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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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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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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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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La~port Liarta - 32장 라하드의 축제 #01

DUMMY

제 32장 라하드의 축제 #01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루나사, 늦가을의 샴하인과 함께 제국에서 가장 큰 두 명절중 하나인 성년의 날 이었다. 도시 라하드도 한창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달아올라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성년이 되는 소년, 소녀들을 비롯하여 동네 꼬마 녀석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 까지 다들 분주히 축제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아란의 방문 앞에 루치야가 섰다.

"후우……."

작게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작게 노크한다.

-똑똑

"……."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자고 있는 모양이다.

"아란! 일어나~!"

루치야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며 말하자, 그제서야 안에서 반응이 왔다.

"…으음, 루치야?"

들릴 듯 말듯 가는 매우 피곤에 잠긴 목소리. 방금 깼다는 게 느껴져오는 그런 목소리다. 루치야는 그에 문고리를 잡고 살짝 열었다. 의외로 잠겨있지 않았다. 루치야는 방에 들어서며 명랑하게 말했다.

"뭐야~! 아란, 언제까지 잠만 잘 꺼야? 벌써 해가 높이 걸렸다구.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아란은 루치야가 벌컥 들어오자, 깜짝 놀라며 잠결에 비척이며 일어난다.

"글쎄…, 으으음……. 무슨 날이더라?"

침대에 앉아 기지개를 펴는 아란. 어지간히도 정신이 없나보다. 루치야는 그런 아란에게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 허리에 두 손을 얹었다.

"하아! 우리가 15살이 되는 날이잖아."

"아……."

그랬었다. 오늘은 루나사, 제국 민들이 한살씩 더 먹는, 나이가 찬 소년 소녀들이 성년이 되기도 하는 그러한, 날이었다. 물론 그것은 아란과 루치야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가자, 아란! 오늘 루나사의 날이잖아. 축제라구!"

재촉하는 루치야는 묘하게 들뜬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루치야, 얼마 전에 산 새 옷을 입고 있어 또래 소녀답게 깜찍해 보였다. 물론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거기에다 농염한 무언가가 더 있어 보이게 했지만 말이다.

그러한, 소녀의 압박에 아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소년은 검은머리의 소꿉친구와 함께 축제 분위기가 한창인 라하드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갈색머리의 소년, 아란은 루치야의 눈치를 슬슬 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사람들이 많네."

"음, 그러게. 뭐, 오늘이 축제일이니 당연한 건가?"

아란의 예상과는 다르게 루치야는 어제 일로 별로 기분나빠하고 있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란은 어제의 일 때문에 소녀가 많이 삐쳐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아참, 아란! 오늘 저녁에 라하드 광장에서 불꽃놀이가 있대. 나중에 구경 가자."

"으, 응? 아, 알았어……."

갑작스런 루치야의 말에 아란은 깜짝깜짝 놀란다. 어제의 일이 그녀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째 그녀가 말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그런데, 아란의 걱정과는 다르게 루치야는 화나거나 한 기색도 없이 계속 생글거리며 기분 좋은 듯이 웃었다. 아란은 그런 루치야의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뒤로 올려 묶은 검고 긴 머리카락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린다. 그제 산 옷도 소녀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려서 조숙한 느낌의 루치야를 귀여워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에 감탄한 겨를도 없이 아란은 복잡한 심경으로 루치야의 뒤를 따랐다.

축제의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역시 라하드의 축제는 도시 규모의 축제라 하얀호수마을의 축제와는 확연하게 틀렸다. 규모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하얀호수마을의 '참가자 제한'같은 엄격한 규칙도 없었다. 단지, 모두가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을 뿐.

시청 앞 광장은 그중에서 17세가 된 소년 소녀들의 성년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었다. 시청 앞의 강연대 위에서 시장으로 보이는 늙수그레한 신사의 축하연설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온 성년식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친구, 가족들과 떠드느라 그 연설은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들과 색색 고리들이 축제분위기를 더욱 더 돋구어 주었다. 더구나 거리의 명물인 거리의 악사들의 음악소리와, 집시나 광대들의 노상공연들이 구경나온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아란과 루치야는 그러한 것들을 구경하러 다니면서 원래 목표했던, 예전에 맡겨놓은 루치야의 가죽 용병수트를 찾았다.

그리고는 루치야가 예전에 봐두었다는 레스토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우뚝 갑자기 루치야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

아란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었다. 아란은 무심결에 루치야의 시선을 향해 눈을 돌린다. 그런 아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조그만 악세서리 가게였다.

"왜 그래!?"

아란은 무심결에 물었지만, 루치야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에? 아, 아냐 아무것도……."

하지만 아란은 보았다. 마지막으로 루치야의 시선이 머문 곳, 그것은 악세서리 가게의 장식장 어느 한 곳이었다. 조그만 딱정벌레 모양을 가진 두 개의 브로치. 금색으로 테를 두른, 모양은 같았지만, 가운데에 박혀있는 커다란 보석 두 개의 색이 다른 브로치였다. 하나는 붉은 색이었고, 하나는 파란색인…….

"가자. 아란…."

"으응……."

루치야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아란은 그 뒤를 따른다. 그리도 아란의 시선은 그 두 개의 브로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점심을 먹을 레스토랑에 도착한 아란과 루치야. 루치야가 봐두었다는 그 레스토랑은 무척이나 고급인 곳 이었다. 으리으리한 2층 벽돌 건물로 된 곳이었는데, 실외에서도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바깥에 햇빛을 가려줄 수 있는 차양과 하얀 식탁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 레스토랑은 꽤나 유명한 곳인 듯, 음식들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물론 축제특수도 있는 듯 했지만 말이다.

아란과 루치야는 저 너머로 시청과 시계탑이 보이는 2층 테라스의 조그만 2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우와~! 루치야. 이런 곳에서 밥 먹으면 비싸지 않아?"

이미, 루치야가 사기로 하였으므로 아란은 그녀가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하고 고민했던 참이었다. 허나 루치야는 그런 데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듯, 새초롬하게 입술을 삐죽이며 말한다.

"음, 별로, 난 가끔 이런 날도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축.제.니.까."

"으, 응 그래, 그럼 뭐……. 난 좋지만."

루치야의 묘하게 딱딱 끊어지는 말투가 소년의 귀에 거슬리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아란은 그다지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루치야의 표정이 환한 게 삐치지는 않아 보이는데다 화도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도 소녀의 이어지는 말에 아란의 그 안이한 생각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응, 나도 어제의 그 애처럼 아침밥정돈 사줄 수 있으니까."

"……."

그런 가시 돋친 말을 하면서도 루치야는 싱긋 웃고 있다.

"…여, 역시, 생각하고 있었구나."

루치야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에 오싹해진 아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뭐, 그다지 맘에 두진 않았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은 '무지막지하게 신경 쓰이거든?'하고 씌여있는 것 같다. 아란은 문득 신상에 위협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말을 돌린다.

"…여, 여튼 잘 먹을게. 고마워. 루치야."

마침 시간이 딱 맞게도 웨이트리스가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손님, 주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떤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아란은 그녀가 자신의 수호천사인 줄 알았다.


둘은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섰다. 엄청 고급레스토랑에다 음식도 죄다 최고급이었지만, 아란은 루치야의 눈치를 보느라 그 좋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정신없이 식사했다. 덕분에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영 더부룩 한게 말도 아니었다.

아란과 루치야는 이미 축제가 한창인 거리로 나섰다. 거리의 각각 가 쪽으로 집시들과 광대들이 신기한 볼 것들과 재미있는 묘기들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그러한 시끌벅적한 광경들은 아란과 루치야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네."

아란은 소녀의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말을 던졌다.

"정말, 역시 도시는 우리가 살던 마을과는 다른가봐. 재밌는 게 많네. 저것 좀 봐!"

루치야는 어느 차력사의 불 뿜는 쇼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지났을 뿐인데도 벌써 축제는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도시의 축제는 마을과는 달리 굉장히 화려한 멋이 있었다.

"와~! 어떻게 한거지?"

아란도 보고 있다 신기해서 고개를 갸웃한다. 루치야는 그런 아란의 행동이 재미있었던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작게 웃었다.

"풋! 글쎄, 그걸 알아내면 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게 아닐까? 우리는 보고 신기해하면 끝이지만 저 사람들은 저게 생업이잖아."

"흠, 루치야는 역시 생각이 깊구나."

아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루치야는 아란의 칭찬이 쑥스러운지 손사래를 쳤다.

"킥! 아니야. 그런 걸로 따지자면 오히려 생각은 아란이 더 깊잖아? 물론, 요즘에는 별로 그런 것 같진 않지만……."

"……."

루치야의 가시 돋친 농담에 아란은 뜨끔 한다. 소녀는 눈을 흘기며 슬쩍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겠지만, 소년의 귀에는 청천벽력같이 들렸다. 루치야가 은근하게 '난 잊지 않고 있으니 알아서 잘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자~ 아란!"

소녀는 올려 묶은 검은머리를 찰랑거리며 아란을 향해 생긋 웃는다.

"으,응…."

따라나서는 아란은, 그러나 소녀의 웃음에 마주 웃어줄 수 없었다. 둘은 곧, 큰 길을 따라 라하드의 명물로 유명한 분수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가운데 새하얗게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3층 높이의 거대한 분수가 아름답게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그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몰려있었는데, 성년의 날을 맞아 주로 소년 소녀들이 대부분 이었다. 가끔 데이트 나온 젊은 연인들도 보였지만, 다들 가족단위로 축제를 즐기러 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아란의 눈에는 분수고 뭐고 들어오지도 않았다. 옆에서 묵묵히 걷고 있는 루치야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주욱 기분 좋아 보이는 것 같기는 했지만, 슬쩍슬쩍 내비치는 속마음은 소녀의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어제의 마리아와 있었던 일 때문이리라. 거기에 어영부영 휩쓸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화난 표정의 루치야가 자신 앞에 서 있었달 까. 또한 나이트 마리오와의 결투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았었는데 일단 그것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지금 루치야에게 그런 걸 말한다면 도대체 어떤 반응이 날아올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뒤숭숭한 일이 많아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루치야인데 걱정은커녕 생전처음 루치야가 버럭 하고 화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아니다. 루치야는 화내는 것보다 특유의 그 침묵이 더 무섭다.

루치야의 성격에 차마 직접 말하지는 못했지만, 은근슬쩍 돌려서 불만을 표출하는 그녀의 행동이 아란을 여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었다. 마치 자신이 루치야와 싸운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아란은 괜히 미안해 져서 루치야의 기분을 풀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해 보았다. 그러다 좋은 묘안이 떠올랐다. 아란은 루치야의 어깨를 갑자기 툭툭 치며 말한다.

"루치야!!"

"으, 응?"

"나 잠시 갈 데가 있어. 잠시만 저기 좀 앉아 있을래?"

소년이 괜스레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자, 루치야는 놀란 눈을 하고선 당황하며 아란이 가리킨 분수대 앞을 쳐다본다.

"아, 아니 왜!?"

"금방올께! 잠시만!"

"아, 아란!!"

아란은 루치야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왔던 길로 뒤돌아 달려간다. 소녀는 소년의 갑작스런 행동에 쫓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서 그 뒷모습만 쳐다보았다.

아란은 달렸다. 아까 전에 지나온 길을 되짚으며 달렸다. 소년은 아까 전에 봐둔 악세서리 점을 향해 달렸다. 아란은 루치야에게 화해의 의미로 무언가 선물이라도 해줄 요량이었다. 그러다보니 아까 전에 소녀가 눈여겨보던 한 쌍의 펜던트가 생각났다.

그에, 아란은 급하게 인파를 헤치며 달려 한달음에 악세서리 점에 도착했다.

-타닥!

아란은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섰다. 힘껏 달려오느라 숨이 격하게 흐트러졌지만, 무엇보다 먼저 진열대 안을 쳐다본다.

'있다!'

다행히도 늦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먼저 홀라당 집어갈 것을 염려해서 급하게 뛰어왔으나 아란이 노리고 있었던 두개의 딱정벌레 브로치는 아직 그 자리에 얌전히 있었다.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의 똑같이 생긴 예쁜 브로치다.

아란은 기쁜 마음에 문을 박차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했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에 아란은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조그만 몸집을 지닌, 처음 보는 한 명의 소녀가 서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 또래의, 탁해 보이는 검은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소녀다. 특이하게도 등에는 엄청 길쭉한 짐을 지고, 새카만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창백한 인상에 유령 같은 분위기는 그녀가 여느 또래 소녀답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소녀의 허무한 빛이 감도는 두 회색눈동자가 아란을 빤히 응시하자,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 뒤로 물러선다.

"……."

아란은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볐다. 그러나 다시 돌아본 순간, 소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황당한 상황에 아란은 고개를 한번 갸웃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뒤, 아란은 품에 조그만 주머니를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끼고 나왔다. 그리고는 분수 광장 쪽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아란은 갑자기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느낌에 의아해했다. 방금 전에 본 소녀일까 싶어 슬쩍 뒤를 돌아본다.

그러다 기절할 듯이 놀랐다. 사람들 너머로 비치는 한 명의 남자 때문이었다. 검푸른 긴 머리에 냉막한 인상을 지닌 미남, 긴 장검을 등 뒤에 찬 기사. 그는 아란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나이트 하이네!!'

아란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이트 하이네는 한창 누군가를 찾는 중인지 그 섬뜩한 눈빛을 뿌리며 찬찬히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제국 최강이라는 로젠크로이츠 기사단의 기사인 '하이네 로젬베르그', 일전의 숲에서 무시무시한 분위기의 흑기사와 맞붙은 것까지는 보았었는데 어떻게, 그 흑기사를 제압하기라도 했는지 멀쩡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

아란은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걸음걸이를 빨리한다. 인파에 섞여 조심스레 이동하던 소년은 슬쩍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이트 하이네가 자신 쪽을 향해 인파를 헤치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란은 그 즉시 몸을 돌려 분수 광장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났다. 그자가 따라붙었다! 아란의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저 괴물 기사는 자신을 붙잡아 사형대에 매달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일터. 잡히면 죽는다! 라는 생각으로 따돌리기 위해 방향을 꺾었다. 저자를 분수광장으로 데려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루치야와는 절대로 대면시킬 수는 없었다.

아란은 점점 걸음걸이를 빨리하며 이리저리 인파에 섞여 하이네를 뿌리치려했다. 그러나 아란이 눈치 챈걸 알았는지 그는 더욱 더 집요하게 아란의 뒤를 따라붙었다. 쫓고 쫓기는 공방전은 꽤나 멀리 올 때까지 지속 되었다.

"하아…, 하아…."

아란이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까지 저쪽 뒤에서 나이트 하이네가 쫓아오는 중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검푸른 머리의 기사는 자신의 흔적을 쫓아, 한참 사람들을 헤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다급해진 아란. 나이트 하이네는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상황, 아란은 두리번거리다 어느 가게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마차 한 대가 지나가며 나이트 하이네의 시야를 가렸다. 그는 아란이 가게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 듯 했다. 아란은 의도치 않게 시간을 번 셈이 되었다.

가게로 들어간 아란은 곧바로 그 가게의 뒷문으로 튀어나왔다.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아란, 그 순간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우왁!"

"꺄악!"

-콰당! 딸그락!

아란과 부딪힌 그 누군가는 여성인 듯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벌러덩 뒤로 나자빠졌고, 아란은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주머니에 든 펜던트를 떨어뜨려 버렸다.

"아차차! 누구얏! 눈깔을 똥구녕에 박고 다니나!!"

"죄, 죄송합니다."

그녀는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났고, 아란은 당황스러워서 그녀에게 연신 고개 숙여 사과했다.

"헛! 아란!?"

헌데, 그녀가 아란을 알아보았다. 아란도 그녀의 낯익은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안면이 있는 얼굴.

"마, 마리아!!"

다름 아닌, 아란과 충돌한 그녀는 어제 여관에서의 소동의 장본인이었던 마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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