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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최근연재일 :
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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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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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회

DUMMY

위험한 초대장 건을 해결한 아슬론과 동료들은 본대를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아직 영업용으로 뿌려둔 초대장이 많이 남아있을 듯 하지만... 그것을 회수하는 것은 아린이 알아서 할 것이다. 어차피 길드원들은 자유 교역 도시 길드의 보호하에 들어가기를 원했으니까.


별동대가 본대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니 여유가 좀 생겼다. 나는 그동안 미뤄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현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몸상태를 관리하고 검진을 받는 것은 물론 저택 관리인이 운영해주고있는 건물도 간만에 돌아봤다.


그런데 아린의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 돌연 골이 울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저택 관리인이 모는 세단의 조수석에서 비틀거리며 귀를 기울였다.


"알룬님, 빨리 와주세요!"


이건 가디언 소울에서 익히 들었던 아가르타의 목소리다. 게임에 접속중이 아닐 때는 이렇게 부름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인가? 나는 저택 관리인의 양해를 얻어 즉시 앱을 작동시켰다.


내가 집무실에 화신체를 강림시켰을 때엔 이미 참모진이 소집되어 있었다. 물론 참모진이라고 해봤자 현재는 레니아, 아가르타, 그리고 라르고 정도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라르고는 자신이 불려온 것이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난 정식 신도도 아니구만..."


"어차피 가만히 내버려둬봤자 띵가띵가 놀기만 할거잖아요. 아앗, 오셨어요?"


그에게 핀잔을 주던 아가르타는 몸가짐을 바로잡으며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대충 받아넘기며 녀석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제가 조종하는 신수들이 영지의 주변에서 불온한 움직임을 찾아냈어요."


아가르타는 자신의 기억을 내게 직접 보여줬다. 보아하니 나날이 사제로서의 능력이 강화되고 있는 모양. 나는 신수들의 시야를 통해 살기등등한 인물들이 우리 영지를 향해 접근하는 것을 지켜봤다. 축복을 두르고 있는 것을 보니 다른 외계신의 신도가 분명하다.


"... 이놈들은 뭐지?"


"이미 카엘을 통해 확인작업을 마쳐뒀습니다. 이들은 아룬다의 신도들입니다."


"으음."


아룬다라면 얼마 전까지 북부에서 복제인간 공장을 돌리던 놈이다. 아무래도 아슬론에게 훼방을 당한걸 복수하기 위하여 찾아온 것 같은데... 강력한 외계신이라 그런지 신도들도 만만찮다. 하나하나의 실력은 아슬론에게 미치지 못하겠지만 숫자가 많다.


나는 이쯤에서 한 마디 푸념할 수 밖에 없었다.


"저놈들은 자유 교역 도시 놔두고 왜 우리한테 오는거야?"


"우리가 만만한가 보지. 실제로도 좀 만만하고..."


라르고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레니아와 아가르타가 그것을 불경하다는 듯 눈초리를 줬으나, 나는 그가 지금 당장 도망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높은 점수를 주고싶었다. 보아하니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든 것 같다.


다급한 표정의 레니아가 내게 물었다.


"놈들은 이미 저희 영지의 지척까지 도착했습니다. 지금 당장 대주교님을 호출할까요?"


"그래야겠지."


비록 놈들의 숫자가 압도적이긴 하지만, 나는 아슬론이라면 어떻게든 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성역선포와 대축복, 신수창조 등등 내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해볼만한 싸움이리라.


그러나 아슬론이 이곳으로 한 번 돌아오면 다시금 원정대에 합류하기가 힘들다. 나는 그 점에 결정을 잠시 망설였으나... 원정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 본진이 털리도록 놔둘 수는 없다.


"좋아. 내가 부를게. 으음?"


마악 아슬론에게 신언을 내리려던 나는 영지의 경계쪽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그늘진 나무며 풀숲 속에서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는데, 꼴을 보아하니 오래전부터 일찌감치 잠복해있던 모양이다.


그들의 위장과 은신술이 어찌나 뛰어난지, 신수들조차 그들을 눈치채지 못했다. 내 눈에 보이는 신도들의 몸에는 강대한 축복이 휘감겨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라도 되어있는 듯 아룬다의 신도들이 오는 방향으로 마중나가는게 예사롭지 않은데... 다행히 그들과 같은 편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연락을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윽고 나름대로 몰래 접근하던 아룬다의 신도들이 선객들과 마주쳤다. 둘 다 불청객들이었지만, 선객들은 내 영지를 등지고 있다. 아룬다의 신도들은 선객들의 등장에 무척 당황하다가 그들이 자유 교역 도시 길드 소속이 아님을 알아보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내 아룬다의 주교들 중 한 명이 대표로 나서서 선객들에게 말했다. 상대의 수준을 대충 짐작한 듯 상당히 공손한 말투였다.


"실례지만 여러분은 어떤 분의 신도이신지요?"


"넌 알 필요 없다."


선객들은 실력에 자신이 있는 듯 무척 퉁명스레 답했다. 하기사 신수들의 눈을 피해서 우리 영지의 경계에 잠복하고 있을 정도이니... 적어도 은신술 쪽으로는 저들보다 월등하다 할 수 있다.


아룬다의 주교는 희박한 인내심을 그러모아 자신들의 목적부터 밝혔다.


"저희는 공명정대한 아룬다님의 신도들. 그분의 뜻을 받들어 알룬을 징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번 일과 관계가 없다면 길을 터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이 영지에 볼일이 있다. 이제와서 불청객이 끼어드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선객들의 대표인 여마법사는 어지간한 전사 못지 않은 팔근육을 보이며 지팡이를 바로잡았다. 나는 그들 또한 불청객이라 쏘아붙여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아슬론이라도 저들과 맞부딪혀서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 꼴을 보아하니 당장이라도 자기들끼리 싸울 것 같은 모양새. 아룬다의 주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쩔쩔메면서도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봤다.


"정확히 무슨 볼일을 위해서 방문하신겁니까? 아룬다님께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협상은 없다. 얌전히 물러가거나, 피를 흩뿌리며 물러가라."


나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지켜보던 아가르타가 마녀의 대응을 보고 감탄했다.


"저 사람 우리 대주교님이랑 아주 잘 어울리겠는데요?"


"아가르타. 영지 주변의 경계는 네 임무가 아니더냐? 저들이 숨어드는 것도 똑바로 보지 못했으면서 말이 많다."


내가 딴지를 걸자 레니아가 아가르타를 정말 죽일 듯 노려봤다. 그러자 아가르타가 면목이 없다는 듯 얌전히 입을다문다. 아룬다의 신도들은 그 사이에 결정을 내렸다. 이토록 먼 길을 와놓고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 쳐라!"


일단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면 물러설 수 밖에 없다. 어지간히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아룬다 정도 되는 외계신과 맞붙는건 피하고 싶을테니까. 그렇게 여기며 덤벼든 아룬다의 신도들은 조금도 지나지 않아 섣부른 결정을 후회하게 됐다.


초대받지 못한 선객들은 그들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가차없는 살수로 반격했다. 대충 위협하려던 아룬다 일당은 아차하는 사이에 피를 내뿜으며 물러난다. 짧은 공방을 주고받았을 뿐이지만 그들의 피해는 상당했다.


정체불명의 선객들은 내 영지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로에 버티고서서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이 안으로 들어오면 쳐버리겠다는, 명확한 의사표현이다. 아룬다의 주교들 중 하나가 그제서야 그들의 소속을 깨달은 듯 외쳤다.


"다르몬드! 서부 지역 외계신의 사도들이 왜 이런 짓을!"


"한 번 더 그분의 이름을 읊었다간 목숨 부지하기 어려울거다. 우리가 누군지 알았으니 아룬다도 무어라 하지 못할 터.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네놈들의 소굴로 돌아가라."


무척이나 모욕적인 언사였지만... 아룬다의 신도들은 성내지 못했다. 다르몬드라면 나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강력한 외계신. 단신으로 어지간한 길드급의 전력을 보유했다는 놈이다.


아직까지 소속된 길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부지역의 강자로 통하는 만큼, 그의 주교들은 아린의 주교들 못지 않았다. 단순한 영향력이나 세력이라면 아린이 앞서겠지만 무력은 오히려 밀릴 수도 있다.


아룬다의 신도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주교들 중 한 명이 죽고 전투원의 대부분이 부상당했으니 당분간은 설치지 못하겠지. 다르몬드의 주교들은 그들을 처리하자마자 몸을 돌려서 영주성 쪽으로 다가왔다.


집에 늑대가 쳐들어와서 벌벌 떨고 있었는데, 호랑이가 놈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꼴이다. 그들의 접근을 목격한 아가르타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대주교님을 불러들이셔야..."


"안 됩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슬론님은 원정대에 남아계셔야해요!"


레니아가 아가르타의 목소리를 틀어막으며 나를 만류했다. 그녀의 속내는 아주 간단하다. 어차피 다르몬드의 신도들을 몰아내는건 역부족이니, 여차할 때엔 아슬론이라도 살려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절망하기는 이르다. 우리는 다르몬드의 신도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방문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와 엮일만한 건수가 아예 없었던 만큼, 무작정 나쁜 의도로 방문했다 보긴 힘들다.


나는 요동치는 속을 진정시키며 레니아에게 말했다.


"저들은 아룬다의 신도들을 물리쳐줬다. 마냥 나쁜 뜻으로 찾아온 것 같지는 않아. 귀빈들을 맞을 준비를 하라."


"... 준비는 어떻게 할까요?"


"최선을 다해서. 비굴해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나는 레니아에게 명령한 뒤 손님들을 직접 맞기 위하여 준비했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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