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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의 세계입니다.

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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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10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8.07 07:55
조회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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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1

DUMMY

잠시 멈춘 때와 갑옷의 틈새를 잘 잡은 일격이었지만 우파나히는 공격을 예상한 듯 방패를 들어 막은 뒤 철퇴를 휘둘렀다.

무거운 무장을 두르고도 빈틈이 적다. 제멋대로 움직이며 방패와 철퇴를 휘두른다고 해도 며칠은 움직일 수 있다. 체력도 뛰어나고 근육의 피로도 거의 쌓이지 않는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조건만 충족되면 몇 천의 병력이 와도 쉽게 죽지 않을 것 같은 강철 인간.


이는 휙휙 뒤로 재주를 넘으며 우파나히의 공격을 피한 마차리의 솔직한 평가였다.

샤엘라의 특성상 날짜를 헤아리는 일이 거의 없기에 알고지낸 햇수는 따지기 힘들었지만 꽤 오래전부터 함께 용병 생활을 하며 등을 맞댈 수 있는 자로서 함께 했었다.

그땐 좋았다. 자그마한 논쟁이 아닌 이상 그와 맞서는 일도 없었고 벌이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대련이라도 해봐야 나무 몽둥이와 조잡한 목검을 들고 몇 번 투덕거리는 것이 전부였었으니까. 등에 식은땀이 흐를 일은 없었다.


“느리다.”

“감은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요······”

“느리다.”

“우파나히 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뭐······”


종아리에 찬 단검을 남은 발의 발가락으로 잡았다. 발가락으로 쥔 단검은 두 자루. 칼자루를 발가락으로 쥐고 서니 발끝으로 선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 보기엔 이상했지만 자세에 불안정함은 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익숙하다는 듯 손과 발, 그리고 온몸의 근육을 다 쓰며 유연하게 우파나히의 돌진을 피한 뒤 그의 무릎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네 개. 쥐는 힘은 인간의 힘 이상이다. 당연히 내지르면 가벼운 갑옷 정도는 뚫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괴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방패로 마차리를 찍어 내리려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손에 들리면 방패도 도끼가 된다. 강인한 샤엘라의 몸도 이 사람이 휘두르는 방패에 맞으면 으스러지거나 동강날게 분명했다.

마차리가 기억하는 한 과거의 우파나히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자신의 역량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내일도 죽여야 하기에 오늘 자신이 죽지 않을 만큼 죽인다. 대규모이던 소규모이던 간에 전투를 치른다. 라는 상황에선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 몇 번이고 대련을 했었지만 괴물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분명 약점은 있고 단점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채우고도 남을 힘과 체력이 있다.


진심으로, 그것도 상대하기엔 버겁지만 피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기에 휙휙 춤추듯 방패의 공격 궤도에서 벗어났다. 마차리는 우파나히처럼 강한 힘과 체력은 없지만 유연하고 재빠른 것이 강점이었으니 그걸 살릴 필요가 있었다.

물론 우파나히가 그에 맞춰 줄 생각은 없었다.

방패와 철퇴를 손에서 내려놓았기에 마차리는 잠시 멈췄다. 서로 완전 무장을 했다곤 하지만 대련은 대련, 준비하는 동안 공격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곧 후회하고 말았다.


“응? 검술도 했었나요?”

“배웠다.”


우파나히가 창고로 쓰기로 계획한 사육시설에서 빌려온 장검을 꺼내들었다. 예전엔 다른 것도 곧잘 쓰곤 했었지만 최근엔 철퇴와 방패, 단검이나 투척용 단검을 쓰는 것 정도밖엔 보지 못했었다. 검을 쓴 적이나 있었던 것일까. 본적은 없다. 적어도 함께 했던 전장에서는 한 번도 검을 쓰는 것은 보지 못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상스러울 정도로 검이라는 무기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말하는 걸로 봐선 곧잘 쓸 것 같았다.

마차리의 키보다 조금 짧은 검은 날이 잘 세워져 있었다. 로투의 칼과는 길이나 두께가 달랐지만 로투를 상정하고 연습을 한다면 철퇴보다는 이쪽이 나을 거란 생각에 우파나히가 잠시 빌려온 것이었지만 멀쩡한 형태로 돌려줄 것 같진 않았다.


“죽지 마라.”


우파나히의 몸이 회전했다. 땅이 팰 정도로 회전하며 종횡으로 회전. 무거운 갑옷을 입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 마차리에겐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평범한 회전이라면 달려들어 막거나 빈틈을 노려 등을 찌를 수 있다. 하지만 장검을 한 손에 들고 반대 손에도 단검이 들려 있었다. 마치 날이 두 개인 팽이가 사방으로 회전하며 공격 범위 안에 있는 것을 잘라내는 모양새다. 물론 회전하고 있는 것은 우파나히다. 공격에 힘도 있었지만 갑옷이나 회전 때문에 어지간한 공격은 통하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뭡니까 이건!”


거리를 벌리고 피하는데 소비한 숨을 다시 허파에 채워 넣었다. 회전에 회전, 또 회전. 샤엘라의 검술 중 하나와도 비슷하지만 달랐다. 몸을 크게 움직이는 회전을 통한 공격이 전부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우파나히니 위력이 없을 리 없다. 이름이라도 알면 대처법이라도 기억해낼 터였지만 자세나 형태가 마차리의 기억엔 없었다.


“배웠다.”


사냥돌이나 활, 투창, 큰 낫, 독침 등을 다루는 것을 본적이 있었지만 항상 이런 식이니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 마차리 역시 검술은 꽤 익혔다고 자부하는 바였기에 알 수도 없는 검술에 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샤엘라가 여행자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시험을 치른다. 마차리는 검술이 시험과목이었고 머리로 익히던 몸으로 익히던 간에 최대한 많이 익혀야 했었다. 그 덕분에 거의 대부분의 검술은 알고 있었지만 최소한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익혔던 것 중엔 우파나히가 쓰는 형태는 없었다.

누군가가 말했듯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아는 것이 없을 때였다.


“어디서 배웠는데요!”


두 번의 회전을 피하며 피의 강으로 다리를 앞뒤로 베었지만 코트는 잘리지 않았고 그 안쪽에 있는 갑옷 또한 두터운지라 통하진 않았다.

오히려 두 번째 회전에 말려들어 발가락으로 쥐고 있던 단검만 날아가 버렸다.


“슈피치르.”

“이름은 있는 겁니까!”“모른다.”


회전에 익숙해질 쯤 장검의 찌르기가 들어왔다. 가볍게 뒤로 뛰면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깊이로 피부에 박힌다. 그렇다고 해서 옆으로 피하면 단검이 회전하며 이마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결국 땅에 굴러 피하면서 땅에 떨어져 있던 단검을 발가락으로 쥔 뒤 우파나히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투구를 쓰지 않았다면 뼈에 박혔을 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날아오는 속도에 맞춰 투구의 각도를 살짝 바꾸는 것으로 쉽게 막혔다.


“누가 가르쳐 줬는데요!”

“칼 골고셔.”

“누······! 으악!”


아슬아슬하게 회전과 찌르기까지 피한 상태에서 배를 걷어차였다. 내장이 다 튀어 나올 것 같은 충격이었지만 그 순간 강철 실로 고리를 만들어 그의 다리에 묶었으니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을 잡아당기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정도 공작에 민감하게 굴 사람은 아니었지만 잠시라도 틈을 만들어 준다면 그걸로 족했다.

이에 우파나히는 실이 감긴 다리를 들어 자신이 원하는 만큼 거리를 조절하는 것과 동시에 남은 다리를 축으로 삼아 크게 회전했다. 팽이에 실이 감기듯 회전에 빨려 들어간 마차리의 목에 단검이 닿았다. 동시에 마차리가 쥐고 있던 피의 강의 칼끝이 우파나히의 갑옷을 뚫고 그의 피부에 닿았다.


“무승부로 하죠······힘들어서 더 못하겠네요······”


장검과 단검이 우파나히의 손에서 떨어졌다. 이어 멱살이 잡힌 마차리의 얼굴이 퉁퉁 붓기 시작했다. 갑옷에 박힌 피의 강에서 손을 떼진 않았지만 찔러 넣을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이 의식을 갉아먹었다.

전투에 있어선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는 우파나히가 멈춘 것은 마차리가 완전히 의식을 잃고 게거품을 문 채 눈에 흰자위가 떠오를 쯤 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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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9 Fragarac..
    작성일
    17.08.07 09:18
    No. 1

    있는 자로써-있는 자로서
    마차리가 괜히 맞고 다니는게 아니었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암현
    작성일
    17.08.07 11:33
    No. 2

    우파나히란 캐릭터는 단순 힘과 체력, 방어력 같은 물리적인 부분에선 굉장히 강한편입니다.
    약간의 템빨도 있지만 기본적인 바탕을 강하게 잡고 만들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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