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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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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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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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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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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DUMMY

아슬론이 병사들을 빗자루질하듯 쓸어나가며 전진하던 중, 내성에서 육중한 발소리가 울렸다. 이내 큼지막한 내성문 안쪽에서 더더욱 큼지막한 녀석이 나온다. 내성문의 높이가 대충 3미터 정도 됐건만 저 녀석은 몸을 숙여야했다.


이윽고 나타난 것은 전신에 축복을 휘감고있는 오우거였다. 신장이 2미터를 훌쩍 뛰어넘는 아슬론이였지만, 놈은 그보다도 더욱 컸다. 나는 기가 차서 중얼거렸다.


"오우거를 주교로 삼았어?"


아마 길드마스터의 주교인 모양인데... 저런 놈을 통제할 수 있다는게 놀랍다. 커다란 곤봉을 든 놈은 상당히 노련해보인다. 단순히 덩치가 크고 힘만 센게 아니라 적당히 민첩하게 움직일 줄도 안다.


놈은 내성벽 앞쪽에서 저항하던 반란군들을 후려쳐서 털어버리더니 씩씩거리며 아슬론을 봤다. 아슬론 또한 노련하고 강력한 전사이지만... 근접전에 있어 체급과 체중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오우거와 아슬론은 거의 어른과 어린아이만큼 차이가 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슬론이 마력과 신성력 쪽에서 앞선다는 것 정도? 녀석에게는 이 길드의 총력이 들어간 듯 했지만 그래도 용 심장을 씹어먹고 주교 6인분의 축복을 받은 아슬론보다는 못했다.


놈은 아슬론이 범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견제삼아 곤봉을 휘둘렀다. 짧고 간결한 동작이긴 하지만 몸이 워낙 커서 리치가 길다. 아슬론은 몸을 숙여 그것을 피하곤 참룡검을 바닥에 닿을 듯 내렸다.


이건 전형적인 올려베기의 자세인데... 상당히 위력적이긴 하지만 검이 날아올 각도가 뻔해서 견제타로는 선호되지 않는 공격이었다. 권투로 치면 어퍼컷 같은 기술. 잘만 들어가면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이렇게 정직하게 넣어봤자 들어갈 공격이 아니다.


오우거가 먼저 곤봉을 휘둘렀다곤 해도, 놈은 견제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라 빠르게 자세를 회복했다. 놈은 초짜를 보는 듯 아슬론을 비웃으며 측면을 방어할 준비를 했다. 지금 아슬론의 자세에서 검이 땅에 부딪히지 않게 하려면 측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슬론은 놈이 곤봉을 세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대검을 휘둘렀다. 참룡검은 일반적인 대검들에 비해도 훨씬 두껍고 큰데다 무거웠으나 아슬론은 그것을 능히 장검마냥 휘둘러댈 수 있었다.


그는 상대의 기대를 배반하고 땅을 세로로 갈라버리며 정직한 올려베기를 선보였다. 그의 초월적인 근력이 말도 안 되는 궤도로 공격을 성공시켰다. 아슬론의 자세를 보고 방심하던 오우거는 그대로 오른쪽 허벅지를 깊게 베여버렸다.


그 상처가 어찌나 깊은지, 피가 철철 흐르는건 물론이고 잘려나간 뼈의 단면까지 보인다. 저대로 행동하다간 오른다리가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중상이었다. 아슬론은 울부짖으며 곤봉을 휘두르는 놈을 보고 코웃음치며 옆으로 돌았다.


"자기랑 비슷한 정도의 상대랑 싸워본 경험은 별로 없나?"


아슬론은 영악하게도 자꾸만 왼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른쪽 허벅지를 다친 오우거로서는 쌍욕이 나오는 상황이다. 가만히 버티고 서있기도 힘든데 자꾸만 몸을 돌려야하니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놈이 오른다리의 부담을 덜어내려 애쓰는 동안, 아슬론은 느긋하게 반란군들을 감싸는 위치를 점했다. 어차피 시간은 그의 편인지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성채 밖에서 매복하고 있던 동료들이 도착하고 있는데다, 도망치는 놈들을 잡기 위한 인원들도 따로 차출되어있다.


다른 주교들이 오우거에게 합세하기 위하여 아슬론에게 달려들었다. 오우거는 그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상처를 치유하려 애썼지만... 아슬론의 참룡검에 담겨있는 신성력 무효화의 권능이 그것을 방해했다.


그 사이 아슬론은 아침 산책하듯 주교들을 참살하며 다시금 오우거에게 다가갔다. 그의 무위가 어찌나 압도적인지 적병들은 물론이고 반란군들도 섣불리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어지간해선 방해밖에 안 된다는걸 깨달은 것이리라.


그가 마침내 오우거를 마무리하기 위하여 검을 내리그으려던 찰나, 인간족 주교 하나가 성벽 위에서 외쳤다.


"잠깐. 남의 길드에서 이게 무슨 행패요? 대검을 쓰는 용인족 전사라면 자유 교역 도시 길드 소속일터!"


이토록 수세에 몰리니 마침내 대화를 할 기분이 든 것일까. 아슬론은 그의 상대의 말에 짜증내듯 답했다.


"알룬님께서 자유 교역 도시 길드를 나온지가 언젠데..."


아직 함께 살고있는데다 틈만나면 함께 작전을 펼치긴 해도 명목상 탈퇴는 탈퇴다. 그러나 놈은 아슬론의 말에 코웃음치며 뒤쪽의 동료들을 가리켰다.


"그럼 저 사람들은 뭐요?"


"..."


아슬론은 허리춤에 걸려있던 투척용 도끼를 하나 더 꺼내들고 사자의 머리에 던져버렸다. 그러자 다음에 등장한 사자는 사소한 문제를 걸고 넘어지지 않는 대범함을 가지게 됐다. 나는 그런 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아슬론, 말싸움에서 좀 밀린다고 냅다 죽여버리는건 좀..."


"알룬님. 저희가 급한 것도 아닙니다. 제 주인으로서 당당함을 갖춰주십시오."


아슬론이 내게 요구하는 미덕은 당당함이 아니라 뻔뻔함 같았지만...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다음 사자는 우리의 기습적인 침공을 탓하며 이만 돌아가달라고 성토했다. 물론 아슬론은 놈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럼 알룬님께서 겪으셨던 수작질은 무엇인가. 네놈들 때문에 알룬님이 직접 엮이셨으니 우리와 상관이 없다는 말은 못 할거다!"


아슬론이 그대로 나와 사촌의 일을 까발리자 사자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사실 나는 잠입에 앞서 사촌과의 관계를 그대로 말해놓았다. 그러니 이제와서 무작정 거짓이라 우기지도 못할것이다.


이번 일이 우리와 무관계함을 입증하는걸 포기한 그들은 이내 회유에 들어갔다. 길드 마스터는 막대한 양의 신앙점수를 내걸고 우리의 퇴각을 요구했으나... 아슬론은 오우거 주교를 베어버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살고싶으면 지금 당장 가져와라."


"아... 아앗!"


길드 마스터와 주교들은 경악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목숨은 오롯이 아슬론에게 달려있으니 어쩔 수 있나? 되려 반발한 것은 다름이 아닌 반란군들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저들을 끝장내주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저놈들을 끝장내봤자 우리에게 동전 하나라도 더 떨어지나? 너희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처지이니 분수를 알고 얌전히 있어라."


아슬론은 내 사촌과 그의 신도들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위협적으로 쏘아붙였다. 놈들을 살려주는건 미리 이야기 되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는 아슬론을 믿고 얌전히 있었다. 그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자신의 독단으로 망칠리 없다.


결국 길드 마스터와 간부들은 자기들이 정성껏 모은 신앙점수를 탈탈 털어서 내놓았다. 물론 길드의 재기를 위한 신앙점수 정도는 숨겨놓았을 터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터무니 없는 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들을 알뜰히도 털어먹은 모양.


내가 신앙점수를 받았음을 확인한 아슬론은 지체없이 남은 주교들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이미 무기를 버린 이들인지라 학살 내지는 도살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그들은 우리의 약속을 들며 아우성쳤으나, 아슬론에게는 마땅한 변명이 있었다.


"너희는 다른 외계신들과의 약속을 지켰느냐? 본인들부터가 약속을 어긴 마당에 무엇을 기대하는건가!"


아슬론의 서슬퍼런 대답에 멀리 떨어져있던 반란군들은 그의 옆에서 길드 간부들의 주교들을 찍어줬다. 아무리 우리라도 일반 신도들까지 모두 죽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놈들이 모시는 외계신을 없애버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테니까.


상황파악을 완료한 일반 신도들은 반란군들과 함께 주교들을 지목한다. 간혹 악질적인 신도들은 반란군들이 직접 처단했는데...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가 직접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이들을 잘 알지 못하니까.


우리는 구출해낸 인원들을 자유 교역 도시로 보내고자 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길드원들은 초보 치고는 재주가 있는 인원들 뿐인지라 자유 교역 도시에서 써먹을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그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그냥 놔주기로 했는데... 다들 살길이 막막한지라 떠나지를 않았다.


나는 잠시 가디언 소울에서 로그아웃하여 사촌과 통화했다. 이제 한 시름을 놓았다던 녀석은 돌연 찝찝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런데 그놈 진짜로 죽은거야?"


"그래. 아까 가디언 소울에서 별들이 떨어지는걸 봤으니 확실해."


"으음..."


아무래도 살인은 처음인 듯 침음을 낸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안 죽였으면 네가 죽었어."


"그렇긴 하지. 그런데 네가 그 알룬이었다고? 커뮤니티에서 소문 장난 아니던데..."


"무슨 소문?"


나는 요즘 가디언 소울 커뮤니티를 게을리 한지라 그 소식에 흥미가 갔다. 사촌은 신중히 말을 고르다가 그냥 말했다.


"정확하게는 네 소문이 아니라 네 주교에 대한 소문이지. 알룬이라는 놈한테 아슬론이라는 용인이 있는데, 조금 거슬리기만 하면 다 쳐죽인다고..."


"... 안 그래."


사실은 내가 그걸 최대한 말리는 중이다. 녀석은 이내 잡담을 치우곤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너 이미 영지도 가지고 있다며. 거기서 내 신도들도 좀 지내게 해주면 안 돼?"


"안 돼."


반쯤 예상했던 질문인지라 길게 망설일 것도 없이 대답했다. 내가 무슨 아린급의 영토를 가진 것이라면 또 몰라. 조막만한 영지에 신도들도 얼마 없는데 이 녀석을 받아줄 수는 없다.


게다가 이 녀석은 특성이 성물제작이라 나와 겹친다. 내가 보유한 성물제작과 화신강림 특성의 시너지를 감안하면 사실상 하위호환이라 볼 수 있다.


녀석은 내 개인정보와 진명을 알고있으니 조금 가까이 둬야할 것 같기도 했지만... 저택 관리인이 그의 감시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는지라 그럴 염려도 덜었다. 녀석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은 듯 마지못해 납득했다.


교단의 규모가 차이나긴 하지만 녀석과 나는 비슷한 시기에 가디언 소울을 시작했다. 나보다는 아린의 자유 교역 도시에 기대는게 훨씬 든든하겠지.


나는 운동을 위해 방을 나서며 저택 관리인과 마주쳤다. 그는 사촌과의 통화를 예상한 듯 물었다.


"일은 잘 마무리 되셨습니까?"


"그럭저럭이요. 이런 일 한 번 겪으니까 마음이 안 놓이네요."


나는 저택 관리인과 그럭저럭 친밀해진 것 같아서 얼떨결에 속내를 조금 털어놓았다. 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어떤 점을 말씀하시는겁니까?"


"아니. 부모님들이나 다른 친척들도 저 모르는 사이에 가디언 소울을 하시는게 아닌가 싶어서..."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룬님의 부모님분들은 플레이어가 아닌게 확실하니까요."


"?"


내가 그의 대답에 의문을 표하자 그가 지체없이 설명했다.


"저는 새로 가입한 길드원 분들의 신상명세를 조사하는 일을 맡고있습니다. 가까운 친척들의 조사도 그 업무에 포함되어 있지요. 원래 사촌부터는 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인해서 팔촌까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아, 그렇지. 아린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가까운 친척들에 대한 조사 정도는 충분히 했을 것이다. 나는 다시금 그녀의 성미에 혀를 내두르며 헬스룸으로 향했다. 뭔가 감시당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나를 도와줬으니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자.


작가의말


그냥 오늘 내로 100회 찍었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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