왔던 것을 다시금 사과했으나, 속으로는 그닥 반성하는 기색이 없었다.


어찌됐건 나는 사라졌던 다르몬드를 되찾아줬다. 만약 다르몬드의 부재가 또다시 일어난다면 그들은 망설임 없이 이번 건을 재현하리라. 위에서 가만히 신도들을 지켜보던 다르몬드가 그들을 꾸짖은 뒤 신언을 내려 내게 인사했다.


"도와줄거 있으면 언제든 불러요. 아예 내 신도 몇명을 이쪽에 상주시킬까?"


"필요없으니까 돌려보내."


나는 피곤에 찌든 레니아와 참모진, 그리고 경비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 영지를 터뜨려버릴 수 있는 이들이 반쯤 강제로 눌러앉아있었으니 마음편히 지내진 못했겠지. 다르몬드는 마지막으로 대량의 신앙점수를 건네주곤 신도들을 데려갔다.


어차피 한 집에서 같이 지내는 만큼, 신도들을 상주시켜가며 연락을 유지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레니아에게 이번 일의 경과를 설명해주며 때마침 도착한 블랙우드 가문의 사신을 맞았다.


그들은 동맹의 대가이자 내게 바칠 공물로서 값진 광물들을 수레 가득 실어보냈다. 나는 미리 만들어둔 성물로 그들에게 보답한다.


영지에 들이닥친 폭풍이 물러나자, 이윽고 개척작업이 시작됐다. 나는 리자드맨과 용인족들이 합류할 것을 대비해서 자그마한 늪지를 만들기로 했다.


저택 관리인의 말마따나 뒤늦게 준비하면 필요할 때 못 써먹는다. 어차피 농경지는 우리 영지의 인원으로는 다 못 굴릴 정도로 차고 넘치니 상관없다. 원래 같으면 충분히 굴리겠지만 성역선포 특성 때문에 작물들이 빨리 자라서 일도 그만큼 늘어났다.


성역선포 특성은 내 영토에 갖가지 효과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주변 환경을 변경시킬 수 있도록 해줬다. 내가 열심히 개척 작업에 몰두하는 사이 아슬론과 일행들은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이제부터는 북서부 외계신들의 지역이다. 되도록이면 충돌과 소란을 피하자."


애버론이 아슬론을 똑바로 쳐다보며 모두에게 말했다. 아슬론은 그의 시선처리 때문에 살짝 삐진 모양. 엘리자베스는 외계신들의 영역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였다.


"애버론님. 그럼 이 근처의 외계신들과 협력할 수는 없는겁니까?"


"그건 좀 힘들거야. 이쪽은 지금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도 바빠서..."


이레다가 알려줬던 거대 길드의 소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도저히 외부인들을 환영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일에 훼방이나 놓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루그레스의 사도는 그런 시류를 최대한 이용해먹기 위하여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과연 그의 흔적은 북서부의 도시쪽으로 이어졌다. 마차를 타고있으니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래서야 추적이 어렵겠다. 그의 흔적을 쫓던 사냥꾼들은 대놓고 난색을 표했다.


"아무리 그래도 도시 쪽으로 숨어든 놈을 잡아낼 수는 없습니다."


"괜찮아. 놈은 도시를 경유했을 뿐이야. 저 성벽 안쪽에 스스로를 가두는 바보짓을 할리 없어."


자기 한 몸만 숨기면 또 몰라, 루그레스의 사도는 수면 상태로 지내는 자신의 주교를 데리고있다. 그런걸 달고있으면 아무리 도시라도 눈에 띄겠지. 애버론은 대담하게 도시를 무시하기로 했다.


"도시를 들르지 않고 지난다. 사냥꾼들은 건너편에서 흔적을 찾아줘. 이제 거의 다 따라잡았을거야."


"알겠습니다."


만에하나 놈이 도시에 숨어있다 해도, 놈은 그만큼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것이니 애버론의 선택이 맞다. 괜히 놈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도시를 뒤지느라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건너편에서 놈의 흔적을 못찾으면 그때가서 포위망을 펼쳐도 될 일이고.


애버론 일행은 그대로 도시를 지나 놈의 흔적을 쫓았다. 다행히 놈이 근처에 있는 듯, 흔적 또한 비교적 생생했다. 솜씨 좋은 사냥꾼들은 어렵지 않게 놈의 경로를 찾았다.


"이쪽입니다. 도시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나갔네요."


"그렇지?"


만약 마차를 바꿔탔다고 해도, 그만한 속임수에 속아넘어갈 이들이 아니다. 사냥꾼들은 서둘러서 추격을 재개했다. 나는 그 사이 아슬론에게 나의 새로운 의문점을 상담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곤 잠시 생각에 빠졌다.


"뭐... 절박하긴 제가 절박했지요. 알룬님 본인은 그렇게 느끼시지 않으셨다면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내쪽은 그런게 전혀 없었다니까."


"어쩌면 하늘에 한 조각 자비심이 남아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룬님은 몰라도 저는 알룬님을 꼭 필요로 했으니까요."


"아니. 딱히 네가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고..."


아슬론은 내 다급한 변명에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사이 원정대가 탄 말은 넓게 펼쳐진 들판의 초입에 들어섰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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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65 아히ㅡ
    작성일
    17.07.11 14:56
    No. 1

    그러고보니 기적상점도 있지 않아요?
    그건 안쓰는 거 같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데프프픗
    작성일
    17.07.12 12:47
    No. 2

    주인공의 특성 자체가 다종다양한 기본특성들을 쓰는거라 일반 기적들은 별로 부각이 안 됩니다... 써봤자 특성보다는 훨씬 약하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드왑3
    작성일
    17.07.11 15:04
    No. 3

    댓글보고 쥔공 아들 만드신거 아니죠??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2 좌방의테라
    작성일
    17.07.11 15:50
    No. 4

    웃기긴한데 부모가 가족관계띄워보고 깜놀할듯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7 격화가
    작성일
    17.07.11 16:28
    No. 5

    '스테레오 타입'이란 표현은 무척 전형적인 것으로 압니다만...
    다른 유저들과 다른 주인공에겐 맞지않는 표현같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데프프픗
    작성일
    17.07.11 16:35
    No. 6

    아, 이거 쓰면서도 오해의 여지가 있다 생각했었는데 결국 지적을 당하게 됐네요.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표현은 주인공이 앱을 받게된 계기가 아니라, 게임의 진행쪽을 말하는겁니다.

    아무래도 역시 수정하는게 맞는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노아s
    작성일
    17.07.11 22:21
    No. 7

    알룬이 관리인에게 한 수 배웠군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0 노스텔스
    작성일
    17.07.15 12:49
    No. 8

    그거슨...땅바닥을 긁을때 지저의대악마 개돌청년이 신호를받고 굴리는놈을 정한거시지....

    찬성: 3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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