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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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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작품등록일 :
2018.08.20 12:44
최근연재일 :
2019.03.10 06: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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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914

작성
19.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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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 기간

DUMMY

낙원 초등학교의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은 투표날까지 2주간으로 교칙에 명시되어있다.

초등학교 주제에 대통령 선거에나 등장할 법한 온갖 선거운동 방식이 다 허용된다.

학교 설립 당시에 대체 누가 교칙을 만든 것인지 궁금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 전단지와 선거 본부 운영은 물론 TV, 라디오 등의 방송매체를 활용한 선거운동까지 가능하다.

실상 누가 초등학교 학생회장 되겠다고 TV 광고까지 실시하겠느냐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더 놀라운 건 실제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여 학생회장이 되었던 모 씨는 결국 그 권력욕을 평생 살려나가 결국 정치인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제로 확인된 바는 아니니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현재에 이르러서는 학생회장이란 그저 학생부에 한 줄 들어가는 같잖은 스펙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라 학생과 학부모의 뇌리에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는 않는 현실이다.

물론 아직도 과거 모씨와 다름없이 권력자의 꿈을 키우는 아이도 있고, 자식을 통해 자신의 권력욕을 대리성취 해보려는 부모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전자의 경우는 5학년 서 정연(여) 학생이고 후자의 경우는 6학년 공 민우(남)의 부모인 공 주환과 천 세영이다.

그들은 이번 선거에 다른 경쟁후보가 나오지 않은 것을 내심 기뻐하며 잘 하면 회장 안되도 부회장이라는 생각으로 안도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 한 2학년 다크호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걱정거리를 떠안게 되었다.

게다가 그 2학년은 입학하자마자 교사 한 명을 말 몇마디로 안드로메다 행 직행열차를 태워보낸 강단에다 지금까지 본 시험에서 오답이라곤 내 본적도 없는 전 시험 올백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전설적인 녀석이었던 것이다.

물론 마왕이 이 정도로 전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걸 알면 콧방귀를 뀌다가 코 평수가 넓어질 상황이겠지만, 그들이 느끼는 마왕에 대한 체감상 압박은 그 정도였다.

6학년 공 민우의 엄마 천 세영은 토끼와 싸울 때도 최선을 다 하는 사자의 마음으로 2학년 꼬마에게 전력을 다해 상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학부모 회의에 참가해서도 가장 먼저 찾은 건 마왕의 부모였는데, 의외로 마왕의 학부모는 회의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자식이 회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부모가 학부모 회의에 안 나와?

그 정도로 자신있다는 뜻인가? 그 여유가 가상하구나.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아. 내가 그걸 보여주지.'


천 세영은 주변에 자신이 포섭해놓은 쫄따구 엄마들을 둘러보았다.

그녀들은 이미 천 세영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았거나 아직 받고 있는 사람들로 그녀의 한 마디면 당장 운동장에 나가서 미친년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세영은 믿고 있었다.


"민우 맘, 그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


"회장 선거에 2학년 애가 나왔다잖아요. 그것도 쌤들까지 나서서 출마를 권유했다더라구요. 누군진 몰라도 학부모가 돈이라도 쓴 거 아닐까요?"


이런 때에 눈치 빠르게 세영의 할 말을 미리 해주는 도형이 엄마가 먼저 운을 띄워주었다.

그 다음에는 분위기를 올리는 역할을 맡은 서진이 엄마가 나설 차례다.


"엄머엄머.. 그거 교칙 위반 아니에요? 2학년이 뭘 안다고 회장 선거에 나오게 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너무 하는 거 아닌가?"


끼어들기 잘 하는 현주 엄마도 질 세라 한 몫 거든다.


"그러게요. 우리가 이 학교에 학부모들 치마바람 없는 클린 초등학교로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다 흐려 놓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자자, 다들 진정들 하시고요. 쌤들이 추천을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데 그 아이네 집은 뭐 하는 집이래요? 회의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이름도 뭣 같게 지어가지고.. 애 이름을 마왕으로 짓는 부모가 어디 있담? 암튼 그 마왕 맘은 1학년 때 학기 초에 두 번인가 나오고 그 뒤론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구요.

소문으론 집은 사거리에 있는 H파크라는 거 보니 못 사는 집은 아닌 가 봐요.

진짜로 쌤들한테 돈이라도 뿌린 거 아닌가 몰라, 우리들 모르게?"


H 파크라고?? 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누가 보지 않았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H 파크라면 자신도 꼭 들어가고 싶었던 고급 아파트로 친정과 시댁 돈까지 끌어모아 들어가보려고 시도했지만, 간발의 차로 못 들어간 꿈의 보금자리였다.


'뭐 하는 집이길래 거길 들어간 거지? 사업이라도 하는 건가?

이거 만만치 않을 수도 있겠네...'


슬슬 수다 엔진에 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한 엄마들을 곁눈질로 보면서 세영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오늘 개인 사정으로 나오지 않은 정연 엄마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세영은 가끔씩 자신에게 동의를 구하듯 고개를 돌리는 엄마들의 시선을 적당히 받으며 흘려버렸다.

엄마들이 마왕을 경계대상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당사자인 후보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낙원초등학교에서 현재 김 마왕이라는 존재의 위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어른들보다 먼저 인지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느 날 점심시간 종료를 20분 앞둔 시각, 학생들이 주로 다니지 않는 분리수거장 근처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


"정연이 너 2학년 김 마왕이 회장 선거에 나온 거 알고 있지?

걔 어떤 애인지 알어? 1학년 때 무서운 남자 쌤하고 일대일 맞짱 떴다던데..."


서 정연이 걱정스런 표정의 공 민우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빠는 애들 말을 다 믿냐... 그리고 학생 회장이 싸움으로 뽑는 것도 아닌데 그런 걸 왜 걱정해. 그거보다 그 마왕이라는 애가 1,2학년들한테는 무슨 슈퍼맨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게 더 문제지."


"슈퍼맨보다 헐크가 더 세지 않냐?"


"......."


정연은 이 의미없는 대화를 지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일단 그 마왕이라는 애를 한번 만나보는게 어때? 뭐가 약점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몰라."


"알았어, 언제 가 볼까?"


마마보이로 자라 자신의 생각이 별로 없는 민우가 그나마 말은 잘 듣는 편이라 다행이라 생각한 정연이 마왕을 만나기 위한 계획을 들려주었다.

민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두 후보의 회동이 있은 지 이틀 후 두 사람은 마왕이 수업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왕의 반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게 된 것이다.

이틀이라는 기간은 정연의 의견에 따라 마왕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한 시간이었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딱히 성과는 없었다.

정연은 교실 안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느껴지는 한기에 몸서리를 쳤다.


"뭐야, 누가 에에컨을 벌써 틀었어?"


다른 2학년 아이들은 지하실같은 냉기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꺄르르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김 마왕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구석진 자리에서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음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멍청한 얼굴의 공 민우는 마왕의 몸에서 뻗어나오는 기운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았지만 정연은 마왕의 기운을 정면에서 쏟아붓듯이 얻어맞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기운은 실제 마왕이 존재와 함께 소유하고 있던 어둠의 기운에 극소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이 세상의 인간들에게는 접하는 순간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을 정도의 강대한 기운이었던 것이다.

정연이 야생의 육식동물을 앞에 둔 아이처럼 발걸음이 굳어 있을 때, 민우가 성큼성큼 마왕에게 다가갔다.

그 때 마왕은 책상위에 쌓인 과자들 중 뭔가를 하나 먹을까 고민중이었다.


"야! 니가 김 마왕이냐?"


마왕은 오랜 시간 고심 끝에 초코 칩이 많이 박힌 쿠키를 선택하고 집어들려는 참이었다.


""6학년 형님이 부르면 예 하고 인사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뛰어놀던 아이들이 일순 움직임을 멈췄다.


"드디어 싸움인가... 양호 선생님 부를까?"


"뭔 소리야, 경찰을 불러야지. 누가 죽였는지 밝혀야 되니까 코난도 불러야 돼."


주변 아이들의 끔찍한 속삭임을 들으면서 민우가 괜히 나섰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민우의 눈 앞에 기척도 없이 마왕이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민우는 소리를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으나 뒤에서 정연이 있었던 덕에 큰 망신을 피할 수 있었다.

마왕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봉지 두개를 내밀었다.


"영양적인 측면에서 초코칩 쿠키와 밀크 초코렛 중 무엇이 더 나은가?"


마왕은 잊지 않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6학년 선배."


"아, 아무래도 초코하고 쿠키가 같이 있는 초코칩 쿠키가 더 낫지 않을까?"


정연의 말에 마왕의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시각이군. 괜찮은 정보였다."


마왕은 민우와 정연에게 초코칩 쿠키와 초코렛을 건네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마왕은 뭔가 생각난 듯 주위를 둘러보며 조용히 하지만 묵직하게 말했다.


"너희들, 뒤어다니며 노는 건 2, 4교시 쉬는 시간에만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마왕의 자칭 베프인 고 용한이 소리쳤다.


"2교시 때 쌤이 뭐 시켜서 못 놀았으니까 지금 노는 거야!"


".. 알았다. 적당히 좀 해라."


그 때 금 미나가 교실문을 격하게 열고 들어왔다.


"야, 김 마왕! 소식 들었어? 회장 후보 둘이 이틀 전에 비밀 모임을 가졌대.

너를 견제하려고!!

조만간 너랑 한 판 붙으러 올 거라는데....어머, 이미 왔네?"


정연이 금 미나와 김 마왕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견제는 누가 견제를 한다는 거야? 2학년이 회장 선거에 나온다길래 궁금해서 한 번 보러 온 것 뿐이라구!"


"그래서 궁금증은 다 풀렸나...?"


마왕의 깊은 어둠의 울림이 있는 한 마디에 정연과 민우가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마왕은 기괴한 표정으로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이리 와서 이 과자들 좀 가져가라. 책을 놓을 자리가 없다."



세상 시끄러운 금 미나가 알아서 마왕의 홍보를 해주고 남자애들은 낙원 초등학교 피씨방 넘버원인 고 용한이 휘어잡고 있으니 마왕의 선거운동은 정작 본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순조로웠다.

서 정연과 공 민우(의 부모)는 전단지도 만들어 돌리고 등하교 시간엔 학생들에게 과일과 과자까지 주면서 국회의원 선거 못지 않는 열정을 보이고 있었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을 정도로 마왕의 인지도가 그들 못지 않았다.

게다가 교사들 사이에선 마왕이 지나갈 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마왕에 대한 신망이 두터웠다. 아마도 일전에 쫓겨난 선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어린 교사들이었을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느낀 천 세영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를 쓰기로 결심했다.


마왕은 고 용한과의 피씨방 대결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그의어미가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마왕아~~."


"무슨 일인가?"


"너 혹시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다고 했니? 그것 때문에 민우 엄마라는 사람이 전화가 왔더라."


"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 나 혼자 해결할 만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보의 애미,애비들은 생각이 다른 가 보군."


마왕의 엄마는 아들이 나이 50 쯤 된 군인의 말투를 쓴다고 주변에 하소연도 해보고 아동심리학 박사와 정신과 상담의도 만나 봤으나 모두 두손두발 들은 터라 이젠 포기한 상태였다.


"엄마는 그냥 만나면 되는 거야?"


"딱히 도움이 될 인간이 아니니 만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있다면 한 번 만나서 자식 과잉보호의 실태를 살피고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왕의 엄마는 역시나 마왕의 몸에 나이 먹은 군인이나 조선시대 양반의 혼이 빙의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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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나는 마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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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운동 기간 19.03.10 34 0 12쪽
8 우두머리가 되련다 18.11.30 67 0 10쪽
7 학교라는 복마전 18.11.01 65 1 14쪽
6 용사 키우기 18.10.03 104 2 18쪽
5 인간 세상은 돈과 권력 18.09.06 114 2 10쪽
4 어린이집 방문 18.09.03 114 1 14쪽
3 어린 시절 +1 18.08.28 196 3 11쪽
2 탄생 +1 18.08.20 181 3 12쪽
1 프롤로그 18.08.20 275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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