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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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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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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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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01.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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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La~port Liarta - 35장 잿빛바람 #03

DUMMY

제 35장 잿빛바람 #03


아란과 마리아는 휑한 집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 여기……."

"알았어."

마리아가 집 한구석을 가리키며 말하자, 아란이 나서서 나이프와 나무막대를 이용해 벽면의 나무판을 -우지직 뜯어낸다.

"그리고 여기도……."

"음……."

그곳도 역시 아란이 나서서 나무판을 뜯어낸다. 그러다 그 둘의 하는 행태를 옆에서 물끄러미 보고있던 아이비가 의아해 하며 묻는다.

"뭐하냐? 니네…."

그 질문에 벽면을 열심히 뜯어내고 있는 아란대신 마리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아! 아란이 땔나무가 필요하대. 밖에 있는 건 젖어서 못쓰니 집안에서 구해야 한다 하더라구. 그런데 잘못 건드려서 여기가 무너지면 곤란하니 전.문.가의 손 길이 필요하다네? 호! 호! 호!"

은근히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전문가'를 강조하는 마리아에게 아이비는 같잖다는 듯이 피식 비웃는다. 그런데 옆에서 열심히 마리아의 지시대로 나무판을 뜯어내고 있던 아란이 뭔가 이상했던지 마리아에게 고개를 돌린다.

"후우, 마리아. 근데 이렇게 다 뜯어내도 되는거야?"

어쩐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많이 뜯어낸 것 같았다. 외벽이 드러날 정도로 횅한 벽. 비가 안들이 치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와 대조적으로 아란옆에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나무들, 양만 놓고 봤을 땐 무인도를 탈출할 뗏목이라도 만들 기세였다. 아란의 걱정과는 반대로 마리아는 잘하고 있다는 듯 쾌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아~! 괜찮아~! 사실 이 벽에 붙은 건 다 뜯어내도 돼! 집은 지붕이랑 대들보랑 기둥, 주춧돌만 있어도 서있거든!? 그외에는 다 사치라구. 안 그래?"

"……."

"……."

아란은 그런 금발 소녀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럼 그게 우산이지 집인가? 아란은 황당하다는 말투로 다그친다.

"허, 마리아. 너 정말 전문가 맞아?"

'믿지마. 믿지마. 저거 분명 야매야. 야매.'

아이비가 속삭인다.

"아니야. 나 정말……."

"……."

아란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불신 게이지는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 마리아가 하는 말, 그냥 무시하는게 정신건강상 좋겠다고 생각해 버렸다.


-타닥 타닥..

불이 피워졌다. 아무도 화로 비슷한 것을 찾아내지 못한 탓에 밖에서 진흙을 퍼와 바닥에 쌓은 채, 쇠막대를 대충 구부려 만든 받침대 밑으로 불을 피웠다. 받침대 위로는 이미 냄비가 올려져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국자를 휘휘젓는 루치야. 루치야가 만든 고소한 스튜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시킨다. 늦게나마 저녁을 먹게 되었다. 마리아가 루치야의 곁에 쪼그려 앉아, 요리하는 소녀를 신기한 듯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신기하나 동물이라도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다.

"호오~! 요리도 할 줄 알았어?"

"……."

'이게.'

-빠직 하고 이마에 힘줄이 돋는 루치야. 마리아의 놀리는 듯한 뉘앙스의 말투가 루치야의 신경을 긁었다. 안되겠다 싶었던지, 그 둘 사이로 아란이 다가와 신경전이 치열한 둘을 갈라놓았다. 그리곤 일부러 살갑게 말을 건다.

"하하. 루치야 요리잘해 마리아, 몰랐어? 아, 그러고 보니 루치야가 마리아 앞에서 요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구나."

그 동안 식사는 마른 건과류나 육포로 해결해 왔었기 때문에 루치야가 마리아 앞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뽐내는 것은 정말로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에 마리아는 거만한 표정으로 히죽 웃으며 검지손가락을 빙글 돌린다.

"음음…, 처음이고 말고~! 내가 딴 건 몰라도 입맛하나는 무지하게 까다롭거든!? 어디한 번 맛봐주겠어. 얼마나 맛있는지 말야. 호호……."

그런 마리아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는지 루치야는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스튜를 조금떠서 마리아의 앞에 그릇을 내팽개치듯이 건넨다.

"먹어. 네 생각대로 별로 맛은 없을꺼야."

마리아는 그런 루치야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호밀빵 두개를 집어들며 키득댄다.

"킥킥! 알았어. 잘 먹을께……!!"

"……."

아란은 루치야의 반응에 조심스러워진다. 아란의 눈에 루치야를 도발하는 마리아가 한없이 야속하게만 보였다.

마리아가 호밀방을 조금 떼어 스튜를 찍어 맛본다. 그러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며 화들짝 놀랐다.

"헤에~! 루치야! 이거 진자 네가 한 거야?? 맛있는데? 꽤나……."

"그, 그렇지? 루치야가 요리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니까. 하하하!"

아란은 저기압인 루치야의 기분을 풀어 주기위해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음, 역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가슴만 커다란 멍청한 계집애는 아니었구나아~!"

"……."

그러나 그러한 아란의 노력도 마리아의 한마디에 박살이 나버렸다.

"마, 마리아!1"

"……."

-빠직 하고 루치야에게서 참을성의 한계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루치야가 마리아를 향해 퍼부으려고 하던 찰나, 그들의 뒤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야! 그걸 말이라고!! 하! 내가 말을 말자 진짜!!"

"왜 화를 내는 거지? 그것으로 약속은 파기, 계약은 끝난게 아니었나?"

신과 아이비, 두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때의 그런일은 내가 의도한게 아니란 말이야! 내가 언젠가 다 설명해 주지 않았었냐?"

"듣지 못했다. 그런 말……."

무덤덤하게 부정의 의사를 밝히는 신에게 아이비는 울화통이 터지는지 역정을 낸다.

"으아! 이 병신!! 몰라, 그럼 당장 꺼져버려!!"

"흥, 대화가 안되는군. 말해봤자 입만 아프지."

"됐어! 꺼져버려!"

무시무시하게 싸우는 둘의 모습에 루치야는 마리아에게 화내려던 것도 잊고 입을 다물었다.

"……."

"……."

"…더러워서 내가 간다가!!"

"흥! 그건 고맙군…!"

순식간에 싸해진 분위기. 아이비는 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루치야의 옆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잔뜩 뿔난 듯 씩씩거리는 채다. 그리고 그녀는 루치야의 앞으로 한쪽 팔을 쭉 내밀며 외쳤다.

"루치야! 밥!"

"아!? 네! 여, 여기……."

루치야가 잔뜩 쫄아있다가 아이비의 말에 반사적으로 스튜를 퍼서 건넨다. 아이비는 루치야가 내미는 스튜그릇을 신경질적으로 받아들었다. 루치야가 그러곤 한 끼를 더 챙기자 아이비가 소녀를 째려본다.

"그건 또 왜?"

"아, 신도 여지껏 아무것도 먹지 않았잖아요."

그러자 아이비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 그릇을 낚아채며 으름장을 놓았다.

"됐어! 저런 시커먼 녀석까진 챙겨주지 않아도 돼. 가만 놔둬도 자기먹을 것은 알아서 깨작깨작 잘 처먹으니까!"

가시돋힌 말투. 루치야가 그래도 신이 걱정스러운 듯 대답을 흐린다.

"에, 하, 하지만……."

그때 마침 신이 멀리서 불쑥끼어 들었다.

"호의는 고맙지만 정중히 거절하지. 그런 괴팍한 여자 옆에서 식사를 하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를 테니……."

아이비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아, 그러셔? 먹지맛!!"

결국 폭발해 버린다. 아란이 생각하기로 신은 남의 염장 지르는데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있는 것 같았다. 촌철살인의 달인이랄까.

"……."

"……."

신과 아이비의 다툼에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싸늘해졌다. 아란과 루치야는 조용히 자신의 스튜그릇을 들고는 아이비의 눈치만 보고있다. 마리아는 그 와중에도 호밀빵을 슬쩍 몇 개더 꺼내어 먹는다. 결국, 신은 멀찌감치 서서 주머니에서 바를 하나 꺼내어 씹는다. 나름 식사인 듯 하다. 식사시간은 그렇게 차가운 침묵과 함께 흘러갔다.


이윽고 밤이 깊어져 잠이 들 시간이 되었다. 박은 아직도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런데 일행 다섯이 자기에는 침낭이 모자랐다. 아란과 루치야는 침낭 두 개를 가져왔었는데 침낭이 모자라 여자 셋이 아란의 것까지 두 개를 쓰기로 했다. 신은 침낭같은 것 필요 없이 코트를 벗어 펼치고 누웠다. 배낭에서 긴 옷가지들을 꺼내 누울자리를 만들고 있는 아란의 곁으로 램프를 가지러 온 루치야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아란, 미안해."

자신만 침낭에서 자는게 불편했나보다.

"하하, 아냐 루치야. 침낭이 모자란게 루치야 탓은 아니잖아?"

그리고선 저쪽에서 침낭을 펴놓고 누워있는 두 여자 쪽을 힐끔보면서, 아란은 말을 이었다.

"…저 둘을 데리고 오자고 한 것도 나였고 말야."

"으, 음……."

그래도 아란에게 왠지 미안한 루치야였다 그런데 저쪽에서 잠잘 준비가 끝났는지 루치야를 불러댄다.

"루치야! 뭐해? 빨리와!!"

돌아보니 아이비와 마리아가 침낭위에 누워서 손가락을 까닥 거리고 있다. 마리아가 음흉한 고양이같은 눈빛을 하고는 루치야를 노려보았다.

"호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 간다더니. 설마 아란이랑 같이 잘 생각은 아니겠지!?"

"아, 아냐!!"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농담에 얼굴이 새빨개진 루치야.

"엇!? 당황했다. 그렇게 아란이 좋아? 킥킥!"

"그, 그런거 아니에요!"

아이비의 장난스런 놀림에 루치야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외친다. 거기에 마리아가 실실거린다.

"흐응~ 루치야도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네."

"으윽……."

마리아의 말에 기분이 나빠졌는지 루치야는 인상을 찡그리며 램프를 들고는 일어섰다. 여자들의 잠자리 쪽으로 향하는 루치야 뒤로 아란이 웃으며 당부했다.

"하하…! 너무 놀리지 마세요."

"그래 그래, 루치야. 빨리와! 이 언니가 오늘은, 이 무서운 날씨를 빛나게 해줄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해줄 테니까 말야."

아이비는 폭우가 쏟아지는 바깥쪽을 힐끔거린뒤 무서운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꺅! 재밌겠다!"

"히익……!!"

-까르르 웃으며 기대하는 마리아와는 다르게 무서운 이야기라면 질색하는 루치야는 조그만 비명을 지르면서 움찔한다. 왠지 하얗게 질리는 루치야에게 오늘밤은 그다지 유쾌하진않은 밤이 될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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